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58화 (158/211)
  • #158. 과학을 부정하면 뭐가 있나?

    화가 가득 나서 찾아온 손님은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은가?

    태도를 바꿔 웃으면서 맞이했다.

    “일단 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 침착하게 말씀 나누시죠.”

    사주가 틀려서 찾아올 사람들을 대하는 프로세스 정도는 있다.

    갈굼을 하루 이틀 받아봤어야지.

    기본은 닥치고 뭘 먹이는 것이다.

    필승법 중 하나라고 여긴다.

    연애 지금 하지 말고 대학 가서 해라, 잠 안 자고 공부해,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밥도 굶고 공부해라’는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먹는 태도를 보면서 끄집어낼 수 있는 정보도 많다.

    “내가 지금 그러게 생겼습니까?”

    내가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하면 화내는 쪽만 이상해지는데.

    어디까지 그러나 보려고.

    “커피엔 죄가 없고 음식과 그릇에 화낸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가 호의로서 접근하는 것을 부정할 정도로 심리적 상태가 쫓기는 것만 인증하실 뿐이죠.”

    “……하?”

    “지금 기가 차 하시는 거 말고 반응이 없잖아요. 사람은 할 말이 없을 때 행동으로 말합니다. 그리고 행동만으로 남자를 움직이려면 울어야 하죠. 어머니가 울던가, 미인이 울던가, 딸이 울던가. 하지만 그 무엇도 아니십니다?”

    노려보면 뭐 하려고.

    “고로 저로 하여금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말로 하십시오. 충분히 설득되면 저는 조치를 철회할 수 있으니까요.”

    “하…….”

    “싫다면 무단침입이니까 경찰 부르겠습니다. 아니면 그냥 뿌리치고 제가 자리 피할 겁니다. 화내면서 정문을 돌파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여긴 제가 의탁하는 성채고……. 당신은 당장 쓸 병력이 한 명도 없네요?”

    “……!”

    으름장까지는 안 놓겠지만 이런 말 안 통하는 진상 아줌마가 쳐들어와 깽판을 부린다?

    위압 사주와 관련해서 이런 상황을 미루어 예측해 본 적이 있다.

    여간하면 선택할 방법도 할 짓도 아니지마는.

    내가 문 잠그고 경의검 같은 칼 두고 으름장 놓으면 본인이 어쩔 건데?

    칼은 아니지만 명승철학관에는 혹시 칼부림 날지 몰라서 방패는 사뒀다. 실드 차징 가능.

    아, 여긴 없구나.

    “개집으로 머리만 비집고 들어온 격인데 그럼 그 개집에 든 게 말티즈여도 당신의 안면을 사정없이 물어뜯을 수 있죠. 정말 눈에 뵈는 게 없으셨나 보네요. 하물며 개집도 아닙니다.”

    그래도 나를 낮추는 비유로 살짝 틈을 줬다.

    알아 처먹으면 다행이고 안 그러면 더 지랄해야지.

    그리고 호의로 커피를 내어줬다.

    “얼음 좀 줄래요? 차가운 게 좋겠다.”

    “아, 예 그럴게요.”

    은겸이한테 심부름은 장난으로 시키는 건데, 지금은 좀 권위 있게 시켰다.

    겨울인데 차가운 커피로 부탁한 건 혹시 끼얹을까 봐.

    ……는 화상 테러를 유도하면 아예 확실히 명분을 쥐고 보내버릴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부상인 심한 안면 화상자국은 피부미용 운세 레벨을 떨궈버리니 조심하는 게 낫겠다.

    피부도 얼굴 자국과 몸 자국에서는 엄연한 차이가 있으니까. 지금은 노출된 게 얼굴뿐이고.

    저 아줌마한테 프레임 씌우려고 레벨을 희생하는 것은 아까우니까.

    “아, 좀 진정하시라고 차가운 커피, 괜찮으실까요?”

    “그럼, 따뜻한 걸로.”

