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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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저 멀리 일대의 기마대가 빠른  속도로 

황산쪽으로 질주하는 것이 달 빛 아래 아련히 보였다. 그는 가슴속에 

담겨진 말을 잠재우려 했지만 실패했다. 수 십년 간 용정차의 향기로 

재웠던 말이니 일반 차로는 안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이제는 마음껏 말을 해도  상관이 없었다. 하늘에서 비취는 

해가 제마를 굴복시키고 있지 않은가.

  

  "이로써 덕조회의 십삼당은 원래대로 내 손에 들어왔군. 내게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할아버님의 손길이 닿았었던 것이니 재

생의 기회는 줘야 겠지. 조금 있으면 선우대덕도 덕조회의  십삼당이 

없어졌다는 걸 깨닫겠지. 어떻게 없어 졌는지 머리가 아플꺼다. 하하

하 하하하. 과연 그가 과연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아니 그때까지 살아 있을 지 궁금하군. 존덕문에 내  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는 자가  가짜라는 걸  백오노야가 이제  알게  됐으

니……. 살아서 응천부(금릉)를 떠나지 못할 것이다."

  

  희고 고운 손이 차잔을 내려놓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청룡장과 백도를 정면충돌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평아, 평아. 상관평아 네가 정말로 청룡장과 백도의 격돌을  바랬

다면 어찌 그들이 네  손아귀를 빠져나갔겠느냐? 네가  비천설상서와 

당문의 비밀을 알려 주지만 않았어도 그들이 어찌 쉽게 이일을  헤쳐 

나갔겠느냐."

  

  상관평은 향기만 맡은 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쨌든 약속을 지켜 주어서 고맙소 장주. 나 또한 장주와 한 약속

을 지킬 것이오."

  

  상관평은 하늘 높이 떠오른 반달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삼혈맹의 대맹주. 아니 남천교령을 만나러 가볼까."

  

  그가 있던 곳은 막간산과 동천목산에서 황산으로 갈 때 반드시  거

처야 하는 효풍현(孝豊縣)의 이름 없는 다점(茶店)이었다.

  

  어둠이 그의 몸을 덮쳤다.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는 공포가 전신을 

마비시켜 왔다. 텅 빈 대전에 홀로 앉은 자신 앞에 무표정한  회색얼

굴을 한 자들이 바닥에서 샘물이 흐르듯 고요히 솟아올랐다.  곤룡포

를 입고 있는 젊은 황제와 봉황의를 입고 있는 비빈들. 젊은  황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비빈들을 하나  하나 주살했다. 비빈들도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일검을 맞고 회색 피를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젊은 황제는 횟불을 들어 대전에 곳곳에 불을 붙이며 돌아 다녔다. 

무표정한 회색 얼굴. 그 회색 얼굴을 한 자는 불타는 대전과  궁궐을 

바라보며 자신이 앉은자리로 다가왔다. 그는 몸을 일으켜 그를  제지

하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회색의 젊은 황제가 그의 몸  위로 

걸터앉았다. 아니 그의 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젊은 황제는  무

심한 눈길로 불길 속에 타들어 가는 비빈들의 형체를  내려다보았다. 

아니 그 형제는 곧 젊은 청장년과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는 그 청장년의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손으로 죽인 자들은 바로 세 아들과 어린 손자들이었다.

  

  '어억' 

  

  그는 몸을 비틀었다. 숨이 가빠웠다. 주르륵 그는 식은땀을 흘릴며 

자리에서 일어나 긴 한숨을 토해냈다.

  

  '꿈이었구나. 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는 꿈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몸서리를 쳤다. 기억하기 싶지 않았

다. 식은 땀 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 내렸다. 

  

  그의 앞으로 작은 손수건이 내밀어졌다.   

  

  "땀을 닦으시지요."

  

  반백의 중년인은 어질한 머리를 들어 올렸다. 무명 손수건을  들고 

있는 손의 임자는 허스름한 백의에 머리는 잘 묵지 않아서  흐트러져 

있는 노인이었다. 자신의 침실에 무명 손수건을 들고 있는  노인이라

니. 여기가 어디인데 그런 노인이 들어온단 말인가. 그는 무명  손수

건을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노인의 모습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

졌다. 그는 의야함을 느끼며 옷을  걸쳤다. 당연히 울리던 내관들의 

목소리가 없었다. 

  

  마른침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는 침대 휘장을 걷으려는 손이 약간 떨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훗. 과인이 두려워하고 있단 말이지.'

  

  그는 손에 힘을 꾹 주고 천천히 비단휘장을 거두었다. 

