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싫어해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어느 한 기자가 기사를 썼는데 오션에서 런칭한 두 게임 전부 다 악마의 게임이라고 칭했습니다. 한번 빠지면 그 중독성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게임이라고 합니다. 요즘 미국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인기인데 그것보다 더 인기를 끌 거라고 할 정도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전 생과는 다르게 아이템을 거래하지 못하게 할 거라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몇천만 원, 심지어 몇억 원을 게임에 사용한다는 게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고 한심한 짓이었다.
난 그런 식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다.
“결론은 반응이 좋다는 말이네요.”
(그렇습니다. 성공적입니다. 앞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남미도 유료 결제 사용자들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럽하고 남미, 아시아 지역에 서비스하지 않는 국가들도 서비스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번 게임 오픈으로 올해 1999년도는 많은 흑자를 기록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주가도 오늘 많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게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올해부터 IT 거품이 많이 끼게 되어 주가가 많이 상승하게 된다. 그 영향일 수도 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현재 주가가 얼마인가요?”
(현재 주가가 127달러입니다.)
많이 올랐네. 작년 11월에 확인했을 때 93달러였는데. 어느새 100달러가 넘었네.
“많이 올랐네요.”
(네. 그렇습니다. 올해는 실적이 작년보다 더 나아지기에 더 상승할 겁니다. 요즘 미국은 IT 사업에 투자 열풍이 불어 전반적으로 IT 산업 대부분이 상승 추세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오션도 주식 분할을 했으면 합니다.)
100달러가 넘었으니 주식 분할 해도 될 것 같았다. 분할 하면 주가가 더 상승하는 효과도 있었다.
“얼마로요?”
(1대 2입니다.)
앞으로 주식이 많이 상승하기에 1대 2로 분할 해도 금세 100달러가 될 수도 있었다.
“이왕 하는 김에 1대 3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고 오션팟은 이제 생산에 돌입했어요.”
(그럼 3월 1일부터 출시가 가능한 겁니까?)
“먼저 생산한 제품을 바로 보내면 가능은 한데 물량이 조금 부족할 수는 있을 거예요.”
(출시하면 바로 많이 판매되는 것은 아니기에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는 하죠. 그럼 계획대로 3월 1일부터 출시하는 것으로 하죠. 출시하는 데는 이상 없는 거죠?”
(물론입니다. 작년부터 준비해서 이상 없습니다. 그리고 고문님! 출시 전에 오션팟 공개 행사를 하면 오션팟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좋은 아이디어였다. 아이팟도 그렇게 해서 널리 광고가 되긴 하였다.
“괜찮은 생각이네요. 출시 일주일 전에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공개 행사에 고문님이 발표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난 싫다. 여러 사람 앞에 나서고 싶지는 않았고 또 내가 미국에 가야 하잖아.
“아니에요. 에릭이 하세요.”
(제가 말입니까?)
“그런 일은 쇼맨십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더 효과가 있어요. 저는 그런 면에서 재주가 없어 따분하고 지루할 거예요. 에릭이 잘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기자들 많이 모아놓고 오션팟 제대로 홍보하겠습니다.)
“그래요. 다른 건 없죠?”
(네. 없습니다.)
“알았어요. 다음에 통화하죠.”
(네.)
주가도 오른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언제 주가가 4만 달러까지 올라가나? 그다지 멀지 않았다.
가는 김에 5만 달러는 가야겠지.
* * *
테이블에 놓여 있는 오션팟 완제품 5개의 상자를 보고 있었다.
생산 시작하면 보내달라고 했더니 보내왔다. 상자도 마음에 들었다.
“다들 모여 봐.”
내 말에 게임하던 세 명도 정미나도 내 앞으로 모이더니 테이블에 있는 상자에 관심을 보였다.
“사장님! 이게 뭡니까?”
“선물이야.”
“네? 저희한테 줄 선물이라고요?”
“뭘 놀래? 새해 선물이야.”
하나를 집어 놀라고 있는 강성중에게 주었다.
“여기.”
