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58화 (58/211)
  • #58. 크리스마스 각성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대전에 왔다.

    올 거였는데 설은겸의 제안을 거절한 건 따로 할 일이 있어서다.

    저녁에도 할 일 있다.

    “어이 설아청 씨.”

    “나? 설아청이 뭔데요?”

    “설 아동청소년보호의무위반 민혁 씨.”

    “…들이받고 유치장 함 갈까?”

    “해봐 임마.”

    못 할 거 알았다.

    “근데 뭐 하자는 겁니까? 왜 불렀어요?”

    “돈은 들고 왔죠?”

    “현금은 기본이죠. 팁도 주고 꽂아도 주고.”

    또 잡소리 할 빌드 업 쌓길래 무시하고 끌고 갔다.

    “갑시다.”

    설민혁을 끌고 온 곳은 대전의 모 보육원이다.

    “근데 여길 왜 왔어…? 여기 그 고아들 사는 데 아냐?”

    “여, 이거 입고.”

    갈색 옷을 하나 내밀었다.

    뿔도 하나 내밀고, 코도 하나 줬다.

    “아니 이걸 왜…?”

    “재벌 3세의 사회적 의무?”

    “아, 아…그, 그래?”

    “아 2세구나.”

    봉사하러 왔다.

    나도 사실 막 봉사를 해야겠다. 생각이 든 건 아니다.

    인생에 크리스마스 씰 구매 말고는 어디에 기부해 본 역사가 없다.

    학교에서 억지로 시키는 봉사 활동은 채우기 급급했고.

    한데 사주강화술 종교운 9렙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빠른 돌파를 할 겸 크리스마스에 스케줄을 잡아 놨다.

    장사가 잘되어서 미니 성지순례를 못 하니까.

    한 방에 벌 수 있는 방식을 찾다 보니 봉사 겸 기부, 자선이길래.

    대학 시절 귀찮지만 학점 때문에 봉사했던 기억이 나 연락하고 찾아왔다.

    그리고 사람 두 명 더 불렀는데 그중 한 명이 이놈이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여긴 스카이피아 설민혁 본부장.”

    “이렇게 젊으신데 본부장이세요?”

    “이마 까면 안 젊어요.”

    설민혁은 호칭에 당황한 눈치다.

    “본부장? 아닌데?”

    “곧 된다고. 자신감 가져라.”

    “그런 직책이 없는 걸로 아는데.”

    “그럼 뭐로 할까? 설민혁 마요르카 유흥주점 사장 이라고 할까?”

    “좀 그렇네, 스카이피아 설민혁 본부장입니다.”

    “예에 감사해요.”

    수녀님이 만담하는 거 그냥 지켜만 보고 피식 웃으신다.

    “그 이거 옮기고, 애들한테 여 선물 나눠 주는 건 내가 할 테니 선물 끌고 가면 돼.”

    “진짜 뜬금없네. 이거 하려고 부른 거세요. 사장님?”

    “그럼 뭐 때문에 불렀겠어.”

    “어…. 참 나, 이걸 하면 제 운명이 좋아집니까?”

    좋아지니까 불렀지.

    죄다 뻔하다고 욕은 먹지만 돈 많은 자들의 자선과 기부만큼 그들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방법은 없다.

    자선과 봉사, 기부 등은 파괴된 인성운을 보충한다.

    어머니운, 학위운, 종교운, 기예운, 주거운이 오른다는 이야기.

    특히 24~25일은, ‘성축일’ 버프가 있어서 3배로 오른다.

    설민혁 같은 경우는 자선과 봉사를 꾸준히 하면 사람들의 인식에서 방탕한 탕아의 그것이 빠지긴 할 것이다.

    “응, 확실히 좋아져. 자 이거 짐 들어.”

    “사장님은 안 들고?”

    “그거 원래 일단 순록이 끌고 가야지. 네 발로 썰매 끌란 소리 안 하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들고 가.”

    “아 나 참나. 앗 시바 눈부셔.”

    와 저 코 LED구나.

    “쉿 욕하지 말고, 애들 있잖아.”

    “아까는 아동 청소년으로 놀리더만 애들한테 접근시켜도 돼?”

    어 그건 진지하게 좀 그렇긴 하네.

    “그럴 거냐?”

    “아이 그건 아니지. 미쳤어?”

