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대박인데요.”
“얼마인데요?”
핸드폰을 이주희 대표에게 건넸다.
“직접 보세요.”
핸드폰을 받아 보는 이 대표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웠다.
“시작은 좋네요.”
“이 정도면 대성공이죠. 축하해요.”
“고마워요. 사실 고문님 도움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을 거예요. 고문님 덕분이에요.”
“제 도움도 있기는 했지만, 이 대표님이 열심히 한 노력도 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만 하면 제가 말한 1000만 원도 가능해요. 지금부터는 제 도움 없이 이 대표님 능력으로 신화를 만들어 보세요.”
입술을 꽉 깨물며 각오를 다지는 이 대표였다.
“해 볼게요.”
“잘하실 거예요. 기대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대답하고서는 갑자기 이 대표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요?”
“이게 핸드폰이에요?”
주가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더니 그러는 거다. 이 대표는 아직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모른다.
“네. 가을에 오션에서 새로 출시할 핸드폰이에요. 이거는 테스트용으로 만든 거고요.”
“네? 핸드폰이라고요? 버튼은 어떻게 눌러요?”
스마트폰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이 이거였다. 아무리 찾아봐도 번호 누르는 버튼이 없으니까.
“이건 기기에 버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간단히 설명하였다.
“이렇게 사용하는 거예요?”
“와! 네이브 주가보다 이게 더 대박이네요. 이걸 오션에서 출시한다고요?”
“네.”
“이것도 고문님 작품이죠?”
스스로 칭찬하는 것 같아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고문님은 머리에서 신박한 아이디어가 막 샘 솟는 거예요? 저는 도저히 고문님을 따라갈 수가 없네요.
천재와 일반인의 어쩔 수 없는 차이인가 봐요.”
속으로 천재와 일반인의 차이가 아니라 미래를 알고 모르냐의 차이예요 라고 대답하였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누구나 발상의 전환을 하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이 보일 거예요. 이 대표님도 가능해요.”
“힘이 나는 말이네요. 알았어요. 저도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모든 걸 새로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노력해 볼게요”
“그래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게요?”
“온 김에 들를 곳이 많아요.”
“네. 다음에 또 오세요.”
네이브에서 나왔다.
네이브 상장이 성공하면서 오션 또한 그 이익을 보게 되었다. 앞으로 네이브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장주가 될 거다.
* * *
오늘 진성 건설 인수 계약을 하기 위해 진성 건설에 와 있었다.
보통 인수 계약을 하게 되면 매각하는 상대편은 불편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다.
앞에 앉은 채권단 대표가 시간 끌 필요 없다는 듯 거침없이 계약서에 서명하고는 시원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골칫덩어리를 치웠다는 사실에 꽤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계약서에 거침없이 서명하였다. 이로써 진성 건설을 내가 또 인수하게 되었다.
진성 건설 인수 금액은 장 팀장이 공헌한 대로 1500억 원이었다.
처음에는 채권단에서 난색을 표했지만, 그 금액 아니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최후통첩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아쉬운 것은 항상 을이니 갑이 원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진성 건설이 건실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동안 진성 건설을 잘 이끌어 주어 감사합니다.”
“공치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성 건설을 회생하기 위해 신경을 꽤 많이 썼습니다.”
“잘 압니다. 감사합니다.”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이건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진성 그룹 계열사들을 인수하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지? 이유를 모르는 것을 보니 내가 진성가 일원이라는 것은 알지 못하나 보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금융권에서 일하다 보니 우연히 사장님이 진성 건설뿐만 아니라 여러 진성 계열사를 인수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대답하기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해도 상관없겠지만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채권단 일행들이 나가자 나의 왼쪽에 앉아 있는 장기호 팀장을 바라보았다.
“장 팀장님! 이제 끝났네요.”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장 팀장이 미소를 지었다.
“일이 잘 끝나 보람도 있고 기분이 좋습니다.”
“열심히 하신 결과죠.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다음에도 또 일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그럴게요.”
“그럼 저도 가 보겠습니다.”
“네. 다음에 식사 같이하죠.”
“알겠습니다.”
장 팀장도 가자 오른쪽에 앉아 있는 김중기 상무를 바라보았다.
“제가 진성 건설을 인수했어요.”
“축하드립니다. 도련님!”
“여기 오랜만에 오시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4년 만에 오는 겁니다.”
“4년 만에 오니 어때요?”
“감회가 남다릅니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돌아오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제 상무님이 이곳에 사장이 되었으니 진성 건설을 맡아 예전의 진성 건설로 다시 만들어 주세요.”
“물론입니다. 저를 믿고 중임을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요. 4년 전보다 많이 바뀌었을 거예요. 한동안 업무 파악하느라 바쁠 거예요. 잘하시리라 믿고 이제 저는 가 볼게요. 아! 여기 임대 기간이 올해 11월까지더라고요. 10월쯤에 MJ 빌딩으로 사무실 이전하시고요.”
“알겠습니다.”
진성 건설을 나왔다.
김중기 상무와 채민곤 부장이 능력 있는 분들이니 믿고 맡기면 예전의 전성기였던 진성 건설로 되돌릴 것이다.
이제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만 남았는데 언제 인수하려나? 생각 같아서는 빨리 인수하고 마무리 짓고 싶은데.
* * *
9월이 되었다.
상장과 동시에 2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무더웠던 8월 날씨답게 네이브 주가 또한 뜨거웠다.
현재 네이브 주가가 11만 2천 원을 기록하며 한 달도 안 되어 공모주 가격의 3배까지 근접하였다.
