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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216화 (216/261)

216화

다사다난했던 2001년도가 지나갔다.

2001년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

내가 가장 중점 둔 사업인 오션폰을 드디어 출시하여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해라고 할 수 있으며 진성 계열사인 진성 건설을 인수했고 사옥도 매입하였다.

2002년도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이전 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내 반려자 정희수를 만나는 해이기도 하였다. 그녀를 만나러 이제 미국으로 가야 한다.

미국에 가면 몇 개월 정도 있을 거라 작년 12월에 여러 계열사를 다니며 준비를 끝냈고 신상철에게도 롤 게임 설명도 다 하였고 강성중과 김나영에게도 커피숍에서 몰래카메라 너튜브 촬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빠진 게 있나 생각해 보았지만 없었다. 이제 미국으로 떠나도 되겠네.

올해 키워드는 안정으로 정하였다. 안정으로 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내가 지금까지 벌인 사업들이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의미이고 두 번째는 반려자 정희수를 만나기에 내 삶도 안정을 찾고자 하는 의미였다.

20년 넘게 희수와 함께 살았지만, 다시 만날 생각을 하자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젊고 예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 * *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배상도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걸으면서 슬쩍 배상도를 보니 해외에 여러 번 나왔다고 예전보다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웃는데 배상도가 물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아뇨. 배 대리님 모습이 너무 여유로운 것 같아서요. 해외에 많이 나온 사람 같은 포스가 느껴졌거든요.”

“고문님 따라 몇 번 나왔더니 이제는 무감각해졌습니다. 제가 고문님 따라 해외 출장을 가면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십니다. 이번에도 미국으로 오랫동안 출장 간다고 하니 좋아하시면서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우리 아들이 미국에 출장 간다고 전화해서 자랑을 늘어놓으셨습니다.”

그 마음 이해할 것 같았다.

아들이 미국 출장 갈 정도로 출세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을 거다. 자신들은 배운 게 없어 지금 분식집을 하니 더욱 그럴 것 같았다.

“부모 마음 다 그렇죠. 오션 다닌다고, 아니 오션 창업주 비서라고도 자랑해도 될 것 같은데요.”

내 말에 배상도가 웃었다.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진작에 하셨습니다. 우리 아들이 미국 대기업 오션 회장님 비서라고 자랑하였고 상대방이 놀라며 진짜냐고 물으며 반응이 좋으니까 어디 가면 그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특히 오션폰 출시하고부터는 더욱 그러십니다. 아버지가 그러면 좀 창피하기는 하지만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러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랑하는 아들이 커피숍에서 컴퓨터나 하는 것을 보시면 뭐라고 생각하실까? 아마 배상도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거다.

“앞으로 오션이 더욱 커질 테니까 마음껏 자랑하시라고 하세요.”

내 말에 말없이 미소 짓는 배상도였다.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집 관리인 아저씨가 다가와 인사하였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물론입니다. 사장님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어서 가시지요.”

“네.”

관리인 아저씨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렸다.

“오빠.”

기다리고 있던 서영이가 달려오더니 내 품에 안겼다.

“잘 지냈어?”

“응.”

“서영이 더 예뻐진 것 같다.”

“정말?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지?”

“진짜야. 앉아서 이야기하자.”

“응.”

마당에 있는 파라솔로 가서 앉았다.

바다가 보이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근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좀 추웠다.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응.”

“재미있어?”

“재미있다기보다는 공부할 게 너무 많아. ELS 다닐 때가 좋았는데 대학원 입학하니 이건 뭐 지옥이나 다름없었어. 영어도 잘하는 게 아니라서 고생 좀 했지. 이제는 영어도 많이 늘어 조금 괜찮아졌는데 그때 오빠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

“남에게 의지하면 계속 의지하게 돼.”

“그건 맞는 것 같아. 혼자서 하다 보니 영어도 많이 늘었어. 아마 오빠가 있었으면 지금처럼 늘지 않았을 거야.”

지금이야 표정이 밝아 보이지만 그때는 매우 힘들었을 것 같았다. 안쓰러웠다.

힘들 때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위안이라도 되었을 텐데 집이 그 모양이니 집에도 연락하지 않았을 테고 나라도 자주 전화해 줄걸.

그래도 힘든 고비를 넘겼으니 지금이 있는 거겠지. 서영이는 앞으로도 잘할 거다.

“기특하네. 고생 끝에 낙이 있는 거야. 잘했어.”

“지금 나 칭찬하는 거야?”

“그래. 춥다. 들어가자.”

“응.”

* * *

다음 날 오션으로 향하였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주차장이 꽤 넓었다. 미국은 땅이 크니 주차장도 크고 주차 간격도 한국보다 넓어 주차하기도 편하였다.

주차장을 둘러보다가 건물을 바라보았다.

3층짜리 건물이지만 규모가 꽤 컸다.

사업이 확대되면서 직원이 계속 늘어나 기존 사무실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작년 여름에 새로 건물을 매입하여 이전하였다.

‘잘 골랐네.’

현관 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안내데스크가 보였고 직원이 물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나를 못 알아보네. 내 회사에 오면서 에릭을 만나러 왔다고 말하기도 우습고. 뭐라고 할까?

“저 누군지 모르겠어요?”

“네?”

누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예쁜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이전에 오신 적이 있었나요? 어디서 오신 겁니까?”

내 입으로 오션 고문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데. 어쩔 수 없지.

“제가 진민재인데요. 모르세요?”