    “스트레스받으면 속 타시죠? 식도 조심하셔야 되니까, 식혀서 드릴게요.”

    “…….”

    빤히 노려보길래 웃으며 답했다.

    “위가 약한 사주라서.”

    “그건 아버지가 말하셨습니까?”

    “아뇨, 막냇동생이 줬어요.”

    설양훈이 말했다고 해도 될 일이지만, 연계하지 않았다.

    이것도 혹시 포석이 될 수도 있어서.

    “걔는…… 어휴, 말을 말지.”

    “여깄습니다.”

    입만 대고 말 줄 알았는데 한 번 홀짝이더니 맛있는지 더 마신다.

    커피에 어울리는 과자도 내밀었는데 과자는 먹지 않는다.

    “흠.”

    “좀 차분해지셨군요.”

    “…….”

    말을 하지 않고 머그잔의 검은 물만 바라보고 있다.

    설재영이 내려놓은 휴대폰은 자그마치 폴더다.

    그 화면이 접히는 게 아닌. 반 스마트폰 되는 폴더폰.

    “목을 축이고 차분함을 연출할 수 있는 다과류가 괜히 대화의 친구가 된 게 아닙니다. 당분을 좀 더 섭취하면 좋겠지만, 뭐 끼니까지 권할 처지는 아니고 무슨 일로 오셨죠?”

    “몰라서 묻는 겁니까?”

    “그러면 저도 묻고 싶네요. 몰라서 이러시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저를 못살게 구는 이유가 뭡니까?”

    “이렇게 오실 것을 기대해서 그랬습니다.”

    “단순히 그 목적이라고요?”

    “타고 난 권리가 매우 많은 운입니다. 이러면 그 권리가 침탈당했을 때 가장 민감하고 맹렬하게 반응하죠. 그 침탈을 통해 직접 뵐 정도가 되었으니 저는 목적이 성사되어 기쁩니다.”

    “하?”

    “제가 괜히 웃는 거 같으신가요? 반가워서 웃는 겁니다.”

    설인훈 증언이 결정적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논리는 일반 사람이 신비라 느끼는 사주에서 가져다 쓰고 있으므로, 유도하고 있다.

    너지 X발아? 하면서 책상 내려치는 게 편하기야 하겠지.

    근데 그리 말하는 것보다는.

    ‘이러저러해서 당신은 그러할 확률이 높습니다. 아닙니까?’

    이런 논거를 댄 추궁에 일반 사람이 못 느끼는 초월적 증명인 사주명리학의 논리를 들이밀면 반박을 안 받는다.

    사주가 틀렸다고 반박이야 하겠지, 그런데 그 카운터를 예상 못 하고 썰을 푸는 것이겠나?

    “반갑다고요?”

    “권리가 강한 운은 자신의 성을 구축하고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열과 성을 다 쓰지요. 즉, 만나면 반가운데, 잘 나오지 않는 친구를 불러낸 느낌이죠.”

    “친구라니 말도 안 되는.”

    “예, 원수에 가깝죠.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간다고 굽혀 봤다가 납득치 못할 사유로 쫓겨난 적도 있고요.”

    “교인들이 세운 학교의 이념에 최소한 교사들은 들어맞게끔 꾸린 시스템을 억지로 트집 잡는…….”

    “채용 비리는 하은 재단만 그런 거 아니고, 만연한 거 저도 알죠.”

    말 뚝 끊었다.

    이 아줌마가 펼치는 논지에 호응해 줄 생각이 없으니까.

    월급 십일조를 까려면 그 특성상 종교논쟁을 펼쳐야 하는데.

    종교도 돈 있어야 돌아가는 건 이해하고, 상대의 논쟁거리에 말려 줄 필요가 없다.

    종교운은 11레벨로 운이 몹시 높아져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쪽으로 생각을 수정했으므로 맞장구로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도 좋겠지만.

    이 아줌마에게선 나하고 같은 냄새가 나서 그럴 생각이 없다.

