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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180화 (180/261)

180화

다음 날 천호균 집 근처 어느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 커피숍도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커피숍이 커서 그런가? 오전인데도 손님들이 좀 있었다.

그렇다고 부러운 것은 아니고. 주문대로 가서 차를 하나 시키고 창가 쪽에 앉았다. 차를 마시며 창밖을 보며 천호균이 오는지 보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저쪽에서 박도진이 준 자료 속 사진 주인공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갔다.

천호균이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전화 드린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세요?”

“뭐 드시겠습니까?”

“전 녹차 마시겠습니다.”

“네. 저쪽 앉으십시오.”

“그러죠.”

천호균이 창가 쪽 자리로 가자 난 주문대로 가 녹차를 주문하고 자리로 갔다.

“여기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녹차를 한 모금 마신 천호균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젊어서 젊은 분인 줄 알았지만, 실제 보니 더 젊은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이 나와서 실망하신 겁니까?”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고문이라고 해서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저는 어떻게 알고 연락한 겁니까?”

“대유 그룹 쪽 인사에게 물어본 겁니다. 천호균 님이 우즈베키스탄 대유 공장의 책임자로 일했던 것이 특별한 비밀도 아니지 않습니까?”

“저한테 부탁할 게 뭡니까?”

“우즈베키스탄의 정부 쪽 고위급 인사를 잘 아십니까?”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는 않았지만 좀 아는 편이기는 합니다. 제가 대유 자동차 공장 설립 때부터 설립 문제로 정부 쪽 인사들과 많이 접촉하였고 그 이후로도 교류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우리 회장님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라서 저도 웬만한 고위급 인사들는 압니다.”

그렇겠지. 알아보니 우즈베키스탄도 정치적으로 발전한 국가가 아니라서 정계와 재계가 유착된 관계였다.

“그때 관계를 맺었던 분들이 아직도 고위급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도 있을 테고 물러난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 하여도 서로 얽혀 있기에 한 다리 건너면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업을 하려고 땅을 매입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땅은 부동산 중개 업자를 통해서 매입하면 되는 게 아닙니까?”

“정부 소유라서 그럽니다.”

“아! 그렇군요. 하긴 정부 소유라면 땅 매입하기가 힘들 겁니다.”

“부탁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어느 지역의 땅을 매입하려는 겁니까?”

“지히라 카킨 근처입니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히라 카킨은 아직 개발이 안 된 불모지 땅인데 거기서 무슨 사업을 한다는 말입니까?”

“지금 당장 사업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사업을 하려고 미리 땅을 매입하려는 겁니다. 매입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개발 안 된 불모지 땅이라 정부에서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은퇴한 몸이라…….”

보니 마음이 반반이고 어떻게 할지 갈등하는 것 같았다.

“보수는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보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야 하고…….”

보수가 중요하지. 자료를 보니까 아들과 딸이 있는데 둘 다 곧 결혼할 것 같은데 모아 놓은 돈이 있다고 하여도 목돈이 필요하겠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더구나 부정한 일도 아니고요.”

“어쩌면 정부 쪽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뇌물을 줘야 한다는 말이네. 하긴 정치 후진국에서는 그게 당연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해야겠지요.”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해야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당장 급하게 매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시고 결정해 주시면 됩니다. 오랜만에 우즈베키스탄에 가보시면 좋지 않겠습니까? 가신 김에 대유 자동차도 방문하시면 감회가 새로울 겁니다.”

“알겠습니다. 생각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천호균이 갔다. 느낌으로 오케이 할 것 같았다.

지금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건강이 안 좋은 것도 아닌데 잠깐 일하고 목돈을 챙길 수 있는 일을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을 테니.

* * *

오늘은 MJ 빌딩에 갔다.

준공 검사가 끝나고 사용 허가를 받아 지금 입주하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 중이다. 빌딩 이름은 내 이름 앞 자를 따서 MJ 빌딩이라고 지었다.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로비로 올라가자 안시스 박병관 사장이 나에게 달려와 인사하였다.

저번에 한 번 만나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장 적합하여 안시스를 MJ 빌딩 관리 업체로 결정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안녕하세요? 박 사장님도 오셨네요?”

“고문님이 오신다는 데 당연히 제가 와야죠.”

“그냥 둘러보러 온 거라 안 오셔도 되는데요.”

“아닙니다. 제가 안내해 드려야죠.”

로비를 둘러보니 아무 장식도 없고 사람도 없어 썰렁하였다. 지금은 이래도 한두 달 지나면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현관 앞쪽 양 구석에서 벽을 세우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내 시선이 가자 박병관이 얼른 말하였다.

“저 양쪽은 은행과 대형 커피숍이 들어오면 좋을 겁니다. 지금 여러 은행에서 입점하겠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커피 체인점과 해외 체인점인 스티벅스에서 입점하고 싶다는 연락도 오고 있습니다.”

빌딩 사무실 임대도 관리업체인 안시스에게 일임하였다.

내가 생각해도 은행과 대형 커피숍이 들어오면 좋을 것 같았다 스티벅스가 입점하면 빌딩 가치가 상승한다고 하던데 스티벅스가 들어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커피숍은 스티벅스와 우선 협상하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고문님께서 직접 커피숍 운영은 하지 않으실 겁니까?”

“제가 왜요?”

“분당에서 커피숍을 운영하시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분당 커피숍은 내 작업실이고.

“돈 벌려고 하는 커피숍이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은행은 특별히 생각하시는 은행이 있습니까?”