  

  사방은 이상한 빛무리로 환했다. 눈에 보이는 색들이 더욱  선명했

는데도 물건들의 구별이 잘 가지 않았다. 침대와 가구 아름드리 거목

으로 만든 기둥이 흐릿하게 보였다. 창문에 내려 쪼이는  햇살마저도 

구름처럼 몽실몽실 무리를 지은 듯 했다.

  

  그 햇살 아래 무명 수건을 건네주었던 노인이 서 있었는데  햇살이 

그대로 투과하고 있었다. 중년인은 약간 놀라며 천천히 의자에  앉았

다. 

  

  "그대는 누구요?"

  

  "성이 백이고 다섯째라서 모두들 백오라고 부릅니다."

  

  "귀하는 인간 세상에 살고 있는 범인(凡人:보통사람) 같지  않은데 

내게 무슨 청이 있소?"

  

  "나무를 보면 숲이 보이지 않는  법. 왕야께서는 부디 자중하시기 

바랍니다."

  

  왕야라는 말에 중년인의 굵은 눈섭이 꿈틀거렸다. 

  

  "무엇을 자중하라는 거요?"

  

  중년인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천명(天命)은 누가 자신의 길을 따르고 따르지 않는 것에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오직  자유자재(自由自在) 할뿐입니다. 사람이  그에 

따르고 따르지 않고는 신불(神佛)이라 하여도 강제 할 수 없으니  왕

야께서는 밝은 눈으로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백오의 모습은 햇살 속에 녹아 빛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와 함께 

그의 의식도 멀어졌다. 

  

  아직 지지 않은 달빛이 그의  몸을 차갑게 식혀 정신을 차리게  했

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주위를 살폈다. 변한 것은 없었다.  그

는 목뒤를 잡았다. 평상시의 뻣뻣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랜만에 

푹 숙면을 취한 듯 했다. 창은 달 그림자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는 좌우를 살 폈다. 자신이  일어난 것을 확인한 내관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이것도 꿈의 연장인가?'

  

  그는 한쪽에 잘 개어진 옷을 걸쳤다. 자신이 직접 입어 본지  오래

되어 그래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거북했다. 옷을 이리저리 당겨  입던 

그는 옷소매가 검게 그을린 것을 보고 눈살을 찌뿌렸다. 

  

  "과인의 옷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그는 옷을 벗어 던지다가 의야함을 느끼고 어깨 부분을 잡고  펼쳤

다. 탁 탁 탁 옷이 떨리면서 우는소리를 내었다. 어깨의 폭이 좁았고 

팔 소매가 길었다. 전체적인 모습이  약간 호리한 청년이 입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자신과 같이 큰 어깨와 굵은 팔 다부진 몸매에는  맞

지 않는 옷이었다. 순간 백만 대군 앞에서도 떨리지 않던 그의  수염

이 떨렸다. 

  

  세상에서 오직 한 명만 입을 수 있는, 지금은 자신만이 입고  있는 

옷. 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조카만이 입을 수 있었던 옷이다. 옷 여기

저기 불에 그슬린 흔적이 그날의 참화를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옷을 뒤집어 한 곳을 살폈다. 조카의 옷 뒤에는 자신만  알고 

있는 흔적이 있었다. 부르르 그의 몸이 다시 한번 격동했다. 

  

  <제국을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조리는 것 같이 하라 (治大國, 

若烹小鮮)>

  

  조카가 태자 때에 매일 생각을 해야 겠다면서 자신의 옷에  적어둔 

노자의 명구였다. 그는 다시 한번 찬찬히 글자를 살폈지만  틀림없는 

조카의 필체였다. 문득 눈앞에 백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았

다.

  

  '나무를 보고 있으면 숲을 보지 못한다.'

  

  당금 대명제국에 곤룡포를 입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영락제는 

그 말을 되씹어 삼켰다. 

  

  손때가 반지르르 하게 기름기처럼 흐르는 손수레 앞에 고요히 앉아 

있는 백오노야는 천천히 눈을 반개했다. 입가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새벽 별과 함께 걸렸다. 백오노야는  눈을 뜨자 앞에 앉아 있는  청, 

황, 홍, 흑, 백의 오색 옷에  두건을 뒤집어 쓴 오인이 고개를  숙였

다.

  

  "대부."

  

  이들을 바라보는 백오노야의 눈에 자애로움이 넘쳐 났다. 

  

  "그 동안 고생이 많았다."

  

  "대부께서 보내신 상심의 세월에 비할 바가 있겠습니까."

  

  "특이한 변동사항이 있느냐?"

  

  "진회하가 내려다보이는 한 장원에 존덕문의 주요고수들과  무사들

이 집결해 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백오노야는 눈을 반개했다. 상관평이 단우백의 손에서 빠져 나오는 

대가로 알려준 존덕문의 여러 가지 내정들을 어디까지 믿고 움직여야 

할지 지금 판단을 내려야 했다. 그의 말대로 선우대덕과  상관덕조가 

갈라섰다면 선우대덕을 치는데 걸림돌은 다 제거가 된 거나 마찬가지

였다. 그 동안 쌍덕의 존재와 행방을 알고도 움직이지 못한 것은  자

신 혼자서 둘을 상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필승의  자신

감이 있다. 