    종교운을 활용하여 타인을 위압, 강압하고 휘두르는 인물.

    거기에 사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재물이 있어, 위압과 강압에 특화된 사람이다.

    돈 줄 테니 사주 볼래? 하면 사주는 사탄 장난이라는 골수 교인도 액수에 따라 사주와 귀신은 무관하다 믿을 것이다.

    “그래요. 그런데.”

    “그런다고 놔둘 일인가요? 겸사겸사 없어지라고 잘 아는 곳부터 그나마 적게 받는 곳부터 쳐도 되는 일이죠. 억울하지 마시라고 돈 더 받는 곳도 깔 생각이니까, 거기가 뉴스는 덮어줄 겁니다.”

    “…….”

    그걸 따지면 범법 옹호니까, 할 말이 없지.

    지금 깽판도 사실 죄다 범법이라 말할 명분이 없으니 폭언과 거친 행동으로 들이밀고 들어온 거 같은데.

    잘못 판단했다.

    “뭐, 그건 적당히 중간 운영부장이 책임지면 될 일이고, 근본은 돈이 끊긴 거겠죠. 그리고 지금과 같은 채용 비리에 휘말려 언론에 오르내릴 때는 출연금과 기부금을 낼 만한 기업과 단체도 섣불리 나서지 않을 테고요.”

    종교 관련 재단이지만 대형교회 등을 끼고 있지 않은바.

    기부 등의 영향력이 적다.

    기업의 재단 출연금에 힘입어 학교 재정 상태가 좋았었던 편으로 기부재단, 사회복지재단 등으로 뻗친 사업이 많다.

    다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몇 년 전에 사회 고발에서 털었는데 조치하는 건 기사가 안 났더라.

    “고작 그런 이유로 60년 전통의 저희 재단에 자금을 끊었다고요?”

    “고작 그런 이유가 아니니까, 자금까지 끊어가며 개인의 행동을 유도한 거라고 보시면 되겠죠?”

    “저한테 그렇게 원한이 있어요? 뭐, 교사보다 우리 기업에서 일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거 아주머니가 붙여 준 것도 아닌데요.”

    “아주머니……?”

    호칭 하나로 꼬투리 잡으려고 드네?

    물론 아줌마들이 손님으로 오면 그 호칭은 넣어두는 편이다.

    여사님, 어머님, 누님 이러는데.

    지금은 도발이다.

    현실적으로 수긍은 하는데, 기분들이 좋아 보이진 않더라고.

    “누나라고 할까요?”

    “뻔뻔한 게 꼭…….”

    “그 친구가 뻔뻔해서 그렇게 대한 걸까요? 살려고 그런 거겠지. 아, 부를까?”

    설민혁 말하는 거 같은데 회사에 있을걸?

    사실 미쳐 날뛰는 누나가 들어왔으면 가족들이 출동해서 끌어내야지.

    부를까도 했지만 설민혁은 설재영은 진짜 두려워하더라고.

    “아, 하긴 기어이 그 녀석한테 물려주신다는 거군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반대했나요? 내가 욕심을 부린 적이 있나요? 그게 보였어요? 오히려 회사엔 윤영이가 들어왔어요. 나는…….”

    “예, 돈 주는 쪽이 죄다 작은아버지 친구들이더군요. 정치권에서 같이 노시다가 사외이사다 뭐다 하면서 들어온.”

    “그게 왜?”

    “즉 뭔가 목적을 가지고 이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심증은 충분히 가질 수 있고, 아버지의 연배를 생각할 때 욕심을 안 부렸다는 건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죠.”

    “넘겨짚는 걸 잘하시는군요.”

    욕심이 아닐 확률을 꽤 높이 본다.

    욕심이 아니라, 어쩌면 의무일 수도 있다.

    자기 스스로만 지켜야 하는 이해 못 할 의무.