    “그거면 됐어, 가자 짐 들어.”

    “아나 진짜 악덕이네, 짐 안 들어?”

    “원래 선물 주는 생색은 산타가 내고 고생은 루돌프가 하는 거다. 힘내라.”

    그렇게 산타 컨셉으로 아이들과 놀아 주고.

    선물과 기부금을 전달했다.

    “하, 힘드네.”

    “생각보다 열심히 하던데?”

    애들이랑 놀다 보니 나도 지쳐서 뻗어 있는데, 설민혁은 꽤 진심으로 열심히 놀아 줬다.

    “어…. 나, 나보다 인생 꼬인 사람들 보는 취미 있나 봐. 이상하게 재밌네.”

    “잘됐네.”

    “잘됐다고?”

    “그런 취미라도 있으면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와서 이런 거 해라. 노인 복지관도 다녀.”

    “힘들구만. 귀찮아. 사장님 이런 취미도 있었어?”

    “나는 없지, 근데 너는 해라.”

    “왜?”

    “원래 개망나니들이 갑자기 바뀌었다라고 할 만한 명분은 종교 귀의밖에 없거든, 시라소니 같은 폭력배도 갑자기 목회자 되면서 손 씻었다고 평가받잖아.”

    “아아 내래 시라소니야?”

    그건 또 알고 있네.

    나는 사극 하루 종일 틀어 주는 채널 보면서 알았는데.

    “아무튼 종교는 악인의 세탁소니까, 가서 세탁하고 다녀.”

    “아…. 그래? 흠, 뭐 딱히 믿는 거 없는데.”

    “믿는 척이라도 해. 가서 헌금이나 시주, 교무금 많이 하고.”

    “훈련소 종교 행사마냥?”

    “그렇지, 진정성 의심 받으면 이런 봉사하는 곳 꼭 다니고. 거기다 으뜸일 만큼 헌금이나 교무금 많이 내면 알아서 종교 지도층들이 신심이 뛰어나다 소문들 내 줄 거다.”

    “그게 도움이 돼?”

    “너 뭐 외국 대학교 수료장도 없잖아. 공부 다시 할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투철한 봉사 정신을 갖췄다. 라도 있어야 취업하고 자리에 꽂을 때 핑계가 되지.”

    “아, 아아아아. 하긴.”

    종교에 귀의가 진짜로 필요한 놈이다.

    종교로도 아마 안 될 공산이 높지마는.

    “근데 안 갑니까. 사장님?”

    “기다리는 사람 하나 있어서.”

    “여기서? 아 이거 코랑 뿔 언제 떼?”

    “붙이고 있어 임마.”

    “아 씨 수염부터 집을걸, 옷도 따셔 보이네.”

    “털이 모자라면 모자부터 본능적으로 집었어야지.”

    “그건 내가 아직 부족했네.”

    다른 것도 부족하지 하려는데, 마침 도착했다.

    “아 안녕하세요. 기자님.”

    두 번째로 부른 사람은 대전한밭신문 현재현 기자다.

    입대 후 내가 쓴 소설이 출판 작업이 뒤늦게 된 적이 있는데.

    지방지 기자가 기어이 군부대까지 취재를 왔었다.

    그걸 보고 느꼈다.

    ‘아 진짜 쓸 거 없구나.’

    실제로 지방지에는 조금은 소소한 이웃들의 이야기.

    그리고 어느 집단이 봉사했다는 이야기 등도 실려 있다.

    이걸 빌어 한번 부탁드려 보니 흔쾌히 와 주신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현은 날 멀뚱히 쳐다보면서 안경을 한번 고쳐 썼다.

    못 알아보네?

    아 수염 있구나.

    “아, 아아아 명승철학관 선생님이시군요. 여긴 친구분?”

    “이 친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세요?”

    “어, 흠. 모르겠는데요?”

    “아시면 특종이신데 아쉽네요. 자 사진부터 찍으시죠.”

    “예 찍겠습니다.”

    설민혁은 얼떨결에 사진이 찍혔다.

    루돌프 분장이라 웃기긴 하다.

    “분장 지우고도 한 컷 찍을까요?”

    “예, 야 가자. 아 그리고 저기 수녀님. 실례합니다만.”

    수녀님도 흔쾌히 사진에 응해 주셨다.

