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봐도 진짜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저한테 이런 좋은 제안하신 것에 무척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리암 인베스트에서는 오션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시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미국에서 수십 년 살다 보니 느낀 것이 있었다.
미국이 아무리 자유의 땅이니 기회의 땅이니 해도 차별과 보이지 않는 벽과 시기와 질투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오션이 아무리 뛰어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동양인인 내가 그것도 어린 대학원생이고 아는 인맥도 없이 홀로 미국 땅에서 성공하기는 힘들었다.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면 미국 정부에서 보호해주겠지만 인터넷 검색 프로그램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사실 투자를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투자받으면 손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내가 투자를 받으려고 하는 이런 이유가 있기에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정 안되면 노카아 주식을 팔아 사업 자금을 마련해도 되고 아니면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적당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해서 자금을 모을 수도 있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독식하기보다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큰 투자 회사에서 투자받아 투자사를 등에 업고 사업을 하기 위함이었다.
독불 장군식보다는 미국 땅에서 사업해서 성공하려면 하나 정도는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였다.
오션이 뛰어나다는 것은 나만이 아는 것이고 투자사들은 진정한 오션의 가치를 모른다.
내가 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그들 입장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투자 상품 중의 하나이다,
그렇기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하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에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였다.
그 기준을 야호에서 찾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작년에 야호가 얼마를 투자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전 생에서는 창업자 두 사람은 각각 지분 30%씩 가졌고 총투자금 2500만 달러에 지분 40%에 투자받았다.
난 야호를 기준으로 더 나은 투자 조건을 받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었다.
그렇다고 야호처럼 지분 40%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최대 지분 10%를 넘기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제가 하나 묻죠. 리암 인베스트에서는 왜 오션에 투자하시려는 겁니까?”
“그거야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겁니다.
앞으로 다가올 21세기에는 IT 산업이 세계를 주도할 것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라 유망할 거라는 판단입니다.”
“그러면 현재 가장 유망한 IT 투자는 뭘까요?”
“현재로서는 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뉴욕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닙니까?”
“단순히 유망하다고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겠죠. 오션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오션 사이트에 방문자가 많아지면 여러모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본구조가 성립되는 겁니다.
원래 길거리 상권도 유동 인구가 많아야 성공하듯이 인터넷 사이트도 방문 수가 많아야 성공한다고 봅니다.
일단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광고 수입입니다. 방문 수가 많으면 각 기업에서 광고를 많이 할 겁니다.
그 외 다른 수익 창출 문제는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골의 수입원을 보자면 구골 서비스가 대략 90% 가 넘으며 그 안에서 검색 광고가 60%, 너튜브가 11%, 네트워크 광고가 12%, 그 외 서비스가 있었다.
그만큼 광고 비중이 컸기에 쉐리던 이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광고 수익 방식은 전혀 다르다.
“맞습니다. 광고 수익이 가장 클 겁니다. 광고 수익을 많이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광고 수익을 많이 올려야 제가 말한 가치가 증명되는 것이겠죠.
지금 전 세계의 포털 사이트는 주인 없는 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그 땅에 오션이라는 깃발을 꽂아 선점하여 점유율을 높여야 합니다.
포털 사이트가 있는 국가도 있겠지만 없는 국가들도 있고, 있다 해도 성능 면에서 오션과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이는 이미 미국에서 증명된 것을 잘 아실 겁니다.
또한, 앞으로 20년 동안은 오션을 능가하는 검색 엔진이 나오기도 힘들 겁니다.
그런 독보적인 오션의 가치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무한할 겁니다. 제가 말한 가치로는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오션을 높이 평가하기는 하지만 너무 자신만만 하는 것이 아닙니까?
20년 동안 오션을 능가하는 검색 엔진이 나오기도 힘들다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 같습니다.
앞일은 누구도 모르는 겁니다. 야호가 오션에 빠르게 밀릴지 그 당시에는 누구도 몰랐을 겁니다.
야호 같은 경우를 오션이 겪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인데. 믿기 힘들겠지.
“아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MSS에서 오션을 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것을 제가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것을 거절했다고요? 왜입니까? 차라리 매각하는 것이 더 좋지 않습니까?”
“그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초창기라 아직 오션의 가치를 모르겠지만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될 겁니다.
초창기의 가치가 10억 달러라고 판단한 MSS의 뜻을 잘 생각해보시고 다시 한번 투자 조건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사님이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21세기에는 IT 산업이 선도 산업이 될 것이고 그중에 오션이 선두 기업이자 다른 IT 기업이 쳐다보지 못할 독보적인 기업이 될 겁니다.
즉 분야는 다르겠지만 MSS 같은 기업이 된다는 겁니다. 이래도 가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내 말이 조금 먹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우리보고 다시 판단하라고 하니 좀 당혹스럽습니다.”
