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203화 (203/261)

203화

아무래도 오늘 전화가 불이 날 것 같았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세요? 고문님! 오션폰 백종식입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언론사에서 전화가 많이 옵니다. 신비주의가 제대로 먹힌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네요.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일주일 후에 오션폰 설명회를 할 테니 그때 모든 것을 공개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잘했어요. 설명회 준비는 잘되고 있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오늘 중으로 참석 초대장을 보낼 겁니다.)

“기자들만 참석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기자들하고 이동 통신 관계자들 또 일반인들도 신청받아 추첨했습니다.)

“알았어요. 그리고 오션폰 선적은 끝난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거리가 먼 북미, 남미, 유럽은 이미 선적하여 출항했고 아마도 다음 주에는 도착할 겁니다. 거리가 가까운 국가는 이번 주 내로 전부 선적할 겁니다. 10월 1일 출시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생산을 6월부터 시작했지만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보낼 만큼의 물량이 안 되어 선진국과 중진국 국가 위주로 먼저 출시하기로 하였다.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렇습니다. 빨리 10월 1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알았어요. 다음에 통화해요.”

통화한 지 한 시간 만에 서하연 기자가 왔다.

숨을 헉헉거리며 물었다.

“어디 있어요?”

“뛰어왔어요?”

“뛴 것은 아니고 빨리 걸었어요. 요즘 나이가 먹어서인지 뛰지는 못해요.”

아직 20대면서 남이 들으면 꽤 나이가 많은 줄 알겠다.

“운동 좀 해야겠어요.”

“그래야 하는데 한다고 한다고 하면서 자꾸 미루네요.”

그때 강성중이 시원한 음료수를 갖다 주었다. 저놈은 여자한테는 너무 잘해.

“이거 시원하게 마시세요.”

“고마워요.”

음료수를 벌컥 마시고는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제야 살 것 같네요. 핸드폰 어디 있어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여기 있어요.”

핸드폰을 보는 서하연 기자의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얼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이게 핸드폰이라고요?”

“네.”

핸드폰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물었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예요?”

“어떻게 사용하냐면…….”

설명을 해 주었다.

“이렇게 사용하는 거예요.”

“와! 아날로그가 아니라 전부 디지털이네요. 기존 핸드폰보다 사용하기가 더 편하네요. 전화 자판도 크고 문자 보낼 때도 무척 편리하네요. 인터넷도 되고 음악도 들을 수 있고 동영상도 볼 수 있고 너무 좋아요. 사이즈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액정 화면이 크니까 사진도 크게 볼 수 있어 좋아요. 출시되면 무조건 구매할 거예요.”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다른 핸드폰보다 크기에 일부로 작게 보이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점점 핸드폰의 크기가 작아지는 추세라 사람들이 큰 핸드폰을 선호하지는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크기를 더 늘리고 싶었지만 처음 출시되었던 아이폰 크기로 했었다.

다음 신제품 출시할 때는 크기를 기존 크기와 더 커진 크기의 두 가지 종류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서 기자님이 마음에 든다니 기대가 되네요.”

“신세대 감각에 맞고 디지털이라 젊은 층은 다 좋아할 거예요. 다만 노년층은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보셨지만 사용하기가 쉬워 노년층들도 사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거예요.”

“그렇기는 해요. 그림으로 되어 있어 손으로 누르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걸 어떻게 개발한 거예요?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렸어요? 또 핸드폰 사업을 할 생각을 어떻게 한 거예요? 이걸 염두에 두고 현도 전자 통신 단말기 사업부를 인수하신 거예요?”

질문이 몇 개야?

“지금 인터뷰하는 건가요?”

“기사화하면 안 되나요?”

기사가 나가면 오션폰 홍보에 도움이 되겠지.

“대답은 해 줄게요. 대신 저하고 인터뷰했다는 것은 밝히지 말아 주세요.”

“알았어요. 오션 관계자라고만 말할게요.”

“네. 질문의 대답은…….”

