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24화 (124/211)
  • #124. 권력자의 아쉬운 말.

    “하아…….”

    설은겸의 한숨이 들렸다.

    원인은 알 것 같지만 놔뒀다.

    은겸이 요즘 잘 안 풀린다.

    주력하고 있는 것은 이태현 자금의 회수를 위한 이태현 설득이다.

    그리고 이태현은 극구 거절 중이다.

    ‘아가씨가 들고 있기엔 위험합니다.’

    은겸이는 이 명분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사는 명분 싸움이다.

    명분에서 밀리면 뭘 하든 면이 서질 않는다.

    다만, 권력이 있으면 명분이고 지랄이고 박살을 내는 게 가능한데, 은행원 사주의 이태현은 권력이고 명분이고 무시하는 개썅 마이웨이다.

    목숨 줄이 위협받는다 느끼는데도 안 뱉을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닌가.

    그리고 저 명분이면 나도 이해가 되어서 고개 끄덕이게 된다.

    고 설정환 님도 저게 분란이 되겠거니 싶으니까 핏줄한테 안 남기고 사람을 선정해서 남겼을 것이다.

    “그 아저씨는 가족이나 그런 게 안 소중할까요? 왜 그러지.”

    “아버지가 사람을 잘 보셨네요.”

    “그런가? 왜요? 고집이 센 사주라서?”

    사주로 묻는데, 이태현은 그렇게 고집 센 사주 아니다.

    “아뇨, 고집이 센 사람은 자기 멋대로 생각하니까, 큰돈을 맡기면 그걸 탐내요. 오히려 자기 주관이 약하다는 것이죠.”

    “주관이 약하다…….”

    이태현은 금고지기로서, 염두에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주로는 잘 고른 사람이다.

    그냥 고집이 센 사람보다는 주관이 약한데 사명을 받은 사람들은 그 사명을 명분으로 삼으므로 더 충심이 넘치는 편이다.

    자기 주관이 있는 자는 자기 앞길만 보지만 자기 주관이 덜한 자는 그 주관을 세워 준 사람을 따른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 그게 주는 만족감이 대단하거든요.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다, 필요한 존재이다.”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

    은겸이는 그 말에 감동 좀 받은 것 같다.

    나는 그냥 하는 좋은 말인데, 요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확실히 더 격정적이다.

    “은겸이나 이태현 이사님이나 그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 아저씨는 명령이 다시 나올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마 쉽게 굽히지 않을 겁니다.”

    “그게 어렵네요.”

    일단 본인이 하겠다니까 난 크게 관여 안 하고 있다.

    설윤환에게 돌아갈 돈이라고 한다면, 회장 사후를 고민해야 한다.

    설윤환은 정치권과 연줄이 닿아 있다.

    설 회장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둘째는 너무 싸가지 없고 절대 용서 못 할 것이다. 이해는 가지만 설 회장 사후의 형제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적자고. 영향력과 혈통을 이용해 뭐라도 꾀한다면 귀찮아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비겁한 패배자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니 패자에 대한 아량은 보여 주는 게 옳지 않을까.

    그러자면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의 명분이 화합이어야 한다.

    “방법이 없을까요? 사주라거나?”

    “기략을 말해 줄까요, 아니면 정론을 말해 줄까요?”

    “둘 다 필요할 거 같은데요.”

    “기략은 그, 스카이피아에 이효인 씨라고 경리 사원이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을 만나보고.”

    “에, 왜……?”

    “만나 보면 알 거야.”

    다각도로 정보가 들어온다.

    스카이피아 사원들 30%의 사주를 쥐었다.

    이태현은 뜬소문으로 공격받고 있지는 않았다.

    “뭔데요?”

    “약점을 쥐고 흔드는 겁니다. 그 양반 아주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거든요. 아마 돌아가신 회장님도 아셨을 겁니다.”

    사명을 지키는 것과 별개로 착하게 산 사람은 아니다.

    은겸이한테 이태현의 약점을 몇 가지 흘렸다.

    “어, 제가 봤을 때는 막 타협이 없고 그런 분인 줄 알았는데, 그래요?”

    “오히려 꿀리는 게 있는 사람을 윗사람이 권력을 앞세워 막아 준다면 깊은 충성을 유도할 수 있죠.”

    “흐음, 정론은 뭐예요?”

    “정론은 설득이 아닌 진심인 거죠. 설은겸 양은…….”

    “좀 딴 얘긴데요. 은겸 양, 은겸 양, 이거 딱딱해 보이는걸요?”

