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67화 (167/261)

167화

놀라며 나에게 단호하게 말하였다.

“우리는 그럴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두 분 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재직하여 회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시고 임원까지 하신 분들이라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회사 상황이 어려운 만큼 믿고 맡길 분이 저한테는 필요해요. 지금 상황에서 다른 분을 구하는 것보다는 두 분이 제일 적임자라고 생각해요.”

최재성은 마음이 복잡하였다.

자신은 진성 무역 상무로 일하다가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신임 회장에게 찍혀 6개월 후에 임원 재계액을 하지 못하여 회사를 나왔다.

그 이후에 작은 무역 회사에 들어가 1년 정도 다녔지만 마인드 자체가 중소기업이라 자신과는 너무나 맞지 않아 그만두고 나서 지금까지 2년 가까이 놀았다.

그동안 벌어 놓은 것이 있어서 지금까지 감당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둘째가 대학 입학하고 셋째도 그다음 해에 입학하기에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놀 거냐는 마누라의 잔소리에 하도 시달려 장사라도 해야 하나? 요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뜻밖의 도련님 전화를 받고 다시 복직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 왔다. 근데 자신 보고 사장을 하라고 하니? 부담되었다.

거의 2년 동안 놀았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자신은 한평생 무역 회사에서만 일했었기에 누구보다 무역 회사에 대해 잘 안다. 사실 못할 것도 없었다.

그래, 한번 해 보자.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열심히 해 보자.

“알겠습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최재성이 굳게 결심하고 대답하자 박호열도 따라서 대답하였다.

“저도 열심히 하여 진성 금속을 살려 내겠습니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 분께서 열심히 하신다고 하니 제가 다 든든하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사는 내일부터 나가는 거로 하죠.”

“아닙니다. 아직 오전인데 오늘부터 가겠습니다.”

“맞습니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가야 그만큼 정상화하는 시간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의욕들이 대단하시네. 원하면 그렇게 해야지. 그동안 많이 쉬었으니 고생 좀 해도 되지. 열심히 하세요.

“그러세요. 제가 연락해 놓을게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두 사람이 바로 일어나 나갔다.

사람이 지금 간다고 신동환에게 연락은 해 줘야겠지.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 통화를 하고 아이노에게 갔다.

“잘돼?”

“진의 말을 듣고 초도 디자인 잡았는데 한번 봐줄래?”

“알았어.”

아이노가 화면에 스마트폰 디자인한 것을 띄웠다.

내가 설명한 것은 아이폰이었는데 아이노가 디자인한 것은 사성 갤럭시하고 비슷한 것 같았다.

사실 스마트폰 디자인은 거기서 거기고 단순하여 특별하게 할 것도 없었다.

“모서리 부분에 라운드를 조금 더 넓게 넣어줘. 지금은 라운드가 작아. 그리고 밑에 동그란 버튼 안에 네모의 작은 버튼도 집어넣고.”

“동그란 버튼이 있는데 또 네모 버튼을 집어넣으라고?”

“작은 네모난 게 진짜 버튼이거든. 모양을 주려고 동그란 버튼 안에 넣은 거야.”

“아! 이제 이해했어. 알았어. 바로 수정할 테니까 봐줘.”

“알았어.”

테이블로 와서 앉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염중섭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말씀하신 빌딩 말입니다. 제가 바로 이곳저곳 알아봤는데 괜찮은 빌딩이 곧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 하나를 들었습니다. 가격이 좀 비싼 것이 약간 부담이 되지만 이만한 빌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디에 있는 건데요?”

(강남 역삼동에 있어 위치도 아주 좋습니다. 더구나 몇 개월 후에 준공 예정인 신축 빌딩입니다.)

“아직 준공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매물로 나온다고요?”

(그만큼 급하다는 것일 겁니다. 원래는 현도 산업 개발에서 사옥으로 사용하려고 지었던 건데 IMF로 인해 유동성 위기로 급하게 매물로 내놓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건설 회사에서 자기들 사옥으로 사용하려고 지은 건물이라 튼튼하게 지어 믿을 만합니다.)

난 현도 그룹이랑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나? 자꾸 현도 그룹과 엮기네. 그것도 내가 현도 것을 자꾸 인수하게 되고.

이것도 장 회장하고 이야기하면 쉽게 해결될 것 같은데. 그전에 어떤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지.

“얼마인데요?”

(소문으로는 가격이 7,300억 원 정도 될 거라고 합니다. 아마도 가격 조정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근데 만약에 준공 검사가 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계약할 때 준공 검사를 이상 없이 끝내야 대금 지급을 한다는 조건을 달면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또한, 계약 불이행 시 계약금과 위약금을 준다는 계약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거의 다 지었기에 그럴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문제가 생기면 장 회장에게 말해도 되니까.

“그러면 되겠네요.”

(제가 빌딩 자료를 이메일로 바로 보낼 테니 확인해 보십시오.)

“바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성중 자리에 있는 컴퓨터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와! 사진만 봐도 웅장하였다. 현존하는 대한민국 빌딩 중에서 가장 크다고 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63빌딩이 연건평이 50,200평이라는데 이 건물은 연건평이 64,305평이었고 지하 8층에 지상 45층이었다.

가격이 7,300억 원이면 내가 충분히 매입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이건 무조건 매입해야겠네. 이걸 보니 다른 빌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 같았다.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회장님! 진민재입니다.”

(어 그래. 웬일이야?)

“다음 주 월요일에 계약하는 거 아시죠?”

(보고 받았어.)

“계약 끝내고 회장님께 가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왜 오려고 하는데?)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이젠 직접 보러 가야겠지.

“아이노 나가자.”

“어딜 가는데?”