대답을 해 주었고 더 질문하여 대답하였다.

“이제 됐죠.”

“네. 그리고 오션폰 사진 찍어서 기사 내도 되나요?”

“사진은 오션폰 자료실에 있으니 그 사진을 이용하면 되고 오션폰 사용 방법은 제품 설명회 하기 전까지 기사로 내면 안 되고요.”

허락해 달라는 눈빛을 나에게 강하게 보냈다.

“미안해요. 저 개인적으로는 허락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네요.”

“알았어요. 사용방법에 대해서는 기사화하지 않고 사용 후기는 써도 되겠죠?”

“네.”

서 기자가 가자 핸드폰이 울렸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네. 누가 전화 한 거야?

* * *

진성 그룹 진동훈 회장은 컴퓨터로 오션폰 광고를 보고 있었다.

자신이 봐도 저게 핸드폰일까? 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보기에는 전혀 핸드폰으로 보이지 않지만, 핸드폰이라고 광고하는 것을 보면 분명 핸드폰이 맞을 것이다.

광고 또한 잘 만들었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게 차이인가?’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인 형한테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컸다.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인 형의 발끝조차 따라갈 수가 없어 좌절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의 감정을 이제는 조카에게 느끼고 있었다.

아빠를 닮아 조카 또한 천재였다.

혼자서 오션이라는 검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조카는 핸드폰 개발까지 하며 잘 나가는 데 자신은 있던 회사도 지키지 못하고 점차 쪼그라들어 계열사 두 개만 남았고 그것도 오늘내일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차이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자신도 한다고 했다. 그놈의 IMF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대를 잘못 만난 자신의 불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노크 소리만 들려도 무슨 일이 생겼나? 겁이 날 정도였다.

문이 열리고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이제는 계열사가 달랑 두 개만 남아 회장님이라고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왜?”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지난달에 매각된 진성 건설 말입니다. 아무래도 인수자가 진민재 도련님 같습니다.”

“뭐라고? 확실해?”

“그런 것 같습니다.”

“MJ 지주회사에서 인수한 거 아니야?”

“맞습니다. MJ 지주회사의 주인이 진민재 도련님입니다. MJ도 이름의 약자입니다. 또한, 진성 건설뿐만 아니라 진성 무역, 진성 금속, 진성 어페럴, 진성 리조트도 전부 진민재 도련님이 인수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세 개 회사는 사모 펀드에서 인수한 것이 아니었어?”

“네. 사모 펀드에서 인수한 것이 맞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확인한 바로는 진성 무역, 진성 금속, 진성 어페럴 전부 대주주가 사모 펀드에서 MJ 지주회사로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진성 리조트도 황규천에서 MJ 지주회사로 변경되었습니다. 또 네 개 회사가 전부 역삼동에 있는 MJ 빌딩으로 사무실 이전을 했고 그 MJ 빌딩에 오션을 비롯해 오션팟, 오션폰 등이 입주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합니다.”

“MJ 빌딩도 그놈 소유라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해?”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놈이 하나하나 야금야금 진성을 먹고 있었다는 말이네.”

“그런 셈입니다.”

진동훈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놈이 노리는 것이 진성이었어. 그것도 모르고 계열사를 매각한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놈은 그런 자신을 뒤에 숨어서 보며 비웃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주먹으로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쾅.

“이놈이 감히 나를 갖고 놀아?”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이놈 어디에 있어?”

“한국에서는 전혀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미국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해? 한국에 있는 거 아니야?”

“한국에 있다면 언론에 벌써 노출이 되었을 겁니다. 다음 주에 오션폰 제품 설명회가 있으니 한국에 있다면 그 자리에 참석할 겁니다.”

“그렇겠지. 중요한 자리인 만큼 나오겠지. 제품 설명회에 참석하는 자들 누군지 알아내서 확인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답하고서는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회장님! 차라리 민재 도련님에게 도움을 청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나보고 그놈한테 고개를 숙이라는 말이야?”

