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35화 (135/211)
  • #135. 구조도 전문가.

    사주대로 살지 말라고 새빠지게 말해 봤자 안 듣는구먼.

    사고 칠 거 같더라.

    근데 크게 치네.

    이거 죄가 몇 개 들어가지? 협박, 영업방해?

    “뭔 일이에요?”

    인사 총괄 상무 이사실에 있던 설은겸도 도착했다.

    반상회 됐다.

    강라은 혼자 흉기 들고 쇼를 벌이는 거 말고는 별문제 없을 일이다.

    바람피우는 걸로 의심하는 여자들 대령하라는데 지금 그 여자들 대령할 머저리가 어디 있겠나.

    “그냥 경찰 불러서 테이저건 쏘고 강제 집행하면 될 거 같은데요.”

    집착은 둘째치고 사람이 쇠기가 강하면 신념이 굳건해서 뜻을 잘 굽히지 않는다.

    저게 사람 상대로 신념이 굳건하면 충신 오브 충신인데.

    자기 신념 상대로 굳건하면 꼴통이다.

    쇠 인간은 보편성이 있다.

    쇠 가진 사람들 반 넘게 그러니까.

    표본이 천 명 넘게 쌓였는데, 흡사한 기질이 보인다.

    물불도 좀 그렇다. ‘일반적으로 그래요.’라고 하면 맞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거 세 개 갖고 사주 다 맞아요, 라고는 할 수 없지만.

    덕택에 저 세 속성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 있게 사주 감평을 할 수 있다.

    “남자 친구가 누구길래 안 나오죠? 선생님, 혹시 알아요? 사주 보셨나요.”

    “예, 봤는데, 아마 남자 친구 출장일이나, 휴가일 골라서 오지 않았을까 싶네요.”

    “나와아아아.”

    것 참.

    경비도 섣불리 못 달려들고 경찰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경찰이라고 쉽게 달려들려나.

    그래도 내 손님이고…….

    아주 좋은 먹이다.

    본의 아니게 귀인이 되어 주시는군.

    권력의 근간은 용기다.

    누구도 하지 못하는 것을 대행해 줄 수 있는 자.

    작게는 사람을 모아 줄 수 있는 것부터, 사람들 모두가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앞장서서 수행하는 것.

    서유기의 돌 원숭이, 원양항해를 처음 한 사람들이 그 반증이다.

    물 밑 세상이 궁금해 가장 먼저 뛰어든 비범한 자가 수렴동의 미후왕이 되었다.

    이 미후왕이 문학 속의 그저 예시라고 한다 해도, 물 너머 세상이 궁금해 가장 먼저 신대륙에 닿은 자가 새로운 세상의 총독이 되었고 이름을 남겼다.

    하물며 말이 통할 수 있는 안면이 있는 사이고 사주를 아는 사람이다.

    미쳐 날뛸 뿐 대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대화로 풀 수 있다.

    “잠시만요.”

    경비들을 제치고 맨 앞으로 나갔다.

    “남자 친구?”

    “아닙니다. 저기 강라은 씨.”

    “누, 누구……?”

    “자, 내려놓고, 뭐 때문에 그러시는지 알겠는데 저랑 이야기해 보세요.”

    “아, 아아.”

    알아본 모양이다.

    “일은 왜 관뒀어요.”

    “그걸 어떻게?”

    일 관뒀으니 이 시간에 쳐들어와서 깽판 치겠지.

    “사주 보는데 왜 모르겠어요. 관둘 거 같으니까, 보건교사 하라고 했잖습니까.”

    그리고 일 관둘 거 같으니까, 남친한테 집착하지.

    “죄송해요, 그런데, 그런데.”

    자살쇼를 벌일 거 같았다.

    아 나. 남친 어디 갔어.

    이거 남자 친구가 손목 잡고 끌고 나가는 게 정답이다.

    다급해서 일단 외쳤다.

    여간해서는 안 쓰는데, 이건 써야겠다.

