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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04화 (204/327)

< 204. 무역 거점. (2) >

앞으로 30여 년 후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가마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닿게 되고, 그 이후 포르투갈의 상선이 중국으로 향하다 태풍을 만나 왜국에 상륙하게 된다.

그때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조총의 왜국 전래였다.

그리고 조총으로 인해 포르투갈과 왜국의 관계가 좋아지자, 왜국의 영주(다이묘)들은 포르투갈 상인들에게 왜국의 칼잡이들을 용병으로 고용하거나 노예로 구매할 수 있게 허용해 주게 된다.

그렇게 왜국의 칼잡이들이 포르투갈 상인들과 함께 바다를 누비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네덜란드 상인들이 포르투갈 상인을 몰아내고 주류를 이루게 될 때도 왜국 출신의 용병들은 상인들과 활약하게 된다.

문제는 이 활약이라는 것이 아시아 원주민들에 대한 학살과 같은 살인, 약탈 행위가 대부분이었고,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상인들 간의 난투극 싸움에서의 활약이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자 화교상인들은 서양의 상인들과 왜국의 해적들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본토 출신 용병들을 고용하기 시작했으며, 동남아시아의 토착 국가들과도 연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5~16세기 동남아시아 바다는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화교상인, 토착 국가들의 싸움장이 되었고, 그들에게 고용된 왜국과 중국의 용병들은 앞장서서 살육을 저질렀다.

그런 혼란의 시기가 온다는 것을 알기에 참파 왕국 출신인 시쭈꾸가 필요한 것이었다.

화교 상인들이 중국 본토의 용병들을 고용했듯이 춘봉 상단도 조선의 무사들을 고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선에는 왜국이나 중국처럼 칼 밥을 먹고 사는 이들이 없었다.

조선 초 안정을 위해 실시한 사병철폐 정책으로 인해 왜국의 사무라이나 중국의 무림 문파 같은 전문직업인으로서 싸움질을 하는 이들이 없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병철폐 정책으로 인해 조선의 왕권 강화와 안정화가 가능했지만, 전란의 시대에는 이것이 단점이 되어 전투를 치를 수 있는 경험 있는 인력이 없는 것이었다.

이런 조선의 무력 부재를 시쭈꾸와 그를 따르는 인력으로 메꾸어 보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참파 왕국이 베트남 대월과 캄보디아의 크메르에게 영토를 잃고 갈기갈기 찢겨 나갈 때 흩어지는 참파 왕국의 난민들을 모아 용병단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런 참파인들을 용병으로 고용해 상단의 무력으로 삼는다면 조선에서 무사 계급 혹은 해군이 길러지는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용병들의 구심점이 되어줄 시쭈꾸가 필요했다.

“정(情)이라는 그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그대의 호의는 내 가슴에 느껴지고 있소.”

시쭈꾸는 자신이 베풀었던 호의가 돌아온 것이니 언젠가는 다시 호의를 베풀면 된다고 생각했다.

품에 안겨 있는 아이들의 손에 들려있는 육포 조각을 보자 전쟁에 밀리고 있는 참파에서보다 더 잘 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도 했다.

그리고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기반이나 마찬가지인 붕따우의 사람들을 데리고 달랏으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설령 달랏으로 모두 무사히 간다고 해도 이후 전쟁에서 이겨 다시 자신의 땅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 것 같았다.

시쭈꾸는 아이들을 아내들에게 보내고 자신의 심복들을 불러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이야길 나누기 시작했다.

원종은 심각하게 이야길 나누는 시쭈꾸를 보고 있으니 일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시쭈꾸가 우리와 함께 한다고 하면, 조선으로 데리고 갈 생각이었지만, 본토는 아니고, 제주도 같은 섬을 정착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본토로 데리고 가게 되면 조선의 유교 방식과 그들의 이슬람식 문화방식이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서로가 불편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면 조선과 동남아의 중간쯤에 기착지를 조성해 거기서 살게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미리 지도를 펴서 중국과 말라카의 중간쯤을 살펴봤다.

언년이와 진기와 만든 지도는 실제로 배를 타고 움직이며 많은 수정이 있었는데, 내가 모르는 작은 소국의 표기와 도시들이 표시되었기 때문이었다.

