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퇴근하여 집에 왔다.
씻고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에릭 슈밋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전화 드리려고 했습니다. 오늘 런칭한 게임 반응이 어떤지 아십니까?)
“괜찮다고 들었어요.”
(게임 전문가 말을 들어보니 이 정도면 반응이 진짜 좋은 거라고 합니다. 고문님은 하시는 일마다 반응이 좋습니다.)
내가 하는 것마다 반응이 좋은 게 아니라 이전 생에서 반응이 좋은 것만 하니까 그러는 거지. 사실대로 말할 수 없고.
“반응이 좋으면 좋은 거죠.”
(그렇습니다. 근데 고문님! 이런 반응이라면 조만간에 인터내셔날 서버 용량이 한계에 도달할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서버 증설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내셔날 서버는 전 세계 유저들이 접속할 수 있기에 서버를 무한하게 늘릴 수 없어 동시 유저 접속 수 100만으로 제한하였다.
100만이 접속하면 그 이후로는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고 유저가 빠진 만큼 접속할 수가 있었다.
사실 100만도 엄청난 숫자이기는 하였다. 이를 위해 서버에 투자한 자금도 만만치 않은데 더 늘리는 것은 부담이 될 것 같았다.
“당분간은 지켜보죠. 인터내셔날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면 자국 서버에 접속하여 게임을 즐기면 되는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다른 일은 없죠?”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아직 3개월이 남았지만 2분기부터 오션이 흑자로 돌아서서 올해는 흑자를 기록할 것 같습니다. 요즘 검색 광고 계약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환경이 점점 고속 인터넷으로 변하여 그만큼 인터넷 광고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나 업체들이 많아진 결과이었다.
앞으로 계속 광고 매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행이네요.”
(오션팟은 언제부터 출시가 가능한 겁니까? 여기 소매점들과 미리 협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션팟 OS는 개발이 끝나 지난주에 넘겼다. 내일은 오션팟에 가 봐야겠다.
“제가 내일 가서 상황을 확인하고 연락 줄게요. 아마도 올해 안으로 개발이 끝나니까 내년 3월쯤에는 출시할 것 같아요. 그때 맞춰 준비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 * *
다음 날 아침 아파트 현관 밖으로 나오자 배상도가 기다리고 있다가 인사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다른 곳에 갈 거예요. 차 타고 가죠.”
“알겠습니다.”
배상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오션팟으로 향하였다. 남이 운전해 주는 차를 타니 진짜 편하네.
도착하여 사장실에서 황정화 사장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션팟 개발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고문님이 주신 OS로 벌써 샘플도 만들었습니다.”
“그래요?”
“디자인도 이미 나왔고 안에 들어가는 부속품도 이미 다 준비되었기에 조립만 하면 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러죠.”
“잠시만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전화하였다.
“샘플 가지고 심 과장 들어오라고 해.”
잠시 후 심용철 과장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네.”
심용철이 맞은 편에 앉으면서 오션팟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겁니다. 일단 샘플로 만들었지만 보시고 수정할 부분 말씀해 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테이블에 놓여 있는 오션팟을 얼핏 보니 이전 생에서의 아이팟과 비슷하였다. 집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로고만 빼고는 거의 같은 것 같았다. 오션의 로고인 물결 모양이 오션팟 뒷면에 있었다.
내가 보기에 로고도 훨씬 더 좋았다. 한 입 깨어 문 망고보다는 이게 더 좋지.
“크기는 디자인대로 한 건가요?”
“물론입니다. 세로 62mm, 가로 102mm, 두께 19.8mm입니다. 하드 디스크를 사용했기에 기존 엠피고보다 소형화가 가능했습니다. 엠피고와 오션팟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크기나 두께, 디자인 면에서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제가 보기에도 오션팟이 더 소형이고 디자인이 훨씬 예쁩니다.”
말을 하고서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오션팟 실물을 보니 좀 창피한 생각이 듭니다. 엠피고 디자인을 이렇게 해 놓고 잘 팔리기만을 기대한 것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도 맛이 좋아야 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시각적인 효과가 중요하듯이 소비자들이 보고 구매하고픈 충동을 일으키는 디자인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또 생각의 발상으로 내장 메모리가 아니라 하드 디스크를 사용한다는 것도 솔직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생각할 수 있었는데 고정 관념에 빠진 저를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고문님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MP3 시장에서 아이팟은 혁신 그 자체였으니까. 아이팟에 이어 스마트폰도 혁신이었고. 그러니까 망고가 크게 성장한 거였지.
