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19화 (119/211)
  • #119. 사찰과 교육기관의 수호자.

    <교황>

    걸어 다니는 성지입니다. 그와 접견하면 성지 바티칸에 간 것과 같은 효과가 납니다.

    그 외에도 이를 접견하면 인성운 200포인트, 종교운에 100포인트가 누적됩니다.

    특) 가톨릭 신자라면 직접 축성을 받을 경우 더 높은 포인트를 수령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함 보러 가?”

    걸어 다니는 종교운 11레벨이다.

    종교운 11레벨을 상징하는 ‘수도원 영지, 학교 재단’은 주거운 11레벨과 차별화되는 ‘내 사적인 영리 의도로 사용이 불가능한 대형 영지’를 받는 운세다.

    주거운 11레벨과 성격이 같지만 ‘영리’에서 갈린다.

    나는 이게 아부 탈리브 센터가 되지 않겠나 추측 중이다.

    내 의도로 전용은 불가능하지만 거기서 충분히 수익은 거둘 수 있는 영지.

    아부 탈리브 센터는 그 동네 사람들이 워낙에 독실해서 그런지 ‘ㄷ’ 자형 70층 대형 빌딩 안에 블루모스크, 우마이야 모스크 등 유명 역사 사적 모스크를 오마주한 미형의 모스크가 정원과 함께 들어 있다.

    정면에서 보면 모스크 뒤로 빌딩이 솟아 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진 찍기 좋다.

    그 앞 아랍식 정원은 알함브라 궁전 내부 같기도 하고, 트이진 않았지만 타지마할스럽기도 하다.

    그게 아니면 아마 내 급을 조금 더 높이려고 주려는 교육재단 정도.

    사주 강화술은 하늘에서 뭐가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가장 적합한 개연성으로 인생이 진행되고, 적합한 개연성이라는 것에는 빌드업이 필요한지, 얼마 뒤에야 이뤄지는 것들도 많았다.

    현재로서는 저 정도로 진행되지 않나 싶다.

    조금 기다리는데 너무 덥고 줄을 어디에 서는지도 모르겠으며 인파가 너무 많다.

    “아이고 안 되겠다.”

    여름이 기세는 꺾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습하고 더운데.

    이 날씨에 면사포 쓰신 어머니들이 많이 모여 계신다.

    이 상황에서 축성을 받는다? 불가능.

    아쉽지만 슬슬 종교운이 계륵이 되어 가니까.

    종교운이 레벨이 낮을 때는, 내가 저걸 왜 올리나?

    싶어 가만히 놔뒀다.

    아직도 손도 안 대는 운세들 있다.

    형제운이라거나 자아운이라거나, 기예운이라거나, 자식운이라거나, 경쟁력운이라거나, 수명운이라거나.

    사주강화술 보면 누구나 일단 돈이나 집부터 올리고 싶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종교/신념/사상/도덕은 11레벨이 가시권인데 나는 딱 그 정도면 족하다.

    종교/신념/사상/도덕운 12레벨은 내가 쓴 책이 성서에 준하게 팔리고 성서처럼 취급된다고 했다.

    진짜 성서가 되는 건 아니겠고 수학의 정석 같은 책을 팔아서 학교 및 교육재단을 설립하게 되는 엔딩이 나지 않을까.

    최대가 이 정도다.

    13렙부터는 뭔가 미묘하면서 이상해진다.

    종교운 13레벨은 교황, 칼리프 등 그 종교의 영적권위 2인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고.

    특) 당신은 종교적 권위로 병력을 이끌 수 있습니다. 지지자운과 부하운이 강할수록 이 병력의 숫자는 늘어납니다.

    그러니까, 저기 교황양반은 13레벨.

    여기부터는 딱히 쓸모가 없다.

    내가 종교적 권위로 병사들을 모아서 뭐에 쓸 것이거니와.

    영적 권위자가 그다지 되고 싶지도 않다.

    아랍어 배웠으니 중동에서 군벌단체 만들어서 제2의 이슬람국가 세울까?

    이어 14레벨은 황당하게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특) 물 위를 걷기, 손바닥 안에 사람 두기, 모래바람 일으키기.

    서술자는 명승 선생으로 아는데 막 쓰셨구먼, 막 써.

    기적은 사주강화술이면 기적 아닌가 싶은데.

    기적 실현 능력은 궁금하긴 하나, 그다음 레벨인 만렙이 문제다.

    14레벨부터는 자칫 책 한 권 잘못 읽으면 승천이거든.

    그렇게, 교황 접견은 수행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10,800명 사주 보면 3회에 한해 스킬 재분배 가능하다니까.

    종교운도 조절이 가능할 것이라, 상관없긴 한데. 아쉽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튿날.

    ―교황, 대전 방문.

