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79화 (179/261)

179화

그럼 안 되는데. 그 땅을 반드시 매입해야 하는데. 보물이 묻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팔지 않겠다는 것을 강제로 팔라고 할 수도 없고. 더구나 상대는 개인이 아니라 정부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현지에서 정부 쪽 사람에게 줄을 대면 되지 않을까요?”

“저도 그 생각을 하여 현지 사람을 통해 알아봤더니 우리가 외국인이라 그것도 힘들다고 합니다. 외국인이라도 정부 쪽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면 가능은 하지만 어떠한 관계도 없이 땅을 매입하는 것은 힘들다고 합니다.”

미국을 통하면 가능할까? 미국하고 우즈베키스탄이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것 같은데.

소련에서 독립한 지 오래되지 않아 미국의 영향력이 아직은 약하다. 결국은 포기해야 하나? 너무 아까운데.

아니다. 리튬 광산이 알려지게 되는 것이 2026년이니까 아직 시간이 25년이나 남았으니 그동안 우즈베키스탄에 공을 들이면 되지 않을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는 거죠?”

“죄송합니다. 우리 힘만으로는 힘듭니다. 다만 국내 기업 중에 우즈베키스탄과 친한 기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기업을 통하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 기업이면 장 회장밖에 모르는데. 현도라면 종합 상사가 있어 우즈베키스탄하고 관계가 있을 것 같았다.

“알았어요. 국내 기업은 제가 알아볼게요.”

“알겠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나요?”

“네. 없습니다.”

“바쁘실 텐데 다음부터는 직접 오지 마시고 전화로 하세요.”

“도련님한테 어떻게 전화로 합니까?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 괜찮습니다.”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것 같아 관뒀다.

박호열 사장이 가자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평소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니라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건강이 많이 안 좋은가 보네.

“안녕하세요? 회장님! 진민재입니다.”

(그래.)

“건강이 안 좋으세요?”

(나이 먹으면 다 그렇지. 왜 전화했어?)

“한번 찾아가려는데 언제 갈까요?”

(내일은 병원 가야 하니까 모레 와.)

“회사로 가나요?”

(그래.)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건강도 안 좋으면서 집에서 쉬시지 회사는 왜? 그러고 보니 장 회장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인간은 태어나면 죽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걸. 근데 난 자연의 섭리를 벗어나 과거로 왜 왔을까?

난 죽었다가 과거로 온 것은 아닌데.

* * *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장 회장이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내 인사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앉아.”

“네.”

소파에 앉아 장 회장을 보니 안색이 너무 안 좋았다.

“회장님!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좀 쉬시죠.”

“쉰다고 뭐가 달라져? 집에 있으나 회사에 있으나 똑같아.”

“병원에 입원하시는 것도 좋잖아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죽을병에 걸렸어? 병원에 입원하게.”

“누가 그랬데요? 병원에 입원해서 건강 검진도 받고 케어하시라는 거죠.”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병원에 입원하면 답답해서 더 건강이 안 좋을 거야. 왔으면 용건이나 말해. 쓸데없는 참견 말고.”

“회장님! 혹시 현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사업을 하는 게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내가 알기로는 특별한 것은 없는데. 왜?”

“우즈베키스탄에서 작은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정부 관계자와 친분이 없으면 어렵다고 하네요.”

“그럴 거야. 소련에서 분리되어 독립한 지 얼마 안 되어 정치 수준이 형편없어. 가만! 우즈베키스탄이면 대유 김우주 회장이 그쪽 대통령과 매우 친하다고 하던데. 우즈베키스탄에 93년도인가? 대유가 진출하여 대유 자동차를 설립했을 거야.”

우즈베키스탄에 대유 자동차가 있다고? 김우주 회장이 세계 경영을 한다고 하더니 우즈베키스탄까지 진출한 거야? 대단하네.

대통령과 친하다면 김 회장을 통하면 무조건인데.

