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137화 (137/261)

137화

이한성은 눈을 감고 가만히 듣고 있었고 강성중은 신기한 듯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신상철은 늘 무관심한 듯 게임 개발을 하고 있었고 배상도는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묵묵히 있었다.

끝이 났다. 그러자 이한성이 정지 버튼을 눌렀다.

내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물었다.

“어떤가요?”

“얼핏 듣기에는 좋기는 합니다만 한번 들은 거라 제가 판단 내릴 수는 없습니다.”

말하는 표정을 보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둘러대는 거겠지.

음악은 서로 통한다고 하지만 한국 가요랑 팝송하고는 정서적으로 조금 다를 테니까 한국 가요만을 전공한 이한성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한 곡 더 있는데 마저 할까요?”

“그러시죠. 녹음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음음~ 음음~”

끝이 났지만, 이한성의 반응은 똑같았다.

“어떤가요?”

“첫 곡하고 비슷한 거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반응이 없는 거 아닌가? 이 두 곡 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오랫동안 1위를 한 곡들인데.

가사가 없어서 감동을 못 느끼나? 나도 이 노래들이 좋아 즐겨 들었는데. 반응이 없자 괜히 불안해졌다.

한 곡 더 부를까? 그래, 하는 김에 한 곡 더 하자. 뭐가 좋지? 갑자기 생각하려고 하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Let it go가 생각났다.

이건 애니에 나오는 노래인데? 애니가 인기가 있어서 유명해진 거라 애니 없이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니지. 애니가 아니어도 충분히 인기 끌 만한 노래였다. 노래 때문에 애니가 더 유명해진 것일 수도 있으니까.

고음이 많기는 하지만, 미나라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 하자.

“한 곡만 더할게요.”

“또 있습니까?”

“네. 마지막이에요.”

“알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네.”

녹음 버튼을 누르자 시작하였다.

“음음음~ 음음.”

끝이 났다. 이번에는 마음에 들었는지 반응이 조금 달랐다.

“고음이 많이 들어가 웬만한 가수들은 부르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네. 가창력이 뛰어나야 할 거예요. 제가 실력이 안 돼 고음 처리를 못 했는데 이 노래는 기본적으로 2옥타브 후반에서 3옥타브 초반이고 최고음이 3옥타브 미 b에 달하며, 절정인 구간은 3옥타브 미 b를 매우 길게 내야 해요. 악보 그릴 때 그 점 참고해 주세요.”

“이 3곡 전부 악상이 저절로 떠오른 겁니까?”

“네.”

“혹시 음악을 하셨습니까?”

“아뇨. 방금 제 노래 들으셨잖아요. 음악 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겠죠.”

내 말에 긍정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작곡에 재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이런 능력 아무나 있는 게 아닙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부러운 능력입니다.”

그게 아닌데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바로 악보 그릴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가방에서 오선지와 연필을 꺼내 녹음기를 재생하면서 악보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단시간에 끝날 것 같지 않아 난 컴퓨터로 돌아가 인터넷 서핑을 다시 시작하였다.

1시간 30분 정도 흘렀을 때 이한성의 작업이 끝이 났다.

“다 끝났습니다.”

악보를 그린 오선지를 받아 보았다. 대충 보니 맞게 그린 것 같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제가 지금 악보를 그리기는 했지만, 그리다 보니 부자연스러운 구간이 일부가 있습니다. 그 부분을 조금 손을 보면 더 자연스러운 곡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서 원곡대로 제대로 부르지 못해서 그런 부분들이 생길 수 있겠다 싶었다.

전문가이니 자연스럽게 수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해 주실래요?”

“물론입니다. 저도 이렇게 끝내는 것보다는 좀 더 완벽한 곡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만 여기서 말고 제가 작업실에 가지고 가서 악기를 직접 치면 고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좋겠네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넉넉잡고 일주일이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한성이 가자 강성중이 다가와 놀라는 얼굴을 하였다.

“사장님! 이번에는 작곡으로 저의 기를 죽이시는 겁니까? 사장님은 못하는 게 뭐가 있습니까?”

“노래는 너보다 더 못 부르잖아.”

피식 웃었다.

“그건 인정합니다. 사장님이 노래는 저보다는 더 못 부르기는 합니다.”

“그럼 됐잖아. 이제 기가 살아나?”

