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59화 (159/211)
  • #159. 미워할 권리.

    아무리 봐도 내가 갑 같은데.

    그럼에도 들이받는 거면 결기는 인정한다.

    아니, 뭐, 그렇게 인식을 못 할 수도 있다. 외견이 너무 만만하니까.

    “뭐라고요?”

    과학을 못 믿으면 종교를 믿는다는 말을 하니까 언성이 높아진다.

    사주는 과학과 이성에 대응하려는 극성이 매우 드물다.

    옛 동양의 과학이었으니 뭐, 근거 정도는 있을걸? 하면서 과학에 편승하려고 드는 편이지.

    종교학도 살아남으려면 현실적인 문물을 가져다주는 과학 문명에 궤변을 넣어서라도 맞춰가야 하는데.

    세상은 과학을 안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

    그 해답을 언제고 종교와 신비에서 찾는다.

    다른 데서 찾으면 미친놈 소리 듣는데, 종교에서 찾으면 독실한 교인 소리를 듣는다.

    뭐가 더 이로운지는 과학 안 믿고 싶어 하는 이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잘못했다는 자각 자체가 없으신 겁니다. 그러니 실수를 하시네요.”

    “무슨 실수?”

    설인훈 라인이 설재영과 연합이었던 것 같은데 그 대장을 불러서 칼 놓고 이야기하니까.

    거기도 ‘아니, 그렇게까지는 아니다.’라며 한 발 빼드만.

    이 아줌마는 빠꾸가 없네.

    “사람을 그냥 미워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한 죄죠. 과학을 부정하기 위해 신의 말씀을 판 거.”

    사람을 맹목적으로 미워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사람이 사람을 미워할 때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특히 미움받는 사람의 행동이 꼬투리가 잡히지 않으면 미워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절 무슨 광신도처럼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예,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아?”

    트니까 웃기지?

    “편의와 효용을 따져서 신을 믿는 자들을 광신도라고 하지는 않거든요.”

    “편의와 효용이라니?”

    “그냥 싫어, 라는 명분을 더하기 위해 갖다 파는 겁니다. 과학을 부정하는 자들의 망명처에다 돈을 뿌리면서 말이죠.”

    ‘그냥 싫어.’가 없는 건 아니다.

    그게 사주 궁합을 갖다 대면 있긴 있다.

    ‘그냥 좋다.’도 있으니까.

    특히 사랑은 오히려 이해하고 하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편이라. ‘그냥 좋다.’인 커플이 오래가고 또 궁합도 좋다.

    그런데 ‘그냥 좋아’는 문제가 없지만.

    ‘그냥 싫어’는 문제가 있다.

    말이 비수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사람은 미워하고는 싶어 하나, 미움받는 것은 싫어하므로 ‘그냥 싫어.’라고 말하는 순간.

    본인도 ‘그냥 싫어.’의 대상이 된다.

    “뭣보다 혼외자에겐 세례도 주지 않던 교리 해석이 남아 있으니, 더욱 안착할 피난처가 됐겠죠.”

    꼴에 그거 감당을 하려고 ‘싫어할 권리’를 같은 신념이면 옹호해 주는 동지들을 찾은 것이다.

    문제는 교인들도 동조해 주지 않을 것이다.

    아줌마가 돈 많고 각색을 했으니까 지금까지는 편들어 줬겠지.

    “거기다 아버지의 애정을 그걸로 줄타기까지 했을 겁니다. 난 그냥 싫으니 그놈 버려요. 나야, 그놈인가요? 이런 거.”

    “…….”

    “거기다가 마지막으로 물리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어린 막내를 괴롭혀 시위까지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닙니까?”

    “소설을 쓰는군요.”

    “오빠의…….”

    “오빠가 아닌데?”

    이 부분에서 꼬박꼬박 부정하네?

    미움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노래로도 부르잖은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타인의 미움을 벗어나고 싶은 당연한 욕망이 사람에겐 있어 사람들은 미움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미움 받는 사람들은 억하심정에 악이 받쳐 있거나 안 미워할 짓만 골라 하느라 행동에 제약이 많다.

    미움받기 싫은 콤플렉스가 있어 세상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으로 발전하는데.

    설정환은 그렇게 발전한 사람이다.

    자신과 아버지를 감옥에 넣으려고 한 사람도 포용하려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인생의 행적에 깊게 남아 있다.

    그 콤플렉스가 목을 조인 것이겠지만…….

    씩 웃으며 대답했다.

    “찾았다.”

    그런 사람을 미워한다?

    원인은 딱 하나다.

    미워함으로써 그 사람에게 그 콤플렉스를 만들어줬을 것이고.

    그가 잘한다 한들 그냥 미웠고, 잘해도 밉고, 더 잘한다 해도 미웠을 것이다.