    여름 전까지만 해도 애칭이라는 게 있었는데.

    “겨미 하지 말라고 해 놓고는.”

    “유겸이 만나서 안 돼.”

    “그러면 유겸이한테 해야겠다.”

    “해 봐.”

    “하면, 어쩌려고?”

    뻔뻔하게 대답했더니 은겸이가 우물쭈물한다.

    “……우, 운다!?”

    “그거 좋은데?”

    “우는 게 좋다고요?”

    “응, 울려 보고 싶네.”

    “벼, 변태야?”

    “응, 변태 맞아.”

    빤히 쳐다봤더니 윗, 아랫입술을 모아서 입 안으로 집어넣는다.

    “절대, 안 울어.”

    “안 울 수 있을까?”

    설은겸 울리기 전문이다.

    “그래, 불러요.”

    “엥?”

    “선사님은 작가니까, 다른 안 부끄럽고 좋은 애칭 만들어 주겠지?”

    그건…… 부담이 있네.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서로 얼굴을 봤는데, 또 눈이 맞는다.

    한참 쭉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울어 볼래?”

    “싫어어.”

    한 대 맞았다. 세게는 아니고.

    “나는 왜 진심이 닿질 않아요?”

    그러다 다시 말하던 궤도로 돌아왔다.

    “감정을 배워서 말하니까 그렇지요, 그냥 내면에 강력한 자아가 아, 나는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연상이 안 돼, 너무 부끄러워 이러고 있는 거.”

    “그건 그래요.”

    “그 근본은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는 막대한 배경입니다. 배경과 외모만 깔고 들어가도 누구든 은겸이 말을 들어줬겠지.”

    “으응, 선생님한테는 안 그러지 않아요?”

    “그건 사이가 깊으니까, 엄마가 함부로 보여 주지 말라는 것도 보여 주고.”

    ‘엄마가 보여 주지 말랬어요.’

    ……라고 한 대사로 놀리기 좋다.

    “아이, 그 말 그만해요. 자꾸 그러면 선사님한테도 안 할 거야.”

    “나뿐만 아니라 안 해도 돼요.”

    “그러면 진심이 안 닿는다면서.”

    “그래서 사실 별로 필요 없다고 봅니다. 진심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거 어차피 못 하면, 억지로 할 필요 없어요. 특히 약해 보이는 척.”

    설은겸은 이미 회장 손녀의 입지와 탁월한 미모 덕분에 자신을 굽혀 가며 뜻을 관철시킬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러니 굳이 그런 거 고민하지 말고, 쥔 권력을 강화시킬 방법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태현 씨는 강력한 윗사람의 말은 수긍할 것이라, 지금은 영 안 강력해 보이는 것이죠.”

    “강력해 보이는 방법…… 은 뭐가 있어요?”

    “가진 권력을 행사하는 게 상책이죠.”

    “권력……? 제가요?”

    “일단 대주주.”

    “어, 그렇긴 하네요.”

    “그리고 특임 고문 대리. 자.”

    7944호와 노승환, 박효성, 이민준 등등에게 얻은 성진경 부장 관련 자료를 보여 줬다.

    안 그래도 언제 터뜨리나 하고 있던 찰나였다.

    “허…… 얼. 뭐야, 이런 건 다 어디서 난 거예요?”

    “저도 일해야죠.”

    “프라이버시 같은데요.”

    “그냥 기자분들이랑 개인적인 정보원들이 있었죠.”

    “뭐야, 어떻게 사주만 가지고 이런 걸 다 이야기하지?”

    “사주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사주로 친해진 사람들이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 주는 거예요.”

    “와아…….”

    사주만 가지고 되겠나.

    스카이피아 무료 사주부터는 이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한 수단이다.

    친해지면 마음속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하고, 그 마음속 이야기엔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쥘 수 있는 정보다.

    “이 아저씨가 이태현 아저씨 위협하는 아저씹니다. 한번 과시해 보세요.”

    “뭘 과시해요?”

    “나, 전 회장 딸이다, 명예회장 손녀다. 그리고 특임 고문이다. 이 정도 부장 모가지 날리는 거 일도 아니다는 거요.”

    은겸이는 난감해했다.

    “뭔가 재수 없는데요. 아빠는 막 그렇게까지…….”

    “아빠는 안 해도 되지만, 은겸이는 해야지.”

    “아.”

    “배우는 자로서의 겸허함은 가지고 있되, 힘자랑 한 번은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만만하게 보거든요.”