  

  백오노야는 달빛이 환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선우대덕 혼자 존덕문을 이끌고  있다면 상관덕조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백오노야는 작은 미동도 보이지 않고  시선을 계속 하늘의 운행에 

두었다. 

  

  동향으로 난 작은 창문에서 흘러 들어온 햇살이 서쪽 벽에  다달았

다. 발그래한 뺨이 새벽 햇살에 더욱 붉게 빛이 났다. 반짝이는 머리

카락을 살짝 어깨 너머로 넘긴 선우대덕은 고요한 눈으로 동천을  응

시했다.

  

  '오지 않는 가?'

  

  그는 백오가 오기를 기다렸었다. 격한 분노와 반드시 자신을  생포

하거나 죽여야 한다는 의무감과 쌍덕의 합공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백오가 이런 격한 감정을 끌어 않고 쳐들어온다면 팔할 이상의  승산

이 자신에게 있었다. 헌데 백오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선우대덕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지우지는 못했다. 

  

  '오군도독부가 움직인다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그때 대전의 문이 살짝 열리며 선우중현이 창백해진 안색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버님 큰일이 났습니다."

  

  선우대덕은 고요한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무슨 일이냐?"

  

  "금의위와 오군도독부에 강동의 호족들과 유지들을 제거하는  작전

을 철회하라는 어명이 내려졌습니다."

  

  선우대덕의 입술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럴리가 황제는 분명……."

  

  눈을 감고 손으로 실을 당기 듯 허공을 헤아리던 선우대덕은  자리

에서 벌떡 일어났다. 윤기가 흐르는 흰 눈 썹이 파르르 떨렷다.

  

  "나의 미생환몽선법이 깨지다니. 어떻게 내가 미생환몽선법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낸거냐? 설마 백오 네가 한 지역을 관조하는 것

으로도 그 안에 펼쳐진 공덕과  법력들을  헤아릴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했단 말이냐? 믿을 수 믿을 수 없다." 

  

  거칠어진 목소리를 남기고 선우대덕의 몸이 그대로 허공을 격해 대

전을 빠져나갔다. 선우중현은 급히 그 뒤를 따라 뛰어 나갔다.  선우

대덕의 몸은 바람을 타고 장원의 가장 높은 지붕 위에 올라섰다.  선

우대덕은 반개한 눈으로 응천부의 곳곳을 훑기 시작했다.

  

  "백오 모습을 드러내라. 네가 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안다."

  

  지잉. 

  

  격한 충격과 함께 선우대덕의 눈이 한 골목에 멈추었다.  장원으로 

곧게 난 작은 골목에 손때가 자르르 흐르는 손수레를 놓고  빙당호로

를 팔고 있는 노인이 한눈에 확대가 되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다

가왔다. 선우대덕의 옷자락이 파르르 떨리며 작은 경력을  일으켰다. 

백오노야의 얼굴이 이쪽을 향해 돌아가자 둘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

다. 범인이라면 사람의 형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거리였지만  둘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서로를 선명하게 보고 있었다. 

  

  선우대덕은 빠르게 백오의 경지를 탐색했다. 

  

  "무사 한 명을 보내 빙당호로를 하나 사와라. 그에게 어떠한  암시

를 주어서도 안 되니 몇 단계를  거쳐 명을 내려라. 또한 고수  삼십 

명을 집결시켜라."

  

  "존명."

  

  선우중현은 급히 내려가 전주급 인사를 한 명 불렀다. 전주급 인사

는 명을 받고 당주급 인사를 불렀고, 명령이 계속 하달되어 가장  말

단의 무사가 장원을 빠져나갔다. 

  

  선우대덕은 곧게 난 길을 따라 백오를 향해 직진하는 무사의  움직

임 하나 하나를 노치지 않았다.  그가 투덜대는 작은 소리가  귓가를 

윙윙 울려왔다. 

  

  무사는 텅빈 골목으로 들어가 백오 앞에 서서 퉁명스럽게 물었다.

  

  "빙당호로 하나에 얼마입니까?"

  

  "일문입니다."

  

  무사는 주머니를 휘 저어 일문 짜리 동전을 하나 꺼내 던지고는 빙

당호로를 들고 장원으로 향했다. 무사가 몸을 돌리자 선우대덕은  밑

에 집결한 삼십명의 고수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저 노인의 목을 베어 오라."

  

  고수들은 약간 황당함을 느꼈지만 곧 복명 했다.