    “지금 행동이 증거가 되어 줍니다. 새 리더십이 들어서면 자원을 투자할 권한을 갖게 되죠. 그 자원을 여전히 투자해 달라는 결정을 내려 달라고 오시지 않았나요?”

    “내가 고작 그 정도 돈 가지고 이럴 것 같습니까?”

    “다른 것이 있을 거라 판단하고는 있거든요. 자식이 저명한 대기업을 물려받을 거고 남편의 기업도 스카이피아에 이상 가는 시총이라, 사실상 그 기업의 돈을 가져다 쓰면 되지 이렇게 하실 필요 없지 않나 싶어서요.”

    “알고 계시는군요.”

    “그러니까, 말과 행동이 안 맞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항의하러 올 필요도 없죠. 그 돈으로 때려 막으면 되지, 남편이랑 불화하네요.”

    “……허?”

    이 집안 딸들 다 남편이랑 불화한데, 사실 돈이 많은 남녀는 남녀 공히 첩질을 한다.

    강한 우성 유전자를 찾는 인간의 본성이고.

    돈은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저변을 넓힌다.

    사주강화술뿐 아니라 사서에도 쓰여 있는 진리다.

    그러면 일부일처제 서약을 한 부부간의 관계는 좋을 수가 없지.

    다만 불화한 패턴은 사주에 따라 모두 다르다.

    자식으로 권리를 얻어서 남편의 무기를 손아귀에 넣고 굴리려는 사모님.

    단련된 강인한 신체가 주는 욕정을 못 참는 사모님.

    여기, 말이 안 통하는 사모님.

    “형제 중에 유일하게 어머니 운이 강해서 그렇습니다.”

    “어머니 운이 강하다고요?”

    “이어 어머니 운이 강하면 종교운도 보편적으로 강합니다.”

    “희한한 말이군요.”

    “어머니같이 맹목적인 믿음을 주는 존재는 신념만 같으면 맹목적인 사람들이 모여드는 종교에서 얻기 쉬우니까요.”

    종교인들에게 매번 하는 말이다.

    내 인생도 저와 흡사하고.

    영업 전략도 비슷하다.

    ‘신’이나 ‘이념’을 매개로 네 편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다.

    “종교운이 강하면 같은 신념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그런데 돈까지 많죠. 그렇다면 당신은 신념을 수호하는 우두머리로 떠받들어지죠. 신념과 돈은 둘 다 사람을 모으는 것이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즉 사람들이 모여서 떠받드는 최고의 희열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활동에 몰두하고 언제나 떠받들리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틀리다고 여기지 않으므로 주변 사람에게 굽히지 않는데, 그것은 가까운 주변인인 남편에게 가장 많이 발휘되기 때문에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습니다.”

    “…….”

    찌라시로도 안 도는 걸 맞추니까 신기하지?

    근데 혼자 온 아줌마 중 금슬 좋아요, 라고 말하는 아줌마는 20% 이하다.

    “그런 바 남편과는 교회법의 의무로 같이 살고 있을 뿐, 사랑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만하죠. 돈 달라는 말 차마 못 할 겁니다. 그러니 오셨죠.”

    “그건……. 제법이군요. 그게 날 부른 이윱니까?”

    잠시 고민했지만, 은겸이도 알 때다.

    부친이 어떤 핍박을 받아오며 살았고.

    과학으로 그 핍박에서 해방되었음에도.

    과학을 부정하여 핍박하고 괴롭혔던 자들이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것을.

    “아주머니는, 사주로 파악하기로 어머니로부터 내려 온 분노를 가득 품고 있고 그 분노를 누군가에게 감행할, 혹은 한 심증이 있습니다.”

    “민혁이 편이라더니.”

    설민혁 갈군 걸 짐작하나 본데, 그거 아니다.

    “민혁이 편이기만 할 거 같나요?”

    “무슨?”

    “저는 압니다. 당신 어머니 자식은 넷이 전부인 거.”

    은겸이 눈치를 봤다.

    뭐, 알 때 됐지. 알아야지.

