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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역술인이 되었다-48화 (48/211)
  • #48. 불꽃패드립

    그만 흔들어라 울렁거린다.

    내가 오빠 소리 듣고 싶어서 엎드린 줄 아냐.

    이거 그나저나 난감하네. 어떻게 탈출하지?

    잠이 미친 듯이 오긴 한다. 이대로는 여기서 잘 거 같은데 민폐이지 않은가.

    “저기 실례합니다.”

    “어서 오세요.”

    “하아 여기 있었구나.”

    수이 목소리였다.

    아, 이건 가히 구조반이 온 듯한 기분이다.

    “술은 다 깨셨는지?”

    “으아 네 머리는 좀 아픈데…. 왜 여기 이러고 있어요?”

    “술을 좀 많이 드신 것 같아요.”

    “같이 있기로 했었는데 제가 술이 너무 약한가 봐요. 찾았는데 여기 있었네요.”

    “예 너무 바로 오셨길래 여쭤봤는데, 취한 이성을 함부로 범접하는 것은 사내의 도리가 아니라고. 지켜 주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대사를 내가 했나…? 도리는 아니다 정도는 한 거 같은데.

    바텐더 양반 장사 잘하네.

    “네? 아…. 그랬어요?”

    “착한 분이시네요. 그렇게 쓰러진 여자분 데리고 간 뒤 돌아오는 남자 분 20년 하면서 몇 못 봤습니다.”

    “이상한 오빠였는데.”

    “로비에 연락드릴까요. 직원들이 부축해서.”

    “아, 아뇨. 제가 데리고 갈게요. 일어나 봐요. 선생님. 아후.”

    수이가 내 팔을 펴서 자기 어깨에 올린다.

    몇 시간 전 했던 생고생을 그대로 돌려주긴 좀 별로라 적당히 취한 척을 하면서 내 발로 걸을 생각이었는데.

    바텐더 양반이 낯부끄러운 칭찬을 해서 그러기가 힘들다.

    “아 선생님 맞으시죠? 맞으신 거죠?”

    “네?”

    수이가 선생님이라고 하니까 설씨가 손녀가 더 난리다.

    어쩌다 보니 계룡선사.

    그러니까 회장님을 수십 년 보필한 명리학의 명사, 역술의 귀재.

    …가 된 모양인데.

    초등학생부터 보필하지 않는 이상, 그거 어렵다고 생각이 안 드나?

    소녀보살 같은 케이스로 오해했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 사주 도사님인 거잖아요?”

    “네, 그, 그렇죠?”

    “저도 같이 모실게요. 으헉.”

    설씨가 손녀가 내 왼팔을 잡고 들려다가 그대로 고꾸라진다.

    힘 없으면 들지 마라….

    “아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제야 바텐더가 나섰는데, 설씨가 손녀가 일침한다.

    “아뇨. 바의 주인은 카운터를 지켜야죠. 거기 계세요. 저기 그 제자님? 같이 들까요?”

    “아, 네? 아. 예. 괜찮은데요.”

    “아뇨. 둘이 드는 게 낫죠. 제가 열심히, 직접 도와드렸다고 말씀만 해 주세요.”

    여자들한테 부축받아 가다가 어딘가 부딪히고 깨지고 할 것 같아 ‘나 안 취했어!’하고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대사에서 야망이 가득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한테 뭔가를 부역하고 점수를 따거나 빚을 지우려는 야망이 있는데 그걸 숨기지도 않는다.

    이렇게 대놓고는 신선하네 어려서 그런가?

    근데 너무 서툴러.

    “으아아.”

    “아 정말 감사해요.”

    “아뇨, 잘 쉬고 가세요. 내일 혹시 선생님 깨시면 그 여긴 말고 온천역 카페에서 기다리겠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아….”

    “부탁드립니다.”

    안하무인으로 자라났지 싶은데, 신입 영업 사원이나 할 법한 90도 폴더 인사라니.

    범상 찮은 구석들이 하나씩은 있….

    * * *

    침대가 푹신하긴 한지, 그대로 기억이 끊겼다. 잠든 모양.

    “헙. 아잇 깜짝이야.”

    깨니까, 바로 옆에서 수이가 자고 있다.

    그것도 침대에 엎드려서.

    큼지막한 더블 침대로 내가 우측 끝자락을 지향하며 옆으로 자고 있었는데.

    그 더블 침대 끝자락에 엎드려서 자고 있다.

    얼굴이 바로 보이니까, 무척 민망해서 더 자려다 일어났다.

    “뭐 이렇게 자고 있냐? 허리 아프게 침대도 넓은데 걍 한 침대에서 자지.”

    시간은 9시 되기 직전이었다.

    집돌이 집순이 사주는 필연적으로 야행성을 수반한다.