“앞으로 잘하면 되는 거예요.”
메뉴를 눌러 보자 화면에 메뉴가 떴다. 흑백이네. 지금은 흑백이지만 나중에 컬러로 버전을 올려야지.
“배터리는 어느 정도 가나요?”
“지금 테스트한 결과로는 연속 재생이 6시간 정도 갑니다.”
“더 늘릴 수는 없나요?”
“그럼 배터리 크기가 더 커져야 하고 단가도 올라가게 됩니다.”
원래는 아이팟이 10시간 정도 간 것 같은데 아직은 그 정도 기술이 안 되나? 어쩔 수 없지.
처음부터 완벽히 할 수는 없으니 이것도 천천히 버전을 올리면 되니까.
“알았어요. 테스트하면서 문제점이 발견된 것은 없나요?”
“특별한 것은 없고 헤드폰 단자에 헤드폰 잭을 연결할 때 헐거운 느낌이 들어 새로운 헤드폰 잭으로 변경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 외에는 아직은 없습니다. 앞으로 한두 달 정도 다른 부속품으로 교체하면서 더 테스트하여 최적의 조합을 찾을 겁니다.”
“두 달 정도면 최종 완성품이 나오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고문님이 개발하신 오션팟 OS가 윈도우 지원이 가능하여 컴퓨터에 연결하여 오션팟 하드 디스크에 MP3 곡을 간단히 옮길 수 있어 아주 편리합니다. 또한, 폴더를 만들어 노래별, 가수별로 따로 저장할 수 있어서 편하고 노래뿐만 아니라 문서들도 저장할 수가 있어 아주 유용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드 디스크를 사용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용도 간단하기에 인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개발한 거니까. 다만 난 개발만 했지 직접 테스트한 것은 아니라서 제대로 개발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오션팟 OS 사용하는 데 에러나 문제점은 없나요?”
“제가 계속 테스트해 보고는 있지만 아직은 없습니다.”
다행이네. 복잡하지 않은 OS라 제대로 개발했나 보네.
“혹시 모르니까 계속 테스트해 보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션팟 샘플은 하얀색인데 분홍색과 은색도 샘플로 한번 만들어 보세요. 색상이 괜찮으면 3가지 색상으로 출시하게요.”
“알겠습니다.”
황정화 사장을 바라보았다.
“두 달 정도 있으면 완성품을 보게 되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바로 생산해야 하는데 공장 매입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지금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현재 마음에 드는 곳이 두 곳이 있는데 어느 곳을 선택할지 고민 중입니다.”
“문제가 있나요?”
“그게 아니라 두 곳 다 전부 마음에 듭니다. 다만 매입 비용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겁니다.”
“제가 자료를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잠시만요.”
일어나 책상에 가서 자료를 가지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자료를 받아보았다.
서류상으로는 두 곳 다 공장 규모가 컸고 위치도 전부 경기도라 괜찮은 것 같았다.
“직접 가서 봤어요?”
“네. 직접 가서 봤는데 두 곳 다 공장들이 건설된 지 10년 안팎이라 깨끗하고 쓸만했습니다.”
하나는 대지 5,000평에 건물은 3,000평이며 가격이 32억 원이었고, 하나는 대지 4,100평에 건물이 2,600평으로 가격은 28억 원이었다.
이 정도면 싼 것 같은데. IMF라 그런 것 같았다. 앞으로 오션팟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려면 공장 하나로는 당연히 부족할 것 같았다.
쌀 때 전부 인수하는 것이 좋겠지.
“두 곳 다 전부 매입하죠.”
“저도 좋지만, 자금이 부족합니다.”
“지금은 보내줄게요. 생산을 많이 해야 해서 두 개는 있어야 해요.”
“그러다가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엠피고에 한번 크게 데어 봐서 겁이 납니다.”
“조금 전에 심 과장이 한 말 못 들었어요? 인기가 있을 거라고 하잖아요.”
“그거야 심 과장 개인 생각이고 시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매입하세요. 매입하자마자 생산 시설도 갖추고 직원들도 모집해서 바로 생산 가능하게 준비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주에 매입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시고 엠피고 매출은 좀 어떤가요?”
“여전합니다. 매출이 늘지 않아 지금은 생산을 멈추고 재고만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잘 결정하였다. 오션팟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면 엠피고는 단종해야 하니까.