    한 번 미우면 절대로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

    누군가를 미워해도 본인에겐 미움이 쏟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동조자가 많은 사람들.

    학교에 많은 따 가해자.

    “무슨……? 좌우지간 그 사람이 있어서 모든 게 엉망이 된 겁니다.”

    “은겸이 나가 있을래?”

    슬슬 이쯤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은겸이를 내보냈다.

    끼어들고 있지 않지만 대화의 흐름에서 뭔가 포착한 것이 있을 것이다.

    확실한 이야기는 나중에.

    “어딜 나가?”

    외려 붙들려는 게 설재영이다.

    증오가 뻗치다 못해서 잘못 뻗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내줘요. 설양훈 회장이 그러실 줄 알고 손자들하고도 친생자임이 증명을 해놨네요.”

    “그건, 아버지가 홀린 탓이겠죠.”

    “아, 그거 아십니까?”

    “뭘 말하는 거죠?”

    “자식은 유전자의 전달의 차원을 따지면 딸이 더 좋습니다.”

    “무슨?”

    “딸이 낳은 자식은 무조건 내 핏줄입니다. 하지만 아들이 낳은 자식은 내 핏줄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 좋은 딸을 우리 아…….”

    말 끊고 내 할 말 했다.

    “즉, 혼외자에 대해선 남자가 더 민감합니다. 엄마는 아비는 몰라도 자식이 내 배에서 나왔다는 건 압니다. 남자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요?”

    “그러므로 설정환의 일은 설양훈이 인정함으로써 마무리가 된 것입니다. 아버지가 인정한 자식은 혈육이건 혈육이 아니건 그 사람을 정당히 이을 만한 막강한 권리를 얻는 겁니다.”

    “…….”

    불리하고 반박 못 할 것마다 입 꾹 닫는구먼.

    “근데 왜 그 의심을 물려받아서 본인이 증오를 재생산하고 있죠?”

    “…….”

    “아버지 뒤를 이어 회장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면서?”

    대답은 하지 않지만 설재영은 의자를 살짝 젖히고 팔짱을 낀다.

    이 제스쳐는 ‘네 말 듣기 싫다.’가 무의식에서 표출된 것이다.

    “이건 그냥 미웠던 거죠. 그리고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몹시 미운 거죠. 말투를 보아하니 아예 돌아가신 이후에도 미워하는 거군요.”

    “그래서요?”

    “그래도 이해할 만한 사유를 몇 개 드립니다. 행여 돌아가신 사모님이 아셨다면 그 사모님이 맘 졸인 것에 대해 복수하고 싶었다. 그걸로 조금 참작해 드리죠.”

    “뭘로 참작을 한다는 겁니까? 누가 왜?”

    팔짱을 꽉 낀 채로 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은 그래도 오빠를 괴롭혀 댄 것에 대해 뉘우침의 기도 정도는 했을 겁니다.”

    “흠?”

    출구를 좀 터줬다.

    어찌 반응하나 보게.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는데 그래도 같이 살아 온 사람을 포용하지 못했다, 정도의 그게 교리에 어긋난다 그 정도 인식은 있었겠죠.”

    “……그런 건 신기하군요.”

    설재영은 누그러진 듯 수긍한다.

    아, 싯팔!

    속으로 욕이 나온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을 정당화하려 모든 걸, 심지어 신까지 가져다 써놓고.

    막상 미워하는 자신에 대해서 성찰하며 용서를 당사자가 아닌 다른 곳에 구하는 추악한 자들이 있다.

    미워하는 자신에 대해 관대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자책과 반성은 한다.

    그런데도 그 사람이 결국 미운 짓을 했기 때문이다, 라고 귀결하며 행동은 접지 않되.

    자기 자신은 신앙고백 등을 통해 행동은 몰라도 뉘우쳤다고 정신의 위로를 삼는 것이다.

    나는 이들은 미워할 자격을 지들이 뿌린다고 생각한다.

    “가증스럽게도요.”

    “……뭐요? 가증스럽다니, 말을 가려 하세요!”

    “그래서 신고했습니까?”

    “누굴?”

    “설정환 아저씨, 신고했냐고요.”

    “참나……. 당신 하는 짓대로 내가 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쪽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깨끗하게 경영했어야지.”

    나는 그 말엔 속으로는 웃었다.

    잘했다. 진짜구나 이건 사실상 자백이다.

    자백으로 자폭할 줄은 짐작했고 유도도 했는데, 진짜 하네.

    이런 잘못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전문 핑계는 단연 물타기니까.

    “신고하신 게 본인이시라고요?”

    “어쩔 겁니까?”

    “그럼 이야기가 쉽죠.”

