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80화 (180/211)
  • #180. 부부를 갈라놓는 혀.

    방송에서 설재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썼네, 필살기.”

    휠체어 봐라.

    설재영이 거부하던 경찰 조사에 나섰는데, 링거와 휠체어 이어 날씨에 걸맞은 모포와 담요를 덮고 등장했다.

    메인 뉴스에선 멀어졌지만 고맙게도 군불을 때어 주는 언론들이나, 사람들이 있어 방송에서도 관심사에서도 사라지진 않았다.

    사고가 워낙 전 국민 추리물이 되기도 했고.

    사건이 캐 볼수록 재미난 요소가 많다.

    부자연스러운 추돌 사고와 피해자의 생존, 이어 유입을 늘리는 마법의 소재 북한 소행까지 들어갔다가.

    점차 밝혀지는 것들이 있었는데.

    ‘대기업 집단을 조종하고 후계자를 결정하는 역술인이 집안의 장녀에게 공격 받았다.’

    ‘그 역술인이 회장의 서자를 밀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이 사건에 제공된 것이다.

    ‘스카이피아를 조종하는 역술인.’ 소재는 굳이 감출 일도 없었거니와.

    그거 진실이라서 근거도 넘친다.

    나도 맞다고 인터뷰했고.

    거기다 현 시국이 대선 정국이고, 양당 후보가 공격받는 요소요소에 역술 관련 네거티브가 가득해서 관심이 튀었다.

    기업을 두고 다투는 다툼은 여성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고.

    남성향 웹소설에서도 잘나가는 축에 속한다.

    여기에 역술은 아예 정치권 화두라서 관심이 식을 리가 만무하다.

    주역 관련 해석이 되는 회사라거나, 손바닥 왕자라거나 다 아는 이야기라 어떤 해석인지 논평하고 싶어 입과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목적이 된 사람들만 얻으면 초야에 묻혀 지낼 생각이라 자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나를 찾는 이가 한 명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힘든 발걸음하셨습니다. 바쁘셨을 텐데.”

    “아닙니다. 당연히 와야지요.”

    예의 있으시네.

    그동안 변호사로만 접촉해 오던 설재영 측에서 드디어 최고위층을 보냈다.

    설재영 남편, 이성민이다.

    대한민국 재계를 주름잡는 이씨 가문 일가친지로 대기업에 갈라 나온 중견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오너 겸 회사 주인이라.

    이 사람이 올 줄은 나도 미처 미루어 짐작을 못 했는데 직접 오기까지 하겠다니.

    남은 산이 두 곳 있지만 일단 멈추고 약속 장소인 스카이피아 호텔 VIP 회의실로 나왔다.

    원래 배우자가 사고 치면 연대 책임으로 수습하는 게 부부이긴 한데.

    설재영의 사주 상 남편과 불화가 빤히 보여 설마 그러려나 했다만.

    진짜 왔네.

    저 집 세 딸들은 하나 같이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은데 사주는 또 각기 달라서.

    핏줄이 그런가.

    상류사회 여성들이라 그런 건가는 애매모호하다.

    좌우지간 이성민의 접촉은 그 행동 하나가 시사하는 시사점이 많았고, 사주를 본다면 감평에 써먹을 수 있어 보였다.

    “그래도 제가 드린 합의 및 탄원 조건을 무를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십니까?”

    설재영 남편 이성민 사장의 회사에 파장이 크게 터졌다.

    스카이피아도 주가 하락을 맞았지만, 오히려 장녀 설재영이 회사를 물려받았을 경우의 리스크가 줄어 원래대로 회복했다.

    반면 이성민 사장의 회사는 파장이 크게 터져 수습이 안 되었고.

    그렇게 빠진 돈만 주가로 따지면 수천억에 달했다.

    오너 가문 리스크에 맞부닥치자, 부인의 활동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이던 이성민이 돈을 풀어 언론에 광고도 제공하고.

    변호인단도 구성하며, 망하면 빚으로 쏟아져 대신 갚아야 할지도 모를 설재영이 벌인 재단 사업도 긴급 자금 수혈에 들어갔다.

    그러므로 사건을 묻어야 할 당위성이 있었고, 사건의 피해자인 날 회유할 필요가 있었을 텐데.

    여간한 돈과 제안에 반응을 안 하니, 직접 찾아온 모양.

    “제가 뭐 사업은 잘 모르지만 회사가 잘못한 건 아니라 빠진 건 금방 회복될 겁니다. 저한테 굳이 돈까지 주시면서 그럴 필요가 없으신 듯한데요.”

    남편이 직접 나서자 합의금도 상당해졌다.