문제는 김 회장이 해외로 도주하여 한국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유 자동차는 작년에 최종 부도 처리되어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다.

“대유 김우주 회장은 지금 외국에 있잖아요.”

“그렇지. 그렇다 하여도 자네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면 김 회장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지. 나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김우주 회장이 정상적인 신분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만 지금 도주 중인 신분이라 부탁하기도 애매하였다.

찾아간다고 해도 김 회장은 내 코가 석 자일 텐데 나를 도와줄 여유가 없을 것이다.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지.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나중에 김 회장이 입국하여 죗값을 받고 나오면 그때 도움을 요청할까? 그래도 될 것 같은데.

“김 회장은 지금 상황이 어렵잖아요. 근데 도와줄까요?”

“김 회장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워. 그렇게 될 인물이 아닌데. 도와줄지 아닐지는 나도 모르지. 하지만 사업을 하려면 일단 부딪혀야 뭐라도 나오는 거야. 노력 없이 성과는 없어. 발로 뛰어. 난 항상 앉아 있는 것보다는 움직였어.”

“네. 알았어요. 피곤하신 것 같아 저는 이만 가 볼게요.”

“그래.”

“건강 조심하시고요.”

“알았어. 빨리 가.”

나가면서도 장 회장 건강 걱정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얼마밖에 못 산다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죽을 날을 안다면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텐데. 장 회장에게는 소용없을 것 같았다.

커피숍으로 가는 차 안에서 창밖을 보다가 문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김우주 회장 아니더라도 우즈베키스탄에 대유 자동차 공장이 있다고 하니 공장 책임자라면 정부 쪽 고위급 인사들과 친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알아보나? 박도진에게 의뢰하면 되겠다. 핸드폰을 들었다.

(박도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뭐 하나 새로 의뢰하려고 하는데 괜찮나요?”

(말씀하십시오.)

“우즈베키스탄에 대유 자동차 공장이 있거든요. 그 공장에서 최고 책임자로 일했던 사람을 찾고 있어요. 알아봐 주세요.”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러 명이어도 좀 알아봐 주세요. 현재 뭐 하고 있는지도요.”

(급한 일입니까?)

“급한 것은 아닌데 굳이 시간 끌 필요는 없고요.”

(알겠습니다.)

* * *

HQ 컨설턴트 장기호 팀장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목소리에 힘이 가득 실린 것을 보니 실사가 다 끝나 속이 시원한가 보다. 오랜 시간 동안 실사에만 매달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안녕하세요?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그렇게 보입니까? 이제 일이 다 끝나 부담감이 사라져서 그럴 겁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아닙니다. 제 일을 한 것이고 이번 실사를 하면서 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 같아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울러 3개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어 뿌듯합니다.”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네.”

자리에 앉자 가방에서 실사 보고서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TFT-LCD 사업부 실사 최종 보고서입니다.”

최종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이 보니 진짜 후련한가 보네.

보고서를 받아 천천히 읽어 보았다.

그전에도 최종 실사 보고서를 2번이나 보았지만 보고서 작성만큼은 보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정말 잘한다.

장황하게 어렵게 작성된 실사 보고서를 보면 보는 순간부터 머리가 아프다.

실사 결과로 나온 인수 가격은 1,600억 원이었다. 통신 단말기 사업보다는 150억 원이 더 많았다.

“TFT-LCD 사업부 규모가 큰데도 인수 가격을 1,600억 원으로 결정했네요?”

“네. 그렇습니다. 규모만 보면 통신 단말기 사업보다는 훨씬 크지만, 실상을 확인해 보면 팥소 없는 찐빵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생산 시설이 노후화하여 인수하시게 된다면 전부 교체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 생산하는 생산품만 생산한다면 향후 몇 년간 더 사용할 수는 있지만, LCD 특성상 계속 기술 개발을 해야 하고 새로 개발된 생산품을 생산하려면 반드시 생산 시설을 교체해야 합니다. 생산 시설 교체 비용을 감안한 것이며 연구 개발 시설 또한 낙후되어 전면 교체해야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를 감안하여 최종 인수 가격을 결정한 겁니다.”