    종교운의 특수기능, 용화 미륵 천부경 효과.

    “직장운 때문에 그렇다. 직장운.”

    “네?!”

    생뚱맞은 소리겠지만 계속 주입했다.

    우선 공감하는 사례로 설득해 내 말에 몰입을 시키는 것이 먼저다.

    “직장운 때문에 그런다고요. 그러니, 보건교사 합시다. 그거 하면 해결됩니다. 지금 이걸로는 해결이 안 돼요.”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남편운과 직장운은 같거든요.”

    동어반복으로 직장운을 계속해서 주입할 생각이다.

    말은 안 했는데 맞벌이 여성은 두 직장을 가진 것과 같다.

    말 그대로 남편운과 직장운은 ‘관운’으로 같으니까.

    “네에!?”

    “해결 방법을 다르게 찾읍시다. 남친 안 돌아오고요. 여기서 칼 든 사람이 나오라고 한다고 그 여자들이 나올 리도 없습니다. 그러면 원인은 뭐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직장입니다.”

    “왜, 왜요?”

    나름 사람들이 보고 있지만 설득했다.

    사주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들이 있다.

    공공연한 장소에서는 말을 안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급하니까.

    “사주는 고전 학문이죠. 과거에 여자들 취업할 곳이 없었으므로 그 취업의 자리를 남자, 시댁으로 삼았습니다. 현대엔 어떨까요?”

    “아, 아, 아니지 않아요?”

    “똑같습니다. 그 구조가 변하지 않았어요.”

    “왜, 왜?”

    “요즘도 거의 대다수의 결혼은 집이란 자산을 들고 있는 남성에 합류하는 식으로 이뤄지거든요.”

    소설의 자극적이며 공감스런 도입부 느낌을 사주에 도입한다.

    특히 불편한 진실 같은 내용.

    이런 건 음모론 식으로 터뜨리면 효과가 좋다.

    그리고 강라은이 솔깃해하자, 소리를 빽 질렀다.

    “문제는!”

    “흣.”

    위축된다, 내 말에 반응이 있다.

    “재물의 가치가 모든 것을 뛰어넘는 세상이 됐어요. 이러면 남자들도 결혼과 사랑을 경제적 차원으로 따진단 말입니다. 집 그래, 내가 산다. 그 생각은 있어요. 대신, 여성을 경제적 동반자로 들이는 투자의 차원에서 접근한단 말입니다. 함께 돈 벌 동업자.”

    그거 안 되면 결혼할 엄두를 못 낸다. 세상이 그렇다.

    그리고 결혼 제도가 경제적 사유를 함양하지 않던 시절은 아마 없을걸?

    일부 사례가 몇몇 있을 뿐이지.

    예전에는 후손으로 자산을 지키는 게 중요해 그 결합의 목적으로 결혼했다.

    “그러니까, 직장을 잃으면 여자도 남편, 남자 친구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결국 뭐다? 직장운이 관건이라고, 이 양반아. 당신은 여자들 때문에 헤어진 것도 당신 집착 때문에 헤어진 것도 아니야.”

    등장해서 지가 수습해야 하는 그 남친 놈이 안 나타나는 게 괘씸해서 욕을 박고는 싶은데, 이런 상황에서 이성 상대를 욕하면 납득은 할지언정 정서적 동감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남자 친구 하소연하기에 같이 까줬더니 오히려 봉변당하고 싸해지는 스토리 흔하다.

    여성들 하소연을 듣는 입장에서도 말하자면…….

    남편은 되는데, 남친은 안 되더라.

    언제나 개인의 문제를 ‘그건 사회적 병폐다.’라고 되돌려 주는 것은 당장의 개인에게 원동력을 준다.

    강라은은 직장 내 괴롭힘, 소위 태움을 못 견뎌 뛰쳐나왔고.

    그 직장을 견디지 못한 순간 직장이 탄탄한 남자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

    그 집착이 강해지자, 남자가 이탈했다.