    “그, 막 혼내고 그러라는 말씀 같은데, 제가 그게 참 안 돼요.”

    “그리고 생각보다 이미지 버릴 일은 없어요.”

    “그래요?”

    “내가 시킨 거라고 하면 되는걸.”

    “아무도 특임 고문이 따로 있다고들 생각을 안 하던데?”

    그거야 그렇다.

    회장이 유령 직위 하나 만들어 놓고 손녀 띄워주는 것이라 생각하더라고.

    “저 부장 아저씨 날리는 것도 은겸이가 자체적으로 생각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 안 할 거.”

    “맞아요, 그렇잖아요.”

    “이벤트가 중요한 겁니다.”

    “이벤트?”

    “회장님이 시키든,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일을 매섭게 수행을 해 보는 거예요. 그러면 책임은 시킨 사람한테 돌아가고, 강력하게 몰아간 은겸이한테 공로가 돌아올 테니까요.”

    “음…….”

    생각해 온 방책을 하나 더 줬다.

    “그리고, 그래도 안 넘어오면 공동관리로 선회해 설득해 봐요.”

    “공동…… 관리요?”

    “상호 감시체계의 구축이죠. 책임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뭐, 쥐는 돈은 줄겠지만 이태현에게서 일단 빼 오는 게 목적이라면요, 달성 가능할 거예요.”

    “누구랑 그게 가능할까요? 뭐, 유겸이?”

    “일단, 설민혁, 그리고 혹시 아버지 친구 김병용 아저씨 알아요?”

    “다미 아빠요.”

    “아, 친구구나.”

    “네, 아빠랑 친하셨으니까, 가족끼리 펜션도 갔었고요. 그 집 큰언니 진짜 멋있었다.”

    “그 언니랑 설민혁 결혼하는 거 압니까.”

    눈 휘둥그레지는 거 보니 몰랐군.

    “헐, 진짜요? 내가 다 말리고 싶네.”

    “그리고, 설민혁하고 김병용 의원……. 아버지의 일에 대해 눈치를 챘어요, 석연찮다는 거.”

    “아…….”

    이 건은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공론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걸 한 사람들이 드러난다.

    나는 처음엔 혹시나 설양훈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 우려해서 개인적으로 파다가, 진짜로 설양훈이 개입한 증거가 나오면 묻을 셈이었는데.

    그러지는 않았고, 이제는 은겸이를 설득하고 있다.

    아직 여전히 설정환 전 회장의 유명인 ‘아버지에겐 알려지지 않게.’ 조심히 진행하고는 있지만.

    장기말이 되어 줄 소수의 동료들에게는 알릴 필요가 있다.

    “연합해 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이고 한 명은 나름 형에 대해 존경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믿어도 될까요?”

    “같은 목표를 향해 도와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목표는 성취하기 쉬운 법이죠.”

    “아…….”

    설은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무척 말을 잘 들어서 뿌듯하다.

    * * *

    설민혁은 몇 개월간의 보좌진 일을 마치고 여의도에서 내려와.

    현재는 김병용의 전주 사무실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김병용의 사택도 사실상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전주 쪽에 있어서 나름 결혼 준비도 하는 모양이고.

    은겸이는 권력을 과시해서 이태현을 압박하는 방법보다는 이태현 자금을 분할로 받는 쪽을 택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아, 같은 문하에서 배운 무당이에요. 동기라고 해야 되나.”

    “와, 그렇구나, 안녕하세요.”

    은겸이의 사람 대하기는 기본적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쾌활하다.

    그런데 조금 알기 시작하면 그 이상 접촉하는 것을 막는다.

    예의로서 사람을 대하는 것이지만 예의를 뛰어넘어 들어올 사람에 대해서는 경계심이 가득한 것이다.

    “진짜 이쁘네…….”

    “아, 저요?”

    소녀 보살은 설은겸을 빤히 쭉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 말은 잊어라.”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가 버렸다.

    잊으란 말이 뭔가 애절하게 느껴졌지만 붙들기도 좀 그래서 놔두었다.

    남들이 한 말이면 그냥 농담이겠거니 했을 텐데, 저 녀석은 워낙에 할 말 안 할 말 구분 안 하고 내뱉는 성향이라, 진심인 거 같기도 한데.

    설은겸은 소녀 보살을 보고서 한마디한다.

    “애긴데 여기가……. 와.”

    애기가 아니지, 은겸이보다 두 살 많다만.