    외부 활동을 하고 들어와서 쉬는 공간으로 집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집이 활동의 연장이라서.

    쉬는 시간과 활동이 섞여 구분이 없는 것이다.

    고로 더 재워도 되겠지.

    “읏…차.”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는데 그 순간 수이가 눈을 떴다.

    “어 일어나셨어요?”

    “어 깼냐.”

    “뭐 하세요?”

    “눕히려고.”

    “읏 왜 눕혀요?”

    “불편해 보이니까.”

    근데 눕혀 놓으니까 좀 그러네 그것도 안아서 눕히니.

    이대로 허리 젖히고 내 무릎만 올리면….

    “왜 나갔어요?”

    “술 더 먹고 싶어서.”

    “아, 그 죄송해요. 그게 이러려던 게 아닌데.”

    “아냐. 맨정신이어야 재밌어.”

    수이는 그 말을 듣고 몸을 움츠리더니 고개를 휙 돌린다.

    그리고 몸이 살짝 떨리는 것 같다. 매트리스에 작은 격동이 느껴진다.

    …….

    거 맨정신이어야 재밌으니 술로 회피한 것처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긴데.

    받아들이는 쪽은 지금이 맨정신이니…. 로 받아들인 모양샌데?

    이이이잉, 이이이잉.

    수이 휴대폰인 거 같은데 계속 울린다.

    수이는 안 보려는 듯 방치하고 있었는데 내가 거슬려서 말했다.

    “거 확인 좀 해 보지 그래?”

    수이가 보더니 질색을 한다.

    “으, 엄마가 대전까지 데리러 온다는데요. 출발했대.”

    “아이고?”

    타 도시까지 시도 권역을 넘어서 데리러 온다고요?

    뭐 전주 대전은 유성 쪽으로 자가용으로 밟으면 50분 이내로 도착하는 게 가능하다.

    확인하지 말라 그럴 걸 그랬나.

    “그럼 나가야겠네. 씻고 챙겨 어서.”

    “그 시간 조금 남았는걸요. 한 시간 넘게.”

    “야 됐어. 신경 쓰지 마. 빵이나 사 가고.”

    “네에….”

    졸린 듯 볼멘소리로 수이가 대답한다.

    그렇게 수이를 먼저 보내고 나도 얼추 씻고 나갈 채비를 하려는데 벨이 다시 울린다.

    “저기요. 선생님.”

    수이네, 나간 지 한참 됐는데.

    “어 왜 다시 왔어. 뭐 두고 갔어?”

    “그, 그 어제 그 여자분이 카페로 와 달라고 하셨어요.”

    이건 내가 술김에 듣긴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는데.

    내가 취해서 못 들었을 거라, 생각하나 보군.

    근데 행동이…. 괴이쩍네? 으음.

    전화나 메시지로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깜박했다가 이제 생각이 나서 전달을 하러 온 거야? 아님 말하기 싫었는데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이러는 거야?”

    “어…. 그게, 저도 모르겠어요.”

    으음 후자였다면 양심은 챙기려 한 것이니 칭찬해야 하나.

    “싫었던 거면 너 가지 말고 있을래? 하루 더 있게. 휴대폰 끄고.”

    그 손녀가 미모가 연예인 1호 팬 드립 칠 만큼이긴 했다.

    수이가 그 친구랑 보는 게 내심 싫었다면야 무슨 뜻인지 알겠으니.

    “에엣? 아 아니에요. 그, 학교도 나가야 해서요. 다 오셨대요.”

    “그러겠네. 그래. 먼저 가.”

    뭐 데리러 왔다니 잠수 태우는 것도 무리수다.

    * * *

    어제 들은 카페로 가보니 차창을 바라보며 다리를 꼬고 기다리는 설 회장 손녀가 있었다.

    미모가 멀리서 보니 그림이긴 했다.

    내가 도착하니 엇,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젊은 분이라고는 예상을 못했어요. 계룡선사님. 반갑습니다.”

    어디까지 오해하나 보게 냅뒀다.

    계룡선사로 알면 나야 좋다.

    회장 의중대로 할 참이고 그러면 설민혁일 건데.

    내 정체성이 아니라 계룡선사에 묻어가는 거라.

    책임을 피하기 쉽다.

    “혹시 할아버지께 들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설은겸이라고 하고요. 어제 말씀하신 대로 설 회장님 손녀입니다.”

    “야망이 대단하시던데요.”

    “그 야망이라고까지는 아니고요. 그냥 저도 회사 일을 한번 해 보고 싶어서요.”

    “거짓말이네요. 그러면 회장님의 비선을 만나자고 할 리가 없죠.”

    오기 전에 검색 좀 해 봤다.

    로얄 패밀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비밀스럽기도 하지만 소문은 알음알음 다 난다.