    대전이 성축의 도시가 됩니다, 대전에서 버는 인성운의 포인트가 두 배 이상으로 상승합니다.

    “…….”

    야 아깝다, 하고 있었는데 이게 뭔 일이람.

    대전엔 교황의 이름을 쓴 프란시스코 성인의 수도회가 있다.

    대전에서 제일 유명한 게 빵집인데 거기부터가 성당에서 밀가루 빌려서 빚은 빵으로 시작한 것이라.

    유명할 법도 하지.

    혹시나 해서 알아보고, 마침 집에 갈 일이 있었는데 전주 천주교 순교성지도 들른다고 한다.

    일정이 서울―대전―전주, 뭐야 이거.

    “보러 가야겠다.”

    서울보다는 접견이 어렵지 않을 거 같아서 방한한 교황을 한번 만나 보러 중앙로에 나갔다.

    이번에 안 되면 전주로 가서 또 한 번 도전해도 되겠다.

    천주교 교구에서는 접견자를 교인들로 한정하려고는 했는데.

    교황이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해서 일반인들도 축성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그걸로 유명해진 교황이라서 그런 모양.

    “어 신부님.”

    “아, 오, 오셨어요?”

    날씨가 더운데도 검은 옷 입은 사제들과 회색 옷 입은 수도회 수녀들이 눈에 띈다.

    개중에 아는 신부님이 있어 인사했다.

    성심원의 김규신 신부였다.

    봉사는 종교운만 올리는 건 아니므로 다니고 있다.

    투자를 다른 곳에 할 수 있다는 게 사주강화술의 장점 아닌가.

    우연찮긴 했으나, 이런 날은 성당 관련 신부들은 총동원되는 게 당연하겠다.

    “믿으시는 분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이분하고 종교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이야기를 좀 했었다.

    “아 뭐…… 영화 두 교황 봐서.”

    “인기가 있으신 분이죠. 저도 뵙기는 처음 뵙는데요.”

    “혹시 만나 뵙는 줄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모르고 막무가내로 와서 줄 어디서 서는지도 몰랐다. 줄이 있기는 한 거 같은데.

    “직접 뵈려고 하시는 겁니까?”

    “뭔가 교황님 축복 같은 거 받으면 게임처럼 따지면 뭔가가 강화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아, 이건 그 줄은 아니고 이쪽으로.”

    “신자들만 받는 거 아니죠?”

    “한 번의 만남으로 더 많은 이들을 구원하실 수 있다면 그것도 기뻐하실 겁니다.”

    “입문 아닙니다. 이미 군종교구에 교적이 있을걸요.”

    남자들은 대다수가 3대 종교에 입문 정도로 발은 걸치지 않았을까.

    줄을 서다 보니 이방인 신부들이 주변에 쭉 보인다.

    판타지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

    나이 지긋이 든 교황은 나름 다가오면서 신도들과 만난다.

    어디에 앉아 있는 교황의 어부의 반지에 키스라도 하면서 접견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느낌은 아니고.

    오히려 선거유세장 같다.

    무릎 꿇고 울면서 빌고 가시는 어머니도 계시고 그런데, 저렇게 해야 되나?

    그러다 결국 서양인 특유의 푹 패이고 들어간 눈과 마주했다.

    이 와중에도 몇 개 아는 관상학적 지식이 스쳐 지나간다.

    교황이면 진짜, 전세계구급 유명인이네.

    이런 사람이 13레벨이면 내 레벨도 상당히 높은 모양이다.

    날 존중하는 사람이 건물을 바치는 게 흔하지는 않지만.

    뭔 말 할까 하다가 악수하고 한 마디만 했다.

    “샬롬.”

    “샬롬.”

    “올라.”

    “안녕하세요.”

    남미 사람이라 스페인어 한마디 섞었는데 씩 웃고 한국말로 인사하고 간다.

    묘한 만남이구먼.

    나도 유명인 만나서 신기한데, 믿는 사람들은 가히 자지러진다.

    사주 보면서 타인을 울리는 것으로 득점을 많이 한다 여기는데, 우는 아줌마들도 많고.

    이게 종교운 13레벨의 위력인가.

    아, 생각해 보니.

    13레벨은 교황급 기부금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뜻이네.

    요즘 시대에는 병력보다는 그만한 사람과 조직을 부릴 수 있는 돈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그러면 14레벨까지 다 괜찮다는 이야기 같다.

    이이잉.

    그래 이 맛에 이 더운 날 교황 만나러 줄 섰지.

    <종교/사상/신념/도덕 LV11> 7 +3사주강화술, +1사주와 정신의학 보고서.

    당신의 신념이 주는 후광에 따르는 신도나 제자들이 당신에게 후학을 맡아 길러 줄 것을 청하고 이를 위한 사찰, 수도원, 학교 등의 비영리 시설을 제공 혹은 설립해 줍니다.