“진민재요?”

되묻다가 생각이 났는지 놀란 눈을 하였다.

“진민재 고문님이세요?”

“네.”

“잠시만요.”

컴퓨터로 뭔가를 확인하였다. 아마도 내 사진을 확인한 것 같았다.

“몰라뵈어 죄송해요.”

“아니에요, 이제 들어가도 되죠?”

“네.”

“에릭 사무실은 어디에 있나요?”

“3층 남쪽에 있어요.”

“고마워요.”

“휴게실은 어디 있나요?”

“저쪽에 있습니다.”

배상도는 휴게실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열리자 에릭이 서 있었다.

안내데스크에서 연락했나 보네.

“고문님! 언제 오신 겁니까? 오셨으면 연락이라도 해 주시지.”

“어제 왔어요. 그래서 왔잖아요.”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네.”

에릭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전 사무실은 작았는데 지금은 넓어 오션 CEO 사무실다웠다.

“이제야 사무실답네요.”

“고문님 사무실은 더 좋습니다.”

“제 사무실도 있어요?”

“당연합니다. 고문임이 언제 오실지 모르는데 사무실이 있어야죠. 조금 있다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한국 일은 다 끝나시고 오신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일이 있어서 왔어요. 당분간 있을 거예요.”

혹시나 기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사업이 아니라 개인적인 일이예요.”

“전 또 새로운 사업을 생각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잠시 쉬어갈 때죠.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안정되면 그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죠.”

“또 할 게 있습니까?”

오션패드에 대해서는 에릭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오션패드와 맥북에 대해 지금 말하자.

“지금 한국에서 오션패드를…….”

상황 설명을 하자 놀란 눈을 하였다.

“그러니까 오션패드가 이미 개발이 끝났다는 말입니까?”

“네. 작년 12월에 개발이 끝났어요.”

“얼마 되지 않았네요.”

“그렇죠.”

“그럼 바로 생산에 들어가는 겁니까?”

“아직이에요.”

“언제 생산 시작할 겁니까?”

“급할 거는 없잖아요. 지금은 오션폰에 집중해야 할 때니까요. 생산은 천천히 하려고 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오션폰과 오션패드 동시에 판매하면 그만큼 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션패드를 생산할 곳이 없어요. 그렇다고 고만고만한 공장을 또 인수할 수는 없고요. 한국에서 큰 공장을 곧 인수할 거지만 이제 오션 규모도 커졌는데 앞으로는 태국 공장처럼 대규모 공장을 건설해서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그렇기는 합니다. 태국 공장은 언제부터 공사에 들어가는 겁니까?”

“이번 달 10일부터 공사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완공은 3년 정도 걸린다고 해요. 그리고 앞으로 오션폰 판매가 더욱 많아질 테고 오션패드와 오션맥북도 생산해야 하니 태국 공장 하나로는 부족할 수 있어요. 다른 국가에도 대규모 공장을 하나 더 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국가라면 어디가 좋겠습니까?”

“남미 쪽이 좋지 않을까요?”

“중국은 별로입니까?”

“중국은 믿을 수가 없어서요.”

“고문님은 중국에 감정이 많은가 봅니다.”

솔직히 말해 난 중국하고 일본은 너무 싫다. 이유 없이 싫은 것이 아니라 중국, 일본이 우리한테 한 짓들이 너무 많다.

물론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두 국가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게 문제다.

국민들은 두 나라를 싫어하고 욕할 수는 있어도 정치인하고 외교관들은 국익을 위해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순화된 표현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역사를 공부해 보면 제가 왜 그러는지 잘 알 거예요.”

“나중에 한번 공부해 보겠습니다.”

“그러세요. 번역 개발은 어느 정도 진척되었나요?”

“영어 번역은 개발이 끝났습니다. 테스트를 거쳐 3월부터는 영어 번역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며 곧바로 영어 외 언어 번역 개발을 시작할 겁니다.”

한국어 영어 번역은 작년 10월에 끝나 오션과 너튜브에서 얼마 전부터 서비스 중이다.

“언제쯤 끝날까요?”

“영어 외 언어 번역 개발은 워낙 언어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네? 그게 뭡니까?”

“기존에 개발한 영어 번역 엔진을 이용하는 거예요. 현재 영어와 웬만한 언어는 번역 개발이 끝났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요. 한국어를 예를 들어볼게요. 현재 한국어와 영어는 번역이 되지만 한국어를 불어, 독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른 언어 번역이 안 되잖아요. 한국어 하나만 해도 번역 개발한 언어들이 많은데 그 많은 언어들을 어느 세월에 다 번역 개발을 해요. 그러니까 기존 한국어, 영어 번역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거예요. 만약 한국어를 스페인어로 번역한다면 한국어를 먼저 영어로 번역하고 기존에 개발한 영어, 스페인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번역한 후 결과값을 보여 주는 거죠. 그럼 따로 한국어와 스페인어 번역 개발을 따로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이런 식이면 다중 언어 번역 개발은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이걸 염두에 두고 영어 번역부터 개발하라고 한 거예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한 얼굴을 한 채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와우! 정말 그렇게 하면 금세 개발이 끝나겠습니다. 영어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네요.”

“그렇죠. 이런 방식을 사용하려면 먼저 영어 번역이 제대로 되어 있다는 조건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지금 개발한 번역 프로그램의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 계속 업데이트해야 해요.”

“아,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기준이 제대로 잡혀야 나머지도 제대로 된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말씀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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