“리암 인베스트가 오션의 가치를 진정으로 판단해주길 바라는 제 뜻입니다. 다시 잘 판단하시고 투자 조건을 다시 제안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에디 쉐리던 이사가 갔다.
자기들 나름대로 신경 써서 좋은 조건으로 투자 제안을 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내 조건에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나름대로 신경을 써주었지만 지금 조건보다는 더 나은 조건을 받고 싶었다.
내일도 큰 투자 회사인 HK 인베스트먼트를 만나기로 했고 앞으로 몇 곳을 더 만나보고 향후 어떻게 할지 판단하자.
오늘 운수 좋은 날인데 투자 건도 잘 풀렸으면 진짜 금상첨화였을 텐데 뭔가 씁쓸하네.
진민재와 헤어진 에디 쉐리던 이사는 황당해서 할 말을 잃은 채 걸어가고 있었다.
역시나 전화 통화할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천재들은 하나같이 다 미친놈들인가?
머리도 좋으면서 어떻게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까? 오션이 인기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오션을 제시한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해달라니?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사장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핸드폰을 들었다.
(사장님! 에디 쉐리던입니다.)
(그래! 개발자는 만났어?)
(네. 방금 헤어지고 전화 드리는 겁니다.)
(투자 제안서 보고 좋아하지?)
그게 아닌데.
(사장님! 제가 괴짜라 협상이 힘들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이가 없어서 지금도 황당할 뿐입니다.
제시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시 조건을 제시해 달라고 합니다.)
(뭐라고? 지금 농담하는 거지?)
역시나 사장도 놀랐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개발자가 말하기를..........)
나누었던 대화를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다시 투자 조건을 제시하겠다고 하고 헤어진 겁니다. 아쉽지만 이번 투자는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침묵이 지나갔다.
(황당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해. MSS에서 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투자 가치로는 충분해.
너무 성급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어.
일단 전문가들에게 다시 한번 오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겠다 싶어. 그냥 오지 말고 간 김에 스탠퍼드 교수님들 만나서 의견을 들어보고 와.
여기서도 알아볼 테니까.)
(자기 제자 일이라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나중에 판단할 문제이고 일단은 자문받고 근처에 있는 UC버클리 대학도 찾아가서 자문받아 봐.
두 학교가 라이벌 관계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
HK 인베스트먼트하고는 집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도리프 이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민재입니다. 앉으시죠.”
“그러지요.”
자리에 앉았다.
“오션의 개발자가 코앞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진작 알았다면 일찍 연락드렸을 겁니다.”
“제가 미국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핀란드 국적입니까?”
“아닙니다. 한국 출신입니다.”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저의 아버님께서 6·25 때 참전했었습니다. 이런 인연이 다 있다니 오늘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습니다.”
“아버님께 진심으로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께서 하늘에서 좋아하실 겁니다.”
“혹시 그때 전사하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몇 년 전에 병으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생전에 한국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왠지 한국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한 것은 감사한 거고 투자 이야기는 별개이다. 이제 본격적인 협상을 해볼까?
“이런 인연도 있고 하니 투자 협상이 잘 되었으면 합니다. 투자 조건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져온 투자 제안서를 나에게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보시면 만족하실 겁니다.”
투자 제안서를 읽어보았다.
일반적으로 나쁜 조건은 아니지만 리암 인베스트보다 더 조건이 안 좋았다. 이 정도면 내 요구 조건을 더 수용하기 힘들 텐데.
다 읽고 테이블에 내려놓자 기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투자 조건이 마음에 드십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제 리암 인베스트 이사분을 만났습니다. 리암 인베스트보다 조건이 더 안 좋아 실망입니다.
조정은 가능하십니까?”
도리프 이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리암 인베스트에서도 오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투자 제안을 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조건이 더 나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오션 투자는 저 멀리 날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정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야호에 투자했다가 크게 물려 사장이나 이사들이 오션 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이라 리암 인베스트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차라리 야호에 투자하지 말고 오션에 투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느 정도 조정은 가능하지만 큰 폭의 조정은 힘듭니다.”
“HK 인베스트먼트에서는 오션의 가치를 제대로 못 보시나 봅니다.”
“그건 아닙니다. 오션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난번에 야호에 투자하여 현재 여유가 부족해서 그럽니다.”
HK 인베스트먼트에서 야호에 투자를 했구나.
여유가 부족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 같고 야호가 오션에 밀리기에 그만큼 오션에 가치에 대해 잘 알지만 야호 같은 경우를 또 반복할까 봐 신중한 것 같았다.
이러면 HK 인베스트먼트는 더욱 가망이 없겠다. 다른 투자 회사에 기대해야겠다.