시쭈꾸를 이용해 만들려는 거점은 단순한 보급을 위한 기착지가 아닌 물건을 쌓아두고 교역까지 같이할 수 있는 전진 기지와 같은 거점이었다.

베트남 반도는 인구도 많고 붕따우처럼 후추 같은 특산품이 있는 곳이 몇 곳 있었지만, 안전이 우선이었기에 베트남 반도는 제외했다.

그러자 눈에 확연하게 들어오는 섬이 있었다.

***

“본거지를 잃었고, 되찾을 수 없다면, 이곳에서 계속 크메르 놈들과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들만 상할 뿐입니다.”

“맞습니다. 다른 군장이나 술탄들이 힘을 모아서 방어를 같이하고 공격한다면 전황을 바꿀 수 있겠지만, 서로 자기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힘을 합치지 않으니 크메르 놈들을 물리치기가 힘들 것입니다. 더구나 이긴다고 하더라도...”

시쭈꾸는 그 뒤로 나오는 말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설령 힘을 합쳐 크메르 놈들을 몰아내더라도 자신의 본거지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본거지를 회복하기 위해 서남쪽으로 밀어붙이려고 해도 이곳의 군장들과 술탄들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대월 놈들을 대비해야 한다고 병력을 내어놓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현실적으로 다른 세력들이 힘을 보태주지 않는다면, 본거지를 되찾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조선의 상인은 여길 떠나 자신들과 같이 가자고 한다. 새로운 곳에 터전을 만들라는 것이지. 너희들은 어찌 생각하느냐.”

“붕따우의 사람들을 실어 오고 했기에 믿음이 가지만, 그들이 왜 우리를 같이 가자고 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신뢰를 주었다가 배에 태운 후 우리를 노예로 팔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시쭈꾸는 부하의 말을 옳게 여겼다.

그 정인가 뭔가 하는 조선인들만의 그것이 있어서 호의를 베푼다고 했지만, 자신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근 100여 명에 가까운 무리였기에 호의의 단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의도와 목적이 있기에 자신들을 돕는 것이라 여겼고, 시쭈꾸는 그 답을 듣기 위해 원종과 마주 앉았다.

***

“말라카로 교역을 하러 다니는 길목에는 해적들이 많습니다. 그런 해적들을 방비하기 위해 참파인들을 용병으로 고용하려고 합니다.”

원종은 자신들을 받아들이는데 의혹이 있다며 이야길 하는 시쭈꾸에게 그 이유를 숨기지 않고 이야길 했다.

“그리고, 참파 인들의 왕국도 있지만, 말라카 반도와 그 아래 스리위자야(인도네시아 팔렘방 지역)나 마자파힛 왕국(필리핀, 인도네시아에 있던 왕국)까지 모두 이슬람을 믿고 참파인들과 연관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곳과 교역을 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교역 일을 모른다.”

“그냥 용병으로 옆에 서 있어 주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생김새가 비슷한 민족에 종교까지 같은 이들이 조선의 상인들과 같이 있으니 마자파힛이나 스리위자야 와 쉽게 교역이 가능하게 될 겁니다.”

“용병일이라...”

시쭈꾸는 한 나라의 군장으로서 권세를 누리던 이였다.

그런 이가 돈을 받고 무력을 팔아야 되는 상황이 되었으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명예롭지 않게 살인을 하고, 더러운 일을 시키기 위해 용병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에서 말라카까지 교역하는 동안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용병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용병 또한 아무나 고용하지 않습니다. 시쭈꾸 당신의 참모습을 알기에 신뢰가 가는 그대를 고용하고 싶은 것입니다.”

다른 이유 없이 신뢰가 간다는 이유로 용병으로 고용하고 싶다는 말에 시쭈꾸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동안 봐왔던 용병들은 명예도 없고, 규율도 없었으며, 고용인이 시키는 더러운 일도 마다치 않고 하는 잡놈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쟁통에도 고기 육포를 피난민들에게 줄 정도로 베풂이 후한 자라면 자신들에게 더러운 일을 시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부유함에 비해 배를 지키는 병사들이 작아 보이긴 했으니 다른 의도도 없을 것 같았다.

“좋다. 용병으로서 조선의 상인들과 함께 움직이겠다. 우선은 판티엣을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전황이 좋지 않으니 바로 출발하도록 하죠.”

