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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71화 (71/261)

71화

그렇게 대학 시절 아웃사이더였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신상철 옆자리로 옮기고 소주와 안주들까지 옮겼다.

“이것도 인연인 것 같은데 한잔하시죠.”

“네.”

신상철 잔에 소주를 따라주고 내 잔에도 소주를 따랐다.

“마시죠.”

“네.”

서로 소주잔을 입에 가져갔다.

잔을 내려놓고 오징어를 초고추장 찍어 먹었다.

“저는 게임을 개발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게임 개발자를 보면 신기하더라고요. 게임 개발은 게임을 좋아해야만 가능할 것 같아요. 정말 그런가요?”

“네.”

아직은 내가 서먹한지 단답형으로만 대답하였다.

학교 시절 경험으로 보면 여기서 기분 나빠하거나 내가 계속 말을 건네지 않으면 나를 피한다.

또 아직은 서로 친하지 않았기에 긴 대답을 원해서도 안 된다. 얼굴을 익혀야 긴말이 나온다. 참 힘들다. 이러니 친구가 없지.

“지금 당장이라도 개발한 게임을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으니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다음에 보여 줄 수 있나요?”

“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네요. 전 진민재이고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신상철입니다.”

“나이가 비슷한 거 같은데 몇 살인가요?”

“26살입니다.”

“제가 25살인데 그건 미국 나이이고 한국 나이로는 26살이에요. 동갑이네요. 와 이것도 인연인가요? 나이도 같고 같은 프로그래머이고 서로 게임에 관심이 있고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다 알게 되고 이건 우연이라기보다는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네요. 제가 포장마차에는 잘 안 오는데 이상하게 배가 고파서 들어온 거거든요. 정말 운명 같지 않아요?”

“그런 거 같습니다.”

“기념으로 한잔 더 하시죠.”

“네.”

잔에 소주를 따르고 마셨다.

“혹시 회사를 옮기고 싶은 생각이 없으신가요?”

“…….”

대답이 없었다.

“사실 우리 오션에서 투자하여 새로운 사이트를 하나 만들려고 해요. 처음에는 종합 포털 사이트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게임 사업이 유망할 것 같아 향후에는 전문적인 게임 회사로 방향을 전환할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실력 있는 게임 개발자를 구해 투자하려는 거예요. 게임 개발 실력이 있다면 잘 생각해 보세요.”

“전문적인 게임 회사로 전환한다는 겁니까?”

“네. 기존 종합 포털 사이트는 그대로 운영하면서 전문적인 게임만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에요. 아주 기막힌 게임 아이디어도 있는데 그걸 개발할 실력자를 구하지 못했어요.”

“게임 개발자는 많지 않습니까?”

“그렇죠. 아주 많죠. 하지만 현재 우리가 기획하는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에요. 대작 게임이거든요. 지금 출시되는 게임들이 단편 드라마라면 우리 게임은 대하 드라마이며 영화로 따지면 스펙터클한 영화이거든요. 그렇기에 그걸 감당하려면 실력 있는 개발자여야 하거든요.”

얼굴을 보니 무척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게임이 어떻게 대하 드라마가 됩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스타크래프트라도 출시되었다면 예를 들어 설명하겠는데 아직 출시가 안 되었으니.

“제가 보기에 지금 게임들은 사실 국민 학생들이 하는 수준이에요. 스토리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게임은 스토리가 있거든요. 우리 게임에 비교하면 한마디로 수준 차이가 난다는 거죠. 지금 이 자리에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고 나중에 기회 되면 그때 설명할게요.”

일단 신상철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하였다. 너무 질퍽하게 매달리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기에 여기서 그만두자.

지갑에서 오션 코리아 명함을 꺼내 건넸다.

“관심 있으면 연락 주세요. 너무 늦게 연락 주면 기회를 놓칠 수가 있어요. 제가 사무실에 없는 경우가 많으니 핸드폰으로 연락 주시고요.”

내가 준 명함을 바라보다가 대답하였다.

“알겠습니다.”

이제 가야겠다.

“전 그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또 봤으면 하네요.”

“네.”

계산을 하고 포장마차에서 나왔다.

표정을 보니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연락 올 것 같았다. 난 할 만큼 다 했으니 연락 오지 않아도 후회는 없다.

팔자에도 없는 연기도 다 하고. 잘했나 모르겠네. 아니야. 연기자 뺨치게 잘했어. 이참에 나도 연기자로 데뷔해 봐?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계획도 없던 게임 회사를 졸지에 세우게 되었다.

아무려면 어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지. 게임도 앞으로 유망하니 잘 키우면 되지.

상철아! 전화할 거면 일찍 해라. 사람 애태우지 말고.

* * *

포장마차를 나온 신상철은 집으로 돌아와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가 자신이 오션의 개발자라고 하였다.

오션 개발자가 왜 포장마차에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자신에게 스카우트 제안한 것도 수상하였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오션에서 진민재를 검색하였다.

검색 목록을 보다가 미국 신문 기사가 있어 클릭하였다. 그 기사가 진민재 인터뷰 기사였는데 진민재 사진을 보고 놀랐다.

‘헉! 진짜 진민재였다고?’

사기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까 말한 이야기들이 다 사실이라는 말인데. 갑자기 호기심이 일었다. 지원해볼까?

사실 자신의 성격이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국민학교 때는 안 그랬는데 중학교 때 안 좋은 일을 겪은 후부터는 남들과 어울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공부만 하였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임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학 전공도 컴퓨터를 선택하였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팀원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조만간에 게임과는 별개인 다른 부서로 발령 난다고 한다.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라는 의미이고 회사에 다닐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자신도 팀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 일이 틀어졌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에 오늘 잘 마시지 않던 술 한잔하려고 포장마차에 들렀는데 우연히 진민재를 만나게 되었다.