    그 부분이 유독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뭐, 소녀 보살 신상명세를 설명해 줄 이유는 없으므로 굳이 말하지 않았다.

    화제를 건너뛰려, 일부터 물었다.

    “일은요?”

    “자기가 맡아서 할 건데, 왜 그러느냐고 조금 나무라네요.”

    “술과 여자에 약해서 언제 약점 잡혀 이용당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이태현 자금은 처음엔 설민혁한테 위임을 부탁했다.

    그치만 이태현이 버티기에 들어가고 설민혁도 썩 적극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이게 은겸이가 가져간다고 하니까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

    분할해서 맡아 두는 방안으로 아마 귀결될 것 같다.

    은겸이와 식장을 나섰다.

    이 집 자매들은 다 차가 있고, 날 태워 준다.

    은겸이는 진짜로 특임 고문 대리인 비서 겸 운전기사는 맞고.

    “그나저나 말은 여자운이 없다 그러면서 주변에 여자애들이 가득하네요?”

    “올해부터 여복이 트이네요, 작년까진 안 그랬는데.”

    “관리해야겠네에.”

    “왜요?”

    “좋다는 사람들이 넘치잖아.”

    “어디가?”

    소녀 보살의 고백 발언 비슷한 걸 들은 건 아닌 거 같던데, 누가 또 그런 소리를 하나.

    “서울 가서 무슨 말을 하고 왔길래….”

    어머니의 반응이 좋아졌다고 처음에는 칭찬이었는데 요즘은 서울에서 있던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그냥 사주 보고 왔습니다.”

    “유겸이가 자꾸 전화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요.”

    “무슨 말을?”

    “……몰라.”

    고개를 휙 돌리는 은겸이한테 언제나 하듯, 사주 설명충 짓을 시작했다.

    “여복이라는 건, 강한 여자이거나 여러 여자로 발휘되니까요.”

    “강한 여자? 막 이렇게 잡고 안 놔주면 못 가는?”

    은겸이가 내 옷자락을 꽉 쥐었다.

    물론 내가 여기서 끝끝내 걷는다면 은겸이 정도의 체중으로는 질질 끌려오겠지.

    “우선은 자식을 낳을 만큼 건강한 여자가 강한 여자이고. 남자가 그 이상 강하면 권력을 가진 여성이죠. 본처와 사이에 자식이 없다면 세상은 다른 상대를 찾는 것을 눈감았고, 공주의 남자가 되면 눈을 돌리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공주래…….”

    “나는 공주로 취급하고 있는데요, 왕 만들려고 이러고 있고. 공주도 거스를 수 없는데 하물며 왕이면, 걱정할 이유가 없겠죠?”

    “기업인이 무슨 공주야, 그리고…… 자식, 그 자식, 아…….”

    은겸이가 내 팔을 툭 때린다.

    “왜 때리세요?”

    “애교와 표현은 자식이다라고 했잖아요.”

    “내가 낳은 새끼만큼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 줄 수 있는 존재가 드무니까요.”

    “이미 실컷 하고 있잖아요.”

    “실컷 아닌데.”

    은겸이가 워낙에 강한 존재라서, 9레벨 여자운 가지고는 은겸이가 우려할 만한 일이 없지 싶다.

    그런데 말 안 한 것이 하나 있다.

    상대도 공주면 해당하지 않는다.

    차에 올라타고 대전으로 돌아가는 와중이다.

    은겸이가 문득 한마디를 꺼냈다.

    “그러면 나도 선사님 부모님께 인사드려야 했나.”

    “전주에 있을 때 말하지 그랬어요. 아직 많이 안 왔으니 차 돌리든가?”

    “그, 그게 좀 그래요…….”

    “아, 하긴 아직 부끄럽지, 나야 워낙 뻔뻔해서 그랬던 거고.”

    “그렇기도 한데요.”

    부끄럽고 민망해서 그렇겠지, 이해한다.

    어른을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나도 은겸이 어머니 만나는데 긴장했다.

    “그게.”

    “뭐, 말 안 해도 되는데, 긴장했겠죠.”

    “거기 가면…….”

    말은 꺼내 놓고 이행 안 하는 게 미안한지 자꾸 말을 꺼내네. 괜찮은데.

    “음?”

    한참 침묵하던 은겸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당장 안아 볼 수가 없어서요.”

    그런 거라면 내가 더 고맙지.

    * * *

    “인천으로요? 무슨?”

    [빨리 오라고 하십니다. 가 보시죠.]

    노승환의 연락이 왔다.

    설 회장의 긴급 호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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