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173화 (173/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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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좋았다.

-우리 카린이 많이 밝아져서 다행이야 ㅠㅠㅠ

-대 황 카 린

-후우… 안 되겠다. 장인어른께 인사드리러 가야지. 가다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나이는 목숨을 걸 줄 알아야 하니까.

└넌 살아서 도착해도 대공님한테 교수형 당할 듯.

예전에 출현한 뒤로 한참을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인기가 여전히 좋은 카린의 재등장.

-진짜 부유대륙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경치가…….

-탁 트인 설원에다 하늘만 해도 치트키인데 그게 하늘에 떠 있으니까 진짜 개쩔긴 해.

대자연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는 압도적 절경.

-근데 영상에 나오는 신전은 또 뭐고 저 원판으로 소환한 빛은 뭐임?

-잘은 몰라도 빨간색이랑 파란색이랑 대놓고 대립하는 구도인 거 보면 도전의 탑 때처럼 창세성, 멸망성 떡밥인 듯?

└나도 여기 한 표. 이거 말곤 사실 딱히 없긴 함.

정확한 정보가 담겨 있진 않지만,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도 느껴지는 작지 않은 떡밥의 냄새까지.

특히 답이 제시되지 않아 추측과 예상만 해야 하는 상황은 사람들을 더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제목: 이번 부유대륙 영상 떡밥 분석]

[을 해 주실 분을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발년이

-이거 순 개또라이 아냐

-에휴

[제목: 이번 영상은 이 게임의 메인스트림에 대한 영상인 듯]

[지금까지 월드 이벤트 진행될 때마다 ‘창세성’, ‘멸망성’이 언급된 시점에 LOST의 메인스트림이 창세성과 멸망성의 대립이라는 건 다들 알 거임.

다만 이번 영상이 주는 의의는 월드 이벤트 때나 언급되던 그게 히든 퀘스트, 히든 던전 형태로 월드에 이미 흩어져 있고, 그걸 지금 시점에도 파헤칠 수 있다는 게 밝혀진 점이라고 봄.]

-당연한 거지. 메인 스토리라인이 게임에 녹아들어 있는 건. 근데 그걸 지금 할 수 있는 줄은 몰랐지.

└뫼비우스: 그거 지금 하라고 만든 거 아닌데요? ㅎㅎ;;

[제목: 지금 뫼비우스 본사 난리 났겠네 ㅋㅋ]

[부유대륙은 지금 시점에 유저가 접근할 수 없는 곳임.

그런 곳에 저런 신전을 박아 둔 이유가 뭐겠음?

부유대륙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레벨쯤 됐을 때 공개되게끔 레벨 디자인을 해 놓은 거지.

근데 그걸 웬 퍼킹 코리안 게이머가 이를 악물고 기어 들어가서 깬 것도 모자라 만천하에 공개를 해 버렸으니 난리가 안 났겠음?]

-ㅋㅋㅋ 이 글 보니까 갑자기 그 생각나네. 예전에 미국 코쟁이 놈들이 ‘이 게임은 엔딩을 보는 데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입 털었는데 3일 만에 한국인이 최종 보스 찢어 버린 거.

-이 정도면 개발사랑 개발자 입장에서 어글리 코리안을 넘어서 호러블 코리안 아니냐? ㅋㅋㅋ

-근데 진짜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좀비 떼에, 덩치에, 눈사태까지 쏟아부었는데도 그걸 뚫고 들어가네 진짜 ㅋㅋㅋ 이 정도면 그냥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내가 볼 때 눈사태는 모니터링하던 운영자가 일으킨 거 같다.

-뫼비우스 관계자들도 지금 커피 마시면서 헛웃음 치고 있을 듯 ㅋㅋ

메인 떡밥이 투척됐으니 굶주린 잉어 떼가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영상이 지핀 불은 갈수록 번져 나갔다.

‘도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핵심이 되는 주제가 도마에 오르니 관심을 보였고.

그렇게 유저들의 관심이 모여드니, 자연스레 그들의 관심을 먹고사는 사람들도 그쪽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실시간 방송)정말 우리는 부유대륙을 못 가는 걸까?]

[‘강함’의 변곡점이 될 150레벨을 향해. 부유대륙을 향해.]

[런 앤 런 전략으로 부유대륙까지 달려 보겠습니다.]

[우리도 간다! (스트리머 16인 공격대 부유대륙 원정 시작!)]