“아쉽네요.”
“거절하시지 말고 협상은 이루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원하시는 조건을 말씀해 주시면 제가 회사에 들어가 최대한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노력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금액에는 턱도 없다. 그렇기에 굳이 내 조건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저는 HK 인베스트먼트에서 얼마나 오션의 가치를 알아보고 평가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결과물이 투자 제안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조건을 말하는 것보다는 성의를 보고 싶습니다.
회사에 돌아가셔서 큰 폭의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일 겁니다. 그 이후에 협상을 이어나가는 것이 순리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서로 아쉬운 마음이겠지만 다음에는 좋은 인연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회사에 들어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리암 인베스트 사장실 안에는 스콧 가르시아 사장과 에디 쉐리던 이사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녀오느라 고생했어.”
“아닙니다. 만족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게 왜 자네 탓인가? 교수들은 만나봤어?”
“네. 그렇습니다. 먼저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 공학 교수들을 만나보았는데 하나같이 다들 칭송이 자자했습니다.
자기들은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진민재 학생이 개발한 오션은 아주 특이한 알고리즘을 사용했을 거로 추측한다고 합니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진민재 학생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구사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교수는 자기보다 이론과 실기 실력이 더 뛰어나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천재이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천재니까 그렇겠지. 그래서 오션의 가치가 크다는 거야?”
“교수들 말로는 자기들이 사용해보고 분석한 바로는 앞으로 이보다 더 뛰어난 검색 엔진이 한동안은 나오기 힘들 거라고 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성능의 검색 엔진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오션을 뛰어넘기는 힘들 거라고 했습니다.
검색 엔진 개발하기가 생각보다 힘들다고 합니다. 최소 10년은 오션의 독주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일단은 가치가 크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자기 학부 학생이라 더 그런 면도 있습니다.”
“그렇겠지. UC버클리대학 교수들은 뭐라고 해?”
“UC버클리대학 교수들도 스탠퍼드 교수들보다는 덜 하지만 뛰어난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인정했습니다.
어떤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검색 엔진 프로그램을 한때 개발했었는데 오션을 보면서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보다 나은 검색 엔진을 개발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개발자를 직접 만나 어떻게 오션을 개발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스콧 가르시아 사장은 쉐리던 이사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회사에서도 MIT 공대 교수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은 결과 교수들의 평가와 비슷하였다. 결론적으로 오션의 가치가 크기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회사에서도 알아본 결과도 비슷해.”
“저도 알아보면서 오션의 가치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저는 검색 프로그램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꽤 고난도의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개발자가 그토록 자신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분명 오션의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얼마를 투자할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교수나 전문가들 말처럼 향후 최소 10년 동안은 오션이 독점할 텐데 검색 엔진이 드문 인터넷 시장에서 선점 한다는 자체를 무시하기도 힘들어.
후발 주자가 이미 자리 잡은 선발 주자를 뛰어넘으려면 선발 주자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힘들다는 판단이야.
앞으로 인터넷 시장이 크게 성장할 텐데 충분한 투자 메리트가 있다는 말이지.”
쉐리던 이사가 물었다.
“투자 금액을 올리시겠다는 겁니까?”
“어쩌면 모험이겠지. 하지만 상대는 천재야. 모험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아직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하면 이사회에서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잘 설명하면 찬성할 수도 있어. 그건 내가 감당할 문제이고. 아니면 내 직권으로 투자해도 되고.
이상하게 느낌이 좋아. 어쩌면 거대 인터넷 왕국이 건설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지금까지 내 예감이 틀린 적이 없었거든.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야.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오션의 가치가 크다고는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가르시아 사장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잘 알아. 4000만 달러 어떨까? 그 이상은 나도 힘들어.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금액이며 내가 어찌해 볼 수는 있어.”
“4000만 달러면 이사회에서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명색이 투자 회사 CEO야.
4000만 달러면 모험이기는 하지만 내 직권으로 투자 못 할 것은 없어. 이사회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4000만 달러 같고 걸고넘어지지는 않아.
투자가 잘못되면 그땐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는 거지.”
“그래도 거절하면 어떻게 합니까?”
“거절하지는 않을 거야. 상대가 우리 회사만 만날까?
아마도 여러 투자 회사들을 만날 거야. 다른 투자 회사들이 우리처럼 4000만 달러를 제시했을 거라고 생각해?
아닐 거야. 투자를 아예 받을 생각이 없다면 최고 금액을 제시하는 우리와 손잡을 거야. 그러니 자네가 다시 가서 협상해.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그곳에 머물면서 될 때까지 협상해. 난 꼭 오션에 투자하고 싶어.
왠지 대박 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단 말이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