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63화 (263/325)

제263화

(14)

단군 길드장 전황준.

염동력 계열의 스페셜리스트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베테랑이자 뛰어난 각성자.

아내와 사별한 이후, 홀몸으로 외동딸을 키워 오고 있으며 현재 그 딸이 각성자 아카데미에 입학해 있는 상태.

그리고 지금, 그런 전황준과 마주 보고 면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황준의 집이자 지연의 집이기도 한 그의 자택의 소파에서, 황준은 안면이 있는 사람 둘과 안면이 없는 사람 한 명을 탁자를 사이에 둔 채 마주 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본 적 없는 것은 아니니 인사를 건네는 여성은 신화 길드의 부길드장인 신화연.

직접적으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행사 등지에서 몇 번 오다가다 얼굴을 마주친 적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지연이가 관심을 가지기도 했지.’

그런 마주침 속에서 딸인 지연이 화연에게 관심을 가지고 더 뛰어난 각성자가 되는 것에 열을 올린 것이기도 하지만.

“크흠, 반갑습니다…….”

그리고 단군 길드의 전속 트레이너 중 한 명이자, 지금은 아카데미의 기간제 교관으로 임시 파견을 한 그의 직원인 최영웅.

지연을 보살필 겸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 아카데미로 보내 놨고, 그가 이 면담 자리를 만들었다.

물론 진짜 교사는 아니라지만 교사 같은 자리에 있고, 지연이 가르침을 받는 이상 이 학부모 면담이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작 자리를 만들거나 자신과 안면이 있는 사람들은 곁가지처럼 양옆에 두고 혼자 중앙에 앉아 있는 청년이 신경 쓰였다.

“최영의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참 기분이 묘하네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잘생긴 외모를 가진 청년이 자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의문을 가지는 황준.

“저도 기분이 참 묘합니다.”

‘그리고 왜 여기에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황준은 뒷말을 꺼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눈앞의 영의라는 청년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청년, 영의는 이곳에 오기 전에 생각해 놨던 말을 하기로 했다.

“아무튼, 제가…… 저희가 이렇게 찾아오게 된 이유가 궁금하실 겁니다.”

영의는 자신을 기준으로 대화를 하려다 양옆에 데려온 이들을 떠올려 ‘저희’라고 말을 고쳤다.

“왜 찾아온 건지. 그리고 따님인 지연이에 대해서 할 말도 있어서 왔습니다.”

사실 이렇게 찾아와서 설명하는 것이 본디 필요한 과정이기는 했다.

지연이 영의에게서 배워 가는 기술은 자신이 창작했다거나 어디선가 보고 베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독특하고 지구의 것과 거리가 있었으니까.

특히, 영의가 독고휘에게서 비급을 받은 뒤 전수했던 뇌령검법은 체계가 잘 잡혀 있어 아류라고 할 수 없는 완성도를 보이고 있었다.

“지연이에…… 대해서?”

황준은 영의의 말에 자신의 옆에 앉은 지연을 살짝 쳐다보았다.

아무런 표정이나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으며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지연.

모두가 예의상 차려 둔 차나 다과를 살짝 건드렸지만 지연은 그런 것도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왜 이렇게 굳어 있는 거지……?’

보통 학부모 면담이라 하면 학생들이 긴장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지연은 별문제가 없을 정도로 우수하니 이렇게 긴장할 이유가 없을 거라 생각한 황준.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나……?!’

황준은 자신이 집을 너무 자주 비운 나머지 지연이 탈선을 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

“어…… 어떤 겁니까.”

마음속에 걱정이 가득 차기 시작한 황준은 말을 살짝 더듬기까지 했다.

그래도 일단 양옆의 인물들이 나름 믿을 만하니, 황준은 앞에 앉은 영의의 말을 계속 들어 보기로 했다.

‘외모의 차이는 있지만, 닮은 부분이 확실히 많기는 하군.’

실제 관련자로 보이는 영웅이 가만히 있었고, 둘 사이에 눈매나 입술 등 닮은 부분도 어느 정도 보였기에 형제라고 생각한 황준.

‘형제이니…… 비슷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려나? 집안이 무도가 집안이란 얘기까지는 들었었는데.’

마음의 준비와 약간의 심적 안정을 위해 차를 마시려 찻잔을 들어 올리는 황준.

“일단, 본론부터 들어가자면 제가 지연이를 담당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의의 전후 없는 스승 발언에, 황준은 깜짝 놀라 찻잔을 놓칠 뻔했다.

“?!”

“물론 얘가 비밀로 하고 있으니 모르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이런저런 말이 나올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황준은 찻잔을 쥔 손에 힘을 꽉 주며 지연을 돌아보았다.

