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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28화 (228/261)

228화

저놈 다 듣고서는 왜 물어?

“그래. 일이 생겨서 가야 해.”

“좋겠습니다. 상도 형 말로는 집이 그림 속의 풍경이라고 하던데. 희수도 좋겠습니다. 비서 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미국도 가고.”

“가고 싶냐?”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당연히 가고 싶습니다.”

다를 때라면 몰라도 아빠 연구자료도 찾아서 기분 좋은데 데리고 갈까? 나영이도 같이.

“갈래?”

“정말입니까?”

“근데 너 여권이랑 미국 비자 있어?”

“있습니다.”

“진짜? 미국 비자도 있다고?”

“혹시 이런 날이 올지 몰라 예전에 신청해서 받았습니다.”

와! 저걸 잔머리라고 해야 하나? 준비성이 좋다고 해야 하나? 집착이라고 해야 하나? 저렇게 가고 싶다는데 데리고 가자.

김나영을 바라보았다.

“나영이도 여권이랑 미국 비자 있어?”

“네. 있어요.”

“넌 언제 받았는데?”

“직장 다닐 때 받아놨어요.”

“그래. 전부 다 미국 가자. 3일 후에 갈 거니까 준비해.”

강성중이 좋아 소리쳤다.

“야호. 드디어 미국 간다.”

“좋냐?”

“영화에서만 보던 미국을 가는데 당연히 좋습니다.”

“미국 처음 가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미국 가는 겁니다. 미국 가면 미나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 지금 내 집에서 묵고 있으니까 당연히 보지.”

“아싸!”

김나영이 물었다.

“근데 사장님! 커피숍 문 닫고 가는 거예요?”

“그래야지.”

“그래도 되는 거예요?”

“걱정돼?”

“당연하죠.”

“괜찮아. 열어도 손님이 별로 없는데.”

“저는 그것보다 단골손님들이 걱정돼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최소 일주일일 텐데 왔다가 그냥 갈 거 아니에요.”

“그럼 성중이 남으라고 할까?”

강성중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사장님! 너무 하십니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알았다. 가자.”

“감사합니다.”

* * *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외화 은행 투자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어르신과 황규희를 만나려고 사당동에 있는 믿음 신용 금고에 왔다.

금고 안으로 들어가자 여전히 고객들이 많았다. 역시 황규희가 능력이 있어.

이사장실로 들어가니 어르신과 황규희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왜요?”

“얼굴에 나 좋은 일이 있다고 다 쓰여 있어.”

“티가 나나요?”

“그렇게 티를 내는데 어떻게 몰라. 내가 금융업을 하다 보니 얼굴만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태가 어떤지? 대충은 다 알아.”

“외화 은행을 인수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봐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자네는 투자만 할 뿐이라 특별히 좋아할 만한 것은 아니지 않나?”

“어르신과 규희에게 좋은 일이면 저한테도 좋은 일이니까요.”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지금 누구 앞에서 거짓말을 해? 그것도 얼굴에 다 쓰여 있어.”

“그런가요? 전 진짜로 기쁜데요.”

“서 있지 말고 앉아. 정신 사나워.”

“네.”

소파에 앉았다.

“오빠! 고마워.”

“고맙기는? 나도 투자한 건데. 고마우면 네가 잘 경영해서 흑자로 만드는 것이 나한테 보답하는 길이야.”

“당연하지. 진짜로 열심히 할 거야.”

말하는 표정을 보니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았다.

“각오가 대단한데. 기대할게.”

“기대해도 좋아.”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어르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르신도 좋죠?”

“내가 은행을 가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지. 자네 덕이야.”

항상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나신 분이 웬일이야? 나도 안다. 나를 대할 때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속마음은 다르다는 것을.

“제가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이런 날이 진짜 올 줄은 몰랐어요. 이것도 어르신의 복일 거예요.”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

“오래 사셔야죠.”

피식 웃었다.