    그 원인을 모조리 남친 주변의 여자들에게 돌리는 이상 증상을 겪고 있기도 하고.

    답은 제 잘못 맞지만, 너 잘못 아니다, 라고 하는 게 중요하다.

    사주쟁이니까, 팔자소관이라 욕을 돌려주는 게 가장 편하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하면 직장이 구해지겠어? 똑똑히 들어. 자, 뭐라고 했어. 내가 하는 말 그대로 들어. 그리고 따라 해. 직.”

    “지, 직.”

    “제대로 따라 해, 내가 그러면 남자 돌아오는 부적 하나 써 줄 테니까. 제대로 자, 내가 직하면 장.”

    용화 미륵 천부경 효과를 사용 중이다.

    대가 안 받는 사주로 충분히 이를 실행할 수 있다.

    “직.”

    “장, 자앙…….”

    동어반복 유도했다.

    올빼미, 악!

    이 느낌으로 여기에 손 제스처를 같이 넣는다.

    개인적으로 프로레슬링이 관중호응, 제스처 연구, 환호, 야유 등 몰입력에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배워서 나간 사람 미국 대통령 됐다.

    손 머리 위로, I SAY ~ YOU SAY. 이 느낌.

    군중 동원 후 군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방식이다.

    “뭐, 뭐 하시는 건데요. 그 여자들 불러 달라고요!”

    그런데 한 번 따라 하고 만다.

    너무 우스꽝스럽나.

    유도가 안 되네, 하기야 강라은의 자아운은 몹시 강한 편이다.

    여기서는 용화 미륵 천부경에서 습득한 그대로 노래나 춤 등으로 이끌어야 좋다.

    신체 활동에 몰두하면 영성이 생긴다고 했으니까.

    자해로도 가능하긴 할 것인데, 지금 시킬 건 아니고.

    별수 없지.

    이 방법은 뒤에 설은겸도 있고 여자들도 있어서 안 쓰려고 했지만.

    필살기 쓰는 수밖에.

    “지금 제정신으로 이러는 거 아닌 건 느낌이 오죠?”

    “복수할 거예요, 죽이고 죽을 거야, 아니, 죽는 거 보여 줄 거야. 너희들 때문에 내가 죽는다는 걸 보여 줄 거야.”

    “내가 믿음직하지 않은 모양이죠? 여기서 뭘 하나 더 맞혀 볼까? 그러면 믿겠습니까? 믿고 내 말 따르겠습니까?”

    “뭘 맞혀요!”

    “하아.”

    “으음?”

    언제나 하는 뜸 들이기, 이어 답했다.

    “생리 늦어진 지 꽤 됐잖아요. 그쵸?”

    정신상태가 저 모양새면 아마 여성호르몬은 극도로 차올랐는데, 결과로 해소가 안 되는 상황일 가능성이 있다.

    뭐, 정식명칭은 난포 어떤 호르몬 그런다는데 정확힌 모르겠고.

    좌우지간 그게 더 집착을 부를 수도 있는 상황.

    저 정도면 몸이 반드시 영향을 받는다.

    “아, 아아…….”

    그런 논리로 맞혔으리라곤 생각도 못 하는지 동공이 커진다.

    “직장운 때문에 그렇다, 여자들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믿음이 갑니까?”

    “그걸, 그걸 어떻게…….”

    여자들은 생면부지의 남자가 자기 주기를 짐작한다는 것 자체를 몹시 기이한 일로 생각한다.

    하나, 여성에게서 관찰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정보는 월경 주기다.

    한 번 관찰로는 어렵지만 여러 번 보면 느낌이 온다.

    무의식적인 엉덩이 비틀기와 자세 교정이 있는 시기를 포착하면 거기서 역산해서 생체리듬을 규칙대로 찍어내면 된다.

    이어 뭔가 큰 문제에 처해 있는 여성, 잠 못 잔 여성, 살 빼는 여성들에겐 가불기다.

    인간은 위기에 빠지면 생식능력부터 이상이 오니까.