시쭈꾸가 빨리 판티엣을 떠나자고 했기에 바로 배를 출발시킬 준비를 했다.

그러다 오후가 되어 판티엣의 방어선이 무너졌는지 판티엣의 참파인들이 배를 타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들도 태워 주시오. 나짱으로 태워 준다면 그곳의 군장에게 사례를 받을 거요.”

피난민들의 모습을 보고 시쭈꾸가 최대한 태우자고 했다.

시쭈꾸가 부탁하기도 했지만, 이 사람들도 다 내 병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배에 태울 수 있는 만큼 참파인들을 태웠다.

그렇게 나쨩에 도착하여 참파인들을 내려주었는데, 시쭈꾸를 따라 떠나기로 한 자들도 있었기에 170여 명의 참파인들을 태우고 북쪽으로 움직였다.

***

“실려 있는 화물과 인원수가 다른 것도 있지만, 바람 방향에 따라 삼각돛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다우선이 확실히 빠른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삼각돛으로 돛 방향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다우선들은 속도가 빨라 거의 수평선 너머까지 먼저 움직였는데, 내해를 움직일 때는 속도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았다.

하이난섬을 지나 중국 땅에 다가가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다우선에게 돌아오라는 신호를 깃발로 보내게 했다.

“두 척 모두 깃발을 보고 돌아오고 있긴 한데, 그 뒤로 다른 배도 보입니다.”

“화포를 전면으로 움직여라!”

돛대 위에 올라앉아 망원경으로 보는 선원의 말에 염호진은 움직일 수 있는 화포를 정면으로 옮기게 하자, 시쭈꾸도 병사들을 도열시키기 시작했다.

참파 특유의 둥근 방패와 사자의 꼬리라는 뜻의 휘어진 시미타(Scimitar)를 빼든 모습은 방패와 활을 들기 시작하는 조선 수군과 느낌이 달랐다.

쫓아오는 배가 세 대라는 것을 알자 염호진은 배들의 거리를 벌려 크게 움직이게 했다.

돌아오는 다우선의 뒤로 배가 따라붙고 있었는데, 다우선의 선장들이 고의로 속도를 느리게 했다가 빨리했다가 하며 배들을 끌고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척의 선장이 누군가?”

“청남이와 학선이입니다. 해적선을 끌어들일 생각을 하는걸 보니 방패병 출신이라 간이 큰 것 같습니다.”

염호진의 말처럼 잡힐 듯 말 듯하며 해적선 세척을 끌어들이는 모습이 웬만한 배포로는 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시선을 끌어 준 덕분에 해적선들은 늦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고, 우리 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조여들기 시작하자 어찌할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앞에서 얼쩡거리던 다우선은 금세 선회해서 해적선들이 돌아나가지 못하게 뒤를 막아섰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목숨은 살려주겠다!”

“항복해라!”

사방으로 둘러싼 배에서 항복하라고 외쳐대자 해적들도 혼란한지 이리저리 움직이다 뱃머리를 돌리려고 했다.

[퍼펑!][콰앙!]

하지만, 염호진의 누전선에서 화포가 쏘아지며 조란환이 한번 뒤덮자 놈들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기 시작했다.

“중국 해적으로 화물은 없고, 73명을 포로로 사로잡았습니다. 배는 끌고 갈 수는 있는데, 이제 조선 수군만으로는 배를 움직이는 것이 힘들 지경입니다.”

하긴 누전선 세척으로 시작한 선단이 13척이 되어 버렸으니 방패수나 화물 담당 수군도 다 배의 운항에 투입되어야 했다.

이런 해적 사냥으로 인한 늘어나는 배를 감당하기 위해 수군을 넉넉하게 뽑아야 할 것 같았다.

“중국 해적은 현청에 넘겨도 돈을 제대로 주지 않으니 저놈들은 노예로 쓰도록 하지요. 시쭈꾸가 저들을 감시해 주십시오. 5일 정도만 더 가면 이야기했던 섬이 나올 텐데, 정착지를 건설하는 데 저들을 쓰면 될 겁니다.”

“그럼 정착지를 다 만든 이후에는 저들을 거세하도록 하겠다.”

“에?! 아...”

그러고 보니, 이슬람에서 노예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기억이 났다.

*

[작가의 말]

이슬람의 노예 관리법은 아주 무서운 관리법입니다.

< 204. 무역 거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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