“감사합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
“오션팟이야.”
“아! 미나가 가지고 있던 그거 말입니까?”
“그래. 완제품이 나왔거든. 그래서 기념으로 주는 거야. 아직 시장 출시 전이라 네가 처음으로 갖는 거야. 영광으로 알아.”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정미나에게 건넸다.
“미나 거.”
“저는 저번에 주신 거 있잖아요.”
“그건 샘플이고 이게 더 성능이 좋아. 내가 완제품 나오면 준다고 했잖아.”
“감사합니다.”
배상도와 신상철에게도 하나씩 주었다.
테이블에 하나가 남자 강성중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건 누구 겁니까? 사장님 겁니까?”
이건 나의 유일한 동생인 서희에게 줄 생각이었다. 근데 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내가 영어로 대화해야 한다고 해서 부담이 되었는지 커피숍에 다시 오겠다더니 그날 이후로 오지 않았다.
찾아가 줄 수도 없고 여기 오면 그때 주는 게 가장 좋은데 언제 오려나?
“줄 사람이 있어.”
“누굽니까? 혹시 여자입니까?”
눈치도 참 빨라.
“왜 그렇게 생각해?”
“여기 상자에 핑크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미나에게도 핑크를 주었고 저는 화이트 아닙니까? 그러니까 여자라고 생각한 겁니다.”
알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눈치도 없게 다들 있는데 말하냐?
“내가 줄 사람이 있어.”
“누굽니까?”
“말하면 알아?”
“여기 왔던 분입니까?”
그러고 보니 진서영도 유아영도 HQ 컨설턴트 정하나 실장도 레베카도 줘야겠네. 근데 레베카는 한번 오더니 그 이후로 연락이 없었다.
한국 내 연락처도 모르니 내가 먼저 연락할 수도 없고 진행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한데.
서영이는 내가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는데도 한다고 하면서 아직도 연락 한번 못 했네. 미안하네.
“맞아.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다들 하던 거나 해.”
“알겠습니다.”
“미나는 잠시 남고.”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미나는 그대로 있었다.
“녹음 일정 잡혔다고 연락 왔어.”
“정말요?”
얼굴에 좋아하는 표정이 가득하였다.
“그렇게 좋아?”
“그럼요. 난생처음으로 정식으로 녹음하는 건데요. 더구나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들려주는 거잖아요.”
“문제는 없겠지?”
“그럼요. 지금 당장 해도 잘할 수 있어요. 연습 많이 했거든요.”
“영어 버전은?”
“연습은 많이 했는데 발음이 어떤지 모르겠어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오션 사이트에 오션팟을 광고할 거라 영어 버전이 필요하여 내가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 주었다.
지난번에 영어 오션팟 송을 연습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는데 발음도 좋고 괜찮았다.
“한번 해 봐.”
“지금요?”
“응.”
뒤를 돌아보더니 다들 게임에 열중하는 것을 보고서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입이 천천히 열렸다.
“We are…….”
짧은 오션팟 송이 끝이 났다.
“잘하네. 그 정도면 아무 문제가 없겠어.”
“정말요?”
“그래. 그렇게만 하면 돼.”
“알았어요.”
“그리고 나중에 사진 촬영도 할 건데 머리 스타일을 청순하게 좀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사진도 촬영한다고요?”
“응. 배너에 네가 오션팟을 듣고 있는 사진을 올릴 거야. 노래만 나가기는 밋밋하잖아.”
“제 얼굴이 나가도 돼요? 그 정도는 아닌데요.”
“내가 보기에 미나 충분히 예뻐. 오션팟은 주로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할 거라 청순하고 활발한 여대생 컨셉이야.”
“머리 스타일은 어떻게 해야 해요?”
“긴 생머리가 좋은데 미나 머리가 좀 짧아서 고민이네.”
“그건 가발을 쓰거나 머리카락을 붙여 길게 하면 돼요.”
“그러면 되겠다. 녹음 먼저 하고 사진 촬영은 나중에 할 거니까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네.”