“어르신! 제가 모레 미국에 가거든요. 그래서 투자 문제 마무리 지으려고 뵙자고 한 거예요. 제가 얼마를 투자하면 되나요?”

“내가 8000억 원을 투자할 테니까 자넨 7000억 원 투자하면 돼.”

“지분은요?”

“1조 5000억 원에 지분 51%를 인수하는 거니까 금액대로 지분을 나누면 되지. 모레 미국 가면 계약을 내일 해야겠네.”

“계약은 미국 갔다 와서 하죠.”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이렇게 흐리멍덩해서 사업은 어떻게 하나 몰라. 자넨 사람을 믿어?”

“어르신을 믿으니까 그렇죠.”

“날 뭘 보고 믿어? 나를 잘 알아? 난 자네를 믿지 않아. 자네뿐만 아니라 난 사람을 절대 믿지 않고 계약서를 믿어. 자네도 앞으로 사업을 계속할 테니 내 말 명심해. 사람은 문제를 일으켜도 계약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든.”

“알겠습니다. 근데 내일까지 계약서 준비가 될까요?”

“내가 자네 같은 줄 알아? 미리 계약서 준비해 놨어. 특별히 이상은 없으니 서명만 하면 될 거야.”

“어르신을 믿으라는 말씀이세요?”

“이놈이!”

황규희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할아버지 그만하세요. 오빠는 알아서 잘해요. 할아버지보다 훨씬 더 부자거든요. 할아버지가 조언할 처지가 아니에요.”

“너도 저놈 편이야?”

“저는 할아버지 편이지만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

황규희가 나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한테 말 들었어. 별장은 잘 매입한 거야?”

“응. 어르신 덕분에.”

“잘됐네. 미국은 왜 가는 거야? 갔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일이 생겨서.”

“혹시 기분 좋은 일이 그거야?”

어르신보다 황규희가 눈치가 더 빠른 것 같았다. 눈치라기보다는 상황 판단이 맞겠지.

“맞아.”

“오빠는 좋은 일만 계속되네. 운이 좋은가 봐.”

생각해 보니 그렇다. 대부분의 운을 내가 만들기는 했지만.

“과분해 황송할 따름이지. 계속 운이 좋았으면 좋겠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

“내가 보기에는 계속 운이 좋을 것 같아.”

“희망 사항이지.”

* * *

“맛있게 드셨어요?”

“네. 잘 먹었습니다. 얼마죠?”

“만 사천 원입니다.”

정지희는 카드를 받아 결제하고서는 카드를 돌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수고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매장을 둘러보자 두 팀만 있었고 한창 식사 중이었다.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고 한가한 시간이 되어 잠시 쉬어도 될 것 같아 카운터 의자에 앉아 잠시 가만히 있다가 손님이 놓고 간 지난 신문이 눈에 들어와 들었다.

신문을 보다가 ‘외화 은행 드디어 매각. 믿음 금융 법인과 미국 오션이 투자한 사모펀드에서 인수’라는 제목을 보고 기사를 읽다가 정지희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기사에는 외화 은행을 인수한 미국 오션이라는 회사의 창업자가 진민재라고 되어 있었다.

진민재라는 이름을 어찌 잊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신의 아들인데. 기사의 난 진민재는 미국인이라 아들과 동명이인이지만 아들 생각이 났다.

민재는 뭐 하고 지낼까? 결혼은 했을까?

자신은 아들을 위해 그동안 한 번도 아들을 찾지 않았고 소식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민재 주변에 나타나면 민재에게 안 좋은 결과만 가져오기 때문이었다. 그걸 모르는 아들은 자신을 많이 원망할 텐데.

신문 기사 때문에 그동안 가슴속 깊이 꼭꼭 묻어두었던 아들의 그리움이 솟구쳐 올라오자 마음이 울적하였다.

마음이 뒤숭숭하여 보던 신문을 손에 들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엄마 뭐해?”

고개를 돌리니 귀엽고 예쁜 딸인 서희가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어? 점심은 먹었어?”

