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200화 (200/211)
  • #200. 강화를 중단한.

    후임이자 무슨 일대제자 같은 남성근과 대담을 나눠 보니, 제법 사주에 대해 깊이가 있었다.

    “뭐냐? 이태리 유학이 아니라 대만 갔다 온 거 아니냐.”

    사주 원전은 한반도 유래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은 중국발이다.

    그러나 중국은 모 씨 덕에 컬쳐 레볼루숑을 맞고 작살이나서 별반 자취가 남아 있지 않다.

    그런 게 한두 개가 아니긴 하지.

    일본은 신토에 녹아들어 마개조 되어 호환이 잘 안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불교식 사주가 주류라 내가 비토한다.

    그 덕에 한국, 대만, 홍콩 쪽에서 주로 향유하는데 인구빨이나 몹시 종교, 교조화적인 풍토 덕에 한국이 제일 성황이다.

    동양철학적으로 보면 반도는 땅의 기운이 강해서 바다 위에 우뚝 선 지형으로 산악지형이 많고.

    산악지형은 하늘과 가장 가까워서 사람들이 하늘을 범접하고 살아.

    사람들이 종교를 많이 갖거나 인식이 종교적, 교조적이다, 라고 하는데.

    동의하진 않는다만 그래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그 양반이 이태리에 계셨습니다. 조선 땅에도 있었다고 그러시던데. 반도 살아 보니 반도가 재밌답니다.”

    사주 한 번 시험 삼아 풀어 보게 했더니.

    곧잘 풀어 내는데 아주 오래된 정석을 쓴다.

    명청대가 아니라 가히 남송 때 느낌.

    뭐, 고스트 사주왕이냐.

    “개 변태 새끼, 뭔 여자 사주 연구를 이렇게 했냐.”

    “그건 관상도 진짜 겁나 연구했죠. 그 아까 보여 주신 여자 친구 여동생분이 좀 더 야하지 않습니까.”

    야한 걸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현상에서 욕정의 농도는 판단이 가능하니까.

    아주 틀린 말은 또 아니다.

    욕망이 강하면 예의가 짓눌러도 어느 정도는 튀어나온다.

    남성 사회에서는 나나 여기 성근이 같은 놈들을 좀 흔히 볼 수 있고.

    여성 사회에서도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제보는 꾸준히 있다.

    동성 동료들 앞에서 여자 타령, 남자 타령이나 섹드립을 잘 치는 사람들 말이다.

    “제법이네.”

    은겸, 유겸을 사진을 보고 맞춰 낸 거면 그래도 실력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 칭찬했다.

    “은행동에서 카페 낼 생각입니다. 사주카페를 할까도 싶고……. 벌이는 좀 어때요?”

    “벌이라, 유성은 좀 그렇고 은행동이면 오히려 괜찮을 수도.”

    사업 상담이었구만.

    사주카페도 아주 잠깐 유행 탄 거지, 지금은 거의 사양산업이다.

    오히려 좀 전문성이 있어 보이는 철학관에서 음료를 파는 식의 장사가 낫다고 보는데.

    좌우지간 업무 관련해서 이야길 좀 해 주고, 책을 하나 건넸다.

    “야 성근아, 이거.”

    “아, 뭔 책입니까?”

    강화술은 줄 수 없다.

    목적이 너무 뻔하고 사주 학파가 확 다르다.

    명나라 시절도 아니고 거의 남송 시절에나 나온 사주 연구를 언급하는데 그 정도로 오래되면 게임에 대입한 사주강화술과는 상극이다.

    그치만 인성을 중화하는 의도에서 줄 수 있는 책이 딱 하나 있다.

    이형탁 교수의 ‘사주와 정신의학 보고서.’다.

    용화미륵천부경이 어쩌다 보니 두 권이나 있는데 이걸 주면 왠지 소녀 열둘을 십이운성이라 거느리고 살게 진화할 거 같아 뺐다.

    “도움 될 거다. 그리고 뭐 종종 찾아가마.”

    “오, 감사합니다. 그 업계 선배로서 뭐, 하실 충고 같은 건 없어요? 형, 책도 쓰잖아요.”

    “충고? 아, 여기 내 책인데 읽어 봐라. 내가 하고픈 충고 다 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낸 교양서는 내가 읽어선 비급이 안 되니까.

    일단 줘 봤다.

    “와, 진짜 책 냈어. 사주는 이야기다? 야, 이 말 좋은데요?”