아무 은행이나 상관없지. 아니다, 내가 거래하는 시민 은행을 입점하는 게 좋으려나? 가만! 은행하니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외화은행이 내년인가? 내후년에 런스타에게 매각하지 않나? 먹튀로 문제가 많았는데 내가 외화은행도 인수할까?

은행을 아무나 인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격이 필요하다.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금융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론스타는 자격이 안 되는데도 인수하게 되어 나중에 말이 많았다.

힘든가? 문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황규천 어르신이었다.

어르신이라면 인수가 가능하지 않을까? 자산도 충분할 테고 상호 신용 금고도 금융업이니 자격이 될 테고.

이왕 양지로 나올 거면 상호 신용 금고보다 은행이 더 좋겠지.

한번 건의해 봐야겠다.

“외화은행부터 협상하시죠.”

“알겠습니다.”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는 언제쯤이면 끝나나요?”

“먼저 입점할 회사들 사무실 공사부터 하고 있기에 10일 뒤부터 차례대로 입주가 가능합니다. 그 이후에 나머지 사무실도 공사하여 임대를 받을 계획입니다.”

“오래 안 걸리네요.”

“네. 그렇습니다. 고문실 등 일부만 제외하고서는 사무실이라 벽을 세우는 등 간단한 공사라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내 사무실은 최상층 45층에 있고 지금 공사 중이었다. 궁금하였다.

“제 사무실은 어느 정도 진척되었나요?”

“직접 보시겠습니까?”

“그러죠.”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것을 둘러보고 바로 믿음 상호 신용 금고로 향하였다.

내 사무실을 봤는데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코리아 오션 염중섭 대표가 건물도 큰데 내 사무실을 크게 만들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하였다.

하긴 여유가 있는데 굳이 작게 사용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말 하지는 않았다.

금고 안으로 들어가자 새로 오픈한 것 치고는 고객들이 꽤 많았다. 이것도 황규희 능력인가? 안을 둘러보며 이사장실로 향하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어르신과 황규희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왜 왔어?”

“규희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 어르신도 같이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도 황규희 아빠도 날 왜 미워하냐?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왜 왔냐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도 날 반겨 주는 것은 황규희뿐이었다.

“오빠 어서 와. 앉아.”

“어 그래.”

소파에 앉았다.

“들어오는데 고객들이 많네.”

“보통 오픈빨이라고 해.”

“오픈한 지 좀 됐잖아.”

어르신이 껴들었다.

“할 말이 뭔데?”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규희한테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규희를 바라보았다.

“규희는 여기에 만족할 거야?”

“이곳에만 만족하지는 않지. 저번에 말했잖아. 난 지점을 전국으로 늘리겠다고.”

“내 말은 신용 금고에 만족할 거냐고.”

“그게 무슨 말인데? 지금 신용 금고를 하고 있는데 만족하냐니? 그 질문이라면 만족해.”

“더 큰물에서 놀 생각은 없어?”

“더 큰물이라니?”

“제2금융권이 아니라 제1금융권인 진짜 은행을 경영할 생각이 없냐고?”

“갑자기 와서는 은행이라니? 은행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가능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

황규희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물었다.

“어떻게?”

“지금 외화은행이 어려운 거 알아?”

“현재 은행들 대부분이 다 어렵지 않아?”

“그중에서 외화은행이 가장 어려워. 현도 그룹의 주거래 은행인데 현도 건설과 현도 전자가 부실해지면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어. 외화은행의 현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 뱅크에서는 추가 증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거든. 그래서 정부나 코메르츠 뱅크에서 매각하기를 희망할 거야. 그럼 규희가 인수하면 되는 거잖아.”

“은행을 인수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대략 1조 5천억 원이며 인수가 가능할 거야.”

“1조 5천억 원이면 된다고?”

“그래. 한번 잘 생각해 봐.”

황규희가 생각에 잠기자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어르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규천은 진민재의 말을 들으면서 황당하여 말이 안 나왔다.

저놈이 요즘 여러 기업을 인수하더니만 간덩이가 부었는지 이제는 은행을 인수하라니? 저놈 스케일은 갈수록 커지는 것 같았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도 외화은행의 어려움을 듣기는 하였다.

얼마 전에 정부에서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외화은행 인수를 타진했다는 말을 들었고 전부 거절하였다고 하였다.

특히 시민 은행장은 외화은행을 인수했다가는 멀쩡한 시민 은행까지 망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했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인수자가 없어 인수할 수는 있겠지만 부실 덩어리를 인수하면 투자금만 날릴 수가 있었고 자신은 1조 5천억 원을 조달할 능력도 없었다.

“부실 은행을 인수해서 같이 망하라는 거야?”

“지금이야 부실 은행이지만 언제까지 부실 은행이라는 오명을 쓸까요? 한 3년 정도 지나면 점차 개선될 거예요. 그러니 지금이 인수하기에 가장 쌀 때고 적기라는 말이죠.”

“자네가 보기에는 외화은행이 정상화될 거라는 말인가?”

“당연하죠. 제가 인수할 자격이 된다면 제가 인수하고 싶을 정도예요.”

“자네가 인수하고 싶다고?”

“네. 현재 은행법으로는 해외 은행과 국내 금융기관 또는 합작한 투자자만이 인수가 가능해요. 그래서 저 단독으로는 자격이 없어요. 다만 국내 금융기관과 합작하면 저도 가능하거든요. 어르신이 마음이 있다면 저랑 합작하여 인수하는 것도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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