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47화 (47/211)

#47. S급 손녀가 집착한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이 여자, 연예인 닮았다.

그냥 막연히 그렇게 생각이 든다. 누군지는 모르겠고.

“바는 처음입니다.”

“그러면 12년산부터 천천히 올라가시지.”

“비싼 거 좋아해서요. 선물 받았는데 진짜 맛있더라고요.”

바텐더는 그냥 군말 없는데 손님인 여자가 몇 마디 참견을 둔다.

약간 한 있음. 집에 갈 때 저 하천 건너 트레이더스에서 하나 사 가야지.

입구가 좁은 글라스에 주문한 위스키가 나온다.

그사이 이 여자는 옆자리는 아니고 옆의 옆 자리에 앉는다.

딱 심리적 거리감 있는 자리.

“여기 나왔습니다.”

“와, 그래 이 향이야.”

“많이 드셔 보셨나요?”

“아 네, 제 영업장엔 아예 뿌려 놨어요.”

“사장님이신가 보네요.”

드디어 마신다. 이놈의 조니신발 파란띠.

“와 맛있다. 부드럽네요. 한잔 더 되나요?”

“예 그럼요.”

와 이런 호사 누려도 되나 싶네.

그냥도 자주 와야겠는데.

<공짜>

당신은 무료 소득을 마구 난사하여 소비합니다. 소비는 근로소득과 은행 잔고를 깎고, 횡재운을 올리나, 무료 소비는 근로소득과 은행 잔고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자원에 영향이 가지 않을 정도로만 소비하면 소비 물품의 단가에 맞게 재성운이 오릅니다.

샷 음료 0.5포인트.

미쳤다, 공짜 만세.

“캬아.”

맥주 먹는 탄성이 나오니까. 옆자리 술 먹는 여자가 깜짝 놀라더니. 입 가리고 웃다가 바텐더한테 말한다.

“저도 이분이랑 같은 거 하나 주세요.”

“손님은 광고에 재능이 있으시네요.”

내 덕에 한 잔 더 팔았는지 싱글벙글이다.

“그. 주인장님?”

“푸훕.”

술을 좀 집어넣어서 그런가.

바텐더님이라고 해야 되는데 단어가 순간 생각이 안 나.

입에서 주인장 하다가 어 존칭…. 은 붙여야지 하다 보니.

정체불명의 호칭이 나온다.

이거 무협 보던 버릇 같기도 이상하게 ‘여보시게 주인장.’ 이런 말이 입에 익어.

“아하하 주인장님이래.”

저 옆자리 여자분 웃음 리액션이 괜찮네.

“그 이게 스카치 블렌디드인데, 제가 요새 커피를 좀 하거든요. 그 블렌드면 섞는 거잖아요. 뭘 섞어요? 물 섞어요?”

“푸핫, 되게 재밌으시네요.”

옆에서 자꾸 터져 신경 쓰인다.

그것도 웃겨?

“아 감사합니다.”

“예 증류주라 원액은 70도에 가까운 도수니까 물을 섞죠. 그치만 그런 뜻은 아니고….”

“아아.”

“스코틀랜드에선 순수….”

“독일에서 하는 맥주 순수령이랑 비슷했던 거군요?”

재밌구만 나도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한다.

어디선가는 인용할 수 있으니까.

“와인 담은 오크통에서는 술이 과일 냄새가 나요? 와 신기하네.”

바텐더한테 술 관련해서 열심히 듣고 있었다.

셰리 오크통 위스키라는 걸 설명을 듣는데 신기해서 그걸 한번 마셔 볼까 하던 찰나였다.

“그거 제가 한잔 사 드릴까요.”

갑자기 옆에 있던 아가씨가 문득 술을 산단다.

그…. 모르는데 술 산다는 사람은 조심하라고 했다.

거의 격언급 아닌가.

“예? 아뇨. 괜찮은데요. 그쪽 분이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제가 살게요. 여기 이용권 있어서.”

“바 처음 오시는 거 같은데 이용권을 끊으셨어요?”

“아뇨 호텔 연간 이용권 있어요.”

“어, 골드카드…요? 이 호텔?”

“예.”

젊은 여자는 갑자기 날 지긋이 노려보며 말했다.

“혹시, 당신. 설…민혁?”

그 이름이 왜 나와?

근데 그 한마디가 너무 많은 단서를 줘서 정체가 짐작이 간다.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누구신데요?”