    경력란에 사주 관련 무협 소설이 적혀 있어서 교양서 서두, 첫 문구에 그 말을 넣었다.

    칭찬이 민망해서 관련된 이야기는 안 하고 남성근 사주 관련 대담으로 말을 돌렸다.

    “글고 뭐, 너도 알겠지만, 너도 여복이 오기는 왔다. 레벨로 따지자면 한 3레벨에서 지금 한 5레벨 됐네.”

    “물론입니다. 저는…….”

    “음?”

    남성근이 허리를 한 번 툭 튕기며 말한다.

    “쓰면 쓸수록 강해집니다.”

    “그래, 이 미친놈아.”

    저놈 이름과 야구 감독님 그리고 전역 시점인 2015년과 사는 곳의 절묘한 조화로 인해.

    전역하고 놀림 좀 받더니, 이젠 아예 그걸 컨셉 잡아 살고 있다.

    * * *

    <효도>

    당신은 어머니의 필생의 소원을 이뤄 드렸습니다. 당신의 어머니운이 LV1 오릅니다.

    어머니운이 복구됐다.

    어머니운 다운으로 여자운을 구매한 후레자식 됐는데.

    “…….”

    보통 남자의 결혼은 여자운이 올라 발생하는 것으로.

    사주의 격언인 탐재파인에 의하여 사내에게 애정을 베푸는 여자의 존재가 이양되므로 며느릿감이 들면 어머니운이 다운된다.

    그런데 이건 뭐, 반대의 결과가 빚어지네.

    엄마가 내 가치를 젊은 여자들이 알아주길 진짜 손꼽아 기다리시긴 한 모양이다.

    이제 부모님들 관련 운세 열심히 찍을게요. 크흑.

    “아니, 그래서 그 여자 친구라는 분이 이쪽이 아니었나?”

    아버지는 은겸이 유겸이 헷갈려 하던데.

    엄마는 딱 안다.

    분명 병원에서는 유겸이가 여자 친구라고 하고 들이밀며 이야기했던 거 같은데.

    여자애들을 둘을 데려오니 헷갈릴 만도 하겠다.

    그리고 나는 사전에 선언한 대로 노빠꾸로 진실을 말…….

    “어, 둘 다 인, 웁.”

    하려다가 설유겸에 의해 통제당했다.

    “아, 아녜요. 그냥 저는 동생인데 전주로 놀러 온 거고. 해명하려고 온 거예요. 그땐 그냥.”

    둘 다 가자고 해서 승낙 받고 데려왔는데, 끝까지 이러네.

    유겸이 스탠스는 여전히 ‘그냥 자긴 변태라, 이런 관계를 좋아해. 그냥 파트너야.’ 이러고는 있다.

    귀에다 내가 더 사랑해라고 몰래 속삭이질 말던가…….

    관계 중 피임에 더 신경을 쓰던가.

    분명 경고해 일깨워 줬음에도 불구하고 올 초, 언니 없을 때보다 더 회피하질 않는다.

    부르르 떠는 게 좋다나.

    뭐, 심리는 알겠다. 그럼에도 도둑고양이인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희한한 모양새인 것이다.

    언니 잘 때, 몰래 덤벼들기 화장실 따라오기 등등.

    “어머머머, 오호호호호, 동생도 우리 아들 좋아하셨나 봐.”

    농담처럼 말하시는데 의외로 정곡.

    깨박수 봐라.

    “그 스물네 살이에요?”

    “네.”

    “대학은 나왔고?”

    “아뇨, 중퇴했어요.”

    “아, 그러면 그 놀고 있나요. 신부 수업?”

    “어, 스카이피아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 사내 커플이에요?”

    “네, 회사 일로.”

    그리고 은겸이 의외로 아버지랑 웃으며 잘 대화한다.

    스카이피아에서 ‘자길 존중하는 아저씨.’ 들과 대화를 이어 나가는 화술엔 도가 텄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뭣이가 좋다고 야를 만납니까. 그리고 뭐 벌써 결혼을.”

    “어, 저희 할아버지도 되게 좋아하시고요. 지금 안 하면 빼앗길 거 같아요. 그 어머니가 보셨듯이 제 동생도 좋아해서 여기 있고.”

    “어머머머, 오호호호, 그럼 둘 다 같이 살아요.”

    “네, 네? 아니.”

    공식적으로는 ‘언니가 인사 가는 김에 전주 놀러 왔다 휘말려 온, 미리 인사한 사돈댁 처제’인 유겸이가 몹시 당황해한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이것도 정곡.

