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66화 (166/261)

166화

커피를 마시며 커피숍 안을 둘러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이노는 내 컴퓨터에서 스마트 폰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었고 신상철은 게임 개발을, 강성중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여기가 커피숍인지 PC방인지 도서관인지 나도 헷갈렸다.

근데 커피숍의 손님들은 여전히 없었다.

단골들이 조금 늘기는 시작했지만, 테이크아웃이 많이 저렴하기에 단골들은 주로 테이크아웃만 하여 커피숍 안에는 손님들이 가끔 있을 뿐 거의 없었다.

내가 의도한 바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장사하다가는 망하기 십상이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미나의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DS 자산 운용사 신동환 사장이었다. 오늘은 복장을 깔끔하게 하고 왔네.

손님이 들어오자 강성중이 느긋하게 일어나다가 신동환을 보고 누군지 기억이 났는지 재빠르게 일어나 주문대로 뛰어갔다.

신동환이 주문대는 쳐다보지도 않고 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자리에 앉자 강성중이 커피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자 신동환이 지갑에서 오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강성중에게 건넸다.

“거스름돈은 됐어.”

커피 그냥 주는 건데 돈을 낸다니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기에 지폐를 들고 나를 바라보는 강성중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사는 잘 진행되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다음 달 10일 안에는 진성 무역과 진성 금속 실사를 모두 끝낼 수 있을 겁니다.”

“너무 급하게 하지는 마세요. 빨리 끝내는 것보다는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기에는 믿음직스럽지 않겠지만 일을 대충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꼼꼼하게 하자는 말이에요.”

“압니다.”

“지금까지 실사한 결과는 어떤가요?”

미간을 찌푸렸다.

“한마디로 말하면 개판입니다. 이게 회사인지 구멍가게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역시 망하는 회사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만약 인수하시더라도 임직원들이 그동안 타성에 젖어 무책임하고 책임감도 없기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심각한가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인수한다면 50%는 물갈이할 겁니다.”

그 정도인가? 진성 금속은 내가 잘 몰라 할 말이 없지만, 진성 무역은 나름 괜찮은 회사였는데.

“진성 무역도 마찬가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이 의욕도 없고 책임감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일도 건성으로 하니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더욱 악화하는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라면 새로 설립하지 인수하지 않을 겁니다.”

“회사가 곧 망할 거라는 인식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런 상황이라면 저라도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 이유가 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 하여도 열심히 일해서 회사를 살려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봅니다. 직원들이 패배 의식에 빠져 있다는 것은 회사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매각된다는 것을 직원들도 알 거 아니에요? 그럼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텐데도 그래요?”

“그거 나름대로 또 불안한 겁니다. 사모 펀드에 인수된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들이 정리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매각된다면 불안할 테니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갔다.

“인수가 끝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진성 어페럴도 얼마 안 가 안정을 찾았잖아요.”

“진성 어페럴과는 다릅니다. 진성 어페럴 실사할 때만 해도 진성 그룹 위기가 대두된 지 얼마 안 되어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진성 어페럴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룹에서 도와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 실제 도움도 받았고 매각 후에는 아가씨께서 경영을 잘하여 직원들의 마음을 잡아 회생에 성공한 겁니다. 하지만 진성 무역과 금속은 그룹에 대한 도움도 이미 포기한 상태라 그렇습니다.”

어렵네. 인수한 후에도 한동안은 고생 많이 하겠다. 내가 할 것은 아니고 경영을 맡길 거지만.

“그래도 직원들이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니까 일말의 희망도 있잖아요?”

“그렇기는 합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임직원들을 반드시 정리해야만 앞으로 회생할 수 있는 겁니다.”

가만! 앞으로 진성 무역과 진성 금속을 인수하게 되면 경영할 자를 뽑아야 한다.

난 회사에서 밀려난 임원 중에서 선택할 생각인데 그러면 실사할 때 같이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

진작에 이 생각을 해야 했었는데. 그럼 처음부터 같이 실사를 했을 텐데.

“지금 실사 중이지만 지금이라도 사람을 투입해도 될까요?”

“누굴 말입니까?”

“진성 무역과 진성 금속을 인수하면 그곳을 경영할 분들이에요. 원래는 그 회사 소속이었는데 밀려난 분들이라 회사에 대해서는 잘 알 거예요.”

“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실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알았어요. 그럼 투입하는 거로 하죠.”

“알겠습니다.”

“인수 금액은 대략 어느 정도 될까요?”

“워낙 부실이 많아 부실을 승계하면 얼마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인수 금액은 적지만 인수한 후부터는 부실을 털어내야 하기에 부담이 될 겁니다.”

그거야 당연하겠지. 인수 후에는 자금을 투입하여 부실을 다 갚아야겠다. 그래야 빨리 정상화할 수 있을 테니까.

“알았어요.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건 지금까지 실사한 보고서입니다. 참고하시면 될 겁니다.”

“알았어요.”

신동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네.”

신동환이 가자 강성중이 다가왔다.

“저분은 왜 또 온 겁니까?”

“일이 있으니까. 왜 겁나?”