    설은겸의 아버지 설정환은 30대를 살짝 넘은 나이에 미스코리아 출신과 결혼했다.

    그 자식들의 신상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세 명 있다고만.

    미스코리아(선) 출신인 어머니는 사진이 몇 있었는데, 그 시절 사자머리가 좀 무섭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때 (진)보다 아리따워 보였다.

    그 미모가 설은겸에게선 더 화사하게 펴 저 집 자식 맞구나 싶다.

    그래서 연예인인가 생각했던 듯.

    “아 그렇진 않은데요. 그건.”

    “해도 돼요.”

    “네?”

    “그 나이 철부지의 야망은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 안 하니까 해도 됩니다. 나 야망 있다고.”

    “오?”

    “오히려 야망이 있다! 있다고! 있다니까요!? 하면서 난동을 피워도 알아줄까 말까니까. 숨기지 마세요. 겸손 떨어 봤자 행동에서 다 티 나요. 괜히 그걸로 위선자인 양 찍히지 말고.”

    “티가 나나요?”

    “예, 그러니까 미취학 아동인 남동생이 누나 난 공룡이 될 거야. 하듯이 하고 다녀요. 아무 문제없습니다.”

    “와아.”

    “왜 그래요?”

    “지, 진, 짜! 이시구나. 어제는 긴가민가했거든요. 너무 젊으셔서.”

    진짜에 강조된 악센트를 받으니까. 좀 묘한 기분.

    “사주 보기는 하지요.”

    마침 커피가 나와서 한 잔 마셨다.

    음 확실히 그 양반 레시피가 맛은 있어.

    “그치만 정말 그렇게까지 야망? 그런 게 있진 않아요. 솔직한 말로는요.”

    “그래도 목표가 그거면 대놓고 하세요. 해적왕이 되겠어! 간편하잖습니까. 난 누구고 목적은 뭐라서 뭘 하겠다. 가 되어야 거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제 목적에 동참하실 건가요?”

    “목적보다는 보상엔 동참할 생각 있습니다.”

    설은겸은 오,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선사님은 공공연하게 설…민혁 씨를 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그래도 삼촌이라고는 하세요.”

    “왜, 그러시는 거예요? 제 사주는 혹시 아세요?”

    삼촌이라 하긴 싫은가 보다.

    본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싫어하…냐면 그럴 만하지.

    소문만 들어도 더럽다.

    “모릅니다. 알려 주신 적도 없어요. 지금 주시면 받아 보죠.”

    “아…. 할아버지가 제 얘긴 안 하시는구나.”

    대단히 실망하는 기색이다.

    회장이 죽기 전 후계 구도 마무리 지으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거기서 언급된 후보에도 없다는 건 실망스러울 만하나.

    서자 아들인 설민혁이냐, 세 자매냐가 문제지.

    설은겸 나이의 무경력자를 쓰는 건 무리수다.

    몇 년 정도는 묵히면 모르겠다만 회장이 스스로를 초읽기에 두고 있어서.

    “사주 알려 주시죠. 관상도 조금 되지만, 사주 전문이라.”

    설은겸 사주야 진짜 계룡선사는 알 수도 있을 텐데 나는 모르지.

    “예 저는요.”

    대졸이 아니구나 휴학 중이거나 중퇴일 듯.

    생각보다 더 나이가 적다.

    이렇게 첫 손주가 어릴 줄 알았나 설민혁 나이쯤은 됐겠지 했드만.

    사주는 앞서 본 대로다.

    지가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사람인데.

    보통 이런 사람 독선적인 면모가 사람을 쫓아내나.

    든든한 자기 편과 기반이 있어 강하므로 불도저처럼 밀어도, 항상 편들어 주는 이가 있다.

    부동산 쪽에는 이점이 있고 무조건 전진하는 리더상이나, 총체적 재물 흐름엔 약하다.

    “두 사람이 재물과 재화를 두고 붙는다면 설민혁이 이깁니다.”

    “…왜죠?”

    “욕같이 들릴 수도 있을 텐데 들을래요?”

    “괜찮아요. 말씀하셔도 돼요. 욕하셔도 돼요.”

    “그쪽은 아빠가 있고, 당신은 아빠가 없어요.”

    표정으로 욱하네.

    물컵 집었어, 이야 드라마 찍을 뻔했다? 물 짝 끼얹고?

    김치가 없길 다행이네.

    지가 욕까지 하라고 해 놓고는.

    “와 진짜 잔인하시다….”

    “한예종이나 연극영화과 자퇴했나요. 휴학인가요.”

    “오, 네 그게 그렇게 됐어요. 적성에 보이나 봐요?”

    그래도 욱한 게 오래 안 가 다행.