신이 나서 돌아가는 미나의 뒷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나야 손.)
소프트 뱅코 손정우 회장이었다. 어제 보냈는데 벌써 받았나? 하긴 일본이니 금세 가기는 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자네가 보낸 게 뭐야?)
“MP3 플레이어인 오션팟인데 3월에 출시할 거예요. 사용법은…….”
설명을 다 들은 손 회장이 감탄하였다.
(대단한데. 이걸 오션에서 개발했다고?)
“네. 회장님이 보시기에 어떤 것 같아요?”
(내가 보기에는 획기적이야. 노래도 들을 수 있으면서 휴대용 저장장치로도 사용 가능하고 두 가지 기능이 있어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아. 문제는 가격인데 얼마인가?)
“미화로 1기가는 110달러, 2기가는 130달러예요.”
(생각보다 안 비싸네.)
“가격을 최대로 낮추었어요. 가격이 비싸면 부담이 되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선물 고맙네.)
손 회장은 내가 선물로 보낸 줄 아나 보다.
“회장님! 소프트 뱅코에서 오션팟 독점 수입하여 일본에서 판매할 생각 있으세요?”
(뭐? 진심인가?)
“네. 회장님께 도움받은 것도 있고 해서 보은 차원에서 제안 드리는 거예요.”
(그렇게 해 준다면 나야 고맙지.)
“그럼 그렇게 해요. 소프트 뱅코에 도움이 될 거예요.”
(내가 내일 한국에 가겠네.)
“급한 거 아니니까 급히 오실 필요는 없어요. 회장님이 직접 오시지 않아도 되고요.”
(아니야. 사업보다 더 급한 일이 어디 있겠어? 비행기 타면 두 시간이면 가는데 가야지. 자세한 것은 만나서 이야기하세.)
“네. 알겠습니다. 조심히 오세요.”
전화를 끊었다.
성격이 급한가? 판단력과 행동력이 빠른 거지.
* * *
다음 날 커피숍에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는데 손 회장이 들어오고 있었다. 난 오후에나 올 줄 알았는데 새벽에 출발한 거야?
“안녕하세요? 회장님! 왜 이리 일찍 오셨어요?”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이 건이 그렇게 큰 건은 아닐 텐데.
“앉으세요.”
“그러지.”
“커피 드릴까요?”
“커피 말고 귤차 줘. 저번에 여기서 마신 귤차가 가끔 생각나더라고.”
“네. 성중아! 여기 귤차 한 잔만.”
“네.”
손 회장 앞에 앉았다.
“원래 일하는 스타일이 이러세요?”
“시간은 금이야. 난 꾸물거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한번 무언가에 꽂히면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리거든.”
“그러다가 잘못 판단하거나 실수하시면 어떻게 하려고요?”
“내 탓이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어. 사업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끌리는 사업도 있고 누구나 유망한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사업인데도 내키지 않는 경우가 있어. 근데 이번 오션팟은 예감이 좋아. 그래서 더 서둘렀던 것 같아.”
그 정도로 오션팟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닌데. 이후에 나올 스마트 폰이 대박이지. 그것 때문에 감이 좋다는 건가?
“회장님 마음에 들었다니 잘 제안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네를 보면 젊은 친구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오션을 개발한 것도 대단한데 자넨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어. 보통은 한번 성공하면 큰 부를 얻기에 그 자리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거든. 근데 자넨 아니야. 얼마 전에 오픈한 게임도 대박이라며? 난 자네가 게임에까지 진출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거든.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검색 프로그램과 게임은 성격이 다르잖아. 근데 거기다가 이런 MP3 플레이어 제조까지 준비하고 진출했다니 연속으로 강력한 훅을 두 방 맞은 기분이었어. 젊은 자네도 정체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난 뭐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어. 자네에게 배울 점이 많아.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봤어. 스탠퍼드 대학에서 자네를 처음 볼 때부터 예사 인물이 아닌 줄 알았다니까. 투자하겠다고 온 손님을 학교 교정에 데리고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