“잘했네요. 엠피고 재고가 얼마나 남았나요?”
“정확히는 아니지만, 공장 창고에 2만 개 정도 남았고 소매점까지 다 포함하면 총 6만 개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남은 재고는 손해겠지만 떨이로 다 판매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나요?”
“없습니다.”
오션팟도 이상 없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알았어요. 저는 이만 가 볼 테니 문제가 있으면 바로 연락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션팟 샘플 여유 있으면 저한테 하나 줄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여유분 있습니다. 나가시면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나가죠.”
* * *
커피숍으로 돌아와 오션팟을 들으며 다시 코코아 톡 개발을 하고 있다가 잠시 쉬려고 일어섰다.
3명은 여전히 게임에 열중이었다. 어느 직장에서 게임만 하는데도 월급을 주는 곳이 어디 있을까?
게임 회사만 그렇겠지.
주문대로 가자 정미나는 책을 보고 있었다.
“뭐 필요하세요?”
“얼음물 한 잔만 줄래.”
“네.”
정미나가 컵에 얼음물을 담아 주었다.
“여깄어요.”
“고마워.”
자리에 돌아와 물을 마시다가 오션팟을 정미나에게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몇 시간 들었더니 귀가 아팠다.
오션팟을 들고 정미나에게 갔다.
“미나야! 너 이거 가질래?”
“이게 뭔데요?”
“이거 MP3 플레이어야.”
“네? 이게 MP3 플레이어라고요? 엠피고하고는 전혀 다른데요.”
“다르지. 새로 출시할 모델이거든.”
“그래요? 제가 봐도 될까요?”
“그래.”
오션팟을 건네자 받아 이리저리 살피는 정미나였다.
“사장님! 예뻐요. 엠피고보다 작고 더 예뻐요. 정말 저 주시는 거예요?”
“그래. 너 음악 좋아하잖아. 너한테 필요할 거야. 대신 들으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바로 알려줘야 해.”
“성중 오빠가 게임 테스트하는 것처럼 제가 이거 테스트하는 거예요?”
“맞아. 아직 최종 완성품은 아니야. 그래도 듣는 데는 아무 이상 없어.”
“알았어요. 제가 테스트 잘할게요.”
“사용법 알려 줄게.”
“네.”
신이 난 상태에서 내가 사용법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와! 이게 MP3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저장장치로도 가능하다고요?”
“그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대박이네요.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예요. 지금 전 세계에 이거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는 거죠?”
“맞아. 영광으로 생각해.”
“알았어요. 사장님! 고마워요. 그렇지 않아도 MP3 플레이어 있었으면 했거든요.”
“잘됐네. 나중에 정식 제품 나오면 그때 새것으로 다시 줄게.”
“고맙습니다. 사장님!”
좋아하는 정미나를 보다가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오션팟을 출시하게 되면 광고가 필요할 텐데.
그렇다고 TV CF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오션 사이트에 광고할 것이라 MP3 송을 하나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미나가 노래 하나는 가수 뺨치게 잘 부르니까.
“미나야!”
“네. 사장님!”
“너 작곡도 하나?”
“예전에는 가끔 하기는 했는데 요즘은 하지 않아요. 근데 왜요?”
“너 작곡 하나 할래?”
놀라는 얼굴이었다.
“네? 제가요?”
“응. 오션팟을 내년 3월쯤에 출시할 건데 광고에 사용할 MP3 송을 하나 작곡하면 어떨까?”
“저 그 정도 실력은 아니에요. 망해요.”
“이건 정식 노래가 아니잖아. 단순하게 짧게 젊은 감성으로 오션팟을 잘 알릴 수 있게 한번 작곡해 봐. 잘 만들면 작곡비도 줄 거고 네가 직접 부르도록 해 줄게. 어때 해 볼 만하지 않아? 실패하더라도 네가 작곡 공부했다고 생각하면 되고 아직 시간도 많으니까 부담도 없고.”
관심이 있는 얼굴이었다.
“진짜 제가 해도 돼요?”
“되니까 말하는 거잖아.”
“알았어요. 한번 해 볼게요. 언제까지 하면 되나요?”
“빠르면 좋지. 늦어도 내년 1월까지 끝내야 해.”
“알았어요.”
대답하는 정미나의 얼굴에 꼭 해내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였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정미나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