    그제야 강라은은 금방이라도 목을 그을 듯이 댄 칼을 조금 떨어뜨린다.

    “내려놓으세요. 안 내려놓으면……”

    “아, 안 내려놓으면?”

    “안 내려놓으며어언!”

    오히려 내가 고성을 지르며 절단 신공을 썼다.

    그러다 목소리를 내리깔고, 내 배꼽 아래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너만 다치는 거 아닙니다.”

    이번엔 결정적으론 거짓말을 쳤다.

    직장운으로 몰아가서 솔깃하게 만들고, 신체 변화로 믿게 만든 뒤, 태연한 거짓말로 몰아갔다.

    설득, 가불기, 선동. 3초식을 다 썼다.

    그러자 강라은은 무너져 내려 쭈그려 앉았다.

    여인의 삶의 원동력은 생기는 자식운, 식복이다.

    근데 당연하지만 임신 여부까지는 관찰로 알아내기 쉽지 않다.

    달거리야 여인들이 매달 하지만, 임신을 매달 하진 않으니까.

    미쳐 날뛴다, 미쳐 날뛸 정도의 정신적인 코너에 몰렸다, 이러면 생리불순이 없을 수가 없다, 생리불순이 있다면 몰아가 본다.

    이런 식의 논법으로 한 개드립에 불과하다.

    땡그랑.

    흉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후딱 가서 발로 밟은 다음 옆으로 쓱 치웠다.

    사람이 스스로 찔러 죽고 베어 죽는 거 여간 힘이나 용기로 안 된다만.

    그래도 흉기니까.

    “저기요 뒤에 계신 분들?”

    “예!?”

    “아.”

    “물이랑 비품실에 과자 같은 것 좀 챙겨 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 정도의 중증 우울감에 내가 처방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닥치고 당분을 주입하는 게 효험이 좋았다.

    아, 이런 건 누구 한 명 지정해서 시키는 게 좋다 그랬지.

    “은겸 씨, 부탁합니다.”

    “네, 네에.”

    “아, 아닙니다. 제가 갑니다.”

    그 은겸 씨 시키니까, 몇몇 중년 사원들이 대신 가려고 한다.

    경찰들도 와서 뒤에 있었는데 말했다.

    “괜찮을 거 같습니다.”

    일단 흉기, 무기 될 만한 거 치우고 창문만 안 열면 문제없을 것이다.

    <구조>

    당신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이보다 숭고한 일은 세상에 더 꼽기 어려울 것입니다.

    당신의 수명운이 1레벨 상승합니다.

    수명운의 특성상, 시기상 떨어질 때에 올려 육체적 노화를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특) 당신은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설득으로 사람을 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화술운이 포함된 식상운에 포인트 500이 누적됩니다.

    수명운 제외 모든 식상운, 목운 탭의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래서 내 명줄이 길고 화술운이 발달했나 보네.

    사실, 자살 저지는 몇 차례 해 본 일이다.

    사람의 인생을 깊게 파고 들어가면 심연이 있는데, 이를 깨닫고 말하면 죽기 직전 나한테 상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도 젊은이들이.

    그리고 물리력이 정답이었다.

    자해를 하기 직전 매섭게 달려들어 미식 축구 태클 비슷하게 스피어로 복부를 어깨로 꽂고 상체가 젖혀 무너질 때.

    다리를 들어 밀어제치며 쿵!

    오히려 그러다 죽으려나?

    죽는 건 둘째치고, 그거 하면 선한 사마리아고 지랄이고 폭행죄니까. 안 했을 뿐이다.

    “와…….”

    “그 철학관 선생님 맞지?”

    “그 사주 보시는 분이잖아.”

    “용하시더라고요.”

    대충 수습하여 강라은은 회사 내 휴게실로 데려가게 하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이 난리 통을 구경 나오고 모여 있던 사원들이 길을 터 주고 이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노승환이 상무이사 취임식을 해 준다고 했고 나도 그 필요성에 나름 공감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 필요 없을 정도의 우러나온 박수였다.

