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110화 (110/327)

110. 그래 연애해서 애국해라! (1)

“어머나, 정말 여자 포두가 입구를 지키고 있군요. 아, 포두가 아니라 다모라고?”

잘산군의 부인인 한 씨는 춘하추동 가패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다모를 보곤 감탄했다.

“춘봉가패가 문을 열기 전날 잘산군과 같이 먼저 다녀왔다고 어찌나 자랑하던지 심술이 났었는데, 이번엔 우리가 가장 먼저 오게 되었으니 집에 가서 자랑할 것이 생겼습니다. 아마, 다모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도 이야기하면 놀랄 것입니다. 호호호.”

“저희도 마마님들이 초대를 해주셔서 깜짝 놀랐답니다.”

“마마님들과 같이 차를 마실 수 있어 기쁘답니다.”

춘봉가패의 오픈 전날 월산대군과 잘산군을 초대했듯이 그 부인인 부인 박 씨와 부인 한 씨를 가장 먼저 초대했다.

그래서 두 사람에 대해서만 준비했는데, 가패로 온 것은 무려 12명이나 되었다. 거기다 부인들을 시중드는 이까지 치면 30명이 넘는 대인원이었다.

다른 이들과 함께하고 싶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심리를 생각지 못한 결과였다.

부랴부랴 탁자를 붙이고, 몸종들이 뒤에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고, 추가 음료를 내고 빵도 추가로 만든다고 다희가 땀을 뻘뻘 흘렸다.

“호호호. 전 제조에게 사람이 이리 많이 온다고 미리 알렸어야 했는데, 미리 알리지 못할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양해 바라오.”

그래도 몇 번 보고 했다고 잘산군의 부인 한 씨가 웃으며 이야길 했는데, 은근히 눈짓을 내게 보내었다.

그 눈빛이 뭔가 싶어 곤란했는데, 그녀의 눈짓이 향하는 곳엔 웬 여자아이가 앉아있었다.

부인 한 씨는 그 여자아이에게 빵도 챙겨주고 여러 가지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두 대군의 부인을 따라온 여인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유부녀임에 비해 이제 10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였다.

“종희야 이것이 파파빵이라고 하는 거란다. 원래는 판팥빵인데 다들 발음이 어려워 파파빵이라고 부르는 것이란다 어서 먹어 보거라.”

“네. 이모님 이렇게 불러주시고 챙겨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여자아이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싱긋이 웃는 부인 한 씨를 보곤 나를 쳐다봤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급히 숙였다.

응? 잠시만, 한 씨 부인에게 이모라고? 그럼. 저 애의 엄마도 한명회의 딸이라는 소리인데... 그러다 머릿속을 스치며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종희... 아! 신숙주의 손녀 이름이다... 그리고, 내 정혼자로구나.

그제야 여자아이의 정체를 알게 되니 나도 모르게 여자아이를 다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 이모를 따라 가패에 온 것인데, 아주 우연하게도 둘이 만났구나.”

부인 한 씨가 즐거운 듯이 이야길 하자 다른 여인네들도 다들 웃으며 나와 종희를 쳐다보며 만족한 듯이 즐거워했다.

“아, 부럽다. 나는 낭군님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가마를 탔었는데, 이리 먼저 얼굴을 보게 되는 부부라니. 참으로 부럽구나. 호호호.”

“그러게. 종희는 이모를 참으로 잘 만났구나. 낭군님의 얼굴이 어떠하냐? 잘생겼느냐? 어머 어머, 얼굴 발개진 거 보게 호호호. 전 제조도 얼굴이 붉어졌구나. 호호호.”

여자들만 있고, 남자는 혼자뿐이라서 그런지 12명의 여자는 더 크게 웃으며 나와 종희를 놀린다고 아주 난리가 났다.

“흠흠. 여자들만의 공간에 제가 있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니 저도 이만 나가 있겠습니다. 부디 가패를 즐겨 주십시오.”

약간 부끄러웠지만, 나보다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종희가 안쓰러워 가패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게를 나와서도 저 여인 군단의 돌발 주문이 있을 수 있기에 길 건너 담벼락 앞에 서서 대기했다.

“종희야 어떠하냐? 네 할아버지가 정해준 혼처이기에 이렇게 상업하는 양반이지만, 인물도 좋고 수완도 좋은 것 같지 않으냐?”

“그게... 좋기도 하지만... 아니, 이모님 참으로 짓궂으십니다.”

“좋다고? 호호호 그래, 좋으면 된 것이다. 그리고, 짓궂다니 이 모든 게 다 너를 위한 것이니라.”

“오늘은 마마님이 종희를 데리고 왔으니 다음에는 내가 종희를 데리고 가패로 오지요. 종희야 그때는 연서를 꼭 써 와야 한다.”

