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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95화 (95/261)

95화

오전에 출근하니 강성중과 신상철이 붙어 앉아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상철은 이제 강성중이 편한지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었다.

강성중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저렇게 대하면 좋을 텐데.

그래도 날 만나 많이 발전한 거지. 나 아니었으면 방구석에서 폐인처럼 지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신상철은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드는지 어제는 저녁 먹으면서 커피숍 그만두지 말고 계속했으면 한다고 하였다.

“사장님 오셨어요? 커피 드릴까요?”

“하던 거 계속해. 내가 내려서 마실게.”

“죄송합니다.”

“죄송하기는 그것도 일하는 거야.”

주방으로 들어가 커피를 내려 내 전용석에 앉았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커피를 마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문님! 송재영입니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사무실에는 언제 오십니까?)

“글쎄요? 다음 주에나 가 볼까 하는 데요. 왜요?”

(고문님! 어제부로 라니지 개발 완료했습니다.)

“정말요?”

(네. 그렇습니다.)

“축하해요.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요. 이제 고생 끝이네요.”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테스트하면서 버그를 잡아야 합니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고비는 넘었죠. 제가 오늘 갈게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신상철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전화야?”

“송재영 팀장이 개발하는 게임 완료했대.”

“그래? 나도 분발해야겠네.”

“넌 언제쯤 끝날 것 같은데?”

“나도 넉넉잡고 한 달이면 완료할 것 같아.”

“잘됐네. 라니지 런칭할 때 같이하면 되겠다.”

“기다려 줄 수 있어?”

“테스트하는 기간이 있으니까.”

“알았어. 최대한 빨리 완료할게.”

“그래.”

부팅된 컴퓨터를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네이브에 갔다 올게.”

* * *

네이브 이주희 대표와 송재영 팀장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송 팀장님 다시 한번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고문님하고 대표님 덕분입니다. 부족함 없이 지원해 주셔서 무사히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너트에 있을 때 회사가 어려워 라니지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이런 날이 오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 심정 이해해요. 테스트는 언제까지 할 건가요?”

“지금으로서는 한 달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짧지 않아요?”

“테스트를 아무리 오래 한다고 해도 다 잡아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만 테스트하면서 중요한 버그만 잡고 바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럼 수많은 사용자들이 게임하다 보면 잡지 못했던 버그들이 많이 나오기에 그때 수정하고, 그 기간을 2~3개월 진행한 후 정식으로 유료 서비스를 하면 될 겁니다.”

“그게 좋겠네요.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하면서 발견한 버그들을 신고할 수 있는 게시판도 따로 마련하고 그에 상응하는 작은 아이템 선물을 준다면 더 빨리 버그들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것도 좋은 생각 같습니다. 그럼 베타 버전 공개일은 8월 10일로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죠.”

이주희 대표가 물었다.

“유료 서비스를 하게 되면 어떤 방식을 할지? 금액은 얼마일지도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영자 아니랄까 봐 이 대표의 관심사가 게임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연히 그래야지.

“송 팀장은 생각하고 있는 게 있나요?”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하였다.

“저는 게임 개발만 생각했지 그 문제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알아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유료는 정액제로 하고 한 달에 2,4000원으로 시작하죠. 그 이후에 상황 봐서 요금 조정을 할 수도 있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베타 버전 공개할 때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남미, 일본에도 동시 서비스할 계획이라 언어 패치 작업도 준비해야 할 거예요.”

내 말에 송 팀장이 놀라며 물었다.

“한국에서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힘들게 개발했는데 왜 한국에서만 해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야죠. 송 팀장님은 자신 없어요?”

“그게 아니라 자신은 있지만 스케일이 커지는 것 같아 부담돼서 그럽니다.”

“부담 가질 것 없어요.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도 통해요. 앞으로 네이브에서 개발하는 모든 게임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 거예요.”

이 대표도 한마디 하였다.

“개발한 게임을 한국에서만 서비스한다는 것은 낭비예요. 당연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야죠. 한국에만 서비스하는 거랑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은 매출 면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있을 거예요. 언어 작업은 제가 준비할게요.”

역시 이 대표는 스케일이 크다. 욕망이 크기에 한국에서만 만족하지는 않을 테니까.

송 팀장이 물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은 가능한 겁니까?”

“그럼요. 오션을 통하면 가능해요. 웬만한 국가에 이미 오션이 서비스하고 있거든요.”

“제가 네이브에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제가 개발한 게임을 전 세계에 서비스한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박찹니다. 팀원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러니 테스트도 열심히 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그럼 저는 테스트하러 가 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송 팀장이 나갔다.

의욕이 넘치고 열심이라 보기 좋았다.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이 대표를 바라보았다.

“이제 사이트 런칭에 이어 게임 런칭까지 하게 되었네요.”

“그러게요. 갑자기 일이 몰려온다는 기분이에요.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요.”

“이 대표님은 잘하실 거예요.”

“당연히 잘 헤쳐나가야죠. 저는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어요.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 안주할 생각도 없고 저 넓은 세계 시장으로 나가고 싶어요. 포털 사이트만 생각했을 때는 한국에서 제일가는 포털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는데 게임을 보고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게임은 포털 사이트와는 달리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거든요.”

역시나 이 대표는 야망이 큰 여자였다. 네이브 대표로 잘 어울렸다.

“신상철이 개발하는 게임도 곧 개발 완료가 된다고 해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게임 세계 시장 진출은 오션에 게임 사업부가 생겼으니 그쪽이랑 연락해서 진행하시면 되고요.”

“알았어요.”

* * *

한 남자가 컴퓨터를 들고 들어왔다.

“어디에다 설치합니까?”