    언론사 기자를 대동하고 온 봉사면 진정성에 의심이야 받겠지만, 애초에 나야 진정성 없게 온 거니 상관없다.

    “여기 이 만 29세 청년이 오늘 200만 원 흔쾌히 기부하시고 쌀, 라면, 고기, 그리고 내일 특식비까지 제공하셨습니다.”

    기사거리가 된다면 20대 청년의 200만 원 기부와 봉사가 시사점이 많을 거 같아, 설민혁의 나이를 만 나이로 말했다.

    “어? 나 100밖에 안 했는데?”

    “내가 100 했다.”

    “이야 사장님 돈 많네? 근데 왜 이걸 내가 했다고 그래? 사장님이 한 거잖아. 욱.”

    옆구리 한 대 쳤다.

    눈치 없는 새끼.

    물론 저놈이 봉사한 공로를 다 가져가라고 그런 것도 맞지만.

    <선행을 숨김>

    인성운 보너스 2배 작용이다.

    * * *

    이튿날인 성탄절엔 전주로 돌아와 성당에 앉아 있는데.

    옆자리에 누군가 앉는다.

    성탄 미사가 끝나고 어디 다른 곳에 모여 하는 자체 행사, 봉사 같은 게 있는지 교인들이 우수수 빠져나가서 조용하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북적거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나저나 올 테면 오라고 했는데 진짜 왔네.

    어제는 성탄 전야제 하는 교회 가서 혼자 앉아 있었다.

    “교인이셨어요? 사주 보시는 거 아니었나.”

    딱히 교인은 아닌데.

    <성탄절>

    기독교계의 최고의 축일입니다. 축일에 이와 관련된 종교 행사에 참가하고 상념하면 인성운이 3배로 오릅니다.

    종교운 9레벨 만들려고 왔고.

    종교운이 마침 딱 9레벨이 된 참이다.

    계산해 보니까.

    자선 봉사, 성탄 전야 참여, 성탄 미사 참여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고.

    예상대로 됐다.

    이제 ‘성직자, 사상가’인데 장사가 잘된다.

    뿐만 아니라 해괴한 특수 효과가 하나 적용된다.

    성직자, 사상가인데 장사와 함께 붙은 것부터 범상치 않지 않은가.

    원하던 9레벨을 얻었지만 성탄절에 벌어 놔야 10레벨도 보이는 것이므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역질문을 했다.

    “은겸 씨는 뭐 믿는 게 있습니까?”

    “아뇨, 저는 딱히 믿는 게 있지는 않아요. 근데 선생님은 사주를 하시는데 이걸 하세요?”

    종교운 올린답시고 성경 읽고, 불경 읽고.

    거기다 전주 성원 이집트인 이맘 할배가 흔쾌히 내어 준 한글 번역 꾸란도 하나 받아 오긴 했는데.

    그러면 끔찍한 혼종이지 교인일까.

    나는 종교인들도 긍정해 주는 편이라, 그들 편에 서서 화제를 이었다.

    “어차피 사람이 죽은 뒤는 어떻게 되는지 증명하고 납득하게 설명해 줄 세상의 천재가 이 세상에 안 나올 거 같아서요.”

    “어…. 으, 알고 싶지도 않지 않으세요?”

    반응을 보아하니 그 누구보다 두려워하고 있구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젊어도 죽음의 두려움이 크다.

    ‘산타 할아버지는 안 죽어요?’

    어제 본 아이들도 부모를 잃고 그걸 끊임없이 생각하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이면 죽을 날이 멀고 노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지만.

    아이들조차 그럴진대.

    “잠들기 전, 꿈을 꾸지 않을 때 문득 의식이 끊긴다면 아무 것도 생각나지도 기억나지도 않는다면 어떨까, 하고 두려워해 본 적이 있군요.”

    “엇….”

    설은겸은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눈치다.

    이 친구도 에고가 세서, 속네.

    죽음은 누구나 두려워하지만 그 대담을 속 시원히 늘어놓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두려워하다 보니 다들 꺼리는 주제라 그렇다.

    거기다 설은겸은 자존감이 강하니까, 약한 소리를 잘 못 하는 편이라.

    그 자체가 ‘두려워요’ 인 죽음에 대한 대담을 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맞아요. 그럴 때가 있어요.”

    “고민이 많고 생각이 깊어서 그런 생각에 한번 빠지면 잠을 못 이룰 정도 아닐까요.”