“오호호호. 가패에서 주고받는 연서라니 아! 낭만스러워라. 이런 여인들만을 위한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입니다. 최고예요!”

“창문에 발이 처져 있다고는 하지만, 안에서는 밖을 이리 볼 수 있으니 몸종을 통해 맞은편 사람에게 연서를 주고 그 반응을 바로 볼 수 있겠구나.”

“그러면 바로 답장도 올 수 있겠는데요. 나도 새 시집을 가야 하려나 호호호.”

여인네들은 가수저라나 파파빵 같은 것을 이미 남편을 통해 먹어봤는지 음식에 대한 품평보다는 남녀상열지사에 관한 이야기를 잔뜩 토해내며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다 미인초라고 하는 과일주를 발효시킨 식초 물이 나오자 그제야 음식 이야길 했다.

“와! 이거 입안이 개운해졌어요. 예로부터 초(醋)를 마시면 피부가 좋아지고, 몸이 유연해진다고 하더니. 그렇게 되면 진짜 이름처럼 미인이 될 수 있으려나.”

“어매일가노보다 저는 이 미인초가 입에 더 맞네요. 집에서도 해먹일 수 있으려나.”

“우리는 이미 늦어서 더 마셔도 안 되겠지요. 종희는 아직 어려서 되겠구나. 호호호.”

“어머 시간이 벌써... 오늘은 마마님들이 불러주셔서 즐겁게 즐기다 갑니다. 작은집을 쓰는 것도 집보다 더 깨끗하여 쓰기 편하니 저는 여기 가패에 자주 올 것 같습니다.”

“맞아요. 볼일을 보고 옷매무새를 다듬을 수 있게 동경을 설치해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저도 문을 열면 친우들과 다시 오고 싶네요.”

“나도 여동생이 종희처럼 혼처가 정해졌는데, 가패에서 창문 발을 사이에 두고 얼굴이나 구경할 수 있게 해주어야겠습니다. 호호호.”

장장 두 시진(4시간)이나 떠들던 여인네들이 나가자 다희와 점원들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대부인들을 배웅해주며 그래도 장래 마누라라고 종희에게 눈인사를 해주고 미래 장모님이 드실 수 있게 카스테라와 빵을 챙겨주었다.

“도련님. 오늘 보니 가패가 적자는 나지 않겠지만, 춘봉가패 만큼 돈을 벌어들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춘하추동의 책임자인 다희는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싶은지 걱정부터 했다.

“한번 자리에 앉으면 오래 앉아있을 것 때문에 그리 생각하는 겁니까?”

“네. 저리 자리를 오래 지키면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지칠 것 같습니다.”

“모두 다 예상했던 일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기다리는 줄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포장해서 가는 사람도 늘 것이고, 밖에서 기다리는 이들에게도 팔 수 있는 간단한 음료나 과자를 만들어 내면 거기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여자 손님이 많은 식당이나 카페는 테이블 회전이 늦다는 것을 원래부터 알고 있었기에 조선 시대도 똑같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남녀의 기질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기질 차이는 어쩔 수 없기에 테이블 회전을 걱정하기보다는 아예 건너편 민가를 사서 종들이나 남자들이 대기하는 장소를 만들어 거기에서 부가 이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

“박복아 저 맞은편 민가를 사서 허물고, 저기에 야외 탁자를 깔 수 있게 집 주름(부동산 업자)에 저 집을 재주껏 사 오라고 전하거라.”

***

“이모. 그렇게 저를 놀리면 어찌해요. 거기가 그런 자리였다면 저는 가지 않았을 터에요.”

“호호호. 그래서 낭군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았느냐. 이모를 따라간 것을 후회하느냐?”

“그게... 후회는 안 하지만... 그래도 준비는 하고 갔어야 했다고요.”

“호호호, 준비는 무슨. 하여튼 이제 얼굴을 봤으니 된 것이다. 혼례 당일에 얼굴을 보는 것에 비하면 100배는 나은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종친들만이 올 수 있는 날이 있다는데, 그때는 너를 데리고 갈 것이니 그때 얼굴이나 한 번씩 보거라. 네 할아버지가 안다고 해도 별로 탓하지는 않으실 게다.”

“매달요? 그럼 그때는 준비를...”

“준비하려는 걸 보니 전 제조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호호호.”

부인 한 씨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조카 덕분에 오늘 온종일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매달 데리고 가겠다는 그녀의 약속은 건강이 나빠지며 지켜지지 못했다.

***

“둘이 혼인하고 싶다고? 그런데 이미 둘이 같이 사는 것을 다 아는데, 그걸 이렇게 따로 이야길 해야 하는 것이냐?”

멋쩍게 앞에서 웃고 있는 참렬이와 자청이는 이미 집에서 같은 방을 쓰고 살았기에 사실혼 관계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애가 들어서게 되어서리...”