    혹은 이 비영리 시설에 준하는 종교, 교육용 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위치에 오릅니다.

    신념과 사상이 11레벨에 올라, 지지자운에 추가 효과를 부여합니다.

    지지자운이 LV9로 상승합니다.

    주거운에 포인트 200이 적립됩니다.

    특) 지지자운, 자아운, 친구운, 여자운, 부하운, 명예운에 특수효과를 부여합니다. 각기의 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지자운 LV9가 이성운에 특수효과를 미칩니다.

    친구운에 특수효과를 끼칩니다.

    최고급 레벨이다 보니 연쇄가 잘 터진다.

    * * *

    <지지자운 LV9>

    당신은 당색이 없는 혼자의 힘만으로 5000~1만 명의 유권자의 득표를 득하며 1천~2천 명의 시위자를 동원 가능합니다. 또한 대대급 이상의 병력이 당신이 분연히 일어날 시 목숨을 수행하여 따릅니다.

    위의 레벨부터는 당신은 확률적으로 적과 당신을 모르는 사람보다 당신의 지지자를 만날 확률이 늘어납니다. 그로 인해 그들에게 호의를 제공받습니다.

    “지지자 조우 효과 업은 뭐야. 웃기네.”

    명예와 지지자가 늘면 공짜 밥 먹을 확률이 올라간다, 뭐 이런 효과다.

    접견을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교황 효과인지 대전의 구 번화가인 중앙로가 북적거린다.

    한밭신문 앞 도로도 막혀 있고.

    종교적 뭔가가 있는 터줏대감 빵집도 교황 빵 하나 새로 냈다.

    평소 인파에 교인들까지 난리통이긴 하지만.

    터줏대감 빵집은 원래도 북새통이라 오늘은 오히려 나아 보인다.

    은겸이 살 좀 찌워 줄까.

    은겸이는 뭔가 못 먹어 본 게 많았다.

    사주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식복이 적은 건 맞는지 먹어 본 게 많지 않았고, 많이 먹질 못했으며.

    처음 접하는 음식들에 대해 뭐랄까, 호기심이 덜하다고 할까.

    막 뭐가 먹고 싶다, 그게 덜한 편.

    그래서 이거저거 먹여 보고 싶다.

    식도락도 사주의 식상운을 강화하니까.

    한창 빵구경 하고 나오는데, 빵집에서 바로 뒤이어 나온 커플 중의 남자가 내 팔을 톡톡 친다.

    “야, 너 대전 다시 왔어?”

    “아, 오, 박 선생, 오랜만이야.”

    누군가 했더니 학교 동기인 박철형이었다.

    임용을 붙어 벌써 2년 차인 중학교 교사다.

    나는 주변인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소설을 쓴 경력이나, 사주를 봐준 덕에 기억에서 잘 잊히지 않는 모양인지.

    “누구야?”

    옆에 여자분이 한 명 있다.

    “어 내 동기, 여기서 다 보네.”

    “아 여자친구 분이신가 봐요.”

    “안녕하세요.”

    음.

    아마 이놈이 사주 본다고 소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선수 쳐야지 싶다.

    “안녕하세요. 어 혹시, 간호사나 사복직, 복지사 같은 거 하시나요?”

    “네!? 누, 누구세요?”

    “와 씨, 너 발전했다? 얘 사주 봐.”

    사주는 생년월일시를 봐야 알 수 있는 거고.

    “동기라고 안 했어? 선생님 아니야? 그리고 이거 사주 아닌데? 관상이시죠?”

    좀 아시네.

    박철형의 여자친구는 바로 간파한다.

    박철형 저거는 내가 사주 봐줄 때 얘길 했는데도 까먹나 보네.

    “4~5년 정도 장기근속하셨을 테고.”

    “어머…….”

    “와 진짜 발전했네.”

    “여고나 간호대 등의 여성 많은 학창 시절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고요.”

    거의 우리 동년배 같아서.

    목소리가 카랑카랑하더라고.

    아줌마들 중에 이런 분들을 몇 봤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노인병원 종사자, 간호사 등등에 있다.

    원인은 잘 못 알아듣는 어르신들이 많으므로 그분들에게 목소리 전달을 하기 위해서 후천적으로 단련되었을 가능성을 높이 본다.

    어르신들 주로 보는 TV 뉴스 앵커 목소리가 유독 시끄럽게 들릴 것인데, 그것과 흡사하다.

    그 외에도 큰 소리로 불러야 하는 경매하시는 분들에게서나 나올 법한데 경매하는 분들은 관찰해 본 적이 없으므로 패스.

    카랑카랑하고 데시벨 높은 목소리는 사람이 사나워 보이므로 흔하게 낼 수 있는 그런 건 아니다.

    목소리를 통화할 때와 잔소리할 때로 나눠서 구분이 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분은 칼에 베일 듯한 데시벨이 느껴진다.