“비밀이라니?”

“쌤……?!”

지연 또한 영의가 시작부터 본론을 꺼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건지,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던 태도를 바꾸어 놀란 표정으로 영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연이가 예전부터 종종 연습하거나 운동하러 나갔던 거, 전부 저한테 온 겁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예전부터 집을 비웠던 이유가, 이 남자 때문에……?!’

영의가 이런저런 단어를 생략하고 자세한 전후 사정을 설명해 주지 않았기에, 황준은 지연이 눈앞의 이 남자에게 빠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황준은 예전부터 지연이 집을 아침 일찍 나가 늦게 들어오는 게 운동 때문인 줄로만 알고 있었지만, 눈앞의 청년에게 간다는 것이란 사실까지 알자 찻잔을 부술 기세로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걸 말해 주는 이유가 뭡니까?”

비밀로 했으면 처음부터 그것을 비밀로 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니, 이제 와서 밝히는 이유가 궁금했던 황준.

“이제 어느 정도의 선을 넘겼으니까요.”

“선을 넘겨?!”

뿌득.

황준이 힘을 너무 준 나머지 찻잔의 손잡이가 잔과 분리되어 부러졌고, 잔이 떨어지려는 것을 영의가 빠르게 낚아챘다.

“다행이네요. 제가 손이 좀 빨라서 잡았습니다.”

영의는 차가 쏟아지기 전에 찻잔을 잡아 탁자 위로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고, 황준은 영의의 손이 빠르단 소리를 다르게 알아들었다.

‘손이 빨라서 따님한테도 빠르게 손을 댔습니다.’

“당신……!”

황준은 더 이상 화를 참기 힘들었고, 그 탓에 주위에 있는 물건들이 폴터가이스트 현상처럼 공중에 천천히 떠오르거나 떨리기 시작했다.

덜덜덜덜덜.

찻잔과 그 받침에서 일어나는 진동을 보며 당황하는 지연.

“선생님, 말이 조금 잘못 전달된 것 같은데요……?!”

“지금 뭔가 되게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자세히 설명 좀 해 드려.”

“선배, 그냥 보여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지연을 포함한 주위 인물들이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빠르게 눈치채고 영의에게 제대로 된 설명과 정정을 재촉했다.

[사용자, 개체명 전황준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심지어, 알림이마저도 영의에게 이런 조언을 할 정도였지만 영의는 잘못된 점을 모르고 있었다.

“보여 줘? 뭘?”

‘필요한 내용, 요점, 본론. 다 말했는데……?’

애초에 지연을 제자 그 이상으로 보고 있지 않았기에 영의는 자신이 뭘 잘못 말한 건지도 모르고 있었다.

영의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아 보이자, 답답해진 영웅이 곧바로 소리쳤다.

“네 능력!”

“선배와 저의 관계…… 아, 아니. 선배의 능력이요.”

화연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욕망을 슬쩍 내비쳤지만, 이내 제대로 정정했다.

“음? 아, 하긴. 보여 드려야 믿을지도 모르니까.”

영의는 화연과 영웅의 말에, 자신의 능력을 조금만 보여 주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과외도 명문대를 나왔다는 타이틀과 실력 증명을 보고 맡기는데 아무것도 없는 나를 어떻게 믿겠어?’

“조금만 떨어져 줄래?”

생각한 바와 본래 의도와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영의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영의가 온몸을 뇌기로 감싸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실전에서 유용한 체내에 응축하거나 몸 밖에서 꺼내 쓰는 거신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천뢰검을 제외하면 지금 사용한 뇌신무가 가장 위력적이고 눈에 띄는 기술이었다.

드드득- 착.

“…….”

황준은 영의를 범죄자이자 딸을 유혹(?)한 한량인 줄로만 알았지만, 눈앞에서 그가 보여 주는 기술을 보자 정신을 차렸다.

딸에게 가지고 있는 부성애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각성자로서의 본능과 위기 감각도 갖추고 있었기에 정신을 차린 것이다.

‘A급은 확실하군……. 어쩌면 지금 유명한 이들보다 더 위일지도…….’

“확실히, 한량이나 어중이떠중이는 아닌 것 같은 모양이군.”

황준의 말에, 지연과 영웅이 다급히 영의를 변호했다.

“아빠! 선생님은 진짜 선생님이야! 이상한 사이 아니라고……!”

“그건 제가 보증합니다. 본래 사제 관계는 엄격하고도 확실해야 하니까요.”