    그동안 그거 한 놈 찾느라 팔자에도 없는 정보원 첩보원 노릇 하느라 고생했다.

    누가 보면 진짜 권력자 뒤에서 사주로 인적 조사하고 다니는 비선……. 맞네.

    음습한 물의 사주로 양지인 불을 찾아 음양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팔자이긴 하지.

    “이야기가 쉬워?”

    지금부턴 조건만 내밀겠다.

    설정환을 쳤다는 자백 비슷한 발언에서 끝이다.

    “설정환 님 묘역에서 사죄하고, 조카분들과 올케한테도 무릎 꿇고 사죄하세요. 그리고 그들의 처분 받으십시오. 이어 오빠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했던 죗값에 달하는 형량을 살고 나오세요. 그러면 가진 돈까지는 안 건드리겠습니다.”

    “나는 정당한 고발이었…….”

    “알죠, 암. 그러면 청주 직지아트센터홀 건립 일단 취소하고요.”

    “뭐?”

    하은 재단에서 직지박물관 인근에 짓는 문화센터 건립부터 막을 셈이다.

    “자꾸 반말이시네. 천안에 스카이피아 호텔 지분 갖고 계시죠? 그거 허물 겁니다.”

    이건 설혜영한테도 물어봐야 하는 일인데 아부탈리브 센터 자금 일부 할양하는 식으로 틀어막을 셈이다.

    “재단에서 레바논 복구 사업 및 대형 성전사업 추진하는데 대리 지불하는 중동지사 자금도 끊겠습니다.”

    “이……! 뭐 하자는 겁니까?”

    “채플 관련해서 추가 고소 들어갈 것이고, 저희 뽑기 직전에 돌아가셨던 교사분 자살사건 관련해서도 제보할게요. 예.”

    “하, 이게 정말!”

    “그리고 아들이 아직은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벌써 드나든다죠? 둔산 샤모니 유흥주점에.”

    “너, 너 뭐 하는 새끼야!?”

    손을 치켜들었다. 때릴 건가?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지?

    “전 설양훈 회장의 전권대리인으로 아주머니 아버지에 버금가는 권위가 있거든요.”

    “하…….”

    “이어, 아줌마 재단 스카이피아 말곤 어디서 돈 나올 구멍이 없다는 것도 사주로 파악했고요. 아, 개인 지분 정도 있으신 건 아는데 그거 안 팔고는 못 버티게 해 드리려고요.”

    사주 상, 남편한테 아쉬운 소리 못하는 게 약점이다.

    “이, 이, 이……!”

    “지금은 내가 아줌마 아버지나 다를 바 없으니까 말이죠.”

    “너 누가 시켜서 이러니, 어? 윤영이니?”

    “설양훈 회장이라고 귀에 못 박히게 말하지 않았나요? 아, 잠시만.”

    말문이 트였나 보다.

    무시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호출 전화를 걸었다.

    곧장 정기상 교수가 달려왔다. 1분도 안 걸린 모양이다.

    사무실이 가깝긴 하다.

    “아이고, 부르셨어요?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아?”

    “오셨습니까. 정 이사님.”

    그가 말한 돈 뽕과 정치 뽕이 다르다는 것에 수긍한다.

    당신이 이성적 매력이 그리 특출나지 않다고 생각해 보자, 그 탓인지 10~20대 때 연애 경험이 없다.

    그러나 당신은 물려받은 돈이 많거나 직업이 탄탄하고 안정적이라. 20대 후반부터 점차 재산과 능력으로 빛이 발하여 이성들이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나오는 근간이 돈 뽕이다.

    반대로 돈이 없어도 이성이 꼬이게 만드는 능력이 정치 뽕과 흡사하다.

    ‘내’ 근원이 가장 아리따울 젊은 시절 연애를 무척 많이 했다.

    그들은 타고 난 그 사람의 에고인 얼굴이나 성격 등만을 보고도 당신에게 훌러덩 벗고 몸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정도로 애정했다는 뜻으로.

    사람의 매력만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기술의 근간이 정치 뽕과 흡사하다.

    이는 여자운, 남자운과 도화살의 차이 정도로 보면 되겠다만.

    뭐가 더 자존감에 이로워 보이는가?

    “정 교수님.”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돈 뽕으로 돈 있는 자에게 쏟아지는 애널서킹을 환갑을 지천에 둔 나이까지 받았다면.

    돈 뽕보다는 정치 뽕에 빠져드는 것이 보편적이다.

    돈 때문에 고평가받은 사람들이 더 큰 욕심을 부리는 것.

    그 때문에 설인훈은…… 여전히 확실치는 않고 여러 자료들을 설재영에게 넘긴 것 같다는 심증이 있지만 우선 넘기고.

