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손 회장이 기분 좋은 듯 말하였다.
“저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마인드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투자금을 늘리겠다는 마인드보다는 그냥 열심히 하여 중국 최고의 전자상거래 업체가 되겠다는 마인드로 열심히 하시면 될 겁니다. 그럼 나머지는 자연히 따라올 테니까요.”
“좋은 말씀입니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동안 손 회장과 마윈이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난 옆에서 듣기만 하였다.
이전 생에서는 마윈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 지 6분이 지났을 때 PT를 중단시키고 투자하겠다고 하였다.
손 회장은 신생 업체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무모한 모험이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보여 준 마윈의 눈빛과 태도, 리더십과 상대방을 흡입하는 강한 매력에 설득당했다고 그때 상황을 말하였다.
6분 만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 나중에 화제가 되었는데 지금은 6초 만에 투자를 결정하였기에 훗날 더욱더 화제가 될 것 같았다.
손 회장과 대화를 나누던 마윈이 내게 물었다.
“진 사장님! 중국에는 오션이 진출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중국 경제가 커지기에 큰 시장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전 생에서 구골은 2010년에 중국의 내부 통제와 검열에 반발하여 철수하게 된다.
오션이 진출하더라도 중국에 굴복하지 않으면 결국 같은 수순을 겪게 될 것이기에 굳이 진출할 필요는 없었다.
망고도 커다란 중국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친중 행보를 걸었지만 난 중국과 적당히 거리를 둘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사업가로서는 현명한 결정이 아니겠지만 중국에 끌려다닐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하더라도 중국에 수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현지 업체와 제휴를 맺고 수출은 하지만 현지 공장 설립은 할 생각이 없었다.
“아시다시피 오션은 가감 없이 모든 것을 검색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렇기에 엄격한 내부 통제와 검열이 있는 곳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중국이 그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나중에는 결국 그렇게 된다.
“결국은 그렇게 될 겁니다. 오션에서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검색하면 중국 정부가 숨기고 싶은 수많은 자료가 나옵니다. 그걸 중국 정부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오션은 중국과는 맞지 않습니다. 오션이 중국에 진출했을 경우 향후 미래의 손실을 생각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윈도 내 말에 긍정할 수밖에 없는지 더는 요구하지 않았다.
“아쉽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션이 포털 사이트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중국에 진출했을 겁니다.”
“이해합니다.”
“투자 계약서는 준비해 오신 겁니까?”
손 회장 말에 마윈이 대답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혹시 몰라 3부를 가져 왔는데 잘한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계약합시다.”
“알겠습니다.”
마윈이 가방에서 계약서 3부를 꺼내 한 부씩 건넸다.
“확인해 보십시오. 골드만삭스 계약서를 참고하여 작성해서 이상은 없을 겁니다.”
나와 손 회장이 계약서를 받아 보았다.
투자 금액과 투자자, 지분 칸은 공란이었고 쭉 읽어 보았다.
계약서를 다 본 손 회장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상 없습니다. 진행하시죠.”
계약은 수도 없이 많이 해 봤을 손 회장이 이상 없다고 하니 이상 없겠지. 내가 봐도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진 사장님은 오션으로 투자하시는 겁니까?”
아니다. 1000만 달러면 내 이름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다음 달에 망고사 주식을 팔면 투자 금액은 충분히 낼 수 있으니까.
“아니에요. 제 개인으로 투자하는 겁니다.”
“손 회장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도 개인으로 하겠소.”
“알겠습니다.”
마윈이 계약서 3부에 손 회장 이름과 내 이름, 투자 금액과 지분을 펜으로 적고 서명을 하였다.
“보시고 서명하시면 됩니다.”
계약서를 받아 손 회장과 내가 서명을 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내가 더 감사하지. 1000만 달러 투자해서 수천 배 이익을 얻는 건데. 초대박이지.
계약이 끝나고 마윈이 돌아가자 손 회장과 단둘이 남았다.
“회장님! 이런 좋은 투자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쎄? 미래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게 좋은 투자일지는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니야?”
“그러네요. 근데 감이 좋아요.”