어쩌면 이건 자신에게 하늘이 기회를 내려준 것 같았다.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상하게도 진민재를 오늘 처음 봤지만, 전혀 낯설지가 않았고 대화하는데도 위화감이 전혀 없어 편하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다른 회사에 가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텐데 그럴 바에는 진민재에게 가는 것이 자신에게는 최고의 선택 같았다.

진민재가 준 명함을 꺼내 보았다.

* * *

평안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한메일닷 투자 건도 염중섭이 마무리하였다. 이로써 한메일닷 지분 33%를 확보하게 되었다.

한메일닷도 오션의 투자를 받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오션까지 사용하게 되어 이득이면 이득이지 손해는 아니었다.

오션도 한국의 토종 종합 포털 사이트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어 이득이라 서로 윈윈하는 거래였다.

오늘도 커피를 마시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민재입니다.”

(저 신상철입니다. 기억하십니까?)

왜 전화가 안 오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왔다. 왜 꾸물거렸냐? 빨리하지.

“기억하고 말고요.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지금 회사에 사직서 내고 나와 공중전화에서 전화하는 겁니다. 그 제안 아직도 유효한 겁니까?)

“그럼요. 한번 볼까요?”

(제가 지금 오션으로 찾아가도 됩니까?)

시계를 보았다. 11시 10분이었다.

이곳으로 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의심할 수 있기에 처음에는 오션에서 만나는 것이 좋았다. 그다음부터는 이곳으로 오라고 해야지.

그게 신상철에게는 더 편할 수도 있었다.

“지금 말고 오후 2시쯤 어떠십니까?”

(알겠습니다. 2시까지 가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었다.

오늘 오션에 가려면 점심은 좀 일찍 먹어야겠네.

“성중아 밥 먹으러 가자.”

“네? 벌써요?”

“너도 아침 안 먹고 오잖아? 배고프다.”

“알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션으로 향하였다.

내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이주희 과장이 들어왔다.

“고문님! 손님이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주세요. 그리고 차도 좀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이주희 과장이 나가고 신상철이 두리번거리며 들어왔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네요.”

“안녕하십니까?”

“앉으세요.”

“네.”

소파에 앉았다.

“사직서 내셨다고요? 다우 정보통신 좋은 회사 같던데요.”

“좋은 회사가 맞기는 합니다만 저하고는 맞지 않고 고문님이 말씀하신 게임 회사에 더 마음이 끌려 고민 끝에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 오늘은 말을 많이 하네.

사직서 내기 전에 나한테 먼저 연락하고 유효한지 확인한 후에 사직서를 내는 것이 순서일 텐데.

아마도 오늘 부서 발령을 받아 즉흥적으로 낸 거 같았다. 그 사실을 들먹일 필요는 없겠지.

“조금 늦었으면 기회가 없을 뻔했습니다. 운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늦게 연락해서 죄송합니다. 하던 일이 있어서 마무리하느라 그랬습니다.”

“저 책임감 있는 분을 좋아합니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마무리는 깨끗이 끝내는 것이 좋죠.”

“제가 뭘 해야 하는 겁니까?”

그때 이주희 과장이 들어와 차를 놓고 나갔다.

“시간 많습니다. 차부터 마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차를 마시는 신상철을 가만히 보니 오늘은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회사를 그만둔 충격 때문에 바뀌려고 노력하는 건가?

나로서는 좋은 변화였다.

“대학교 다닐 때도 게임을 좋아했던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게임 쪽도 앞으로 많이 유망할 겁니다.”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잠시 사담을 나누었다. 이제 일 이야기를 해야겠다.

“우리 오션에서는 유망한 벤처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도 한메일닷에 투자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신상철 씨는 능력도 있는 것 같으니 직접 벤처 기업을 설립하시고 우리 오션에서 투자하는 형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상철은 자기가 어떤지 잘 알기에 회사에 취직하여 남 눈치 보며 일하기보다는 1인 회사라도 자신이 벤처 기업을 설립하여 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러 번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여유롭지 못하여 언감생심이었고 당장 자신의 수입이 없으면 집안이 어려워져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자신도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었다.

“벤처 창업 좋기는 하지만 제가 창업할 자본이 없습니다.”

“자본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네? 어떻게 말입니까?”

“우리 오션에서 창업 비용을 전부 투자할 거니까요. 다만 투자를 전액 하는 것이고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만큼 그에 따른 합당한 지위를 가져야 할 겁니다. 지분을 오션이 90%를 소유할 겁니다. 신상철 씨는 투자 자본 하나도 없이 시작해도 지분 10%를 소유하게 되는 겁니다. 그 정도면 신상철 씨 입장에서 손해는 절대 아니고 이득일 겁니다.”

신상철은 조건이 자신이게 너무 좋아 사기인가? 순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오션이 사기 칠 이유도 기업도 아니고 자신에게 사기 쳐 봤자 나올 돈도 없었다. 결론은 사기는 아니었다. 그럼 왜?

“저에게 이렇게 해 주는 이유가 뭡니까?”

“우린 신상철 씨 실력에 투자하는 겁니다. 우리가 신상철 씨 실력을 잘못 보았다면 투자 실패로 손해를 보는 것이고 제대로 보았다면 많은 이익을 얻게 되는 겁니다. 원래 벤처 투자는 모험입니다. 10개 투자해서 2개만 성공해도 남는 투자이니까요.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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