“내가 빌딩 하나 사려고 하는 데 가서 보려고.”

“알았어.”

“배 대리님 나가죠.”

“알겠습니다.”

* * *

오늘은 월요일 현도 전자랑 통신 단말기 사업부 인수 계약이 있어서 현도 전자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계약이라고 하지만 이미 계약서 문구를 서로 검토하여 합의를 보았기에 서명만 하면 끝나는 간단한 행위였다.

“이제 5분 남았습니다. 곧 현도 전자에서 올 겁니다.”

옆에 앉은 HQ 컨설턴트 장기호 팀장이 시계를 보면서 말하였다.

계약을 오전 11시에 하기로 했지만, 조금 일찍 와서 하면 어디가 덧나나? 난 일찍 왔는데 꼭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장 팀장의 말이 끝나자 문이 열리고 현도 전자 사장을 포함하여 총 5명이 들어왔다. 금세 서명만 하고 끝날 건데 뭐하러 우르르 몰려와?

난 혼자 왔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인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앉으시죠.”

모두 자리에 앉자 현도 전자 사장이 물었다.

“간밤에 좋은 꿈 꾸셨습니까?”

“네? 좋은 꿈이요?”

“네. 이제 통신 단말기 사업부를 인수하시니 대박의 꿈을 꾸었나 해서 여쭤 보는 겁니다.”

“아뇨. 개꿈도 꾸지 않고 푹 잤습니다.”

“푹 자는 것도 복입니다. ”

“그렇기는 합니다. 서로 바쁠 텐데 바로 계약하시죠.”

“그럽시다.”

사장이 대답하고 눈짓을 주자 같이 들어온 직원이 계약서를 나와 전자 사장에게 한 부씩 주었다.

“계약서 내용 확인해 보십시오.”

장 팀장이 계약서를 들고 확인하더니 이상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계약서를 들고 천천히 보았다. 이상이 없어서 서명하였다.

내가 서명하자 전자 사장도 서명하였고 서로 계약서를 바꾸어 다시 서명하였다.

“통신 단말기 사업부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세계에서 제일가는 핸드폰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내가 농담하는 줄 알고 웃으며 대답하였다.

“오션이 꼭 세계 1위 핸드폰 회사가 되기를 저도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계약은 5분도 안 되어 끝이 났고 현도 전자 측 사람들이 나갔다.

“고문님!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장기호 팀장님 덕분이에요.”

“저도 세계 1위 핸드폰 회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장 팀장을 봐서라도 꼭 1위 핸드폰 회사가 될게요.”

“고문님은 바로 커피숍으로 가실 겁니까?”

난 장 회장을 만나 볼 생각이었다.

“아니요. 전 어디 갈 데가 있어요. 장 팀장님은요?”

“전 실사 때문에 맥스터로 갈 겁니다.”

“그래요. 나가죠.”

“네.”

회의실 밖으로 나가자 한 남자가 복도에서 기다렸다가 나에게 인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인수를 축하드립니다.”

통신 단말기 본부장 백종식이었다. 이제는 오션폰 사장이지.

“고마워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네. 계약이 무사히 체결되는지 지켜본 겁니다. 제 사무실로 가서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그냥 가기도 그랬다.

“가시지요.”

“네.”

백종식 사무실로 가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직원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대부분은 담담한 분위기이지만 일부는 불만이 있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현도가 대한민국에서 재계 1위인 대기업인데 하루아침에 대기업 그늘에서 벗어나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런 직원들은 오래 있지 않겠네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행동하지는 않고 상황을 보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할 겁니다. 하지만 공장에서 핸드폰이 아닌 오션팟을 생산하게 된다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움직일 겁니다. 아마도 같은 대기업인 사성 전자나 LU로 이직을 할 겁니다. 또 일부는 중견기업에 스카우트해서 갈 수도 있을 겁니다.”

마음이 떠난 직원들은 털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직원 있어봤자 분위기만 나빠지니까.

“몇 개월 지나면 갈 사람은 가겠네요. 당분간은 이대로 지내는 것도 좋겠네요. 임원들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임원이 5명이 있었는데 전부 현도로 가기로 정했습니다.”

의외였다. 내가 창원 공장 갈 때 그곳에 온 임원만 3명이었는데 그 3명은 남을 줄 알았는데.

더 이야기하자는 것을 거절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어려서? 가면 나야 더 좋지. 백종식도 경영하기에 더 편할 테고. 오히려 더 잘됐다.

“전부요?”

“네. 그렇습니다.”

“이유가 뭐래요?”

“떠난 사람들인데 이유가 중요하겠습니까. 남은 사람들이 더 중요할 겁니다.”

말 안 하는 것을 보면 나 때문인 것 같은데. 내가 뭘 했다고?

“그렇죠. 오히려 떠난 게 더 편할 거예요.”

“오션팟은 언제부터 생산하는 겁니까?”

“오션팟 2를 12월 초에 출시하기로 했으니 늦어도 9월부터는 생산해야 할 거예요. 빠르면 8월도 가능하고요.”

“9월까지는 대략 3개월 정도 남았으니 창원 공장 직원 모집도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렇죠, 교육도 해야 하고 생산 시설도 바꿔야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오션팟과 연락하여 생산 시설부터 교체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시고요. 여기에 계속 있는 거 불편하시지는 않으시죠?”

“네. 괜찮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오늘까지 같이 한솥밥 먹던 사이라서 괜찮습니다.”

“조금만 참아요. 건물 알아보고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행정 처리 등 하실 일이 많을 거예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 중순이나 말쯤에 미국 오션 본사에서 이사 한 명이 올 거예요. 이제 오션 자회사가 되었으니 본사에서도 자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무슨 말인지 압니다. 제가 본사 하고 통화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사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