    설은겸은 세차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네, 네, 그렇게 됐어요.”

    “가족을 근래에 잃어서 요즘 특히 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젊어서 정서가 아직 덜 안정된 상태에서 가까운 이의 죽음을 체험하면 죽음에 대한 대담이 더 필요하나.

    주변에서 알려 줄 만한 사람이 많지 않고.

    에고가 센 자는 또 그걸 남한테는 말 못 하고 스스로에게만 자문한다.

    “아…. 또 울리려고 그러세요?”

    “누군가 날 기억해 주지 않는 건 슬프고 두려운 일이죠. 기억하려야 기억할 수가 없을 테니.”

    “선사님은 안 그러세요?”

    묻자면 두려운 편이지만 안 두려운 척했다.

    “저는 안 두렵습니다.”

    “정말요? 뭔가를 믿으면 그렇게 되는 걸까요?”

    “어차피 탐구해 봐야 알 수도 없고 알기도 어려운 것이잖아요? 죽음 후라는 건.”

    “네.”

    “알 수 없고 알아낼 시간도 없고, 친절히 규명해 줄 사람도 없다면 가장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의지하고 있는 종교의 가르침이 맞겠지 하고 사는 건 나쁠 게 없습니다.”

    “아 그러신 거구나…. 말씀을 들으니까. 저도 왠지 그래 볼까. 싶기도 하고.”

    망나니 삼촌과는 달리 굳이 종교가 필요하진 않은 사주다.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은겸양은 강하니까, 이겨낼 거예요.”

    “제가 그럴 수 있을까요?”

    “물론, 겉으로만.”

    “아…. 나, 나는요 그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는 외강내유라고 생각한다.

    숨기고픈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그 비밀의 앞에선 약해지므로 그리들 생각한다.

    근데 외유내강이라고 해도 ‘그런가?’ 싶어함.

    그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따르게 된다.

    “속에는 아주 여린 어린아이의 무언가가 있죠, 그저 어른인 척할 뿐 세상이 무섭고 불 꺼진 암흑이 무서워 울고 싶은 어린아이.”

    “지, 진짜…. 또 울릴려고?”

    “울기는 싫죠?”

    “네 싫어요. 정말 그러기 싫어요. 아이 진짜. 그러지 마요. 진짜.”

    이미 설은겸은 반쯤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저는 이미 눈물을 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은겸이가 어린아이인 걸 압니다. 떼써도 되고 울어도 됩니다.”

    “나 맨날 우는 애 같잖아요….”

    “그렇죠, 약해 보이죠. 그게 너무 싫은 거죠. 그러니 울 수 있는 용기를 제가 드리겠습니다.”

    “그런 용기가 어딨어요?”

    “강한 사람은 우는데도 용기가 필요해요.”

    “…아아.”

    진짜 울기 직전이네.

    “정말로 강하지 않은 겁니다. 아직도 많이 아픈 거예요.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말이죠.”

    “흣.”

    설은겸은 그 말에 정말로 훌쩍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과잉된 감정을 끌어낸다.

    그 감정의 홍수가 몰아치고 복잡한 마음이며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

    길을 인도한다.

    “제가 그런 용기를 드리겠습니다.”

    “그런 용기를 주신다고…요?”

    여기서 용기를 준다면서 할 수 있는 게 많다.

    양 팔을 벌리고 제 품에 안겨요. 도 가능할 것 같고.

    안고 있다 보면 몸 닿고 몸 닿다 보면 어, 뭐 그.

    근데 여긴 성당이고 전방에 예수님이, 후방에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그리고…. 노빠꾸로 들이대다 까이고 말지 추한 느낌은 싫다.

    그게 더 추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진심은 추해도 부끄럽지 않다.

    “그럼요. 자 용기를 주는 노래를 한번 해 볼까요? 따라 해요.”

    자칭 ‘용화미륵천부’ 천용화는 ‘용화미륵당당당.’이란 이상한 주문을 외우게 하는데도 성공했다.

    <종교운LV9> 의 히든 ‘용화미륵천부경’ 효과의 발현.

    특) 재화를 낼 수 없거나 당신이 재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화술에 따라 타인의 복종과 순종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정말로 쓸 수 있다면…?

    “자, 친구를 만나느라 샤샤샤.”

    “친구를 만나느라 샤, 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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