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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17화 (217/261)

217화

아르헨티나의 염호 호수를 곧 인수하게 된다는 말이었다.

“생각보다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염호 호수 주인이 정부라 담당자가 시간을 끄는 바람에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공무원들은 어느 나라나 다 똑같네.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면 안 되나?

“에릭이 미안할 것은 없죠. 곧 매입한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다른 일은 없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오션폰 판매는 어떤가요?”

“오션폰 인기가 많아 문제입니다.

오션폰을 사용한 사람들 전부 만족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핸드폰은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개편될 것 같습니다.”

“MSS 반응은 어떤가요? 혹시라도 윈도폰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현재 스마트폰을 오션이 독점하다 보니 기자들이 MSS에 많이들 문의하나 봅니다. MSS는 전혀 윈도폰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답니다. 사실 저도 MSS가 걱정되었는데 전혀 생각하지 않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볼 게이트가 약속을 지키네. 혹시 딴마음을 먹을까 봐 나도 걱정했는데.

“오션 앞길이 뻥 뚫린 고속도로 같네요.”

“맞습니다. 오션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주가도 연일 상승 중입니다. 내년부터 오션패드까지 출시하면 더욱더 상승할 겁니다.”

“그렇겠죠. 그리고 스탠퍼드 사총사는 잘 지내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그들도 이제는…….”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얼추 이야기는 끝난 것 같은데 고문실로 가 보시겠습니까?”

왔으니 내 사무실은 봐야겠지.

“그러죠.”

에릭과 같이 내 사무실로 갔다. 에릭 사무실 바로 옆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저절로 입이 벌어졌고 다물지를 못하였다.

에릭 사무실보다 두 배가량 더 넓었고 소파, 책상, 장식장 등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들지만,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 제가 사무실에 쭉 있는 것도 아닌데요.”

“그래도 오션의 창업자이자 고문인데 번듯한 사무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공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넓네요.”

“회사 건물이 넓어서 공간 여유가 있습니다. 그냥 놀리느니 넓게 사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회사에 나오시면 이곳에서 편히 쉬도록 하십시오.”

“알았어요. 고마워요.”

* * *

아침을 먹고 소파에 앉아 배상도와 차를 마시는데 서영이가 이 층에서 내려왔다.

“오빠! 오늘 무슨 날이야?”

“아니. 왜?”

“아침부터 왜 기분이 좋아? 안 입던 정장도 입고.”

오늘 그녀를 만나러 가는 날이니까. 사람은 모름지기 첫인상이 좋아야 하고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도 정장 차림이었다.

그래서 그때랑 똑같은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거였다.

“글쎄? 오늘은 왠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넌 오늘 어디 가?”

“학교 가지.”

“그래!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서영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수상해. 오빠 오늘 여자 만나러 가는 건 아니겠지?”

귀신이네.

“내가 여자가 어디 있어?”

“없으면 내가 친구 소개해 줄까? 내 친구들 예쁘거든. 학교에 한국에서 온 친구도 있고 현지 친구들도 많은데.”

“됐어. 그러는 너는 남자 친구 있어?”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있는 것 같았다.

“학교에 친구들 많지.”

“만나는 남자 있구나. 누구야?”

“몰라.”

한마디 하고서는 얼른 밖으로 나가는 서영이었다.

있으면 있는 거지 나한테 숨길 필요가 있나? 남자든 여자든 상대를 잘 만나야 하니까 누군지 확인해 봐야겠다.

난 서영이가 이전 생과 같은 삶을 살지 않고 진정으로 행복했으면 한다. 내가 그렇게 해 줄게.

하루 종일 들뜬 마음으로 있다가 오후 늦게 혼자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몰에 도착하였다.

바로 앞에 아리랑이라는 한식당이 보였다. 여기도 꽤 오랜만에 오네. 간판이며 모든 것이 기억 속과 똑같았다.

차에서 한동안 있다가 내려 아리랑으로 들어갔다. 내부도 기억 속과 같았다.

“어서 오세요. 혼자 오신 거예요?”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직원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자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컬리지에 일일 강사로 나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저녁을 먹기 위해 여기 혼자서 왔고 그때 육개장을 주문했었다.

“육개장 하나 주세요.”

“네.”

주문하고 홀 안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직원이 5명인데 그 안에 내가 찾는 정희수는 보이지 않았다. 왜 없지? 아직 시간이 안 되었나?

시계를 보았다. 6시 5분. 맞는데. 그때 내가 여길 6시쯤에 왔었는데. 오늘이 아닌가? 아닌데. 분명 2002년 1월 14일이었는데.

핸드폰을 보니 오늘이 1월 14일이었다. 내가 이날을 어떻게 잊어?

그때 여기서 알바를 하는 희수를 처음 보았고 그 이후 몇 번 오다 보니 서로 얼굴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시내에서 우연히 정희수를 보게 되어 같이 커피를 마시게 되어 친해져 결국은 1년 후인 2003년 5월 18일에 조촐하게 결혼을 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희수는 한국에서 작년 12월에 이곳으로 어학연수를 왔고, 희수가 고아이기에 연수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기서 알바를 했었다.

그런 희수를 보며 동병상련의 모습을 보았기에 더 마음이 끌렸는지도 몰랐다. 나는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와 같은 나 혼자였으니까.

식사하면서도 홀 안을 계속 보았지만, 희수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올 시간이 안 되었나? 일부러 식사를 늦게 하면서 시간을 끌었지만, 희수는 오지 않았다.

계속 있을 수도 없어서 계산하러 카운터로 가자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맛있게 드셨어요?”

“네.”

카드를 건네고 계산하는 것을 보다가 물었다.

“여기 직원이 다섯 분이 전부인가요?”