유튜브든 다른 플랫폼이든 중요한 건 그때 그 시기에 유행하는 것과 그걸 통한 어그로.

지금 화제의 키워드는 ‘부유대륙’이었고, LOST로 콘텐츠를 찍어 내는 사람은 거의 무조건 부유대륙 떡밥에 탑승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사람들의 관심과 열기가 뜨거워지면 뜨거워질수록 그걸 만들어 낸 장본인인 도진에 대한 관심도 함께 올라갔으니 말이다.

약간 느려지던 구독자 증가세도 다시 가파르게 치솟아 2,300만을 돌파해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에, 라엘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브라보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근데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우린 시발 이렇게 개고생해서 부유대륙 한번 가 보겠다고 지랄을 하는데. 이거 도진 그 사람도 다 보고 있을 거 아냐. 가다 떼죽음 당하는 것도 다 알고 있을 거고. 근데도 무시를 한다? 나 이거 문제 있다고 봐.」

‘인솔’이라는, 꽤나 규모 있는 LOST 방송인 한 명의 발언으로 시작된 문제였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항상 있어 왔다.

도진의 거침없는 행보와 딱히 대응을 않는 태도, 거기에 큰 팬덤에 가려지고 눌려 왔다 뿐 언제나 조금씩은 나오던 ‘독점’에 대한 불만.

인솔이란 인물은 좋게 말해서 ‘할 말 하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시청자들도 처음에는 ‘아, 이 새끼 또 이러네 ㅋㅋ’ 했다.

-헉.

-헉.

-헉.

-이 새끼 또 급발진하네 ㅋㅋ 너 그분 건드리면 진짜 방송 접어야 돼

-도맘들 몰려온다 ㄷㄷ

그러나 부유대륙에 가 보겠다고 필드에서 세 번이나 죽어서인지 그날 인솔은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 것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헉 같은 소리 하지 마요. 진짜 인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할 말은 해야겠어. 구독자 2,000만? 그게 뭐. 그 사람 팬들도 생각 잘해야 돼. 무조건 실드 치고 그러면 팬이 안티를 만드는 거라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폭주한 인솔의 방송에는 실시간으로 시청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솔직히 그 사람이 그냥 단순한 유저면 아무 말도 안 해. 근데 아니잖아. 사람들 관심 먹고 사는 거 아냐? 그럼 자기 영상 봐 주는 사람들한테 고마워서라도 투명하게 다 공개해야지. 난 다 했어. 내가 뭐 숨긴 거 있나?」

-넌 공개할 게 없잖아 ㅋㅋ 어차피 방송에서 하는 콘텐츠도 다 다른 사람들이 밝혀 놓은 거 물어다가 2차 설명하는 콘텐츠면서.

채팅으로 팩트를 올린 시청자는 조용히 블랙리스트에 올라 밴을 당했다.

「아무튼. 이건 진짜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그 사람 때문에 지금 사람들이 얼마나 죽고 있는 거야.」

부유대륙에 가 보겠다고 위험천만한 고레벨 필드에 돌진하면서 발생하는 피해를 도진 앞으로 돌리며 사방팔방 어그로를 끈 인솔.

그로 인해 음지에 서식하던 도진의 안티들이 일제히 기뻐하며 날뛰었다.

-거 말 한번 잘했다!

-맞아, 맞아. 그 새끼 옛날부터 재수 없었어.

-자기 혼자 다 처먹고 시발. ‘난 이렇게 맛있는 거 먹었눈데 ㅋ’ 하고 영상 올리는 꼬라지가 시발년이.

-NPC 계집들이랑 히히덕대는 것도 모자라서 여스트리머들이랑 히히덕대는 것도 좆같았어.

-ㄹㅇ 촌동네 NPC 년도 나랑은 말을 안 섞는데 ㅅㅂ

└LOST는 NPC도 얼굴 인식하거든. 이거 호감도에 영향도 감. 그래서 존못들은 어떻게든 커스터마이징 단계에서 뜯어고쳐야 되는데 기본 얼굴로 한 거 아님?

└나도 알아 시발년아. 뜯어고쳤는데도 그런 걸 어쩌라고.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순간에 부유대륙에서 켜진 테레사의 방송이 딱 겹쳐졌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부유대륙에 도착한 테레사가 도진에게 허락을 받고 방송을 켰는데, 그게 딱 사건 발생 시점과 겹쳐졌다.