네이브 주가가 폭등하자 에릭도 좋아하였다. 자회사의 주가가 폭등하면 오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더구나 곧 월가를 발칵 뒤집어 놓을 스마트폰이 출시되니 오션 주가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상승할 것이다.
얼마 전에 인수한 진성 건설도 김중기 사장과 채민곤 이사가 회사를 완전히 장악하여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내년 태국 오션 공장 건설 계약만 하게 되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되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다.
오늘도 커피숍에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부팅되자 제일 먼저 오션에 접촉하였다. 팝업창이 하나 떠올랐다. 오션폰 출시 광고였다.
오늘부터 드디어 오션과 너튜브에 오션폰 광고가 나가고 9월 23일부터는 각국 TV CF 광고가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팝업창을 클릭하자 오션폰 사이트로 이동되고 곧바로 아이노가 촬영한 광고 영상이 흘러나왔다.
보면 볼수록 광고가 아닌 짧은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잘 만들었네.’
광고 영상을 보고 너튜브를 보고 있는 강성중을 불렀다.
“성중아!”
“네.”
“너 아이노 광고 나간 거 봤어?”
“네. 진작에 봤습니다. 오늘부터 나오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너튜브 보다가 갑자기 아이노 광고가 나와서 놀랐습니다.”
“내가 말 안 했나?”
“안 했습니다. 상도 형이나 상철 형도 못 들었다고 합니다.”
말한다고 하고 깜박했네.
“반응들 어때?”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좋다는 반응이 광고야 오션폰이야?”
“둘 다입니다. 제가 광고가 나오고부터 저도 제 채널에 광고 영상을 올렸는데 댓글들을 보니 미쳤다는 반응입니다. 다들 아이노가 진짜 엘프 여전사 같고 광고가 영화 같다고 합니다.”
그렇지. 사람 보는 눈이 비슷할 테니까.
“게임에도 아이노의 얼굴을 한 NPC가 나오지만 그건 그래픽이라 실제로 체감하지 못하지만 이건 실제 모습이라 더욱더 그런 반응 같습니다. 아울러 이게 무슨 핸드폰이냐? 핸드폰 같지 않고 게임기 같다며 통화가 가능할까? 하는 반응도 있습니다. 또 이게 진짜 핸드폰이라면 시대를 앞선 미래의 핸드폰이라며 오션폰과 비교하니 자기 핸드폰들은 구석기 시대의 핸드폰 같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대부분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해하며 이런 핸드폰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저도 처음에 사장님이 가지고 있던 오션폰을 핸드폰으로 보지 않은 것처럼 다들 신기해하면서 믿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긍정적이며 좋습니다.”
이 정도 반응이면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
“알았어.”
고개를 돌리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세요? 고문님! 저 서하연 기자예요.)
“안녕하세요? 기자님! 오랜만이네요.”
(그러네요. 고문님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봐요.)
“늘 그렇죠.”
(오션폰 뭐예요? 진짜 핸드폰 맞아요?)
그거 때문에 전화한 거구나.
“네. 핸드폰이 홍길동도 아니고 핸드폰을 핸드폰이라 부르지 뭐라고 부를까요?”
(진짜라고요? 오션폰 사이트에 들어가도 사진만 있고 자세한 설명이 없더라고요. 사진만 봐서는 버튼도 없고 도무지 핸드폰으로 보이지 않아서요.)
원래는 처음부터 오션폰 사이트에 스마트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로 했다가 노이즈 마케팅이 좋다는 기획서가 올라오면서 사이트에서 사진과 성능만 올리기로 하였다.
성능은 전화 통화, 문자, 앱을 이용한 해외 전화 무료, 인터넷 연결 와이파이 기능, 플래시 기능, 카메라, 게임, 음악 감상 및 동영상 감상 등이었다.
서 기자처럼 사진만 봐서는 전혀 핸드폰 같지도 않은데 핸드폰이라고 하니 다들 궁금해하며 진짜 이게 핸드폰인지 아닌지 화제가 될수록 오션폰의 광고 효과가 높아지는 것을 노린 전략이었다.
광고 영상을 봐도 인터넷을 검색하고 전화하고 플래시가 나오는 것만 나오지 실제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나오지 않아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서 기자 반응을 보니 노이즈 마케팅이 제대로 된 것 같았다.
“핸드폰이 아닌데 사기 칠까 봐 그래요?”
(그럴 리는 없겠죠.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서 전화한 거예요. 다른 기자들이 오션폰에 문의를 해도 다음 주에 오션폰 설명회를 한다며 안 알려 준다고 하네요.)
오션폰 설명회는 일주일 후인 9월 7일 금요일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오션폰을 수출하는 곳에서 모든 국가에서 하기로 하였다.
원래라면 더 늦게 9월 중순쯤에 할 예정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다음 주에 911테러가 발생하기에 제품 설명회를 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온통 언론에 테러 기사로 뒤덮일 것이기에 9월 7일에 오션 설명회를 해도 10일까지 나흘간만 화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시기를 더 늦추기에는 9월 23일부터 TV CF가 나가기에 미리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내가 날짜를 그렇게 결정하였다.
에릭은 TV CF 방송 일주일 전인 9월 17일쯤에 설명회를 하자고 했지만, 그때 가면 미리 앞당겨 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911테러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없기에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궁금하면 오세요. 직접 보여 드릴게요.”
(제가 기사 내도 되나요?)
“일주일 후에 오션폰 설명회를 해야 하는데 그전에 기사가 나가면 곤란하겠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럼 궁금증만 해결하러 갈게요.)
“그러세요.”
전화를 끊자 핸드폰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