“당연한 거 아닙니까? 조직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신동환이 준 서류를 들어 읽어 보았다.

말로 들었던 것보다 진짜 심각하네.

작은아버지는 이 정도 될 때까지 뭐 한 거야?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그룹 회장을 시켰어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진성 그룹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능력이 없으면 능력 있는 자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물러나야지.

욕심만 많아서. 결국은 다 잃을 텐데. 한심하고 답답하였다.

다이어리를 펼쳐서 지난번에 만났던 임원들 리스트를 보았다.

진성 무역과 진성 금속에 다녔던 임원들이었고 할아버지 사람들이었다. 두 분 다 집에서 논다고 되어 있네.

그럼 바로 투입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나한테는 다행이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일도 하지 못하고 노는 게 지옥이었을 것이다.

핸드폰을 들었다.

* * *

다음 날 아이노랑 커피숍에 출근하자 반가운 손님 둘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10시쯤에 나오기에 11시쯤에 오라고 했더니 일찍도 왔네. 하긴 어제 전화했더니 당장 오겠다는 것을 오늘 오라고 하였다.

“안녕하세요?”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인사에 고개를 돌렸다. 날 보더니 벌떡 일어났다.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일찍 오셨네요?”

“집에 있으면 마누라한테 잔소리만 듣지 할 일도 없습니다. 차라리 나오는 게 편합니다.”

이 말을 들으니 핀란드의 루페가 생각났다. 루페도 와이프의 잔소리가 싫어 객장에 나온다고 했었는데.

이런 거는 동서양이 똑같네.

“앉으시죠.”

“네.”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 분은 진성 무역의 최재성 상무이며 나이는 52세였고 한 분은 진성 금속의 박호열 상무로 53세였다.

“도련님! 진성 무역과 진성 금속을 인수한다는 것이 정말입니까?”

“드디어 시작하시는 겁니까?”

“네. 그동안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 시작입니다.”

“도련님! 나머지 계열사는 언제 인수하시는 겁니까?”

“진성 리조트하고 진성 어페럴은 급한 것은 아니어서 먼저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을 인수하면 그 이후에 두 곳도 바로 인수할 겁니다.”

“그럼 앞으로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만 인수하면 예전의 진성을 전부 되찾게 되는 거네요.”

“네. 그렇죠. 진성 화장품과 진성 유통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요. 늦어도 2년 안에는 인수할 수 있을 거예요.”

최재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진동훈 회장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회장님 뒤를 이었으면 제대로 경영해야지 4년 만에 진성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진성을 위하기보다는 진성을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 같습니다.”

박호열도 답답한지 한마디 하였다.

“제 말이 그겁니다. 사람은 다 자기 자리가 있는 겁니다. 진동훈은 회장 할 그릇이 안 됩니다. 자기 자리가 아니라는 겁니다. 진정으로 진성을 위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데 능력도 없으면서 욕심만 많아서 진성을 점점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도련님이 회장이 돼야 했었습니다.”

“다 지난 일 가지고 왈가불가해 봤자 소용없습니다.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두 분을 부른 것은 두 분께서 지금 진행 중인 실사에 참여했으면 하는 겁니다.”

“당연히 참여해야죠.”

“저도 참여하여 회사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두 분께서 참여하신다니 든든하네요. 참여하시기 전에 현재 상황을 미리 알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기는 합니다.”

어제 신동환에게 받은 실사 중간 보고서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한번 보세요. 현재까지 진행된 실사 보고서입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하나씩 들고 보는 동안 난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보는 두 사람의 인상이 점점 일그러졌다. 당연하겠지. 자신들이 재직했을 때랑 너무나 달라져 있을 테니까.

다 보고서는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이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습니다. 그새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저는 이 자료가 다른 회사 자료인 것만 같습니다. 진성 무역이 이렇게까지 되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참담합니다.”

“보셨듯이 회사 사정이 매우 안 좋아요. 근데 그것보다 더 안 좋은 것이 임직원들이에요. 지금…….”

직원들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저도 참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그래서 두 분께서는 단순히 실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 분위기도 살피고 나중에 인수했을 경우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직원들 옥석을 가리는 역할도 해야 할 거예요.”

“대부분이 아는 직원들일 텐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 마음 잘 알지만, 처음에 잡지 못하면 인수하더라도 정상화하는 데 방해만 될 거예요.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는 거예요.”

“이래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입니다. 윗물이 썩으니 아랫물까지 오염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사사로운 정보다는 회사가 먼저 아니겠습니까?”

“두 분께 부담 주어 죄송한 마음이에요.”

“아닙니다. 비록 우리가 타의로 회사를 나왔지만,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습니다. 그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두 회사를 인수하면 두 사람에게 맡길 거라는 것을 지금 말하는 것이 좋을까? 어차피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건데 지금 말하자.

그래야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하겠지.

“그리고 또 아셔야 할 게 있는데 두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경영자를 새로 정해야 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두 분이 적합한 것 같아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지 둘 다 놀라는 표정이었다.

“우리에게 회사를 맡기시겠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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