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한 컨벤션센터에 기자 30여 명이 여러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었다.
오늘 오션의 오션팟 공개시연에 참석한 기자들이었다.
한 기자가 앞에 있는 기자에게 물었다.
“시노아! 오늘 오션에서 뭘 공개한다는 거야?”
“글쎄? 나도 몰라. 특별한 것을 공개한다고 해서 온 거야. 오션이 포털 사이트니까 새로운 사이트를 공개하려는 거겠지.”
“사이트 하나 공개하는데 기자들을 이렇게 많이 부른다고? 지난번 게임 출시할 때도 아무런 말이 없었잖아. 그건 아닌 것 같아. 진짜 뭔가 특별한 것을 공개하려는 것 같은데.”
두 기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워싱턴 포스트 다이앤 리처즈 기자가 알 듯 모를듯한 미소를 짓자 시노아 기자가 그걸 보고 물었다.
“다이앤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말 좀 해 줘.”
“저도 잘 몰라요.”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다이앤이 에릭하고 친하잖아. 뭔가 들었을 거 아니야?”
“진짜 몰라요. 에릭이 특별한 것을 발표할 테니 꼭 참석하라는 말만 했어요. 저도 궁금해요.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곧 궁금증이 해결될 거예요.”
그때 에릭 슈밋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왔다.
“지금 나왔어요.”
기자들의 시선이 에릭에게 향하였다.
단상에 올라온 에릭은 좌중을 둘러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션 CEO 에릭 슈밋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 기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부터 전하겠습니다. 오션이 1996년에 창립하여 거의 3년이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오션은 많은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미국과 핀란드에서부터 시작한 오션이 이제는 전 세계 70개국에 서비스를 하고 있고, 점차 서비스 국가들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오션의 자회사인 네이브와 협력하여 온라인 게임 시장에도 진출하여 혁혁한 성과를 보여 앞으로 오션의 앞날이 매우 밝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오션은 여기에서 멈출 수 없는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가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오늘 여러 기자분께 그동안 오션이 야심 차게 준비한 오션팟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오션팟이 뭔지 많이들 궁금하실 겁니다. 지금부터 실물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홀 안의 불이 꺼지고 단상 뒤에 벽면에 사진이 하나 떠올랐다.
“지금 제 뒤에 있는 사진이 바로 오션팟입니다. 이게 무엇으로 보입니까?”
한 기자가 소리쳤다.
“명함과 같이 있는 것을 보니 명함 케이스 같습니다.”
“명함 케이스는 아닙니다. 명함은 오션팟의 크기를 가늠하라고 집어넣은 겁니다. 또 있습니까?”
“궁금하게 하지 마시고 바로 발표하시죠.”
“좋습니다. 오션팟은 바로 MP3 플레이어입니다. 보시다시피 명함처럼 아주 작고 얇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오션팟의 실물을 와이셔츠 윗주머니에서 꺼내 보았다.
“보시는 것과 같이 작은 와이셔츠 주머니에도 쏙 들어갈 정도로 작아 휴대하기에 편합니다. 그럼 이 작은 오션팟에 얼마만큼의 노래가 들어갈 수가 있을까요? 화면을 보시죠.”
화면에 새로운 내용이 떠올랐다.
Player price songs $/song
CD $75 15 $5
MP3 CD $150 150 $1
Ocean Pod $130 500 $0.30
“화면을 보시면 무엇을 나타내는지 잘 아실 겁니다.
일반 앨범 시디는 한 시디에 대략 15곡이 수록되고 75달러에 판매가 되고 있으며 곡당 계산하면 5달러 정도 합니다. 시판된 지 얼마 안 된 MP3 CD 플레이어는 가격이 150달러이며 공시디에 150여 곡을 넣을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 오션팟은 작은 크기임에도 2기가를 사용할 수 있어 500여 곡을 넣어 들을 수 있으면 무엇보다 곡당 30센트밖에 안 한다는 겁니다. 또한,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기능이 휴대용 저장 장치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는 용량이 2기가나 되기에 휴대용 저장 장치로도 손색이 없다는 겁니다. 이처럼 두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는 오션팟이 무려 130달러밖에 안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동안 오션팟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우리는 이 오션팟을 4일 뒤인 3월 1일에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 전격적으로 출시합니다. 오션팟이 출시되면서 기존에 많이 사용하던 워크맨이나 CD 플레이어에서 오션팟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리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질문 있으면 하십시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많은 기자들이 손을 들었다.
“제일 먼저 손드신 앞에 기자분 먼저 질문 받겠습니다.”
지목받은 기자에게 마이크가 넘겨졌다.
“먼저 오션팟 출시를 축하드립니다. MP3 CD 플레이어가 출시된 것을 보고 놀라워했던 적이 얼마 전인데 오션팟 설명을 들으니 더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MP3 CD 플레이어보다 크기도 작고 가격도 저렴하고 더 많은 곡을 쉽게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어 참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휴대용 저장 장치는 기자들에게도 매우 필요한 것이라 오션팟이 출시되면 제일 먼저 구매할 생각입니다. 오션팟은 MP3 기술을 이용한 거라 단기간에 준비해서 나온 것 같지 않은데 언제부터 준비하신 겁니까? 또 오션은 인터넷 기업인데 어떻게 제조품인 오션팟을 개발할 생각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오션팟을 칭송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에 참석하신 기자분들에게 선물로 오션팟을 드릴 예정이니 따로 구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션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기에 인터넷 사업뿐만 아니라 오션팟처럼 IT 산업과 연관된 제조업 부문까지 앞으로 계속 나갈 것이며 오션팟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지금 오션팟과 같이 깜짝 놀랄만한 또 다른 아이템을 준비 중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오션팟의 원천기술은 2006년도에 한국의 한 기업에서 MP3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션에서 투자를 하였고, 작년에 그 기업을 인수하여 오션이 MP3 원천기술을 100% 확보한 겁니다.”