    엄마가 사실, 감이 엄청 좋은 편이다.

    내가 어느 정도는 그 감을 물려받은 느낌이 있다.

    “그러면 언제? 대전에서 살림 차릴 거예요? 우리가 아직 그 집을 해 줄 돈은 없어서 신접살림은 좀 작게 시작하고 나중에 좀 옮겨 가는 쪽으로 했음, 싶어요. 어떻게든 집은 해 줄 테니까. 혼수는 작게.”

    “아이 뭔 소린가, 땅이라도 팔아야제. 살 집은 걱정을 말아요. 서울이어도 외곽에는 해 줄 테니까. 임마도 돈 벌어서 보태면 충분히 삽니다.”

    아버지의 자신감은 주식값과 함께 천정부지로 치솟으셨다.

    은겸이 재밌나보다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아, 저희 할아버지가 집이랑은 걱정하지 말고, 물려주신다고 하셔서.”

    아직 할아버지 정체 말씀 안 드렸다.

    그래도 집 걱정하지 말란 말에 엄마 입꼬리 승천하는 거 봐.

    미치겠네.

    “어머머, 그래요? 아니, 할아버지 그럼 모시고 살아야 하나? 그 할아버지 집이 있나 봐요? 대전에? 저희 집 명절이고 뭐고 안 와도 되니까. 그 할아버지 거동 못 하시면 이놈이 업고 닦아드리고 그냥, 그냥 그 집 노예다, 하면서 갖다 써요.”

    “여편네가 별소리를 다 혀.”

    거 설양훈이면 그렇게 해도 된다.

    아니, 이미 어느 정도는 그렇게 했고, 요양보호사들이 있어서 내가 직접 하는 건 개 오바다 싶어 안 했지.

    그런 건 설민혁이 직접 해야 시사점이 크다.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할아버지도 보고 싶어 하셔요. 대전 한 번 오세요. 모실게요.”

    “아유, 그래요, 그래.”

    부모님 오바가 좀 심해서 불편하다. 슬슬 나갈 때가 됐다.

    “아, 그럼 나가 볼게요.”

    “아니, 좀 더 있다 나가지. 과일도 먹고.”

    “쟤 심통 났으니까, 나갈랍니다. 괜히 내 마누라 갈굴라.”

    “아, 뭔 소리래. 상관없거든?”

    졸지에 무관심으로 전락해 제 방에서 남자친구와 틀어박혀 있던 동생이 앙칼지게 한 소리 한다.

    남자 친구 저 양반은 오히려 부담이 덜 가서 좋았을 거 같은데.

    “가 볼게요.”

    “아, 네, 네, 가세요. 와, 근데 진짜 예쁘시다.”

    “너보다 동생이다.”

    “여긴 너보다 형이거든?”

    동생 남친은 나보다 다섯 살 많고.

    은겸이는 내 동생보단 세 살 어린, 항렬과 안 맞는 묘한 상황이라 어색하게 인사했다.

    “푸흐흐, 재밌으시다.”

    “바로 올라갈 거예요?”

    은겸이 반응과 운전대 쥔 유겸이 반응이 조금 다르다.

    아직 귀성일이라 귀경차량하고 맞물리지는 않을 거 같기는 한데.

    “바로 올라가면 내가 또 안 입히겠지요.”

    “좋은데.”

    “그러든지이.”

    둘한테 공세를 받는 입장에 있는데, 둘이 영합해서 덤벼드니 못 이겨 먹는다.

    싫은 건 아니다. 진짜 이겨 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니까.

    “전주 구경이나 좀 하게요.”

    설에 전주 온 김에 은유와 함께 전주 한옥 마을에 있는 전통 전망대인 오목대에 갈 생각이었다.

    이성계가 황산대첩 승리하고 개성 올라가다가 종씨 사람들 불러서 연회를 연 누각으로 유명하다.

    “말해도 됐는데, 유겸이.”

    “시끄러, 말 안 해.”

    그래도 내가 침묵하고 있으니까, 이제 은겸이가 유겸이를 놀린다.

    나는 모르쇠로 가는 편이 이럴 때 공격을 안 당하는 법이다.

    이례적인 경우가 아닌 건 아니라서 이 상황으로 가게끔 판을 짜고 욕심을 부린 내게 공세가 이어지기 마련이니까.

    “그저께 눈 오고 기온이 안 내려가서 지붕에 눈 가득 있을 거예요. 그거 좀 예쁘다.”

    현지인으로서 한옥마을에 대해 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다.