「뭐라고? 다른 스트리머가 부유대륙에서 방송을 켜? 뭐야, 테레사 이 사람 도진 그 사람이랑 같이 다니던 사람이잖아.」

문제 삼지 않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문제를 삼고 목소리를 키우면 문제가 된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테레사는 급히 방송을 종료했고, 도진은 로그아웃을 해야 했다.

* * *

사태를 파악한 라엘 엔터는 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당사자인 도진이 가장 중요하기에 급하게 가상현실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저희가 더 빠르게 파악해서 대처를 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마케팅 팀장 김영희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도진으로서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었다.

“팀장님이 왜 사과를 하세요, 팀장님 잘못도 아닌데.”

도진의 말에 옆에 함께 불려 온 테레사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죄송해요. 괜히 방송만 안 켰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정말 미안해, 도진아.”

사과하는 테레사는 울먹이는 물만두를 닮아 있었다.

그녀의 매니저 역할로 동석한 소소는 그런 그녀를 타박했다.

“네가 왜 미안해? 이런 걸로 짖는 머저리 같은 벌레들이 문젠데.”

“그래도…….”

시무룩해하는 테레사를 보며 혀를 찬 소소가 김영희에게 물었다.

“팀장님, 강희 언니… 아니, 강 실장님은요?”

“…아, 네. 해외 일정을 소화하시는 중이라 지금 당장 오실 수는 없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그쪽 일을 마무리하고, 연락을 주신다고…….”

말을 마친 김영희는 자세를 바로잡고 도진에게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대응을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이 부분은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도진 씨 생각을 듣기 위해서-”

“그냥 두죠.”

김영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진이 대답했다.

“이미 예전에 인터뷰할 때도 얘기했었던 거 같은데. 사람들 뇌에서 그게 다 증발했나 보네요. 굳이 정보를 공유할 생각 없다고 분명 얘기했었는데. 근데도 그걸 가지고 난리들이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냥 둬야지.”

여기서 사과하면서 뒤늦게 영상에 담지 않은 정보를 공개한다?

도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이야 부유대륙에 가는 방법만 가지고 난리를 떠는 거지만, 한번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입을 모아 ‘더’를 외칠 것이었다.

히든 퀘스트 내용은 정확히 뭐였냐, 보상으로는 뭘 받았냐, 티룬드 대공과 카린 호감도작 방법은 뭐냐 등등.

모든 걸 ‘공략’으로 만들어 배포하라고 드러눕겠지.

“애초에 전 모든 사람한테 사랑받겠다는 멍청한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어요. 그러다 보면 속이 썩거든요. 적당히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미움을 받고 말지. 모든 사람 비위 맞추다가는 암으로 죽을걸요.”

어깨를 으쓱이며 하는 말에 김영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사과문… 까지는 아니고 해명문과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려고 부른 건데 아예 무시를 하겠다고 하니 곤란할 수밖에.

“마음에 드네.”

하지만 소소는 도진의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뭐… 기회가 되면 저번에 했던 인터뷰에서 했던 거처럼 제 생각이랑 채널의 기본적인 방향성, 그러니까 내가 한 게임 플레이를 공유하는, 딱 그 정도라는 걸 다시 한번 얘기하는 걸로 할게요. 굳이 별거 아닌 걸로 고개 숙이고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를 잡을 생각은 없다.

그거 유지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데.

뭐, 어느 정도는 꾸며야겠지.

하지만 도진은 할 수 있는 한 대중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왜곡이 없기를 바랐다.

그래야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녀도 자신을 좋아해 줄 사람이 남을 테니 말이다.

도진이 이러고 있으니 김영희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잘못된 대응보다는 무대응이 낫다지만,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상황이 어디로 튈지… 그건 또 알 수 없는 영역의 일이었다.

‘그냥 조용히 가라앉아라. 제발 가라앉아……!’

이때 인터넷에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 ㅋㅋㅋ 도진 그 새끼 신고 넣고 왔다.]

[캬 속 시원하네.]

-신고? 무슨 신고를 함 ㅋㅋ

-국민청원에 똥글이라도 싸고 왔냐?

조롱 섞인 사람들의 질문에, 글쓴이는 새로운 게시글로 대답했다.

[제목: 국민청원은 무슨 ㅋㅋ]

[흡혈귀 새끼들이랑 붙어먹는다고 성황청에 신고 넣고 왔음 ㅇㅇ]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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