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의 홀로서기-31화 (31/261)

31화

“진!”

가방을 메고 나가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학부생 마크가 다가왔다.

“마크 왜?”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서 간단히 파티하려는 데 올래?”

“학부생들 다 오는 거야?”

“그건 아니고 간단히 하는 거라 몇 명만 참석할 거야.”

그 몇 명안에 내가 포함되는 거네. 내 존재감이 그만큼 커진 거겠지.

“오케이.”

“신나게 놀아 보자고.”

“좋지.”

내가 흔쾌히 대답하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 가는 마크였다.

학기가 시작된 지 30일 정도 지났지만 무난한 대학원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초창기에는 동양인이라 무시하고 깔봤지만 내가 오션의 개발자라는 것이 며칠 전에 알려지자 하루아침에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특별히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오션의 가치를 알아보고 내가 조만간에 기업을 설립하여 CEO가 될 거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자기들의 고용주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고 같은 업종에서 일할 텐데 나하고 굳이 나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제일 큰 무기이고 전부이니까. 이래서 사람은 출세해야 하는 거다.

인간관계부터 달라진다는 것을 제일 먼저 느낄 것이다.

스티브 애스틴 교수실로 향하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오게.”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앉게.”

“감사합니다.”

의자에 앉았다.

“학교생활은 어떤가?”

“좋습니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매키넨 그 친구에게 자네가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자네 실력을 확인하고부터는 내가 더 가르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매키넨이 자네에게 많이 배웠다는 소리가 뭔지 이제야 알 것 같아. 나도 자네에게 배워야 할 것 같아.”

학기 시작 후 학생들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내주었는데 그걸 내가 완벽하게 수행해 내었다.

이론과 실기를 모두 갖춘 나에게 대학원의 프로젝트는 식은 죽 먹기였다.

지금의 사고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여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자 다들 혀를 내두르며 교수들이 놀라워하였다.

핀란드에서 한 것처럼 초반에 내 실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어 나머지 시간 들을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였다.

내 의도의 결과물이 지금 스티브 애스틴 교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닙니다. 교수님들에게 배울 점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말이라도 고맙군. 그래 나에게 할 말이 뭔가?”

“저번에 말씀하신 투자자 건 때문입니다.”

“마음을 정했는가?”

“네. 고민 끝에 지금 상황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투자자들을 소개해 달라는 말인가?”

“소개도 좋지만, 만약 투자가 성사되지 않으면 교수님이나 저나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기에 소개보다는 오션이 투자자들을 찾는다는 소문을 내주셨으면 합니다.”

“내 입장이 난처해질 일은 없으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그래서 소문을 내어 투자자들이 찾아오게 할 생각인가?”

“네. 찾아오는 투자자들을 만나 제일 좋은 조건의 투자를 받을 생각입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경쟁이 치열할수록 자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겠지. 내가 보기에 오션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아 경쟁이 심할 거야.

내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션이 단연 화제 1순위야.

그러니 당연히 오션에 투자하고픈 투자자들이 꽤 많지만 오션의 주인을 몰라서 행동하지 않았을 뿐이지.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그걸 보고 있자니 입이 근질거려 참느라 혼났어.

이제 오션의 주인공이 스탠퍼드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것을 마음껏 말해도 되겠어.”

갑자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설화가 생각났다. 대나무 숲에 가서 외치기라고 하시지. 참으면 병이 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나 보네. 어쩌면 당연한 거지.

지금 이 시대에는 특별하게 이슈될 만한 IT 상품이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이전 생에서 야호가 큰 인기를 끌었고 열광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야호 대신 오션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말씀하셔도 되는데요.”

“아니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제자가 투자자들에게 시달릴 것을 뻔히 아는데 교수가 그럴 수는 없지.

교수는 학문을 가르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제자를 보호하는 부모 역할도 있는 거야.”

스승의 참 도리를 알고 실천하는 스승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있을까? 저런 스승들이 많다며 세상은 많이 달라졌을 텐데.

요즘 세상은 군사부일체가 무너진 세상이라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말해도 되니 편하게 소문 내줄게.”

“부탁드리겠습니다.”

2013년도인가? 스탠퍼드 대학 졸업생이 창업한 한 벤처 기업에 재학생 10여 명이 다니겠다며 휴학을 하겠다고 하자 총장을 비롯해 교수들이 학생을 말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그 회사에 후원까지 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스탠퍼드 대학은 스타트업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니 스티브 애스틴 교수님만 봐도 내가 학기 중에 창업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니 말이다.

교수실을 나와 교정 벤치 앉아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레베카 나 진이야. 잘 지냈어?)

(응. 학교생활은 어때?)

(그냥 그래. 저번에 말한 거 결정했어. 나 시민권 신청할게.)

(잘 생각했어. 그게 진한테 도움이 될 거야. 지금 학교야? 내가 학교로 갈까?)