    “그렇기도 하고 연예인에 의욕이 있어 보이는 행보를 보여서 미루어 짐작한 겁니다. 1호 팬이라고 했을 때, 유독 웃음이 밝기도 했고.”

    미모는 확실히 그 정도 된다.

    다만 1호 팬 드립으로 볼 때 데뷔나 그런 건 없는 것 같고.

    배우는 학생 정도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건 엄마의 바람이었는데 이젠 어려울 거 같아요.”

    설은겸의 엄마는 드라마 조연으로 두 차례 출연했지만 그걸 끝으로 결혼했다.

    말로만 미루어 본다면 연기에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복학해서 다니지 그래요?”

    “저는 회사 일은 안 된다 이건가요?”

    말귀는 잘 알아듣는군.

    “그리 해석하셔도 무리는 없습니다.”

    “아버지운이 없는 게 어째서 그렇게 되죠? 다른 운이 좋으면 되지 않아요?”

    간단하게.

    <아버지운 LV11>

    아빠가 중견 기업 이상 급의 기업을 물려줌.

    이거 없으니까.

    근데 사주강화술 읊어 줄 건 아니니 납득은 시켜 줘야겠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란 여자를 얻어 유전자를 남기고 혼인 관계를 잘 유지하고 계신 성공한 표본입니다. 그 때문에 아버지운이 좋은 남자는 여성과의 사이가 좋은 경향이 있죠.”

    그냥 아빠가 돈을 많이 주던가, 유산이 많던가.

    ‘시댁의 재산이 많아서 며느리가 잘 붙어 있다.’의 가능성이 더 높지만.

    논점은 아니니까 그런 말은 뺐다.

    “설민혁이 그렇다?”

    “예.”

    “저는요?”

    “아버지운은 여자한테도 남성을 보는 기준이 됩니다. 아버지운이 약한 여자는 한 여자만 보겠다고 맹세한 혼인 계약의 의지를 볼 안목이 없어 이성운이 나쁩니다.”

    “무슨 차인데요?”

    간략하게 여자한테 어필 가능한 남자와, 남자 볼 줄 모르는 여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설민혁은 여성을 상대로 장사해서도 돈을 벌 만한 기질을 가진 인물이고 설은겸은 남성을 상대로 장사해서는 큰돈을 만질 기질이 없는 인물입니다.”

    “헐.”

    “남이나 여 한쪽 집단만을 시장으로 갖고 있는 사람과, 사람 그 자체를 시장으로 가질 수 있는 사람의 그릇은 다르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윤을 보는 기업 입장에선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는 인재를 원할 것이니.

    둘을 두고 본다면 설민혁이 간택받을 것이다.

    “연예인은 남자가 붙는 직종 아닌가요? 전 그런 적성이 있다고 예전부터 들어서.”

    “아가씨라고 해 드리죠. 예 아가씨, 아가씨는 태생이 아가씨라 천것들이 쳐다보기 힘든 미모를 가졌습니다. 아름다우시나 학창 시절부터 여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많았을 것이며, 남친 없었습니다.”

    “…어.”

    “제7의 여자론이라고 하죠. 예쁘지만 만만한, 근데 아가씨는 10의 여자라 봐도 될 정도로 아리따우시네요. 뿐만 아니라 집안 배경도 너무 대단해서 저 같은 천것들은 엄두를 못 냅니다. 남자가 못 다가옴.”

    4~50대까지 미모를 유지하며 결혼 안 하고 있는 여배우들처럼 살 것 같은 팔자였다.

    하물며 집안 배경은 50대 기업 회장 딸이자 명예회장의 손녀.

    치장한 것 하나, 하나가 명품.

    못 오를 나무가 걸어 다니는 느낌 그 이상이다.

    남자들도 어여쁘다 말은 하고 느끼기야 느끼겠지만.

    유사 연애의 느낌으론 상상을 못 할 법한 그런 캐릭터다.

    괜히 분위기 있으니까, 성격 세겠네 지레짐작해 버리고.

    “아 저 되게 털털한데요. 진짜로 진짜.”

    “그 털털함마저 아 저렇게 소탈할 때가 있구나. 가 되는 거죠. 아가씨 캐릭터를 타고난 인물이라서요. 느낌 살려서 아마 사랑 노래와 애교 춤을 추는 아이돌 쪽보다 분위기 있는 여배우 쪽으로 해 보세요.”

    “하아 그치만, 그럴 수가 없어요. 선사님. 다르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뭐 어떻게 하면 회사 일 할까요. 스카이피아요.”

    “대놓고 최고 알짜인 건설사를 노리시네요. 어렵다고 보는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설은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이제 가장이고요. 그건 아빠의 꿈이에요.”

    제법 명분이 있네?

    이어 설은겸이 지르듯이 외친다.

    “그리고 지켜야 할 가정이 너무 커요. 배꼬리들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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