평소의 참렬이와는 다르게 부끄럽다며 말끝을 흐리는 게 웃겼다.

“아, 이거 결실을 거두었구만. 하하하. 애가 들어섰다면 정리를 해줘야 하긴 하지. 그럼 혼인해서 호패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겠구나.”

“어이쿠, 그게 아닙니다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요. 제가 도공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부역을 피해 도망을 쳤지 않았습니까요. 그래서 양민으로 호패를 만들게 되면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도련님의 밑으로 정식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요. 자청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노비가 되겠다는 말이냐? 허나 왜? 자청이는 관기에서 이름을 지웠기에 이제는 양민이 되었는데, 왜 다시 노비가 되고 싶다는 것이냐?”

“그거야 도련님이 저희들에게 잘 대해주시기도 하시지만, 제가 호패를 만들게 되면 죗값으로 부역에 끌려가야 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요. 거기다 태어날 아이도 양민이면 부역을 지게 되니 도련님 아래에서 노비가 되는 것이 더 좋습니다요.”

“흠...”

원종의 입장에서는 자유민인 양민이 되는 것이 노비보다 더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둘의 처지도 이해가 되긴 했다.

현대적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자유의지에 대한 이해가 있고, 자신의 삶을 자신이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겠지만, 이들은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자유라는 것의 소중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노비에서 양민을 꿈꾸고, 양민이 양반이 되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그런 사람들이 이 시대에는 더 희귀한 사람들일지도 몰랐다.

“그래. 네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문서를 만들도록 하마. 문서에는 너희를 매매하지 않겠다는 것과 그 후손 중에 양민이 되고 싶은 자가 있다면 양민이 되게 풀어주겠다는 문구도 넣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도련님. 열심히 일하겠습니다요.”

“그럼. 혼례식 날짜는 춘하추동 가패가 좀 안정되는 5월에 날을 잡자꾸나.”

“네? 혼례식요? 저희는 그냥 정안수(井華水) 떠 놓고 절이나 하려고 했는데요.”

“허허 어찌 내 집안에서 만나 혼인하게 된 둘을 그냥 그렇게 하겠느냐. 떵떵거리게는 못해도 자청이에게 제대로 가마는 태워줘야 하지 않겠느냐? 날을 잡고 정할 터이니 그때까지 몸조리나 잘하거라. 자청이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참렬이가 잘 챙겨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챙겨주시니 감사합니다요. 충성을 다하겠습니다요.”

“이제 충성을 다 한다고 하면 이제까지는 충성하지 않았다는 말이냐?”

“아니, 그게 아니오라...”

그럼, 여기가 안이지 밖이냐 하는 말장난으로 둘을 더 놀릴 수 있었지만, 둘의 회임소식을 듣고 혼례를 치른다는 소리에 부러워하는 금산이의 얼굴을 보니 더 할 수가 없었다.

“금산아 저 둘이 부러우냐?”

“네. 도련님. 안 부럽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후우...”

그러고 보니 금산이를 거두어들일 때 했던 약속이 장가보내준다는 것이었다.

“금산이 너는 마음에 둔 여인이 있느냐? 있다면 내가 나서주마.”

“그, 그것이 한 명이 있사온데... 그게, 채월이 입니다요.”

금산이는 말을 하며 채월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채월이? 흠.”

하지만, 금산이가 좋아한다는 여자가 채월이라는 게 문제였다.

관기였던 4명 중에서 이 시대 미적 기준으로 따지면 가장 미인이었다.

어딜 가든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를 좋아한다고 하니 왜 금산이 저놈이 여자가 많은 이 환경에서 짝을 못 찾고 그 흔한 정분도 일어나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가장 결혼하기 힘들다는 눈만 높은 모솔이 바로 금산이였다.

“휴우... 그래. 내가 너 장가보내주기로 약속했으니 이 형님이 한번 나서주마.”

*

[작가의 말]

참고로 식초를 먹으면 몸이 유연해진다는 속설은 그냥 유사과학일 뿐입니다. 아무리 식초 먹어도 유연성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한때 다이어트에 좋다고 식초 음료가 엄청 인기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살이 많이 찐 주부가 흑초와 홍초를 만들어 먹고 몸무게를 뺐다고 해서 광풍에 가까울 정도로 유행했었지요.

실제 그 주부의 몸은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 관리로 살을 뺀 것이 분명했는데, 방송에선 그냥 흑초, 홍초를 만들어 먹고 살이 빠졌다고 하니 운동하기 싫어하는 주부들에게 엄청난 인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초물 아무리 마신다고 해도 살 안빠집니다요.

오히려 첨가물로 들어가는 과즙 때문에 살이 더 찝니다요.

제가 그렇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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