“하긴 나도 감은 좋아. 그럼 자네도 보다폰에 투자하는 것은 어때?”
“그건 회장님이 가지셔야죠.”
“알리바비처럼 자네가 17% 가지면 되잖아?”
“전 괜찮아요.”
“왜? 자네가 보기에 보다폰은 발전 가능성이 없는 거야?”
“그런 의미가 아니라 보다폰은 회장님이 소유하고 사업을 해야 하니까요. 저는 알리바비 하나면 만족해요.”
“알았어. 언제 갈 거야?”
“내일 가야죠.”
“온 김에 더 있다가 가지.”
“다음에 또 올게요.”
“그렇게 해. 한국하고 일본은 가깝잖아. 자주 와. 주말에 와서 쉬다가 가도 좋잖아. 여긴 이제 내 소유라 자네가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돼.”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 * *
다음 날 일본을 떠나 김포공항에 도착하였다.
역시 한국에 돌아오니 집에 온 것같이 편안하면서 포근하였다. 커피숍으로 갈까 하다가 집으로 향하였다.
집을 매입 계약하고 12월에 미국 가는 바람에 집 인테리어와 이사를 염 대표에게 부탁하여 집에 가서 짐 정리를 해야 한다.
집에 도착하여 들어오자 새로 인테리어를 해서 집이 몰라보게 바뀌어 있었다. 집도 넓어져 더 좋았다.
염 대표가 대부분 정리해 놓아 내 옷만 정리하면 되었다. 옷도 조금이라 금세 정리 다 하고 소파에 앉았다.
염 대표에게 감사 인사는 해야겠지.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 통화를 하고 밥도 먹을 겸 커피숍으로 갔다.
내가 들어가자 강성중이 놀란 눈을 하였다.
“사장님! 언제 오신 겁니까?”
“조금 전에.”
날 본 신상철이 한마디 하였다.
“왔어?”
누가 신상철 아니랄까 봐.
“잘 지냈냐?”
“응.”
신상철만 있으면 진짜 재미없었을 거다. 강성중이 있어서 그나마 커피숍 오는 재미가 있지.
“사장님 잘 갔다 오신 겁니까?”
“그래.”
“상도 형은요?”
“집에 갔어. 별일은 없었지?”
“네. 없었습니다. 늘 똑같았습니다. 미국 좋았습니까?”
“그냥 그렇지.”
“미나 잘 있는 겁니까? 가더니 서운하게 연락 한 번도 없습니다.”
“잘 지내. 미국 현지 에이전시하고 계약도 했어.”
“꼭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래. 밥 안 먹었으면 밥 먹으러 가자.”
“좋습니다.”
* * *
새벽 시간 나스닥 주가를 보고 있었다.
망고 주식이 내가 매수할 때보다 2.7배 정도 상승하였다. 이제 매도할 때가 되었지. 알리바비 투자금도 송금해야 하니까.
가지고 있는 망고 주식 전부 매도 주문을 하였다.
“1,000주가 체결되었습니다.”
“540주가 체결되었습니다.”
“20,000주가 체결되었습니다.”
한동안 체결되었다는 알림이 계속 울렸다.
전부 매도가 끝이 났다.
거래 수수료 등 이것저것 다 제하고 잔액이 8,800만 달러였다. 3,400만 달러로 2배 넘게 벌었네.
진짜 돈 벌기 쉽네. 컴퓨터를 껐다.
다음 날 커피숍에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며 오션에 접속하여 뉴스를 읽고 있었다.
한국도 IT 버블이 꺼지는지 연일 하락하는 주가로 인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많이 나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있었다.
또한, 일부 벤처 기업인들이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 기존 재벌의 나쁜 점을 그대로 답습하여 유동성 위기에 빠져 투자자의 피해가 크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게 다 닷컴만 붙으면 묻지마 투자를 한 역효과였다. 거품이 꺼지는 시작부터 이러니 앞으로는 더 큰일이네.
쭉 내려보다 보니 현도 전자에 관한 기사가 있어 클릭하였다.
