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244화 (244/261)

244화

나의 강한 의지를 보여 주듯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네. 제가 인수할 의향이 있어요.”

복잡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성은 이미 썩었기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부에서 도와주어야 쉽게 인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보고 도와달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주면 저야 감사하죠.”

“도련님이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얼굴에 탐욕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런 자하고 거래를 해야 하나 회의가 들었다.

뭔가를 바라보고 날 도와주겠다는 건데 어림없는 소리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발 벗고 도와드리겠습니다.”

“윤 전무님이 계셔서 든든하네요. 잘 부탁드려요.”

윤학훈 전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왔다.

핸드폰을 들었다.

(박도진입니다.)

“저예요.”

(윤학훈 전무는 만나신 겁니까?)

“네. 방금 헤어졌어요.”

(이야기는 잘된 겁니까?)

“네. 그렇기는 한데 왠지 찜찜하네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자 도움이 있으면 진성을 더 빨리 인수할 수 있습니다. 그것만 생각하십시오.)

“알았어요.”

* *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오늘 월요일도 역삼동 사옥 사무실에 출근하여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커피숍에 안 나간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커피숍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였다.

초반에는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강성중 말로는 지금은 특별히 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내가 운영하던 커피숍이고 미나가 알바로 일했던 커피숍이라 호기심으로 많이들 온다고 한다. 물론 아직도 나를 보러 오는 손님들도 있고 기자들도 끊임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덕분에 커피숍 열고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장사가 잘되어 좋기는 하지만 난 장사가 안 되던 예전이 훨씬 좋았다.

언제쯤이면 예전과 같아질지 모르겠다.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려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염중섭 대표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바쁘십니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앉으세요.”

“네.”

소파에 앉았다.

“커피 마셨어요?”

“네. 마시고 온 겁니다.”

“어제 대유 자동차 채권단하고 만났어요?”

“네. 만나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반응은 어떤가요?”

피식 웃었다.

“다급해진 것은 채권단입니다. 생각보다 더 유리하게 대유 자동차를 인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근데 채권단이 급해도 손해 보면서 매각하려고 할까요?”

“채권단 입장에서 시간 끌어 봤자 더 손해입니다. 차라리 빨리 매각하는 게 더 이익입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대유 자동차를 인수하겠다는 기업들이 더는 없을 거라는 것을 채권단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유 자동차 매각 초반에는 미국 파드랑 GN, 크라이솔러, 이탈리아의 피요트, 한국의 현도 자동차가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현재 전부 인수 포기를 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우리마저 손을 놓는다면 대유 자동차는 갈 곳이 없게 됩니다. 그럼 그 경제적 파장도 크고 피해액만 해도 엄청납니다.”

“애가 타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적극적으로 나오는 겁니다. 더구나 채권단이 GN과 협상하면서 GN에게 유리하게 MOU를 체결한 덕분에 그것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매각하는 입장에서 빨리 매각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외화 은행이나 다른 기업들을 보면 이상할 만큼 헐값에 매각하는 것 같았다.

대유 자동차도 마찬가지이고. GN과는 어떻게 협상했는지 궁금하였다.

“어떻게 MOU를 체결했는데요?”

“제가 서류를 본 것은 아니라서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GN 인수를 전제하에 채권단에서 7300억 원을 수혈하고 대유 자동차에서 1조 원의 자구 계획을 마련하고 대우 자동차 직원 7300명을 감원하기로 GN 측에 제안했다고 합니다. 감원은 실제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GN은 자기들이 4억 달러, 채권단이 2억 달러를 출자하여 신규 법인을 만들어 GN이 경영권을 가지고 장기 우선주 12억 달러치를 발행해 채권단에 대유 자동차 인수 대금으로 지급하고 8억 달러의 부채도 인수하는 조건을 내걸어 서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또 외국인 투자 기업 인정에 따른 법인세, 취득세, 등록세 등 각종 세금 감면과 대유 자동차 판매 특소세 납부 유예 혜택까지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어이가 없었다.

결국, GN은 각종 혜택을 다 받으면서 4억 달러의 푼돈만 내고 대유 자동차를 거저 인수하겠다는 거네.

이런 조건을 채권단은 왜 받아들인 걸까? 무슨 생각들일까? 답답하였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에 합의했을까요?”

“제가 자세한 내용을 어찌 알겠습니까? 자기들 돈이 아니라고 아까운 줄 전혀 모르는 겁니다. 한심할 따름입니다.”

“진짜 한심하네요.”

“채권단에서 자기들이 손해 보고 헐값에 매각하겠다는데 우리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 덕분에 우리가 인수할 때는 당연히 GN 조건보다 더 유리하게 인수해야 하니 대유 자동차를 헐값에 인수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기는 하죠. 우리가 채권단 입장을 생각할 필요는 없겠죠. 다만 그것도 다 국민들 혈세일 텐데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요.”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럼 언제 다시 협상하기로 했나요?”

“일주일 뒤에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조건을 요구해야 할지 우리도 준비해야 합니다.”

“에릭하고 상의해서 결정하세요.”

“고문님 의견은 없으십니까?”

나보다는 에릭이 더 잘할 테니 에릭에게 맡기는 것이 더 좋았다.

“네. 없어요.”

“알겠습니다. 에릭하고 상의해서 요구 조건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염중섭 대표가 나갔다.