“현도 전자 측에서도 인정할까요?”

“제가 실사하면서 물어보기도 하였고 분위기를 보니 생산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도 전자의 상황이 어려워서 교체를 하지 못하고 그동안 방치된 것입니다. 그러니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봅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굳이 인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쉬운 것은 현도 전자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어쩌다가 천하의 현도 전자가 을의 신세가 되었을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재계 1위 현도 그룹에 갑질할 수 있을까? 그걸 아니 장기호 팀장도 지금의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았다.

“그렇기는 하죠. 좋아요. 인수 가격 1,600억 원으로 협상하세요.”

“알겠습니다. 가격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이번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네요. 끝까지 방심하지 마시고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이제 TFT-LCD 사업부만 인수하면 모든 인수는 끝이 난다.

장기호 팀장이 나가자 바통 체인지한 것처럼 박도진이 들어왔다. 의뢰한 지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알아보았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자리에 앉자 강성중이 박도진이 우리 커피숍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커피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커피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자주 오세요.”

“저도 자주 오고 싶지만 커피 마시러 여기까지 오기에는 좀 멉니다.”

“사무실을 이쪽으로 옮기세요. 여기가 사무실 임대료도 싸잖아요.”

“괜찮은 생각 같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냥 한 소리인데 표정을 보니 진짜 옮길 것 같았다. 설마?

가져온 서류 봉투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의뢰하신 겁니다.”

“벌써 알아보신 거예요?”

“네. 대유 쪽에 제가 아는 인맥이 있어서 쉽게 알아냈습니다. 지금까지 우즈베키스탄 대유 자동차에 최고 책임자로 근무한 자가 3명뿐이라 일찍 끝났습니다.”

“그렇군요.”

서류 봉투에서 자료를 꺼내 보자 3명의 자료가 있었다.

한 명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대유 자동차에 최고 책임자로 근무하는 자로 작년부터 일하고 있었고 나머지 두 명은 전임 책임자였다.

한 명은 98년부터 99년까지 2년 동안 일했고 지금은 다른 기업 전무로 일하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93년부터 97년까지 5년 동안 책임자로 있었고 98년부터 지금까지 하는 일 없이 놀고 있었다.

그만둔 이유는 자료에 없었다.

93년도면 대유 자동차 진출 초창기라 공장을 세우고 하면서 우즈베키스탄 정부 쪽 인사랑 많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자가 제일 적당하였다. 이름은 천호균이며 나이는 57세였다. 그자에 대한 자료를 보고 서류를 내려놓았다.

먼저 이자부터 접촉해 봐야겠네.

“자료는 마음에 드십니까?”

“네. 마음에 들어요.”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네. 그럴게요. 수고하셨어요.”

박도진이 커피 컵을 들고 갔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부딪혀 보자는 생각에 핸드폰을 들었다.

신호가 몇 번 울리다가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오션의 진민재 고문이라고 합니다.”

(네? 오션이라고요? 오션이 뭡니까?)

“오션 모르십니까? 인터넷 회사입니다. 오셧판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 인터넷 오션! 들어본 것 같습니다. 근데 오션에서 저한테 왜?)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어떠십니까?”

(무슨 일로 만나자는 겁니까?)

“잠시 에이전트 역할을 해 주시겠습니까?”

(네? 에이전트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천호균 님께서 우즈베키스탄 대유 자동차에서 책임자로 근무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그쪽에 아는 정부 관계자가 없어서 부탁을 드리려는 겁니다.”

(우즈베키스탄이라면 제가 좀 알기는 하죠. 좋습니다. 만나시죠.)

“언제 괜찮으십니까?”

(나야 아무 때나 상관없습니다.)

“내일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내일 오전 10시쯤에 봅시다.)

“네.”

약속 장소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