    * * *

    강라은은 좀 진정한 모양이다.

    “좀, 괜찮아졌습니까?”

    “저, 저 진짜 임신이에요?”

    “모르겠는데요.”

    이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이거 배 만지셨잖아요?”

    “아, 배 아파 빨리 끝내야지였는데.”

    그렇게 알아보라고 착각 유도한 건 맞다만 근거를 가지고 추측한 거 아니니까, 당연히 발뺌해야지.

    이어 발뺌을 추궁 못 하게 물을 탔다.

    “아니, 그런데 남자 친구가 누군데 말씀을 쭉 안 하세요.”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내 방송으로 사원 찾으면 나올 텐데요?”

    압박하자 강라은은 머뭇거리다 스카이피아 다니는 남자 친구 이름을 털어놓는다.

    “선민혁이라고 경영지원팀에…….”

    “아, 남자친구 이름이 선민혁, 선민혁 사원……. 어디 보자.”

    인사팀 데이터베이스가 컴퓨터에 있다. 선민…… 까지 쳤는데.

    가만, 선민혁?

    …….

    살면서 선씨, 옛 야구 선수밖에 못 봤다.

    이거 말이 안 되는데?

    강라은과 김아미가 며칠 사이로 명승철학관을 찾아왔단 말이지?

    알리바이가 있다.

    이어 선민혁이 설민혁이면 재정적 문제로 이별 통보를 했을 리도 집착으로 이별했을 리도 없다.

    그 인간 집착해도 여자라면 마다 안 한다.

    관심 흡수를 좋아하는 놈이라 집착녀는 집착녀대로 아낄 놈이다.

    그럼에도…….

    설민혁이면 가능하지, 암.

    그것만큼은 믿는다. 설민혁이라면 할 수 있다.

    설민혁은 보좌관 끝내고 대전에서 마요르카 뒷정리하고 성심원 봉사 다니는 중이라 청문회를 요구하러 갔다.

    묻자니 펄쩍 뛴다.

    “아아니, X발 미쳤냐? 나 이 여자 몰라.”

    “모른다고? 솔직히 대답해라. 진짜 안 그러면 결혼식장에 난입시킨다.”

    “선생아, 아나 답답하네! 전주에서 대전을 온 적이 없다니까? 그 여자 대전에 있는 병원에서 일했다며, 그 여자가 만나러 온 거겠어? 아니, 병용이 형한테 물어봐, 내가 그때 어딨었는지. 차라리 다미를 꼬셨으면 꼬셨지. 도대체 언제 간호사를 여기러 만나러 오는데? 물론 간호사복 존나 좋아하지만.”

    다미면 김병용네 둘째 딸, 최철승과 스캔들로 유명한.

    이 새끼 자매를 노렸……. 음.

    그런 각서 쓴 놈이 할 말은 아니네.

    그나저나 논점 잘 말하다가 이상한 포인트 하나 꽂혀 헛소리 붙이는 건 여전하다.

    “놀려봤다.”

    “아, 이런 걸로 놀리지 말자, 나 좀 철렁하다. 진짜로.”

    이 인간은 진짜 결혼식장에 누군가 난입할 거 같다.

    “선민혁이라는 놈이, 스카이피아 사원을 사칭해서 저 여자를 만난 거 같다.”

    강라은에게 그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 등을 받았다.

    마스크 써서 눈빛만 나오긴 하지만 명백히 설민혁은 아니다.

    이어 이효인과 정은수에게 물었는데 모르는 사람이라고.

    어찌 됐건 스카이피아에 선민혁이고 설민혁이고 그런 사원은 없었다.

    설민혁 아직 외부 프로젝트팀 한 번 맡은 외부 인사지 정식 사원 아니다.

    그런데도 추궁하고 싶어지는 이 불신감, 전과가 여전해야지.

    “……이 새끼 눈빛 낯익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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