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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홀로서기-62화 (62/261)

62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사장님이 오션의 개발자라니? 어제는 손정우 회장과 볼 게이트와 함께 대통령 당선인까지 만날 정도로 거물이었다.

자신도 오션을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사장 이름이 진민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동명이인일 거로 생각했지 실제 본인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다.

갑부이니 장사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거였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근데 뭐가 아쉬워 여기에서 커피숍을 하는 거지?

젊은 나이에 갑부가 되었으면 자신은 인생을 즐기며 지낼 텐데. 갑자기 사장이 거인같이 크게 보였다.

보던 신문을 가지고 사장 옆으로 갔다.

“사장님!”

사장이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는데 순간 머리에서 광채가 빛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여기 신문에 난 기사 사장님 맞으시죠?”

“너 여기서 알바하는 거 좋지?”

“네. 시급도 다른 곳보다 많고 일도 편해서 좋습니다.”

“계속하고 싶지?”

“네.”

“그럼 비밀 지켜. 네가 말하는 순간 여기 커피숍은 폭발해 날아갈 테니까. 그럼 너도 좋은 알바 자리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는 거야. 알겠지?”

순간 그저께 기자에게 연락하지 않고 쓴 글도 삭제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절대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믿을게. 가서 일 봐.”

힘차게 대답하였다.

“네. 근데 사장님! 왜 한국에 들어오신 거고 커피숍은 왜 하시는 겁니까?”

“한국에는 할 일이 있어서 들어온 거고 커피숍은 내가 일하는 곳이야. 나 매일 일하는 거 봤잖아?”

“일은 사무실 얻어서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혼자 있어야 하잖아. 난 여기서 일하는 게 더 편하고 잘되거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으러 갈까?”

“저야 사장님이 사주신 거라 아무거나 상관이 없습니다.”

“오늘은 부대찌개 먹으러 갈까?”

“좋습니다.”

* * *

“고문님! 안녕하십니까?”

점심을 먹고 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염중섭이었다.

“안녕하세요? 회사 정리는 끝난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어제자로 퇴직했습니다.”

“잘됐네요. 앉아서 이야기해요.”

“네.”

옆 테이블에 있는 의자를 끌어와 앉는 염중섭이었다.

“커피 마실래요?”

“제가 주문해서 마시겠습니다.”

“괜찮아요. 손님인데 대접해야죠.”

앉은 상태로 알바생을 불렀다.

“미나야!”

“네. 사장님!”

알바생 정미나는 얼굴도 예쁘지만, 목소리도 아기같이 귀여웠다.

“여긴 바닐라라떼 하나만 갖다 줄래?”

“네. 알았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제가 무엇부터 해야 합니까?”

“할 게 많아요.”

“각오하고 있습니다.”

“먼저 오션 한국 법인설립도 해야 하고 사무실도 얻어야 하고 직원도 모집해야 해요.”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 겁니까?”

“며칠 전에 확인한 바로는 한국 오션 일일 페이지뷰 수가 200만을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200만 페이지 뷰이지만 몇 개월 안에 1,000만도 넘을 거예요. 그 규모에 맞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내 말에 놀라는 얼굴이었다.

“벌써 그 정도입니까? 제가 알기로 기존 토종 심마니는 하루 페이지 뷰가 40만인데 서비스 시작한 지 4개월도 안 되어 앞질렀다는 말이 아닙니까?”

“심마니는 한 달도 안 되어 앞질렀다고 해요. 지금 심마니 일일 페이지 뷰는 2만 정도라고 해요. 오션 때문에 완전히 죽었어요.”

“그럴 만도 합니다. 소프트 뱅코에서도 전부 오션만 사용할 정도니까요.”

“그렇죠. 이제 오션 한국 법인 CEO가 되었는데 어떤 경영철학으로 경영하실 계획인가요?”