    큰 도둑부터 잡는 것이 순리겠다.

    “정 교수님, 정 교수님은 일단 재임용할게요.”

    “예? 아니, 갑자기요? 혹시 사모님이 힘을 써 주셨…….”

    “정 교수는 왜 부른…….”

    설재영은 무시하고 정기상만 주시했다.

    정기상은 설재영 눈치를 보다, 마찬가지로 설재영을 무시했다.

    “아뇨, 조건이 있죠.”

    “예, 예. 말씀만 하세요.”

    “회사에서 설재영을 완전히 축출할 생각인데요. 그 축출할 만한 명분을 설 의원님한테 받아와 주세요. 그러면 뭐, 출마하실 때 내실 만한 개발 공약에 맞춰서 움직여드릴 거고.”

    “예에? 아, 그, 그게 이렇게 갑자기 말입니까? 여기서요?”

    설재영 앞이니까 하는 말이다.

    “백산시공사는 너무 엉망이라서 좀 그런데, 업종 전환 등으로 아드님 돕는 것은 계속해 드리겠다고 하십시오.”

    “아, 아니. 그, 사모님 여기 계시잖아요?”

    “뭐 하는 짓입니까?”

    “좀 가공한 자료여도 된다고 전해 주세요. 설 의원님 잘못은 참작할 수 있을 정도로 빼도 제가 캐진 않겠다고.”

    정기상은 뜬금없이 둘 사이에 껴서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이렇게 막 결정 하셔도 되는 겁니까? 여기서요?”

    “전 섭정의 위치에 있는데요.”

    “그래서?”

    “전횡을 부려도 되고, 전횡을 부려서 치를 책임도 적습니다. 그러니까. 이래도 됩니다. 왜? 내 나라 아니니까요.”

    정치적 결정에 권한은 있으나 책임이 주어지지 않은 자리에 있으면 이래도 된다.

    그게 시한부 의사결정자인 섭정이다.

    그냥 욕만 먹으면 된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되죠. 너무 허, 뭐랄까. 급진적이시라고나 할까.”

    “역술인도 일종의 종교인입니다. 종교인 섭정을 쓰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혈육이라 쳐낼 수 없는 악성종양을 신비로운 예언의 힘으로 납득시켜 내쫓으라는 것이죠. 단오절에 태어난 아이는 불길하니 죽여라, 같은 미친 예언이오.”

    “궁예세요?”

    “난 미친놈이어도 이 아줌마만 잡으면 상관없어요. 자기가 제대로 회사 먹을 것도 아니면서 명확한 혈통에 거짓 선동과 소요로 분란 일으키고 서자까지 끌어들여야 하는 판을 꾸려 난장을 피운 원흉이니까. 지금 조질 겁니다.”

    “허, 이거…….”

    정기상은 나와 설재영을 번갈아 보다가 날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은 드려 보겠습니다.”

    “정 교수님!?”

    “아줌마.”

    “너 자꾸…….”

    “아줌마는 이분한테 뭐 줄 수 있어요?”

    아마 정기상 등 설인훈 라인도 설재영에 대해 불만이 있었을 가능성을 높이 본다.

    폴드 말고, 폴더폰.

    자신이 익숙한 건 결코 바꾸지 않는 외골수적인 면모가 엿보인다.

    사실 이런 사주가 종교운이 강한 건 사람과 불화해 가상의 존재를 추구하기 때문으로 보통 머리 깎고 산으로 들어가거나 수녀가 되는데.

    재물운과 아버지운이 강한 것이 이를 괴물로 만들었다.

    재물과 아버지가 이따위 성격임에도 그녀 앞에서 누군가는 아쉬운 소리를 하게 만들었을 테니까.

    “왜 이럽니까, 도대체!”

    “왜냐고요?”

    “그래요, 왜!?”

    이제야 요자 좀 많이 쓰네.

    “사람을 정당한 이유 없이 미워하는 사람한테, 나도 보여주는 겁니다. 나도 까닭 없이 밉네요?”

    “그런 이유로 사람한테 이렇게 굴어요? 당신이 바람피우는 아버지…….”

    들을 생각 없었다.

    “그럼 아버지하고 연을 끊지, 그랬어요? 그러면서 지분 사전상속은 받았네?”

    “…….”

    “아, 이유 있네요. 사주.”

    “뭐?”

    “그냥 안 맞고 원수지간인 사주네요. 그러니 밉네요.”

    비이성적이지만 명분론에 덜 얽매이는 영적 권위를 활용해 차기 정권을 위한 청소로 악역을 자처하는 게 본업이라고 보는데.

    악역이 될 필요도 딱히 없으면 거리낄 게 없다.

    “……이, 이!”

    “미우면 못살게 구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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