“그렇기는 한데 왠지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야.”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에 노래방 어떻습니까?”

“너나 가.”

* * *

“대박!”

강성중이 소리를 질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뭐가 대박이야?”

“제가 지금 기사 하나를 봤는데 미국 소더비에서 파베르제 달걀 경매를 7월 10일에 한다고 발표를 했는데 예상 낙찰가가 3,000만 달러라고 합니다. 원화로는 350억 원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 경매에 나온 파베르제 달걀의 소유자가 얼마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파베르제 달걀을 기탁한 자라고 합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350억 원짜리 파베르제 달걀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니 분명 전생에서 나라를 구한 자일 겁니다. 그것도 우연히 모르고 구매한 것이 그런 대박을 치고 말입니다. 저는 두 개 말고 하나만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그자가 너무 부럽습니다. 누군지 한번 꼭 보고 싶습니다.”

그게 나라고 말할 수 없지. 누군지 매일 보고 있어. 다만 모를 뿐이지.

가만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그래서 내가 과거로도 올 수 있었단 건가?

나를 구한 영웅이 당장 생각나는 것은 이순신 장군밖에 없는데. 또 누가 있나? 전생에 내가 이순신 장군이었을까?

소더비에서 한국 시간으로 어제저녁에 파베르제 달걀 경매 발표를 해서 서하연 기자에게 내가 말해 주었더니 아침에 기사를 올렸나 보다.

“보면 뭐하게?”

“좋은 기운을 받고 싶어서 그럽니다.”

넌 매일 좋은 기운을 받고 있거든.

“이번 생에서 너도 나라를 구해 봐. 그럼 후생에서 그런 복이 올지도 모르지.”

“지금 외환 위기라 달러가 많으면 나라를 구할 수 있는데 제가 가진 것이 없는 것이 너무 한스럽습니다.”

“기회가 또 오겠지.”

나도 인터넷에 접속하여 기사를 검색하여 보았다.

-소더비, 파베르제 달걀 전격 공개, 예상 낙찰가 350억 원

(미국 뉴욕의 소더비에서 파베르제 달걀을 공개하였다. 현지 시간 오전 11시에 뉴욕 소더비에서 공개된 파베르제 달걀은 1889년 작품으로 사라졌던 6개 중에 하나로 다음 달 7월 10일에 열리는 경매에 나올 예정이며 예상 낙찰가는 3,000만 달러(한화 약 350억 원)이다. 현재 알려진 파베르제 달걀은 총 46개이지만 파베르제 달걀은 개인 간의 거래로만 이루어져 지금까지 경매에 나온 적이 한 번도 없기에 경매 시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경쟁이 치열할 경우 낙찰가는 예상보다 더 높게 낙찰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파베르제 달걀의 소유자가 국립중앙박물관에 파베르제 달걀을 기탁한 소유자와 동일하다. 두 개를 소유한 소유자는 해외여행 중에 우연히 구매한 것이 나중에 파베르제 달걀이라고 밝혀진 것이고, 하나는 박물관에 기탁하고 하나는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얼마에 낙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 일보 서하연 기자

기사 밑에 내가 보내준 파베르제 달걀 사진도 있었다.

댓글들을 보니 강성중과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해외여행 중에 모르고 구매한 것이 파베르제 달걀이라니? 이는 분명 전생에서 나라를 구한 자일 거라는 반응이었다.

또 일부는 해외여행 가면 볼품이 없더라도 오래된 물건이 있으면 자기도 무조건 구매하겠다는 댓글도 많았다.

특히 그림 같은 경우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기에 그림을 노리는 것도 좋다는 댓글도 있었다.

난 알고 구매한 건데.

* * *

소나무 엔터테인먼트로 가는 차 안에서 악보를 보고 있었다.

이한성이 약속대로 일주일 만에 악보를 가다듬어 주었고 나 그 악보에 영어 가사를 첨가하였다.

이한성이 나름 편곡해서 준 악보가 원래 원곡처럼 된 건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연주를 들어보니 거의 비슷하였다.

나쁘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도착하여 대표실에 들어가니 홍이나가 있었다. 커피숍에서 나간 이후로 처음 보는 거였다.

“어서 오십시오. 주주님!”

“안녕하세요?”

“오빠! 오랜만이네요.”