“그, 아가씨는요.”

“네?”

“아버지운이 별로 없으시네요.”

저 여성은 설민혁을 알기는 하나 얼굴을 모른다.

그러나 설민혁이 연간 회원권을 갖고 있을 거라 추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카드는 설 회장 혈육들이 지급 받았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 기업 고위 관계자이거나 혈육일 것이다.

그리고 저렇게 젊다면.

“…누구세요?”

경계심이 가득 솟은 목소리로 날 쏘아본다.

정체가 무릇 짐작이 간다.

설 회장의 손녀, 혹은 설 회장의 숨겨 둔 딸이나 내연녀.

내연녀를 자기 사업장에 드나들게 하는 게 정상은 아니니까.

그럴 양반도 아니고.

딸들은 4~50대의 나이다.

설민혁보다 최소 열 살 이상은 많고 오죽 괴롭혀댔다는데 얼굴을 모르기까지 하겠나?

그럼 손녀쯤 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누굴까요?”

“설민혁 아니라면서요?”

“그럼 아무 문제없지 않아요?”

회장의 딸들은 결혼이 늦다. 20대 후반, 30대 초쯤에 결혼했다.

그 보통은 어린 딸자식이 결혼이 이른 경우가 많은데.

설 회장은 장남, 차남, 세 자매. 순차적으로 결혼시켰더라고.

요즘 세상은 아니지만 20여 년 전에 기어이 맏이부터 가고 형제자매가 순차적으로 시집 장가 가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고로 외손녀일 가능성이 낮다. 친손녀일 것이다.

“20세에서 23, 24세 정도. 그러니까. 여대생 나이 정도로 보이는데요.”

“네.”

“그 나이대의 학생이 이런 억 소리 나는 비싼 바에서 혼자 술을 먹는 취미를 갖는 경우가 몹시 이례적입니다.”

“아, 그런가요?”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을 못 할 정도면 아직 사회물 덜 먹었네.

대졸자인 24세쯤으로 맞추고 얘기하는데 더 어릴 수도 있겠다.

“세 가지 경우 정도가 생각이 드는데 연예인, 화류업 종사자 그리고 상속녀죠.”

“그래서…. 제가 그 상속녀로 보여요?”

“아뇨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나 상속녀를 마주한다는 건 매우 드문 확률이고 여긴 밖에 나가면 외국 도시 이름 붙은 룸살롱이 가득 있어서 화류업 종사자로 생각합니다.”

“흐응?”

연예인이나 상속녀를 볼 확률은 1퍼 미만이라 생각한다.

이 정도 호텔이면 조금 확률이 오를 수도 있기야 하겠지마는.

최고급 부유층만을 상대로 장사할 수 있나.

“물론 화류계 쪽이라 생각은 해도 말 걸 땐 연예계 쪽에 있냐고 하죠. 화류계는 욕이니까. 지금도 기분 살짝 나쁜 표정이시고.”

“그럼 왜 저한테는 그 얘길 먼저 하세요?”

“화류계가 아닐 거 같으니까, 어그로를 끄는 거죠. 연예인이나 상속녀면 발끈할 거니까.”

“왜 발끈시키는데요?”

“그래야 관심을 사겠죠? 떠받들어 주는 사람들이 발에 채이고 채일 테니까?”

술이 좀 되어서 그런지 비법 그냥 나오네.

“아하 근데, 화류업이신 분들도 그리 보면 발끈하지 않을까요?”

“아뇨. 이미 자존감들이 낮아서 자기가 그렇게 보이냐고 되게 신경 쓰지 발끈하진 않아요. 알바처럼 뛰거나 정말 재밌어서 하는 소수가 있긴 하지만.”

“하하.”

바텐더 아저씨가 피식한다.

사실 화류업 아가씨들이 쉬는 날 오던가.

그 아가씨들을 남자들이 데리고 오던가, 하는 업장이었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 뭐라 하지, 바텐더님?”

“주인장이라고 하셔도 됩니다. 정겹네요.”

“예 주인장님도 좀 손님들을 보면 느끼죠?”

“어 뭐 섣부른 추측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느낌은 있지요. 그래도 티는 안 내는 편이지만 술 한 잔이 들어가면 말씀들을 털어놓으시죠.”

“사연들이 전부 세죠?”

“듣고 있으면 제가 다 힘들어지는 느낌입니다.”