    볼 거 없다.

    근데 현지인은 으레 볼 거 없다고 말하는 게 기본이더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2년 있었던 남성근이 같은 놈도 피렌체 볼 거 없대.

    내가 가 봐서 아는데 그렇지 않다만.

    그래도 현지인으로서도 절경으로 꼽는 시기가 있는데, 겨울철이다.

    이런 옛 마을 지붕들은 눈이 쌓여 조성된 설경이 좋다.

    겨울철 유럽에 빨간 지붕 위에 쌓인 눈들이 진짜 동화 같지 않던가.

    “예쁘네요.”

    “높은데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봐. 좋다.”

    “사진들이나 찍게요. 와 봐요.”

    “아저씨는 안 찍어요?”

    둘이 너무 그림이고 필연적으로 따로 찍은 사진이 남을 수밖에 없어서.

    고의로 피한다.

    “어.”

    순간 피사체에 잡힌 은유 옆으로 사람 한 명이 지나가는데 그 색감이 겨울철 메마른 나뭇가지와 쌓인 하얀 눈에 비례해 너무 화사했다.

    “…….”

    허리춤에 칼을 찬 매서운 눈화장을 한 세일러 교복의 여자애가.

    하얗게 눈 쌓인 한옥마을 한옥 지붕을 바라보고 있다가 우릴 발견하곤 노려본 다음, 휙 스쳐 지나간다.

    하필 세일러 교복이라 더 코스프레 같네.

    저 세일러 교복은 오래된 전통 가톨릭 사학 여학교가 굳건히 버텨 나가고 있는 거라. 코스튬 아니다.

    “저기.”

    나는 아는 체할까 했는데, 소녀보살은 날 한 번 흘긴 뒤 모른 체하고 지나친다.

    * * *

    명승철학관 관련해서 할 일이 있어 바로 다시 올라가지 않고 잠시 전주에 남았다.

    “그리 좋으냐. 키운 보람 있군.”

    아, 이 할 일인 건 아닌데, 오목대에서 본 표정을 보니 어쩔 수가 없더군.

    “왜 거기서 휙 지나치냐. 인사라도 할까 했는데.”

    “뭐 거기서 내가 알아 봐서 좋을 거 있었겠냐?”

    그거야 그렇겠지만, 내가 워낙 켕기는 걸 못 참고.

    친구운 8~9레벨을 올리면 몇 개의 레벨에 ‘특)’ 과 함께 붙는 특수효과가 있다.

    지지자운에는 ‘내 지지자끼리 친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자운에는 ‘내 여자들끼리 친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부하운에는 ‘내 부하들끼리 친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넌 왜 그런 입장을 고수하는 거냐? 너도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고.”

    “그런 말 하지 마라.”

    “왜?”

    “남자운 오른다.”

    “……예?”

    황당해서 존댓말이 나온다.

    바로 반박했다. 말과 행동이 안 맞잖아.

    물론 지금 주도권은 내가 갖는 자세인데, 잠깐 멈췄다.

    “아니 지금, 너, 아니, 우리 하고 있는 거, 남자운 진탕 오를 텐데요.”

    “이건 임신할 때까진 해야지, 어쩔 수 없다. 계속해.”

    소녀보살, 이 녀석은 말은 냉정한 듯하고 있는데.

    자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그 옹졸한 자존심 지키는 대사가, 더 음란하게 다가온다.

    사실 이 녀석을 안으면 표정이 피드백이 없다.

    맹한 무표정.

    다만 눈은 의무가 있는 양 시선을 피하지 않고.

    빤히 쳐다만 보다가 입만 조금씩 열리며 볼이 점차 붉어지고.

    몸도 점차 더 뜨거워진다.

    처음엔 표정이 안 변하니 좀 섬뜩했는데, 말은 욕정을 쥐어짜는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툭툭 하고.

    그게 좀 섬뜩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자세로 할 때 우연찮게 비춘 거울에서.

    표정이 여느 여성들처럼 변모해서.

    컨셉으로 이러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오히려 귀여워하고는 있다.

    “진짜 씨내리로 쓰네.”

    “네가 마상 입는다면 그건 미안하군.”

    마음의 상처까진 아니고.

    이거 좀 인간과 사회의 보편성을 상실한 거 같다고 생각은 들었는데.

    의외로 설민혁이 명분과 방향성을 제시해줬다.

    ‘그냥 없는 아빠다, 하고 살다가 나이 스무 살에 상속을 해 줬으면 더 좋았을 거다.’