“응. 엄마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은데?”

“별거 아니야.”

“내가 엄마를 모를까 봐. 뭔데? 말해 봐.”

“아니라니까.”

나서희 눈에 엄마가 들고 있는 신문이 보였다. 얼른 신문을 뺏어 읽어 보았다.

“오션 창업주가 진민재였구나.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 사람이었네. 몰랐네.”

“오션을 알아?”

“당연히 알지. 오션이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이고 내가 사용하는 오션폰도 오션에서 만든 거잖아.”

“그랬어?”

“엄만 그것도 몰라. 뉴스도 안 봐?”

“내가 뉴스 볼 시간이 어디 있어?”

나서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커피숍 사장 이름도 진민재이던데. 동명이인이네.”

정지희는 딸의 말에 꽤 놀랐다. 커피숍 사장은 가끔가다가 오기에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근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젊은 청년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어 그 사장과 같이 오는 청년에게 슬쩍 물어보았더니 미국인이라고 하였다.

오션 창업주가 미국인이고 진민재이고 커피숍 사장도 미국인이고 이름이 진민재였다. 혹시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희야! 오션 창업주 나이가 몇 살인지 알아?”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대학원 다닐 때 오션을 개발했다고 했으니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일걸. 근데 왜?”

나이도 아들과 비슷하였다. 설마 동일 인물인가? 그래서 날 찾아온 건가? 근데 민재가 왜 미국인이지?

“오션 창업자 미국에서 태어난 거래?”

“나도 모르지. 나도 오션 창업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지금 알았으니까.”

“커피숍 사장도 미국인이라고 했거든. 나이도 비슷하고 이름도 같고 그럼 같은 사람이 아닐까?”

“에이. 오션의 창업자가 왜 한국에서 작은 커피숍을 하겠어? 우연이기는 하지만 아닐 거야.”

정지희는 딸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마음이 쓰였다.

“너 근래 커피숍에 간 적이 있어?”

“전에 친구랑 갔었는데 사장은 없었어. 아! 맞아. 그때 알바에게 물어보니 미국에 갔다고 했어. 그러고 보니 이상하기는 하네. 그 사장 커피숍에서 맨날 프로그램 개발한다고 컴퓨터만 하고 있거든. 또 다른 사람은 게임 개발한다고 했어. 그러고 보니 같은 프로그래머라는 공통점이 또 있네. 이것도 우연인가?”

“정말이야?”

“응.”

정지희는 민재가 어떻게 해서 미국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아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학원 다닐 때 오션을 개발했다고 하니 유학 갔다가 그때 미국 국적을 취득했을 수도 있었다.

자신이 엄마라고 엄마를 찾아왔는데 엄마라는 사람은 아들을 전혀 몰라봤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아팠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왜 울어?”

“눈에 뭐가 들어갔나 봐.”

나서희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커피숍 사장에 대해 유난히 관심이 있고 커피숍 사장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전혀 남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텐데. 그러고 보니 커피숍 사장이 오션팟을 선물로 주는 등 자신에게 너무 친절하게 잘해 주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고 마치 오빠처럼 대해 준 것 같았다.

설마? 엄마가 아빠하고 재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커피숍 사장이 엄마 아들인가?

“엄마! 설마 커피숍 사장이…….”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엄마는 자신이 엄마가 재혼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줄 안다. 자신도 어렸을 때 엄마하고 아빠가 나누는 말을 우연히 들어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 물어보면 상처가 될 것 같으니 커피숍 사장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왜? 커피숍 사장이 뭐?”

“잘생기지 않았어? 엄마도 그런 아들이 있으면 좋겠지?”

“영규 있잖아.”

“영규는 커피숍 사장과 비교할 수 없지.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영규는 아빠 닮아서 아니지. 커피숍 사장이 훨씬 잘생겼지.”

“엄마 눈에는 영규도 잘생겼어.”

“그렇다고 해 줄게. 나 갈게.”

“벌써 가게?”

“갈 데가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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