    종합해 보니까, 설정환이 죽어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이 없었다.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설민혁인데, 형을 보내 버릴 세력을 꾸릴 힘이 없었다.

    그다음으로 이득인 건 형에 대해 복수를 시행해 만기출소로 70쯤엔 회장 취임할 수 있는 설윤환인데.

    그 나이에라도 돈을 쥐면 나름 의미 있겠지만 아버지가 용서할까?

    딸들은 아버지가 밀던 여자 대통령 나왔을 때 영감도 흔들려서 살짝 바람은 들었지만 아버지나 건설회사 분위기 뻔히 알고 있어 회사경영 대신 회사 자산만을 원하는 가벼운 책임에 큰 권리를 원할 뿐이었고.

    이는 둘째, 셋째가 학대해 온 설민혁의 편을 큰 거리낌 없이 드는 것에서 증명이 된다.

    민혁이가 경영하는 걸 편들어서 회사 자원을 투자받는 정도로.

    그걸 파고드는 게 설인훈이었는데, 아직도 의심은 들지만.

    ‘국회 의원하다가 대기업 회장을 한다고요? 말 안 나오겠어요? 정치하는 사람들 정치 뽕 맞아서 돈 소모해서 정치하다 보니 돈도 채우려고 그러는 거지. 부자 되려고 정치하는 사람 뭐 있기야 있지만.’

    ‘아, 돈 뽕하고 정치 뽕은 뽕 맛이 다르긴 하죠. 돈 없이도 사람이 모여드는 맛.’

    이건 나를 감시 차 계약 만료까지 커피 단골 하겠다던 정기상 아저씨가 하던 소린데.

    좀 납득되는 사유다.

    내가 ‘돈 써서 굳이 정치하느니 그 돈으로 잘 살지.’ 생각을 품고 살다 보니 설득력이 있다고 느꼈다.

    설인훈은 차기 충남도지사를 노리고자 스카이피아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원하여 회사를 컨트롤할 권한을 얻으려 했다, 라고 본인들은 날 설득했다.

    이러다 보니 든 생각이 있다.

    어쩜 사람의 감정이 작용 된 일이 아니었을까?

    특히 원한.

    근데 자기를 조지려던 동생까지 챙겨주는 돈을 남겼다가 역습을 당한 호구로 살아서 타인의 애정을 갈구했던 사주의 설정환이 원한 살 이유가 무엇이냐?

    있다, 이복형제인 것.

    거기다 설윤환 설인훈 등 설 씨가 어른들은 죄다 이복형제를 넘어, 주워 온 자식으로 여겼는데.

    과학과 주치의 이야기를 들이밀면 닥치는 사람들이었다.

    그걸 안 닥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아, 김정환?”

    설재영이 눈꼬리를 말아 올리며 실실 웃더니 은겸이를 한 번 노려보기에 정정해 주었다.

    “설정환입니다.”

    문제는 이 원한이라는 게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프린트된 문서 하나를 꺼내서 내밀었다.

    “설 회장님이 남겨 놓은 유전자 감식 결과와 이에 대해 재영이가. 트집 잡을 경우에 대해서 남기신 유명과 편지입니다.”

    설양훈은 먼 후에 있을 손자승계를 위해 근거를 치밀하게 남겨 두었다.

    “이런 걸 누구더러 믿으라고.”

    설재영은 그 문서를 잡자마자 보지도 않고 북북 찢는다.

    거, 그 행동에 종이 낭비 말고 의미가 있나? 출력물이잖아.

    그래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시위행위인 것은 잘 알겠다.

    인사 전권에 노승환까지 간접 조종해서 돈 줄 말린 조치를 철회해 줄 수 있는 건 나 같은데 굽히질 않네?

    “과학이 믿고 싶지 않으면 안착하는 것이 종교죠.”

    그리고, 내 뒤에 지금 누가 있느냐를 생각한다면 이제 좋게 회유하는 건 선택에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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