    월급은 몰라도 아부탈리브 센터 자금은 현금화 및 내가 소위 ‘슈킹’ 하지 않고 사육신마냥 쌓아 두었다.

    설 회장에겐 ‘대관료는 유용해도 좋다.’ 허락은 받았지마는.

    그래도 스카이피아 주식을 사는 것 말고는 딱히 안 썼다.

    설 회장이 아예 죽어서 관리 안 되거나 지금처럼 깨어나서 그 자금 흐름을 관찰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 어떤 것도 아니라서 신중하게 접근한 편이다.

    돈에 초연한 듯 보여야 더 믿고 맡기지 않겠는가.

    그럼에 이번에 제안 받은 합의금은 당장 내 멋대로 쓸 수 있는 돈으로 꽤 솔깃한 액수다.

    억대에서 10억대로 올라간 합의금인데.

    이건 전신 영구 후유 장애를 입어도 이 정도 돈은 안 줄 것 같다.

    “애 엄마 구명에 나서는 게 애들 아빠로서 당연한 일이지요.”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엔 건방지지만 남편과 잘 지냈다면 종교에 과몰입할 리가 없습니다.”

    설재영 편을 드는 데다 아쉬운 소리를 하러 온 건 저쪽이지만.

    그래도 겸양을 좀 떨었다.

    “남편과 잘 못 지내면 그렇게 됩니까?”

    “물론 반대일 가능성도 높지요. 부부는 상대가 내가 최고의 상대, 최선의 상대가 아닌 게 느껴질 때부터 관계에 파열음이 납니다.”

    “허?”

    “단지 그게 자식일 경우엔 당연히 여기거나 참습니다만. 그게 다른 연놈일 경우엔 관계가 파탄 납니다. 그리고…….”

    “그리고?”

    결혼하신 분들이 느낄 공감대를 넣고, 뜸을 들였다.

    그러면 몰입한다.

    “그게 신일 경우엔 벙어리 냉가슴만 태우지요. 같이 신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 경우는 파탄도 수긍도 아닌 상태로 곪기만 합니다.”

    시댁, 처가일 경우, 친구들과 모임일 경우, 직장일 경우로 다 다르다마는.

    사람들은 이 모든 사례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편이다.

    사람이 신경 쓰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오롯이 배우자일 수만 있겠는가.

    결혼할 때 말들은 평생 너만 본다, 하겠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사람이고.

    말 그대로 그게 자식이나 자식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돈이 나올 구석이 아닌 이상 어떤 면에서건 갈등의 시초가 된다.

    이걸 잠재울 수 있는 건 자식 만드는 행위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허어……사주를 보신다고 하더니.”

    아저씨 감탄사를 보니 쉽게 넘어오는 모양이군.

    “사장님은 안 보십니까?”

    “직원들에게 이야기도 듣고 그렇기는 합니다.”

    나도 이렇게까지 사회 지도층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줄은 몰랐다.

    무속, 역술 네거티브 이어지니까. 나도 알던 사람들 이름이 줄줄이 나오고.

    죄다 어떤 기업들과 연관이 되어 있더구먼.

    애당초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많거나, 앞길이라도 좋길 바라는 사회 상류층과 하류 계층이 점복학에 의존하게 되어 있으니 짐작 못 한 건 아닌데.

    그래도 직접 사례를 마주하다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다른 건 몰라도 역술인들이 사주나 학문을 근거로, 또 사람의 과거나 행색을 토대로 앞날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 하나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잘한다.

    “그럼 단언하겠습니다. 혼자 사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도움을 주지 마시고, 잘라 내십시오.”

    “……예?”

    “남편을 흡수하고 이를 양분 삼아, 자신의 활동에 몰두할 뿐이지. 남편이 잘되는 것, 심지어 자식이 잘되는 것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 아저씨인데 이걸 어떻게 알지 싶은 모양이네.

    이 양반은 진짜 재미 삼아 본 모양.

    상류층이 많이 본다지만 다 보는 것은 아닐 테고.

    상류층이 그딴 거 보냐고 공세를 받으면 뻔하게 핑계 좋게 부인이 대신 봐준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만.

    부인이 좀 외골수 기독교인이면 것과는 관계가 없겠다.

    “그것까지 사주로 파악이 가능한 겁니까?”

    “그건 사주가 아니라 사람만 봐도 가능한 겁니다. 아드님이 골치깨나 썩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까지 소문이 돕니까? 아니면 사주로 말하는 겁니까?”

    이성민의 표정이 팍 썩었고, 눈매가 매서워졌다.

    꽁꽁 감추고 있었던 모양.

    나는 뒷소문으로 들은 것에 설재영 사주로 미루어 짐작한 것이다만.