“이런 말 드리기 민망하지만 제가 꿈이 참 많습니다. 먼저 제가 소프트 뱅코를 다녔기에 그곳의 문화와 인터넷 최첨단을 걷는 오션의 벤처 정신, 철학, 비전을 모두 결합하여 오션 코리아의 것으로 만들 겁니다. 제가 처음 직장이 종합상사라 해외에 많이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해외에 살면서 국제화 마인드를 많이 키운 것 같고, 저 자신도 무척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당시엔 전혀 몰랐는데 한국에 돌아와 살다 보니 제가 완전히 바뀌어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렇듯 저는 선진국 외국처럼 한국에서도 기본을 지키고 원칙대로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국 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지만, 원칙대로 하는 기업은 한 곳도 보지 못했습니다. 분식 회계하지 않는 곳이 없었고 공무원을 상대할 때도 뇌물을 줘야 하고 편법이 동원되고 밝힐 수 없는 기밀비가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하지 않고 투명하게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 기업들에게 반드시 보여 주고 싶습니다. 이는 오션이 외국 기업이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염중섭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아직은 정치가 후진국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앞으로 점차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갈 길이 멀었다.

난 염중섭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의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초심 잊지 말고 열심히 하세요. 저도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드릴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드리면 혹시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고민했었는데 역시 고문님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부터라도 깨끗한 사회, 깨끗한 경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볼게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한번 보십시오. 그동안 제가 구상한 오션의 모습입니다.”

자료를 받아 보았다.

현재 오션은 사이트에 아무것도 없고 검색 창만 있는데 서류에는 종합 포털 사이트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기존 오션과는 색다른 모습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인터넷 세상에서 가장 큰 고객은 유저입니다. 유저는 언제든지 사이트를 떠나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오션이 월등하기에 수많은 유저들이 키워드를 검색하러 오션 사이트를 방문하지만, 검색이 끝나면 바로 썰물같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검색을 끝내도 나가지 않고 사이트에 더 머물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저번에 인터뷰할 때 말씀드린 쉽고, 재미있고, 편하고, 유익한 환경,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오션 사이트에 적용하고 싶습니다. 물론 타 국가의 오션과는 다른 형태이기는 하지만 저는 한국 오션만의 오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시면 열심히 하여 보답하겠습니다.”

나도 한국은 이렇게 진행하려고 했었는데 굳이 내가 말할 필요도 없겠다.

나중에 한국에서 성공한다면 이걸 근거로 다른 국가들도 이런 식으로 개편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하면 그만큼 페이지 뷰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기존처럼 검색만 할 수 있는 사이트도 두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었다.

“알았어요. 염 대표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한다는데 방해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제가 오션에 들어온 것이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은 저한테 보고해 주세요. 근데 여기까지 오시려면 힘들지 않겠어요?”

미소를 지었다.

“제가 말씀을 안 드렸는데 제집이 분당이라 더 좋습니다.”

“잘됐네요.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 들르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근데 사무실을 구하면 고문님은 사무실에 안 나오실 겁니까?”

“네. 여기가 제 사무실이거든요. 가끔은 한 번씩 갈 테니까 제 방은 작게 하나 만들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그만 가 보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염중섭이 가자 정미나가 다가와 얼굴을 찡그린 채 말하였다.

“사장님!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공짜로 커피 주시면 어떡해요? 땅 파서 장사하시는 것이 아니잖아요? 월세도 내야 하고 우리 알바비도 줘야 하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돈 주고 사 마시라고 하세요.”

찡그린 얼굴이 귀여웠다.

누가 사장이고 알바인지 모르겠다.

정미나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집안이 IMF로 어려워져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강성중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였고 신문을 전혀 안 보기에 내 정체를 전혀 모르니 이러는 거다.

강성중도 그전에는 정하나처럼 걱정하였는데 지금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내 정체를 말해 줄 수도 있지만 말하면 어디 가서 내 이야기를 할 것이 분명하였기에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걱정돼?”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사장님은 망할까 걱정 안 되세요? 큰 기업도 하루아침에 망하는데 작은 커피숍 망하는 곳은 순식간이에요.”