(바쁜데 뭐하러 와? 내가 준비할 게 뭔지나 알려줘.)

(알았어. 저녁때쯤 필요한 서류 목록 전화로 알려줄게.)

(고마워. 신청하면 얼마나 걸릴까?)

(글쎄? 이민국에서 처리하는 거라 나도 정확히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통해서 신청하면 빠르게 처리해 줄 거야.

빠르면 한 달이고 늦어도 두 달 안에는 처리될 거야.)

되게 빠르네. 이전 생에서는 신청하고 시험 보고 시민권 받기까지 1년 정도 걸렸는데.

(알았어.)

한두 달 뒤면 시민권도 나올 테고 그동안 투자자들 결정하면 되겠다.

***

미국 월가의 큰 투자 회사 중 하나인 리암 인베스트 사장실 안에는 두 사람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장님! 실리콘밸리 지점에서 연락이 왔는데 오션이 투자자를 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를 마시다가 멈추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

“오션의 개발자가 핀란드에 있는 거 아니었어? 그래서 우리가 투자하려다가 포기한 거잖아.”

“네. 맞습니다. 근데 개발자가 이번에 스탠퍼드 대학원에 유학을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투자자를 구하는 겁니다.”

들고 있던 찻잔을 내리고 몸을 앞으로 세웠다.

“오! 그래? 이건 기회잖아?”

“네. 맞습니다. 오션이 야호보다 성능이 훨씬 좋고 계속 방문자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만한 투자처는 없습니다.

오션에 투자 제안을 하겠습니다.”

에디 쉐리던 이사의 입에서 야호가 나오자 스콧 가르시아 사장의 미간이 순간 일그러졌다.

지난 2월에 야호에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가 경쟁 투자 회사들에 밀려 쓴 고배를 마신 아픈 기억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야호 같은 일이 또 생겨서는 안 될 거야.”

“물론입니다. 저도 그때의 실패를 다시 경험하기 싫습니다. 그래도 실패한 것이 다행이지 않습니까?

야호에 투자한 HK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여러 투자 회사들이 야호의 점유율이 점점 떨어져 지금 골치를 썩이고 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기는 하지만 우린 경쟁에서 패배한 거야. 그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지.

패배는 한 번이면 충분해.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가 오션을 잡아야 해.”

사장의 굳은 얼굴을 보며 에디 쉐리던 이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잘 압니다. 하지만 오션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사들이 많아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 같습니다.

HK 인베스트먼트에서도 야호의 투자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올 거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HK 인베스트먼트에 밀리면 절대 안 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우리가 오션의 투자사가 되어야 해.”

“경쟁이 치열한 만큼 투자 이익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가르시아 사장이었다.

“자네는 오션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해?”

“글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앞으로 인터넷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가 힘들어 정확한 가치를 책정하기가 힘들다고 봅니다.

다만 발전 가능성은 아주 크다고 봅니다.”

긍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인터넷은 새로운 물결이고 새로운 세계이니까. 나도 정확히 추정하기가 힘들어.

이럴 땐 시장을 보면 상황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

지금 시장 상황을 보면 인터넷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고 인터넷 사이트도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나 단체, 개인 등 여러 목적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어.

이걸 보면 앞으로는 더할 것은 당연한 사실이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면 엄청난 수가 되겠지.

그럼 그 많은 사이트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그게 바로 오션이야.

오션은 원하는 것을 알려주는 전화번호 책 같은 존재이지. 아니면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대 같은 존재일 수도 있고.

그렇기에 앞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오션을 이용하게 될 거야. 사람이 많이 이용할수록 사업적으로 이용할 것이 많아지겠지.

난 오션의 미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봐. 앞으로 세상은 인터넷 세상이 될 거야. 그래서 야호에도 집착했던 것이고.

요즘 같이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오션은 아주 먹음직한 먹이야.”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드시 잡아야 해. 꼭 명심하게.”

***

볼 게이트는 새 버전 매출 현황보고서를 보고 있다가 비서 실장이 급하게 들어오자 의아한 듯 시선을 돌렸다.

“사장님!”

“급한 일이라도 있어?”

“제가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소문 하나를 들었는데 오션이 투자자들을 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매각 대신 사업으로 방향을 정했나 보네. 당연한 수순이겠지. 근데 투자자를 왜 미국에서 구해? 핀란드나 유럽에도 많을 텐데.”

“오션의 주인이 이번에 스탠퍼드 대학원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 같습니다.”

“현명한 선택이네. 미국에서 성공해야 진정한 성공일 테니까. 그 친구는 사업에 대해서도 머리가 잘 돌아 가.

그러니 더 오션의 주인을 보고 싶네.”

“연락해 볼까요?”

“아니야. 굳이 연락해서 볼 필요는 없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투자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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