“안녕. 그러게 오랜만이네.”

“커피숍에 찾아간다면서 못 가서 미안해요.”

“미안할 게 뭐가 있어? 괜찮아.”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네.”

소파에 앉았다.

“이나가 여긴 웬일이야?”

“저 소속사 옮기잖아요.”

“7월부터 아니야? 지금 6월인데.”

“그렇기는 한데 갈 사람이라 그런지 이제 키아이에서 저 신경 쓰지 않아요. 오늘부터 행사도 전혀 없어요. 그냥 떠나가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미리 보내주면 좋은 거지.”

“근데 이상해요. 이렇게 곱게 보내줄 회사가 아니거든요. 저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괜히 불안해요.”

“떠난다는데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흠잡힐 만한 것은 있어?”

“없어요. 하지만 이 바닥이 흠이 없어도 흠을 만들기 쉽거든요. 나중에 아니라고 밝혀져도 그동안 피해를 보는 게 크거든요.”

저번에 한 행동으로 봐서는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놈들 같았다. 만약 정신 차리지 못하고 또 그런다면 이번에는 가만있지 않을 거다.

“아직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잖아. 좋게 생각해.”

“알았어요. 근데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미나 때문에.”

가지고 온 악보를 오현서 대표에게 건넸다.

“이거예요.”

악보를 받아 보는 오 대표였다.

“가사도 직접 쓰신 겁니까?”

가사를 원곡대로 쓰긴 했지만, 일부는 내가 조금 바꿨다. 바꾼 가사가 더 좋았다.

“네.”

“이한성 작곡가 말을 들어보니 팝송으로는 괜찮다고 합니다. 특히 한 곡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Let it go를 말하나 보네. 이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으니까.

오 대표와의 대화를 듣던 홍이나가 물었다.

“오빠가 미나 곡을 만든 거예요?”

“만들었기보다는 악상이 떠올라 작곡가에게 도움받아 악보를 그린 거야. 가요가 아니라 팝송이야.”

“네? 가요가 아니라 왜 팝송이에요?”

“곡이 국내보다는 미국인 정서에 더 맞는 것 같아서.”

“그럼 미나는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데뷔한다고요?”

“그래야겠지.”

“대박! 누구는 미국 진출하려고 해도 힘든데 데뷔를 미국에서 한다니! 와 미나는 좋겠어요.”

“별걸 다 부러워하네. 이나는 이미 톱스타잖아.”

“제가 악보를 봐도 되나요?”

“그러든가.”

오 대표가 미나에게 악보를 건네자 받아 보는 홍이나였다.

“Let it go는 고음 부분이 많아서 저는 부르기 힘들겠어요. 미나는 가창력이 뛰어나니 가능할 것 같고요.”

“좀 그렇지.”

“오빠! 다음에 악상 떠오르면 저도 곡 주세요.”

얼굴을 보니 안 준다고 하면 삐질 것 같았다.

“알았어.”

“약속했어요.”

“그래.”

오 대표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미나 연습 가능할까요?”

“지금 미나를 가르치는 보컬 트레이너가 붙어서 하면 되기에 바로 가능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언제쯤 앨범 작업이 끝날까요?”

“3곡이라 3~4개월이면 충분할 겁니다.”

4개월이면 10월이면 발표할 수 있겠네.

“Let it go는 겨울 이미지라 시기상으로는 좋네요.”

“근데 앨범 준비가 다 끝나면 데뷔는 어떻게 합니까? 미국에 가서 해야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요. 일단 앨범 작업이 다 끝나면 노래를 먼저 오션에 공개할 거예요. 요즘 미국에서 오션팟이 날개 돋친 듯 잘 팔려 오션팟 플레이 스토어에서 노래가 많이 판매돼요. 오션팟 플레이 스토어에서 홍보를 하며 반응을 지켜볼 거예요. 반응이 좋다면 그때 미국에 가야겠지요. 그전까지는 국내에서 있으면 돼요.”

“근데 미나가 영어를 못하는데 제대로 노래를 부를지 걱정입니다.”

“가사를 외워서 발음 연습하면 돼요. 미국에서 활동하게 된다면 통역을 붙여 주면 되고. 지금부터라도 미나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죠.”

“제가 해야 할 일인데 주주님에게 매번 신세만 집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소나무가 잘되면 저도 좋은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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