“걱정하지 마. 난 돈 많아. 망할 일 없어.”

“돈이 많아도 지금은 헛되게 사용할 때가 아니잖아요. 한 푼이라도 아껴야죠.”

“알았어. 가서 일해.”

“손님이 있어야 일을 하죠.”

“그럼 가서 앉아 있든가. 나 일해야 해.”

“알았어요.”

우리 커피숍에 시어머니 한 명이 생긴 것 같았다.

* * *

진성 그룹 진동훈 회장은 서재에 앉아 신문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민재 이놈이 미국에서 오션을 개발해 사람을 놀라게 하더니만 이번에는 소프트 뱅코 손정우 회장과 MSS 볼 게이트와 함께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놀라게 하였다.

기사를 보니 세 사람이 서로 잘 아는 것 같은데 어느새 민재가 거물이 되어 저 높이 올라가 있었다.

사람 팔자 알 수 없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의 집에서 눈치 보며 살던 놈이었는데 어느새 놈은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 있었다.

언제 한국이 들어왔지? 지금 한국에 있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나?

손정우 회장은 며칠 더 머물고 볼 게이트는 그날 저녁에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기사가 있었지만, 민재에 대한 말은 없었다.

괘씸한 놈! 한국에 왔으면 어른한테 인사를 해야지. 화가 치밀어 오는데 문이 열리며 부인인 전미정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여길 다 오게.”

“당신 신문 봤어?”

“민재 기사 말이야?”

“그래. 난 기사 보고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세계적인 거물들과 함께하고 대통령 당선인을 만날 수 있는 거야?”

“나도 모르지.”

소파에 앉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였다.

“민재가 그렇게 변할지 누가 알았겠어.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된 거네.”

남편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물었다.

“민재가 개발했다는 그 프로그램이 대단한 거야?”

“알아보니 대단하기는 한가 봐.”

전미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민재를 보내는 것이 아니었는데.”

“다 지나간 일 생각해서 뭐해?”

“걔 상장해서 돈도 많다며? 그럼 우리를 도와줄 수도 있지 않아? 당신이 한번 연락해 봐.”

“연락처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

“미국 오션에 연락하면 되지 않아?”

“연락하며 받을까? 아버지 장례 끝나고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는데.”

“당신은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당신이 하라고 시킨 거잖아.”

“그건 속마음이 아니었다고 말하면 되지 않아?”

“믿을까? 여태 당한 것이 있는데 나라도 믿지 않겠다.”

남편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쓰다가 하소연하듯 입을 열었다.

“사실 민재가 큰 거 우리 도움이 있어서 가능한 거였잖아. 우리가 70억 원을 주지 않았으면 민재가 성공이나 했겠어? 우리가 준 돈으로 편하게 개발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우리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학비 버느라 아르바이트만 했을 거잖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놈이 그걸 알겠어? 자기 잘나서 성공한 줄 알겠지.”

“민재 미국으로 돌아갔을까? 아직 한국에 있지 않나?”

“나도 모르지. 서영이하고는 관계가 좋으니 혹시 연락했을 수도 있을 거야. 당신이 서영이한테 물어봐.”

“방금 물어보고 오는 길이야. 연락 온 적이 없대.”

진동훈이 갑자기 짜증을 내었다.

“동민이 그놈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 또 술 먹고 사고 치면 가만 안 둔다고 해.”

“여기서 왜 동민이가 나와?”

“너무 비교되니까 그러는 거잖아. 민재 그놈은 저렇게 훨훨 나는데 동민이 이놈은 술 먹고 싸움이나 하고 지가 아직도 고등학생인 줄 알아. 민재의 반만이라도 닮아 봐. 내가 이러나?”

“당신 아들이야. 동민이 욕해 봤자 당신 얼굴에 침 뱉기야. 그것보다 민재 연락할 방법이나 생각해. 진성 건설하고 진성 어패럴 부도 안 맞으려면.”

부인이 일어나 나가자 진동훈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쿵.’ 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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