대유 자동차를 좋은 조건에 인수하게 되었으면 좋아야 하는데 왜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커피잔을 들어 마시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나야. 장 회장!)

드디어 현도 자동차 장서필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한국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알 텐데도 바로 전화하지 않고 지금까지 기다리다가 오늘 했다.

내가 먼저 전화하기를 기다렸는데 전화를 하지 않자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것 같았다.

한 번은 부딪쳐야 하는데 내가 일부러 피한 게 맞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자네 생각에는 내가 안녕할 것 같은가? 아닌 것 같은가?)

“요즘 현도 자동차 북미에서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하던데 안녕하시겠죠.”

어이가 없다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가면 갈수록 능구렁이가 다 되어 가. 이제 사업가다운 티가 제법 나.)

“칭찬인가요?”

(그래. 애 좀 그만 태우고 우리 만나야 하지 않을까?)

“네. 언제 볼까요?”

(나야 아무 때나 상관없네. 자네 편한 시간에 보지.)

내 시간에 맞추겠다니 내 위상이 올라간 건가?

“좋아요. 내일 오전에 제가 찾아갈게요.”

(자네 바쁘지 않나? 내가 갈게.)

진짜네. 장서필 회장이 오겠다니? 그래도 내가 가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제가 갈게요. 양재동이 출근하는 길에 있어서 들렀다가 가면 돼요. 내일 오전에 갈게요.”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해.)

“내일 봬요.”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현도 자동차에 들렀다.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장서필 회장이 일어서며 반갑게 맞자 주었다.

“어서 와.”

“안녕하세요?”

“앉아.”

“네.”

소파에 앉았다.

“차 뭐 마실래?”

“아무거나요.”

“산삼 차 있는데 마실래?”

산삼 차 하니 돌아가신 장주용 회장이 생각났다.

그때 젊은 놈이 무슨 산삼 차 냐며 한마디 하셨는데.

“장주용 회장님이 즐겨 마시던 산삼 차 아니에요?”

“맞아. 아버지가 마시고 남은 거였는데 요즘 내가 가끔 마셔.”

“회장님 생각하며 마시죠. 주세요.”

인터폰을 눌러 지시하였다.

잠시 후 비서가 산삼 차를 놓고 나갔다.

“마시게.”

“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썼다. 예전에 이아름 비서가 장 회장만 마시는 차라는 것을 모르고 나한테 주었을 때 마신 그 맛이었다.

“맛이 어떤가?”

“예전에 한번 마셔 봤어요. 그때처럼 쓰네요.”

“말도 음식도 쓴 게 몸에 좋은 거야.”

“그렇기는 해요.”

장서필이 차를 한 모금 음미하고서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 할 이야기를 할까?”

“좋아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회장님이 원하시는 게 뭐예요?”

“그전에 진상규 박사가 수소 내연 기관을 연구하게 된 자세한 상황을 아는가?”

“네. 알아요.”

“잘 안다니 다행이네. 정부와 현도 그룹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시작한 거지. 만약 정부나 현도 그룹의 지원이 없었다면 애초에 시작도 못 했을 거야.”

현도 그룹에 지분이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 부담을 주려는 것 같았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진성 그룹도 그 정도 연구비를 지원할 능력은 충분했으니까요. 다만 개발 시기 차이가 좀 있었겠죠.”

“그럴 수도 있겠지. 내 말은 그만큼 수소 내연 기관 개발에 현도 그룹의 공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제가 알기로 현도 그룹에서 지원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보지 못했어요.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만 사실 확인은 하고 싶거든요.”

장서필은 현도 그룹에서 지원했다는 점을 내세워 수소 내연 기관에 지분이 있다고 압박하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어긋나는 것 같았다.

워낙 비밀리에 진행된 프로젝트라 증거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오래전 일이라 사실 증거는 없어. 하지만 자네도 알잖아. 진실이라는 것을.”

“제기 들은 것은 말로만 들었기에 진실인지는 저는 확신을 못 해요. 저보고 무조건 그 말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회장님도 말로만 믿으라고 하면 믿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원하시는 것을 말씀하세요.”

어찌 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네도 그 말을 믿으니 나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을 믿어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사업적으로 오션에 도움이 될까 해서 묻는 거예요.”

장서필은 지금까지 진민재를 잘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머리만 좋은 천재가 아니고 운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눈에는 노련한 사업가다운 풍모가 넘쳐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큰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웃음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자네를 너무 몰랐어. 한 방 크게 맞은 기분이야. 근데 기분은 나쁘지 않아. 좋아. 자네에게 어설픈 수작을 부려 봤자 통할 것 같지는 않고 이제부터 솔직하게 말하겠네. 지금에 와서 진 박사가 개발한 수소 내연 기관에 대한 지분을 현도에서 주장하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아네. 그렇다고 그대로 손 놓고 있기에도 너무 아쉽고 미련이 많이 남아. 나도 자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네. 우리 현도와 오션이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가졌으면 좋겠어. 내가 원하는 것은…….”

말을 하다가 멈추고 다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장서필이었다.

무슨 말을 요구하려고 뜸을 들이는 걸까? 제발 상식적인 선에서 요구를 해야지 내가 들어줄 수가 있다.

상식을 벗어나면 들어줄 수도 없고 서로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된다. 장주용 회장을 봐서라도 그런 관계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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