    “…… 아는 사이 아냐?”

    “몰라, 말해 줬어?”

    “아니, 너 진짜 아예 그쪽으로 나가는 거야? 임용도 안 보고? 글도 안 쓰고?”

    “글은 쓰지.”

    “대전 다시 온 거면 연락 좀 해.”

    뉴 명승철학관에서 어디 잘 안 나간다.

    학교랑 가까우니까, 볼 법도 했지만 사주철학관에 젊은 애들이 다니겠나.

    현대의 역술인은 무당과 취급이 거의 같고, 무당은 팔천에 속하는 천인이다.

    드러내놓고 말하긴 어렵다.

    특히 날 알던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반면 작가는 지식인이고, 교사는 훈장 정도의 취급은 되니까.

    사주철학관 차렸다고 굳이 막 떠벌릴 이유는 없었다.

    돈 많이 번다고 처바르면 되지만 사기로 번 돈이라 천시받을 것이 틀림없다.

    기업 특임고문이다 이런 건, 안 믿을 테고.

    “나 연락 잘 안 하는 거 알잖냐. 네가 해라. 좋은 데이트 되세요.”

    “저기요.”

    “예?”

    “저희 궁합 한번 봐주시면 안 돼요?”

    “아, 궁합이 안 맞으면 애초에 연인이 잘 안 됩니다. 좋겠죠.”

    “어, 그래도요.”

    터줏대감 빵집 인근엔 빵집의 케이크와 다과 상품을 떼어서 마련해 둔 케이크부티끄가 있다.

    당연하지만 실력을 자랑을 했으면 이런 요청이 있을 것임은 짐작하고 있었다.

    “괜찮겠냐?”

    “어? 아, 고맙지. 한턱 쏠게.”

    “뭐 진짜 괜찮다면 그러지.”

    박철형은 뭔가가 떠오른 모양이다.

    “아 그 너 민기 결혼식에 안 왔지?”

    “축의금 낼 돈 없을 때라서.”

    라고 말은 했지만, ‘엄마 돈 좀.’, ‘왜?’, ‘축의금 내게.’ 하면 5만 원 한 장은 받아서 냈을 수 있을 것이다.

    “안 부른 거 아니고?”

    “안 부르기도 했지.”

    청첩장 안 오는 결혼식을 왜 가나.

    나는 사주 볼 줄 알게 된 이후부터는 골수 교인들 말고는 딱히 적이 없었다.

    군대에서 적을 안 만드는 사주감평을 터득한 탓이다.

    좋은 말만 해 주고 진실을 조금만 감추면 적이 안 생기는데 뭐 하러 적을 양산해야 하나.

    그런데 아예 안 생기지는 않았다.

    “뭐 내가 틀렸으니 잘 살라는 한마디는 해 줄까 했는데.”

    “아 근데, 나도 잘은 모르지만 걔 요새 소식이 별로 안 좋아.”

    안민기와는 친분이 두터웠던 사이다.

    그 자식이 여자를 좋아해서 술자리에서 이야기도 할 겸.

    그냥 돈 안 받고 궁합이나 여자애들 사주를 봐주곤 했었다.

    객관적으로 봐달라기에 가감 없이 봐줬고, 거의 그렇게 됐으며 지도 그걸 좋아했다.

    마지막 대화를 한 것도 궁합 관련 상담이었고, 사주 상 안 좋다고 사실대로 말했으나.

    갑자기 정색하고 비난하더니 그 이후로 멀리하기 시작했다.

    나야 지금은 그 여자가 찐사랑이라서 티끌만한 비난 요소도 못 견딘 콩깍지였나보다 싶고.

    남자 놈이 연락 안 하는 건 그다지 신경 안 쓰인다.

    결혼식도 갈려고 했는데, 안 부르니까.

    어차피 그와는 별개의 이유로 길이 갈려서 대학 인맥들과 연이 이어지지 않기도 하고.

    “그거 맞았다고 내가 뭐 으스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더 발광하겠지, 됐다. 지가 연 끊겠다는데.”

    “그리고 너 스승의 날 행사 왜 안 왔냐? 교수님이 보고 싶어라 하던데. 전화했는데 안 받고.”

    그땐 재보선 경선 뛰고 있었을걸?

    사범대학은 스승의 날 행사가 꽤 성대한 편이다.

    교원 임용 된 선배들 와서 특강 같은 것도 하고, 모임도 열고.

    “뭐 사립 기간제 나가보라는 말씀 외에 더 하셨겠냐.”

    “너 그거 왜 안 나가냐? 임용 안 볼 거면 그거라도 하지. 몇 명 사립 됐잖아.”

    “관심 없다.”

    교수 추천 정식임용 전환을 조건의 기간제 교사 자리라…….

    차라리 산을 타겠다 싶어 산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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