현도 전자는 IMF로 인해 큰 타격을 입어 반도체 사업만 남기고 나머지 사업을 정리하는 문제를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가만! 그러면 통신 부문도 독립하여 큐리텔이 설립되겠네. 큐리텔은 설립 후 얼마 안 가 톨슨 전자에 인수되는데.
내가 미리 독립하기 전에 인수할까? 어차피 유동성 부족으로 정리할 생각이라 내가 인수하겠다고 하면 얼씨구나 하며 매각할 것이다.
핸드폰을 들었다.
장 회장은 나이가 있어서 벨이 여러 번 울려야 그제야 받는다.
신호음이 여러 번 가자 드디어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회장님! 진민재입니다.”
(웬일이야? 먼저 전화를 다 하게.)
“한번 찾아가려는데 괜찮으세요?”
(언제 올 건데?)
“내일 가도 될까요?”
(올 거면 지금 와. 내일 일이 있어.)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갈게요.”
(근데 무슨 일로 오겠다는 거야?)
“사업 이야기예요.”
(알았어. 와.)
“네.”
전화를 끊고 일어났다.
“배 대리님 나가죠.”
“네.”
“사장님 어디 가십니까?”
“일이 있어서.”
“언제 오십니까?”
“늦지는 않을 거야. 왜?”
“저 오늘 엄마 생신이라 일찍 들어가야 합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미나가 빠져 새로 알바를 구해야 하지만 강성중이 저녁까지 하겠다고 하여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올 거야. 만약 안 오면 문 닫고 가.”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 * *
현도 그룹 사옥에 도착하였다. 여기도 오랜만에 오네.
안으로 들어가자 늘 미소지으며 반갑게 맞아 주던 이아름 비서가 안 보였다. 대신 처음 보는 얼굴이 날 맞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내가 대답하려는데 다른 비서가 그 비서에게 말하였다.
“박 비서! 회장님 손님이셔.”
신입 비서인가 보네.
“저 들어가도 되죠?”
“네. 들어가세요.”
들어가려다가 물었다.
“이아름 비서는 어디 갔어요?”
“두 달 전에 그만두셨어요.”
왜 그만두었지? 이아름 비서 보러 오는 낙도 있었는데.
“네. 알겠습니다.”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장 회장이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앉아.”
“네.”
소파에 앉자 보던 신문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무슨 일인데 바로 와?”
“오늘 뉴스를 보다 보니 현도 전자에서 반도체 사업만 남기고 나머지 사업은 정리할 거라는 기사가 있더라고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야. 검토 중이지.”
“시기상 문제지 결국은 정리할 거 아닌가요? 그냥 두기에는 현도 전자가 위험하잖아요.”
사실이라 할 말이 없는지 잠시 가만히 있었다.
“자네가 무슨 상관인데?”
“정리할 사업 중에서 통신 부문은 제가 인수했으면 해서요.”
“핸드폰 사업에 진출하려고?”
“네. 관심이 있어서요.”
“관심만 있다고 쉽게 진출할 사업이 아니야. 현도 전자에서 핸드폰을 출시했지만, 성적은 별로야.”
나도 안다. 현도 전자 핸드폰이 시장에서 인기가 없었다.
“제가 생각 없이 인수하겠다고 하겠어요. 생각이 있어요.”
“나야 자네가 인수한다면 좋기는 하지. 근데 통신 부문만 인수할 거야?”
뭐야? 나에게 다 떠넘기려는 생각인가?
“제가 필요한 게 그것뿐이에요.”
“왜 그것뿐이야? 오션팟에 들어가는 하드 디스크도 우리한테 사 가잖아. 하드 디스크도 인수하면 좋을 텐데.”
생각해 보니 그렇다.
스마트폰이 출시되더라도 오션팟은 앞으로 5~6년 정도는 계속 생산할 테고 그 이후에 태블릿 PC를 생산하게 되면 하드 디스크는 계속 필요하다.
인수하고 나중에 필요 없으면 다시 매각해도 되니까 인수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 같았다.
가만! 그러면 현도 전자에 또 다른 것을 인수할 만한 것이 있을까? 내가 알기로는 현도 전자는 문어발처럼 여러 사업에 손을 대었는데.
이참에 쓸만한 것이 있다면 그걸 인수하면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