“또 다른 깜짝 놀랄 만한 아이템이 뭡니까?”
“지금은 말씀해 드릴 수는 없지만 오션팟의 한층 더 진화된 모습일 겁니다.”
한동안 질문과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것으로 오션팟 공개시연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오션팟 공개시연이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 * *
프로그램을 개발하다가 상철이와 성중이가 게임 시나리오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들으면서 감탄을 하였다.
그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갈수록 성중이가 진화하는 것 같았다.
성중이가 게임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참 많았다. 상철이도 그렇게 느끼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고 있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강성중도 이런 재주가 있었다. 게임을 좋아해서 아이디어가 막 나오는 건가? 신기하였다.
서머위즈 워 게임 버전업이 되면 성중이가 일등 공신이기에 또 보너스를 줘야겠다.
한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끝이 났는지 성중이가 일어났다.
“성중아!”
“네. 사장님!”
“넌 그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제가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그 영향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재주다. 아무나 못 해.”
“그러게 말입니다. 그걸 여기서 사용할 줄 저도 몰랐습니다. 제 생각이 게임에 반영된다고 하니 기쁘기도 합니다.”
“계속 도와줘. 나중에 보너스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어떻게 알바하는 것보다 보너스를 더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투잡 뛴다고 생각해.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주는 거야.”
“앞으로도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겠습니다.”
핸드폰 벨이 울려 받았다.
“진민재입니다.”
(고문님! 에릭입니다.)
“네. 오션팟 시연회는 잘 끝났어요?”
(네. 어제 오후에 기자들의 찬사 속에 성공적으로 잘 끝났습니다.)
“기자들 반응이 아주 좋았나 보네요.”
(네. 그렇습니다. 아마도 오늘 오후부터 오션팟에 관한 기사가 나올 겁니다.)
“기사는 좋게 나오겠네요.”
(그럴 겁니다. 홍보는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오션팟 출시 준비는 잘되고 있는 거죠?”
(물론입니다. 3월 1일부터 출시되도록 이상 없이 모든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오션팟 팝업 광고에 쓸 이미지와 곡도 문제없는 거죠?”
(그렇습니다. 팝업 광고는 내일부터 시작할 겁니다.)
오션에 접속하면 미나가 오션팟을 듣고 있는 사진의 팝업창이 뜨면서 녹음한 오션팟 광고 송이 자동으로 실행되게 된다.
사용자가 스피커가 없으면 광고 송을 듣지는 못하겠지만. 또 팝업을 클릭하면 오션팟 홈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
이제 출시 준비는 다 끝났다. 출시하여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빨리 출시했으면 좋겠네요.”
(며칠 안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저께 코리아 오션 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션에 소설 부문을 추가하기로 했어요. 뭐냐면…….”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그래서 이것도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도 시행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괜찮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오션팟도 원하는 곡만 저렴하게 구매해 듣는 것처럼 소설도 원하는 것만 저렴하게 구매하여 읽을 수 있어 좋을 것 같습니다. 검토하고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리고 일본은 제가 연락을 할게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오션이 이전 생의 구골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새로이 수익 창출할 수 있으면 좋은 거지.
꼭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테츠야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 진민재입니다.”
매우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정말 오랜만입니다.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바쁘시다는 소식 들었어요. 저한테 전화하는 시간에 오션에 더 신경 써 주세요.”
(알겠습니다.)
“별일은 없으시죠?”
(네. 그렇습니다. 다만 점유율이 정체되어 있어 고민입니다. 마의 구간을 넘기면 되는데 그게 힘이 듭니다.)
저팬 오션은 초창기에 점유율이 80%가 넘었다가 하락하여 현재 점유율이 70%에서 75%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대부분 국가의 오션 점유율이 80%가 넘는데 일본만 80%가 되지 않아 고진욱이 마음 앓이를 하고 있었다.
일본은 국민성이 외국산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그 영향일 수도 있었다. 근데 신기한 것은 게임은 또 그렇지 않았다.
다른 국가보다 매출이 더 많았다.
일본산 온라인 게임이 별로 없어서 그런 면도 있지만, 게임이 일본인들 정서에 맞는 점도 있는 것 같았다.
여러 명이 한 명을 이지메하는 것처럼 게임도 그게 가능하니까.
“하루 이틀하고 끝날 것도 아니잖아요. 긴 마라톤 경기예요.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다른 국가들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처럼 점유율이 높지는 않을 거예요. 토종 포털 사이트들이 계속 생기고 도전하고 경쟁하기에 점유율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대신 게임은 선방하고 있잖아요.”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고문님 말씀처럼 마음 편안히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게 좋죠. 제가 전화한 이유는 코리아 오션에서 나온 말인데…….”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사실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아니고 만화이기는 하지만요. 일본에서는 만화를 연재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인기가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션에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는데 고문님이 말씀하시니 바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소설은 지금부터 준비하면 됩니다.)
일본은 만화 천국이라 그런 사이트가 이미 있었네. 후발주자이지만 아직은 초창기라 늦은 것은 아니었다.
“준비하고 있었으면 진작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만화 인식이 좋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괜히 오션의 명성에 먹칠할까 봐 조심스러웠습니다.)
만화는 공부 못하는 애들이 보는 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바뀌기는 한다.
“다음부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말씀하세요.”
(알겠습니다.)
“다른 건 없나요?”
(네. 없습니다. 오션팟 팝업도 내일부터 이상 없이 진행할 겁니다.)
“네. 알았어요.”
됐다. 이제 만화와 소설 연재도 오션에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