강성중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것을 무시하며 손으로 창가 쪽을 가리키었다.

“이쪽에다 놔주세요.”

“네.”

잠시 후 설치가 끝나고 남자가 갔다.

나와 신상철 중간에 설치된 컴퓨터를 보니 창가 쪽이 꽉 찼다. 이제는 여기는 손님이 앉은 곳이 아니라 컴퓨터 하는 곳이 되었다.

강성중이 다가와 설치된 컴퓨터를 만지며 물었다.

“사장님! 이건 뭡니까?”

“네 컴퓨터야.”

“네? 제 컴퓨터라뇨?”

라니지 개발도 완료됐고 신상철 게임도 곧 완료되기에 강성중이 게임 테스트하라고 준비한 컴퓨터였다.

손님이 없어 한가해 심심한데 게임 하면서 시간 보내면 강성중도 좋고 버그 찾아내면 나도 좋기에 생각 끝에 컴퓨터를 구매하였다.

“심심하면 게임이나 하라고.”

“네? 그래도 됩니까?”

“응. 대신 아무 게임이나 다 되는 건 아니야. 하라는 것만 해야 해.”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재미없는 게임 할 바에는 하지 않는 게 더 좋습니다.”

“싫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일단 한번 해 보고 알아서 판단해.”

“알겠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 버튼을 누르는 강성중이었다.

구시렁거리던 강성중이 교대 시간이 되어 정미나가 왔는데도 가지 않고 앉아서 게임만 하고 있었다.

재미있기는 한가 보네.

그 모습을 본 정미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이게 뭐예요? 우리 가게 커피숍이에요? 컴퓨터 카페에요?”

“커피숍이지.”

“아까 손님이 그러더라고요. 여기 컴퓨터 카페냐고요? 아니라고 했는데 믿지를 않더라고요. 컴퓨터가 3대나 있고 전부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있으니 저라도 믿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성중 오빠까지 합류해서 이게 뭐예요?”

“일하는 거야.”

“성중 오빠는 게임만 하는데 일하는 거라고요?”

“그래. 게임 테스트하면서 버그 찾는 일이야. 너도 해 볼래?”

“아뇨. 저는 게임 안 좋아해요.”

“신경 쓰지 말고 넌 가서 책이나 봐.”

“이러다가 커피숍 망하는 거 아니에요?”

정미나는 장사가 잘 안 되니까 항상 커피숍 망할까 봐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

뒤를 돌아가려는 미나를 불렀다.

“미나야! 출출하지 않니?”

“별로요.”

“우리 자장면 시켜 먹을까?”

날 째려보았다.

“지금 제정신이세요?”

강성중만 있었으면 무조건 오케이인데.

* * *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출근해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웬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들어왔다.

주문하지 않고 잠시 커피숍을 둘러보더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날 찾아온 건가?

“안녕하세요?”

누구지? 가만히 있자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아! 누군지 알겠다. 황규천 어르신을 찾아갔을 때 옆에 있던 여자였다.

그때도 예뻤는데 꾸미니까 훨씬 더 예쁘네. 무슨 일로 왔지? 어르신 심부름 왔나?

“어떻게 오셨어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내 앞에 앉았다.

“정식으로 인사할게요. 황규희예요.”

황 씨면 설마?

“어르신과 어떤 관계인가요?”

“손녀예요.”

아! 비서인 줄 알았는데 손녀였다고?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는 왜?”

“제가 오면 안 되나요?”

“그건 아니지만.”

“궁금해서 놀러 왔어요.”

강성중이 다가와 커피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맛있게 드십시오.”

황규희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커피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커피 맛이 특이한 게 맛이 좋네요.”

무슨 꿍꿍이인가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진짜로 궁금해서 놀러 왔는지 커피숍 안을 다시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서 일하는가 보네요.”

내가 커피숍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정도면 그것도 알고 왔을 텐데 모른 척하기는?

“네.”

“보기에 커피숍이라기보다는 컴퓨터 카페 같네요. 혼자서 일하는 게 아닌가 보네요.”

“네.”

“여기서 일하면 일은 잘되나요?”

“그럭저럭요.”

“자주 놀러 와도 되나요?”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것 같은데. 오늘도 자기 마음대로 왔으면서 뭘 물어?

“바쁘지 않으세요?”

“저 지금 방학이거든요. 한가해요.”

대학생인가 보구나.

“개강해도 4학년이라 특별히 할 게 없어요.”

“취업해야 하지 않나요?”

“아빠가 할아버지 일을 물려받기를 싫어해서 제가 대신 물려받으려고요. 그래서 할아버지 옆에서 일 배우고 있어요. 전 이 일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젊은 여자가 사채업이 적성에 맞다니 특이한 여자네. 마음이 독해야 할 수 있을 텐데.

“아빠는 뭐하는데요?”

“아빠는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인데 대단하네요.”

“그래서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가 봐요.”

이 여자도 이주희 대표 같은 과인가 보네. 딱 봐도 야망이 커 보였다. 이런 여자들은 보통 남자들은 감당하기 힘든데.

“능력이 있다면 남자, 여자가 소용없겠죠.”

“역시 진민재 씨는 생각이 다르네요. 진민재 씨라고 부르니 좀 어색하네요. 제가 23이라 나이 차도 별로 안 날 것 같은데 오빠라고 불러도 되나요?”

“편한 대로 하세요.”

“네. 오빠! 오빠도 말 편하게 하세요. 아! 저도 말 편하게 해도 될까요?”

왠지 점점 저 여자에게 말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미녀가 이러는데 들어주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을까? 이래서 옛말에 여자를 조심하고 멀리하라는 말이 나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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