접객업에 이야기 듣는 직업은 비슷해서 말이 좀 통하네.

“그러니, 연예인 아니면 상속녀. 여기에 이름은 모르지만 설씨. 그렇다면 여기 회장님 설씨니까. 상속녀. 가능성이 높죠.”

“오, 연예인이면 어쩌시려고?”

“사인 받아야죠. 아직 아니면 1호 팬 해 드립니다.”

여자는 박수 치며 좋아한다.

“푸흣. 아하하하. 1호 팬 좋아요.”

사실 여자 연예인은 군 생활 즈음에 본 걸그룹들만 몇 알지.

그 이후엔 잘은 모른다.

근데 말하는 투가 혹시나 그쪽에도 발을 담궜나 싶어.

확정하지는 않는 발언을 했다.

“뭐 사실 상속녀와 연예인은 직업과 직업을 더한 게 아니니까. 둘 다일 수도 있죠.”

“아빠…. 말한 건 뭔데요?”

“그쪽 가문에 장성한 3세대 손녀면 아버지가 유명을 달리하셨거나, 감옥에 가 있으시겠죠. 그러면 아버지운이 끊기지 않았을까요?”

“아…….”

설씨 3세대로 보이는 여자는 술을 샷, 그 작은 잔에 마시는 걸로 털어 넣는다.

“크으. 하아.”

나도 바텐더 양반이 내민 꽃향기, 과일 내음 난다는 와인 오크통에서 키운? 위스키 한 잔을 마셨다.

맛이 신기하긴 하네.

“뭐 연예인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운이 끊겨 어쩔 수 없이 사업으로 전환했다.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어? 이번엔 바텐더 양반도 움찔하네.

가만있자.

주류 사업을 욕심내는 회장이 정성껏 차린 호텔 바에 있는. 바텐더와 회장 손녀로 추정되는 여인이라.

주류 회사 창립 태스크포스로 활용하기에 좋아 보인다. 싶은 건 내 생각일 뿐이려나.

“저 아시는 분이시죠? 누구세요?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제가 이 정도 미인을 기억을 못 할 리는 없는데요. 인상에 확 남으니까.”

내 짐작이 맞다면 내가 처음에 추천했고 회장도 좋게 보고 있다는 3세대 손주 라인인데.

얘가 맞나.

손주가 얘 하나는 아닐 거 같은데?

“누구신지요. 대답 좀 해 주세요.”

“1호 팬이오.”

“그거 말고.”

“저처럼 한번 추측해서 맞춰 보시죠?”

명승철학관도 아니고 술도 마셔서 머리도 살짝 흐리멍텅하니.

사주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어찌됐건 설 회장이 돈 주면 설민혁 쪽 편을 좀 들어 볼 생각인데.

이 여자가 설민혁이냐고 물을 때, 냉기가 풀풀 날렸던 게 떠올라서 경계를 좀 했다.

“저 궁금한 거 못 참아요. 빨리 말해 줘요.”

그냥 웃으며 술이나 마셨다.

그리고 사실 댈 만한 직함도 마땅한 게 없다.

명승철학관 관장이오, 무협 소설 작가요. 하면 그걸 믿을라고?

나도 이런 것 받으면서 사주 볼 줄 몰랐어.

“어우 술 된다.”

알딸딸하긴 한데, 취하진 않았다.

그치만 일부러 한번 떠볼 요량으로 술을 더 마신 다음.

일부러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는데.

여자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계룡, 계룡이죠? 맞아, 아버지운이라고 했었어! 맞죠? 계룡 할아버지 자주 가시는.”

“…….”

그 묘하게 잘 찍는데 뭔가 하나씩 빗나간다?

“그 아닌데요.”

“거짓말.”

“어, 그런 건 아니오라. 으잉? 왜 이래요?”

“도와줘요.”

설 회장의 손녀로 추정되는 여자애는 내 손을 왈칵 잡고 양손으로 감싼다.

“그 잠깐만요.”

아 이거 난감하네. 뭔 소린지 알 거 같아.

근데 그 할배 의중이….

“저 사장님. 저 아까 처음에 시켰던 아이스티 맛 칵테일 하나요.”

“예.”

술이 좀 깨서 이제야 사장님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맞잖아요. 도와주세요.”

“뭘 도와드려요?”

“아시지… 않아요?”

눈빛엔 생각보다 기백이 있었다.