    지금 그리 말하면 알고 있는 자들을 묻어 버릴 기세라 말을 돌렸다.

    “제가 처제분들하고 꽤 친합니다.”

    “아, 그러십니까?”

    이성민의 말씨가 누그러진다.

    그 처제들이 말했다곤 안 했다만 핑계가 잘 먹히네.

    나이들이 흡사한 대기업 자제분들이라 비교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건데, 개중 설윤영 장남이 제일 우위에 있다.

    미모로는 설정환네 두 딸이고.

    내가 팔불출인가.

    “그리고 사주와 관상으로 보건대 사장님은 부인이 소중해서 부인을 구명해 주고자 나오신 게 아닙니다.”

    “…….”

    누가 봐도 사주와 관상이 아니고, 빤히 보이는 일이다.

    애 엄마이기 때문에 나서지, 환갑들을 앞둔 50대 부부가 서로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어느 세상의 50대 부부가 그런답니까?

    근데 사주 관련 인식이 별로 없는지 잘 속네.

    “그저 자식의 앞길이란 명분을 좇아, 이력에 전과자 엄마가 새겨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잘하셨습니다. 사이가 안 좋은 부부여도 부인이 궁지에 몰리니 최선을 다했다. 그 이미지만 남기고 빠질 명분 다 쌓으신 겁니다.”

    “예?”

    “사장님은 대의를 보시는 분입니다. 지금은 자식이란 대의를 위해 활동하고 계신 것입니다.”

    “자식이란 대의, 맘에 드는 말입니다.”

    남자들 대의에 껌뻑 죽는 거 써먹는 거다.

    아저씨들일수록 더 심해.

    “다만 젊을 적엔 일과 사업을 통해 내 새끼에게 더 큰 보금자리를 물려주겠다는 대의로, 자식들에게 소홀한 면이 있으셨겠지요. 그래서 부인과 소 닭 보듯 살았음에도 부인에게 자식들을 맡겨 두고 믿으셨을 것입니다.”

    “신기하군요. 어찌 제 인생을 이리, 그것도 뭐…… 언론을 타지도 않은 것들을 다 말씀을 하시는지.”

    성적 취향과 부부의 일은 드러나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이 보편성을 갖고 살아가는 일이라.

    그 보편성에 대한 공감대와 주워 들은 게 없으면 놀라워한다.

    그래서 아줌마들보다 아저씨들이 더 잘 속는다.

    “그리고 단언하지요. 엄마의 독선이 있었고, 그 독선으로 애가 어긋난 겁니다. 엄마를 치우는 극약 처방까지 쓸 이유는 없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걸 명분 삼아 떼어 놓으십시오.”

    “……!”

    이성민, 설재영의 아들인 모 군은 갓 고교 졸업한 나이로 유흥 주점에서 발각된 사고뭉치였다.

    스카이피아 상층부, 그러니까 설씨가를 알고 있어서 들은 기밀이다.

    “자식이 인생의 최선이 아닌 부모 밑의 아이들은 어긋날 확률이 높습니다. 하물며 이미 어긋나지 않았습니까? 그걸로 증명이 됐습니다.”

    “그래도 집사람은 나름…….”

    “자식에겐 독선이 없었겠습니까. 마치 풍선과도 같은 아이를 꽉 껴안는 어미의 운명입니다. 터져 나가던가 삐져나갈 수밖에요.”

    “…….”

    애가 막 나간다는 사실 하나를 쥐고 있으니 이걸로 파헤치기 쉽다.

    “물론 아이가 어긋나면 엄마의 탓만 할 수 없습니다. 분명 사장님의 탓도 있을 것입니다. 단지.”

    엄마가 독선적이라면 아빠는 관심이 없었겠다.

    겉으로 보면 독실하고 타인에게 자선을 베푸는 사람인 데다 공부에서도 적합한 배운 여자이니

    그냥 맡겼겠지.

    원래 사주 듣는 부부는 상대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을 하면 잘 안 믿지만.

    자식에게 해가 되는 자기 탓을 들으면 그것에 대해선 성찰하고 반성하는 편이다.

    해 줘도 해 줘도 못 해 준 느낌이 나는 모양이라, 그 간극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그 책임을 죄다 어미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는, 그러니까. 자식들에게 사장님의 이미지 반전을 꾀할 절묘한 시기가 온 것입니다.”

    “허…….”

    이성민은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러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재미있어 보였다.

    말로 할 수는 없지만 의견이 끌리기는 한 모양새다.

    “엄마가 이렇게 극악한 나쁜 사람이고, 아빠는 그래서 엄마와 사이가 나빴지만 그럼에도 엄마를 구하려 애썼다. 얘들아, 아빠가 엄마가 없는 만큼 더 잘하마,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

    “…….”