“네. 주방은 따로 있고요.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제가 저번에 왔을 때 잘해 주신 직원이 있었는데 그때 팁을 조금만 준 것 같아서 더 주려고 하는 데 없네요. 오늘 나오지 않은 직원이 있나요?”

“지금 있는 직원들이 전부이거든요.”

“낮에 일하는 직원들은 다른가요?”

“아니에요. 낮에는 2명이 일하고 저녁 타임에는 3명이 더 나와요. 혹시 다른 식당하고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여기 맞는데요. 어학연수 왔다고 했거든요.”

“그럼 여기는 아니에요. 직원 중에 어학연수 오신 분은 없거든요.”

어떻게 된 거지? 여기서 알바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식당을 나와 차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뭐지? 미래가 바뀐 건가? 지금까지 내가 관여하지 않은 일들은 그대로 진행되었는데 왜?

혹시나 미래가 바뀔까 봐 이전 생에서처럼 자연스럽게 만나려고 한국에 있을 때도 희수를 일부러 찾지 않았는데.

희수의 운명도 바뀐 건가? 왜? 무슨 이유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다면 한국에 있을 때 찾아볼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러면 미국까지 온 의미가 없어지는데.

혹시 어학연수는 왔지만 알바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내일은 희수가 다녔던 어학원을 가 봐야겠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어학원 앞에 왔다.

너무 일찍 왔나? 학원 문도 열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사 가지고 다시 어학원 앞으로 왔다. 어학원 현관 옆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30분 정도 기다리자 학원생들이 하나둘 들어가고 있었다. 학생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동양인들이 많았고 남미 쪽도 많았다.

내 경험으로 보면 학원은 영어 못하는 학원생들 다수와 영어 잘하는 강사 한 명이라 그다지 영어 배우는 데 도움이 안 된다.

학교에 다니면 선생님도 학생들도 영어를 잘하기에 그만큼 빨리 배운다.

신기한 것은 초등학생이 한국에서 영어학원을 오래 다녀도 영어가 늘지 않는데 이민 와서 현지 학교에 가면 영어가 금세 느는 기적을 본다.

들어가는 학생들이 줄어드는데도 희수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학연수도 안 온 건가? 아니면 미국이 아니라 다른 국가로 갔나?

골치 아프네.

한국 학생들이 많이 온다는 어학원 몇 곳을 둘러봐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식당 몇 곳을 가봐도 어디에도 희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태 이날을 기다렸는데 허무함과 허탈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찾아봐야 한다는 거네. 근데 내가 아는 희수의 정보가 별로 없었다.

희수가 한국에 있을 때 일을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고 나 또한 한국에 있을 때 일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묻지를 않았다.

희수는 강원도에 있는 보육원에서 자랐고 강원대학교에 입학하여 알바하면서 학교에 다녔고 올해 2월에 졸업하는데 그전에 6개월 예정으로 어학연수를 왔다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미국에 오랜만에 왔는데 바로 한국에 갈 수도 없고 볼일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가야겠네.

아닌가? 희수가 미국에 왔지만 내가 못 찾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 가기 전에 먼저 확인부터 해야겠지.

* * *

어느새 미국에 온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었다. 시간 참 빠르다.

미국에 온 김에 스탠퍼드 대학원 교수님들도 찾아뵙고 사총사들하고도 같이 술 한잔도 하고 회사에 나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확인하면 시간을 보냈다.

회사는 에릭이 잘 경영하여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직원들도 회사가 나날이 발전하자 다들 만족해하며 잘 다니고 있고 오션이 미국에서 취업하고 싶은 회사 10위 안에 들기까지 하였다.

오늘은 어디 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정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바다를 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임스 리입니다.)

제임스 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탐정 일을 하는 자다.

서영이 남자 친구가 누군지? 혹시 희수가 다른 어학원을 다니거나 다른 곳에서 알바를 할 수도 있어 희수에 대해서도 알아봐 달라고 의뢰를 했었다.

“네. 알아보셨어요?”

(네. 그렇습니다. 조사 자료를 드리려고 하는데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집으로 오세요.”

(알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네. 도착하면 전화 주세요.”

(알겠습니다.)

제임스 리가 서류 봉투를 건넸다.

“조사 자료입니다.”

“고마워요.”

“정희수 양은 확인해 보니 미국에 입국하지 않았습니다.”

“네? 정말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한인 식당과 한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와 어학연수 오는 학생들이 다니는 어학원들을 알아보았지만, 정희수 양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어렵게 정희수 양의 입국 기록을 확인해 보았더니 작년과 올해 입국 명단에 없었습니다.”

아예 미국을 안 왔다고? 그럼 희수의 운명도 바뀌었다는 건데. 내가 영향 준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입국 기록도 확인할 수 있어요?”

“사장님이 꼭 찾기를 원하시는 것 같아서 매우 어렵게 확인한 겁니다. 그래서 추가 비용이 들었습니다.”

저 정도 일했는데 당연히 주어야지. 미국에 없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으니 이제 한국에 가야겠네.

“알았어요. 다른 건은 조사하신 거죠?”

“네. 그렇습니다. 봉투 안에 자료가 있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제임스 리가 가자 서류 봉투에서 자료를 꺼내는데 사진이 여러 장이 있어서 사진부터 보았다.

서영이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 속의 남자가 그놈인가 보네. 생긴 건 멀쩡하게 준수하게 생겼다.

인상은 나쁘지 않네.

사진 속의 서영이는 근심, 걱정이 전혀 없는 환한 얼굴이었다. 그래 그렇게 환하게 웃어야지.

자료를 들어보았다.

이름 박서진, 75년생, 나보다 두 살 어렸고 서영이보다 두 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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