근데 대답하긴 난감하네.

마침 술이 나왔고 이걸 벌컥벌컥 마셨다.

“어 취한다.”

“손님?”

“잠 오는데요. 한숨만, 딱 한숨만 잘게요. 2교시에 깨워 줘. 푸학.”

라고 한 뒤 테이블에 머리 박았다.

긴급탈출기, 자폭. 아까 배움.

얼굴은 이미 좀 뜨거워진 것 같다. 바 형식의 테이블에 엎드렸는데 나무가 차다.

사실 정신을 다잡고 있어 그렇지, 취기에 몸을 맡기려면 맡길 수 있었다.

그런 다음 내가 한참 말이 없자, 둘이 대화를 시작한다.

눈은 감고 누웠는데 잠든 건 아니다. 귓가에 들린다.

“아저씨, 이분. 아세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처음 뵌 손님입니다.”

“설민혁 아닐까요.?”

“그게 회장님과 꼭 닮았다는데 그렇지는…. 그냥 정말 VIP 연간권을 끊으신 분 아닐지.”

“그런 티가 하나도 안 나요. 전혀 사업하러 오신 분 티가 아니잖아요. 복장도 캐쥬얼 코트고.”

저 여자도 날 좀 스캔하긴 한 모양이군.

“혹시 더 짐작 가는 건 없으세요?”

“아까는 젊은 아가씨랑 함께 왔었습니다. 그냥 큰맘 먹고 들어 온 어린 커플 같은 느낌이었는데 꽤 신사적이더군요.”

“신사요? 그냥 여자한테 작업을 잘 거는 사람 같던데.”

내가 뭔 소릴 했다고 작업을 잘 건대?

“그런 것치곤 아가씨가 술이 취하니 눕혀 놓고 바로 여기 내려와서 한탄하듯 술만 마시더군요. 레이디 킬러 칵테일 먹이는 남자들의 끈적함이 없었어요. 흔치 않죠.”

“매너는 있나 보네요. 설민혁은 아닌가 봐.”

갑자기 불려 나와서 까이는 설민혁은 도대체.

“예, 취한 이성과 함께 있는 걸로 보이는 것도 세상의 힐난을 살 일이다. 이러시더군요.”

“나이 별로 안 많아 보이는데 되게 어휘가 나이 들어 보이네요?”

“옛 단어 같은 걸 잘 알던 거 같네요.”

“그럼 진짜 거기 맞나 봐요. 어, 어, 어 왜 왔지? 왜 나 보러 온 거지?”

왠지 바텐더한테는 내 취한 연기가 들킨 것 같다.

술집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으면 적어도 가짜로 취한 척하는 연기자들은 걸러 낼 수 있겠지.

여자 쪽은 자꾸 그냥 막무가내로 내 신상을 궁금해하는데.

바텐더 아저씨는 말을 사리면서 은근슬쩍 들으란 양.

칭찬을 넣는다.

오히려 이게 효과적이네, 쪽팔려서라도 일어나고 싶게.

잉~ 이이잉.

휴대폰이 징징댄다. 뭐지. 사주강화술인가?

“안 되겠다. 로비에 전화 좀 해 주세요.”

“그렇게까지 하셔야 할까요?”

“그 연간권 언제 끊었는지 발렛은 했는지 물어보게요. 네, 예 저예요. 네에 오늘 VIP 손님 투숙 아 906호? 성함이? 오늘부터 시작한 연간권이에요? 아, 아아. 회장님이 결제하셨다고요?”

개인 정보를 맘껏 열람한다?

기업 고위층이거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거나.

나이가 어리니까. 고위층은 아니겠고 그냥 눈치 볼 필요 없는 사람이겠다.

그냥 정체를 다 가져다 바쳐라.

“회장님이라고 하십니까?”

“네…. 진짜예요. 계룡선사요. 이, 이렇게 젊었나?”

“그러게요.”

목소리가 둘 다 놀란 눈치다.

“진짜 아저씨, 저기요. 1호 팬 아저씨 아니 1호 팬 오빠. 일어나 봐요. 어서요. 계룡 선생님. 계룡선사님.”

아 무슨 사주인지도 짐작 간다.

집착과 집요함이 쩔고, 아버지 일찍 여읠 확률이 있는 인비다자.

사람이고 뭐고 탐나는 건 내 걸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며 직진만 아는 성난 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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