    “이게 됩니다.”

    이성민은 침을 꿀꺽 삼키는지 목젖이 요동쳤다.

    흥미가 동해 보이길래 한마디를 더 해 굳혔다.

    “이어, 독선을 부렸을 부인의 콧대가 납작해지는 것도…….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하하…….”

    헛웃음을 짓는데, 기분은 좋아 보인다.

    “별로 좋은 감정 없으시잖아요? 대외적으로 부인이라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지.”

    “어떻게 그걸 이렇게 꿰고 있는 건지.”

    “사모님 사주만 봐도 알죠. 친정이 강한 여자는 남편을 남동생인 양 대합니다. 등짝에 리모콘 날아오죠.”

    “……하하 거 참.”

    맞아 보셨네.

    사주보다 보면 불화한 가정의 부부싸움에 대한 증언도 꽤 듣는데, 폭력으로 이어지면 남편은 손찌검, 여자는 투척 무기를 쓴다.

    여기서 여자들은 직접 손을 댄다는 것에 더 큰 분노를, 남자들은 법적 특수폭행인 투척에 더 분노하니 평행선이다.

    리모콘이면 그나마 낫다.

    “저는 부인분 자존심을 꺾는 게 목적입니다. 그러니 합의는 돈 대신, 무릎 꿇고 누군가에게 눈물 뿌리며 사죄하게 만들어 보심이 어떻겠습니까?”

    내가 지금까지 불화한 부부를 쌔빠지게 사이 좋게 하려고 좋은 말만 해 주다가 깨달은 게 있다.

    이간질로 갈라놓는 게 더 쉽다는 거.

    그리고 그 첫 단추는 부부가 최초로 상대에게 최선이 아니게 되는 중심, 자식이다.

    ‘애를 봐서 참고 사세요.’로 통칭 되는 자식으로 붙여 놓기보다, 자식으로 갈라치기가 더욱 쉽다.

    * * *

    설재영은 경찰 소환 조사를 계속 거부하다가 구속영장을 치자 출두했다가.

    진단서를 줄줄이 끊어 갔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됐다.

    다만 구속적부심이 통과되어 일시적으로 풀려났는데, 그 변호사가 사임했다.

    자식 문제로 마지막에 개입해 그나마 돕던 남편 이성민이 자금 융통과 로펌 지원을 끊은 것이 결정타였다.

    설재영은 주식을 쥔 게 많았지만 재단 자선사업에 끊긴 지원금 대신 투입하느라 거의 다 팔았고.

    돈 빌려줄 곳들은 설재영의 명확한 혐의점과 국민적 비난 여론을 감안하고 발을 뺐다.

    이어 몇몇 돈 쌓아 둔 계좌들은 현재로서는 비리 관련 검찰 수사가 있어 손대기 어려웠다.

    그 때문인지 국선까지는 내려가지 않았지만 새 변호인과 법무 사무실은 급이 많이 내려갔다.

    “이사님, 전화가…….”

    “오, 변호사 양반 아니죠? 진짜 왔네.”

    설재영 변호사 측으로 해서 온 연락이면 안 받겠다고 했는데.

    이젠 법무팀 사무실 말고 내 사무실에서 전속으로 일하고 있는 서기준 법무팀 변호사가 전화를 돌리는 것을 보아하니.

    설재영이나 이성민의 연락이지 싶었다.

    [접니다.]

    설재영이군.

    직접 전화하라고 수차례 말했건만 이제야.

    물론 내 말 안 들을 건 알았다.

    이런 외골수는 주변 싹 차단시켜 세상에 내 편이 없는 듯 만든 다음 내가 구원하듯 손 내밀어야 솔깃해한다.

    “아, 안녕하세요. 어때요. 부적 효험은 좀 보셨죠?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서도 주시고.”

    입회한 변호사와 한밭 신문 사회부 기자한테 들은 이야긴데.

    구속될 때, 물품에서 부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부적이 없어지는 시점에 맞물려서 나와 합의 관련 이야기한 남편이 바로 지원을 끊었다.

    이젠 방법이 없을 것이다.

    판사가 용서해 주길 바라거나, 내가 용서해 주길 바라야 할 건데.

    판사가 용서해 줄 확률이 돈이 없어지면서 줄어들었다.

    역시 사람은 철창 맛을 봐야.

    [도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

    음?

    이제 자기 편도 없을 텐데, 합의해 달라는 태도가 왜 이래?

    내가 너무 체면 차려 요 자 써서 받았나?

    “일단 말씨부터 공손하게 하세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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