    소녀보살이 돈 충분히 벌어 둔 편이지만.

    없었던 아빠가 십수 억을 나이 스물에 떡하니 물려주는 게 시나리오상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

    20억 펀드 구상 중이다.

    소녀보살보다 많이 줘야지 맞다.

    소녀보살이 갖고 싶다는 아이한테도 애착이 갈 거 같다만.

    소녀보살이 워낙에 칼같이 끊고 있어서 정자은행에 기부한다, 그럼에도 20억 펀드 들어 물려준다며 정신 승리는 하고 있다.

    “아냐 뭐, 하되 책임지지 않는다는 수컷 최고의 번식 전략이니까. 그런 걸 유전자 단위로 허용해 주는데 오히려 고맙지.”

    “그런데 왜 아쉬워하냐.”

    그래도 이러고 있는데 남자운은 안 올린다는 게 야하지만 서운한 감정이 안 들지는 않는다.

    애정과 관련한 이야긴 차단하니까, 서로와 끈적한 느낌 공유하는 그 이야기로 말했다.

    애정을 말하고 몸이 따른다는 공식에 얽매이지는 않는데.

    그 반대가 되면 왠지 미안하게끔 사회가 사람에게 압력을 줘 놔서는.

    “그냥 감촉이 아른거릴 거 같아서……. 애 생기면 이런 것도 끝 아니냐?”

    현재 10레벨 자아운에 자식운이 한 9~10레벨로 밸런스를 맞추면 나는 내가 원할 때 자식을 갖는 게 가능해서 상관없기는 하다만.

    지금은 아니다.

    기본으로 가진 5레벨에 여자운 보너스로 인해 7레벨이다.

    “괜찮다. 남자운 안 올리고 다운시킬 예정이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냐?”

    “4레벨이 되면, 빈약한 남편이 생긴다.”

    “그치.”

    “3레벨이면 애첩이고.”

    “음?”

    “나는 그렇게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 안 올린다.”

    “아니, 야, 그…….”

    이 극단적인 자기 비하에 안타까움이 앞서서 위로 한마디 할랬는데.

    이내 말을 끊어버린다.

    “봤다, 나는 못 이긴다. 운명 그 자체가 못 이긴다.”

    “…….”

    “그리고 넌 짱구 굴리는 놈이라 또 머리 터지게 그 언니들이랑. 친하게 만들려고 난리굿을 벌이겠지. 그런데 내가 그럴 인물이냐. 이상하고 어디 아파 보이는 애에, 칼부림 부릴 텐데.”

    동생들이지만 그걸로 반박하지 않았다.

    자기 객관화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안타깝지만 아니라고 달래 줄 수도 없었다.

    사주강화술까지 체득한 마당에 뭔 말을 해도 거짓말일 테니까.

    “그래서 그 레벨에 남는 게, 네 녀석이 찾아오기 더 편할 거고, 어설프게 다른 놈 생기지 않을 거다.”

    “그게 너무……. 나한테만 이롭다.”

    “이로우면 안 되냐?”

    “그런 건 아닌데 그게 미안한 거지.”

    심장이 두근거리니 더 불끈거리는 건 뭔가.

    그냥 침대에 두고 손아귀만 꽉 쥐던 작은 손이 내 목덜미를 감싼다.

    “나는 해 끼치지 않는, 누군가한테는 이로운 사람이고 싶다. 그게 성립되어야 나도 가족을 가질 자격이 될 거다.”

    “그게 나한테 꼭 이로울 필요는…….”

    “너는 나를 제일 잘 아니까, 그리고 나는 그 사주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나는 네 녀석이 맘에 드니까. 이 레벨이 좋다. 네가 거슬리는 거 하나 없이 날 원할 수 있게.”

    외부적 자극을 멈춘 상태였는데 그 말에 모두 쏟아내 버렸다.

    대답 못 하고 내가 좋아하던 그 녀석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데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있어 소녀보살 얼굴을 차마 못 보겠다.

    그 내 뒤통수를 하염없이 쓰다듬는다.

    그 뒤통수로도 작은 손이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표현을 해야지 싶은데.”

    “응, 닥쳐. 그건 네 부인들 될 사람들한테나 하고 넌 하던 대로 야한 말이나 해.”

    “너 하는 말이 자식만 얻고 나면 날 차단할 것처럼 보인다만.”

    소녀보살은 볼을 한껏 끌어올리며 피식 웃는다.

    “이 자식운에 하나로 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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