  

  "존명."

  

  파파파. 

  아침햇살을 차고 삼십명의  고수가 아지랭이처럼 가볍게  날아올랐

다. 골목을 스치며 나아가는 이들은 백오노야의 모습을 노치지  않았

다. 헌데 어느 순간 눈이 침침해지더니 다시 밝아졌다. 

  

  "엇. 그 노인네가 어디로 갔지?"

  

  삼십 명의 고수들은 동시에 골목을 이리저리 살피며 왔던 길을  돌

아가기도 하고 옆의 골목을 헤집어  보기도 했다. 헌데 이상한  것은 

아무도 앞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앞이 아예 존

재하지 않는 다는 것처럼.

  

  선우대덕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지워졌다. 

  

  "백오. 설마 네가 그 큰 장애를 극복했단 말이더냐? 아니 그  장애

를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나보다는 공덕을 덜 쌓았을 텐데."

  

  선우중현은 삼십 명의 고수들은 백오노야가  있는 바로 앞에서 더 

나가지 않고 좌우의 골목과 왔던 길을 헤집고 있자 재빠르게  골목의 

주변을 살폈다. 특수한 기관진법(機關陣法)이 펼쳐지 있는지  알아보

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선우중현은 

눈살을 살짝 찡그렸다. 자신이 천하의 모든 기관진법을 다  헤아리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기관진법이 펼쳐졌는지 아닌지는 충분히  알아 

낼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헌데 지금은 잡히는 것이 없었다. 

  

  "무슨 진법입니까?"

  

  선우대덕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선우중현을 내려다보았다.

  

  "중현. 가서 그들을 데리고 오거라 그럼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나와 덕조가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는 이상 백오가 선제  공

격을 해오지는 않을 꺼다."

  

  선우중현은 포권을 취한 채 그대로 날아올랐다. 수십 장을  날아가 

몸을 돌린 선우중현은 백오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백오와  거

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의 모습이 뚜렷히 잡혔고 더욱 선명

히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갈피를 못 잡아 사방 팔방으로  헤집고 

있는 휘하 고수들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왔다. 선우중현은 사방을  살

피며 어디 기관진법이 펼쳐져 있는지 헤아려 보려고 노력했다.  헌데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 진법이 없단 말인가? 그럼 저들이 왜 길을 헤메고 있는 것인

가?'

  

  선우중현의 눈앞이 약간 흐릿해지더니 고개가 오른쪽으로 획  돌아

갔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몇 명의 존덕문도들이 이리저리 길

을 찾는 모습이 확 들어왔다. 그들은 선우중현을 보고 급히 읍을  했

다. 

  

  "그대들은 이쪽 길이 보이지 않은가?"

  

  선우중현은 백오가 있는 곳으로 손을 가리키며 고개를 돌렸다.  헌

데 삽심명의 고수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선우중현은  깜

짝 놀라 자신이 가리킨 손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의지는 왼쪽에 있

는 골목을 가리켰는데 손과 얼굴은 정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선우중

현의 등줄기로 식은 땀방울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삼십명의  고수들

은 다시 선우중현을 바라보았다. 선우중현은 눈을 돌려 백오가  있는 

곳을 가리키려고 했지만 눈동자마저 움직여주지 않았다. 삼십명의 고

수들도 그제서야 뭔가를 느끼고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강한 거부감이 

몸 곳곳에서 생겨났다.

  

   선우중현은 백오가 있는 골목을 바라보려고 애를 썼다. 애를 쓰면 

쓸수록 몸과 얼굴은 가위에 눌린 듯 식은땀을 흘리며 푸들푸들  떨분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선우중현은 이를 악다물고 공력을 일으켜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그

럴수록 저항도 강해졌다. 크헉. 선우중현의 목이 괴성을 내며 검붉은 

핏덩이를 토해냈다. 고수들은 급히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며 선우중현

의 몸을 에워쌓다. 몇 명이 급히 선우중현을 부축했다.

  

  "문주님."

  

  선우중현은 자신을 부축하는 손을 이리저리 저어 물리쳤다.

  

  "아니다. 아니야 내 스스로 갈 수 있다. 임무는 취소다 모두  장원

으로 돌아간다."

  

  선우중현이 명을 내리고 천천히 장원쪽으로 돌아가자 고수들은  그

를 호위하며 뒤따랐다. 이른 새벽이라 거리와 골목이 한산했고, 가끔 

지나가는 이들도 이들의 기세에 얼른 다른 골목으로 접어들어 사방은 

무인지경과 같았다. 장원에 다다르자 선우중현은 고개를 돌려 백오가 

있는 자리를 바라보았다. 백오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있었

다.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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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정모에 가면 며칠 서울에 머무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며칠동안 연재가 중단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석공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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