“그런 의미가 아니라 민재 도련님도 진성이 무너지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겁니다. 잘 이야기하면 도와줄 수도 있을 겁니다.”

“도와줄 거였으면 뒤에서 그런 비열한 짓거리하지 않았을 거야. 그놈하고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앞으로는 내 앞에서 그딴 이야기 다시는 꺼내지 마. 나가봐.”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나가자 진동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 * *

사성 전자 이동 통신 사업 본부장 이규혁은 신제품 핸드폰 기획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작년부터 노카아의 약진이 두드러지더니 결국 핸드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였고 반대로 사성 전자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핸드폰 회사들도 새로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세계 핸드폰 시장은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였다.

이에 점유율을 신장하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 보고서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디자인이며 성능 또한 마음에 들어 이 제품을 출시하게 되면 점유율 향상에 꽤 도움이 될 것 같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권도욱 이사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본부장님!”

“무슨 일인데 뛰어들어와?”

“큰일 났습니다.”

“뭐가?”

“현도 전자 통신 단말기 사업부가 오션에 매각된 거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오션이 인수한다고 해서 우리가 얼마나 웃었어? 다 쓰러져 가는 현도 전자 통신 단말기 사업부를 핸드폰 사업 경험뿐만 아니라 전자 사업 경험도 없는 인터넷 회사가 인수한다고 해서 언제 망할까? 우리끼리 내기도 했잖아? 벌써 망하기라도 한 거야?”

“그게 아닙니다. 오션에서 10월 1일에 새 핸드폰을 출시한다고 합니다.”

“출시해 봤자 그대로 묻힐 텐데 그게 왜 큰일이야?”

“근데 새로 출시한다는 핸드폰이 좀 이상합니다.”

“원래 현도 전자 때부터 그랬잖아. 기술력이 없으니 그렇지.”

“그게 아닙니다. 이걸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고 컴퓨터로 직접 보여 드리겠습니다.”

말을 하고서는 책상에 있는 컴퓨터로 오션에 접속하여 오션폰 사이트로 들어갔다.

오션폰 광고가 흘러나오자 가만히 광고를 보았다.

광고가 끝나자 이규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이게 광고라고? 핸드폰을 만들지 말고 영화를 찍지그래.”

“제가 봐도 광고치고는 별로인데 네티즌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 층은 다르게 받아들이나 봅니다.”

“모델이 예쁘기는 하네. 그래서 그런 거겠지. 이 모델 누구야?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광고에는 잘 어울리겠는데. 한번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오션에서 곧 출시한다는 핸드폰 사진 좀 보십시오.”

이규혁은 핸드폰 사진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게 핸드폰이라고?”

“네. 광고 영상에서도 모델이 들고 있지 않습니까?”

“내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달린 것이 없는 그냥 직사각형 물건인데 이게 어떻게 핸드폰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큰일이라는 겁니다. 분명한 것은 이게 핸드폰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능이 있다는 겁니다. 네티즌들도 이 핸드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만약 이게 핸드폰이 맞다면 자기들은 이 핸드폰을 구매하겠다는 반응이 아주 많습니다. 그러니 큰일이 아닙니까?”

“전화는 어떻게 건다는 거야?”

“제기 판단하기로는 버튼이 없으니 액정에서 버튼을 누르는 기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손가락으로 누른다고?”

“네. 그러니까 버튼이 없는 겁니다. 터치스크린 기능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여기 핸드폰 설명을 보시면 여러 가지 기능들이 있는데 기존 핸드폰으로는 하지 못하는 기능들이 많습니다. 만약 이것들이 사실이라면 노카아에서 3210 모델을 출시하고 돌풍을 일으켜 점유율을 급격히 늘린 것처럼 오션 또한 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핸드폰 강자로 설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노카아 보다 더 큰 파급력이 있을 것이고 우리 사성에게도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자신이 조금 전에 보던 신제품 기획 보고서로 시선이 갔다.

만약 오션에서 이 핸드폰이 출시되면 저 기획 보고서는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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