영웅은 사제 관계를 명확하게 언급했고,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황준의 집 문을 두드리기 전에 오지 않으려고까지 했다.

“내가 왜 같이 가는 건데?”

“형이 선생이잖아.”

“네가 진짜 선생이잖아! 아니, 사부잖아! 스승!”

무의 길을 걸어온 집안이었기에, 무를 가르쳐 주는 사제 관계에 있어서는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있는 최씨 일가.

영웅은 지연에 관해서만큼은 자신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 생각해서 거절하였으나 영의가 끌고 온 것이었다.

“형이 법적 선생이잖아.”

합법적으로 지연을 가르치고 있는 교관이라는 직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연과 영의, 각자 원하는 인물을 한 명씩 데리고 와서 학부모 면담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사제 관계라…….”

황준은 사제 관계라는 말을 듣고 영의와 지연을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때, 영웅이 한숨을 내쉬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휴우…… 각 가정에 보내 드린 신체검사 결과표는 보셨겠죠? 거기에 지연 양의 신체 능력과 마력량이 늘어난 것은 아실 겁니다.”

“잘 알지, 잘 챙기고 있고. 나도 각성자니까, 그 부분은 확실하게 확인했지. 아주 뛰어나서 자랑하려고 액자까지 주문했…….”

“그 결과물이 이 녀석이 만든 겁니다.”

팔불출의 모습을 보여 주려 하던 황준의 말을 도중에 끊으며, 영웅은 영의를 가리켰다.

그 말 이후, 그곳에는 적막만이 감돌기 시작했다.

“…….”

“…….”

그리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눈치를 보는 지연과 화연.

황준은 뭔가를 고민하듯 턱을 짚고 영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 어색한 침묵은 상당히 오래 이어지기 시작했다.

* * *

일본, 국회의사당.

참의원 회의장.

평소라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거나 나라의 중대한 안건과 관련된 회의를 하는 장소였지만, 지금은 황준의 집 거실과 같은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런 침묵 속에서 입을 여는 한 의원.

“……부시도의 행패는 너무 심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얼마 전 참의원에 당선된 타케다 의원의 발언에, 곧바로 다른 의원이 입을 열었다.

“행패라니요, 야쿠자도 아니고……. 오히려 야쿠자는 뛰쳐 들어왔다던 쇼군즈 아닙니까? 언행도, 평소 행실도 그렇고…….”

타케다를 비꼬듯, 쇼군즈에 대해서 비난하던 의원은 사사키 의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도심에서 살인은 명확한 중죄입니다. 연고지가 교토라서 편을 드는 겁니까?”

“그러는 당신은, 얼마 전 선거 자금을 알 수 없는 대부업체로부터 받았잖습니까? 교사 부모님 밑에서 자란 당신이 선거 자금을 어떻게 마련한 건지에 대해서 말해 주시죠. 야쿠자 사무실이겠죠?”

사시카와 타케다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내 타케다가 폭발했다.

“이 사람이!”

<쇼군즈>와 <부시도 스피리츠>, 양 길드의 편을 드는 의원들은 거의 4:4 비율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머지의 2는 그 어떤 발언을 해도 힘을 낼 수 없는 이들이었고.

그렇게 상부에서의 힘 싸움이 팽팽하여 어떠한 결론도 낼 수 없었기에, 하오다는 신주쿠에서 쇼군즈의 인원들을 모두 참살했음에도 체포되지 않고 있었다.

교토의 본부에서도 모두가 그것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물론 살육이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대장이었으니까.

“대장, 괜찮아……? 요즘 인터넷에 악플이…….”

다이카는 근래에 여론이 심상치 않자 하오다를 직접 찾아갔지만, 하오다는 평소와 같이 거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흥, 신경 쓰지 마라. 불만이 있으면 직접 와서 말하면 될 것을. 인터넷에서 이야기하는 애송이들의 말 따위.”

“아, 알았어……. 그래도 다행이야. 평소대로의 대장이구나.”

하오다는 아무렇지 않게 대응했지만 그의 행위와 살육이 일어난 현장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상에서 암암리에 퍼져 나가며 하오다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그 소문들과 게시판들을 직접 확인한 하오다.

“빌어먹을…….”

뿌드득. 빠지직.

하오다는 손에 쥔 휴대폰을 쥐어 으깨 버렸고, 그 파편이 손에 박혀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휴대폰을 뭉개 버렸다.

“전부, 죽여 버릴까……? 아니, 아예 도륙을……?”

그리고 그의 신뢰와 길드의 명성이 떨어지는 것과 반비례하여 하오다의 광기 또한 점점 커져 가기 시작했으나 아직 그 누구도 그 전조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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