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89화 (189/242)

189화.

과학 기술의 찬란한 발전과 동시에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거듭한 인류.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생태계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며 군림하고 있었지만, 그런 거대한 진보 속에도 아직 제대로 건들지조차 못하는 영역이 있었다.

지구라는 행성을 벗어나면 마주하는 말 그대로 무한한 허무와 공허만이 가득한 미지의 영역.

우주.

막대한 자금과 인력, 그리고 시간을 쏟아부으며 투자를 거듭하고 있었지만, 인간의 이해 범주를 아득히도 뛰어넘는 방대한 거리를 극복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 저 머나먼 방대한 우주 속에서 푸른색으로 빛나는 작은 점 하나를 보고 있자면, 이 티끌같이 작은 행성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과 역사가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

[ 우리 인류가 우주로 진출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고 탐사하기까지는 앞으로 갈 길이 멀고도 험합니다. 우리가 죽기 전까지는 절대 불가능할 테고……. 아무리 빨라 봐야 100년. 어쩌면 수 세기가 지나고도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

고작 달에 발자국 하나 남기고 금속으로 만들어진 몇 개의 기계를 화성에 보내고 우주로 쏘아 보낸 인공위성이 보내오는 신호를 받아 분석하는 것이 전부인 우주 개척의 현실.

정말 말 그대로 인류가 우주 진출과 행성 개척이라는 것은 구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를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아득히도 머나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현재 인류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바로 이 순간…….

인류가 가지고 있었던 그 생각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쿠우우우우우우우웅.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와의 경계선인 카르만 라인에서 부유하고 있는 우주선.

파이오니어.

매지컬 컴퍼니와 스페이스 S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우주선을 보며 전 세계는 경악했다.

[ 저……저게 도대체 뭡니까? ]

[ 아니, 그러니까 지금……. 멀린이 비밀리에 엘런 더스크와 함께 우주선을 개발했다……. 지금 이 소리입니까? ]

[ 이런 말도 안 되는……. 아니, 허……. 참……. ]

우주 로켓이나 항공 관련 전문가들도 도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 겉으로 보이는 외관만 봤을 때는 도무지 그 세부적인 제원이나 구동 방식이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전혀 규격 외의 우주선이었기에 이와 관련한 문의가 매지컬 컴퍼니를 향해서 그야말로 폭주했다.

“이번에 발표한 우주선과 관련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습니다. 차후에…….”

“아니, 아직 저희도 상부에서 전달받은 사항들이 없습니다. 적용된 기술과 관련해서 아직 저도 아는 것이 없어요.”

“여보세요? 네. 아니, 잠시만요. 여보세요.”

전화기란 전화기마다 마치 불이 난 것처럼 쉴 새 없이 울려 대고 있는 개판의 현장.

부장급조차도 수화기를 양손에 잡아 들고 응대할 정도로 전화를 끊으면 그 즉시 새로운 전화가 이어지는 상황이 온종일 연출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들의 궁금증은 그야말로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 도대체 저 파이오니어 프로젝트는 뭐 하는 거냐?

- 멀린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진짜 화성 가는 것임?

- 아! 답답해. 신규 사업인가 뭔가 그게 뭔지 정확히 밝히라고.

- 너무 궁금해서 그냥 직접 매지컬 컴퍼니 본사 찾아간다.

- 소액 주주라고 무시하냐! 주주들의 알 권리 보장하라!

매지컬 컴퍼니에 문의하라는 멀린과 말과 다르게 파이오니어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매지컬 컴퍼니의 직원들. 최고 수장인 아영조차도 다른 사람들에게 유창하게 설명할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에 구원 투수로 나선 것은 다름 아닌 스페이스 S의 엘런 더스크였다.

[ 반갑습니다. 친애하는 기자 여러분. 이번에 발표된 파이오니어 프로젝트의 핵심 개발사로 참여했던 스페이스 S의 CEO. 엘런입니다. ]

그 누구보다 남들 앞에 나서서 관심받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엘런 더스크.

그의 그런 특유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칠 리가 없었다.

[ 이번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는 최신예 우주탐사선. 파이오니어에 관한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일단 제가 먼저 가장 기본적인 제원을 설명해 드리도록 할 테니 질문하고 싶은 내용들은 제 발표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

그 누구도 숨도 쉬지 않고 눈에 불을 켜며 자기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초-집중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취재의 열기를 보이는 기자들에게 그는 처음으로 만천하에 파이오니어의 세부적인 제원과 구동 방식을 공개했다.

[ 기본적으로 파이오니어는 스페이스 S가 가지고 있던 로켓 공학 기술에 매지컬 컴퍼니……. 정확히 말하자면 멀린이 가진 마법적 지식이 융합된 최신예 다목적 우주 탐사선입니다. ]

[ 지금까지 우리 인류가 개발한 로켓들은 무척이나 비효율적이었습니다. 막대한 양의 고체 연료와 액체 연료를 이용해 만든 추진력으로 지구를 벗어나고 나면, 그 이후로는 얼마 남지 않은 연료와 태양광 발전을 통해 발생하는 아주 극소량의 에너지가 전부였죠. 그렇기에 기본적인 생명 유지 시설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덜어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식수조차도 오줌을 정수해서 다시 식수로 활용해야 할 정도였죠. ]

[ 하지만……. 마나를 에너지원으로 구동하는 이 파이오니어는 그런 기존의 우주선이 가진 기술적 한계를 모조리 극복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죠! ]

설명을 하는 자신이 더 신난다는 듯이 눈을 반짝거리고 있는 엘런 더스크.

그리고 그는 한참이나 이 파이오니어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 갔다.

[ 기본적으로 파이오니어에는 Class 6의 반중력(Anti-Gravity) 마법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해당 마법을 발동하면 질량을 0이나 다름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행성을 진입하거나 탈출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나 소비량이 다른 것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기존의 방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편이죠. ]

[ 게다가 Class 5의 방어막이 상시 유지되어 있어 우주 곳곳에 떠다니는 작고 미세한 파편들이나 소행성과의 충돌에도 안전합니다. 정확한 실험은 하지는 않았지만, 멀린의 말에 따르면 플레어와 같은 갑작스러운 태양풍과 방사선 노출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

[ 거기에 여러 복잡하고 방대한 대형 장비들을 대폭 제외하거나 절감하고 거기에 공간 확장 마법까지 적용한 덕분에 기존의 우주선들보다 수십 배는 더 쾌적하고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승무원들을 위한 여러 편의 시설들을 설치할 수 있었죠. 게다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지구와 똑같은 중력 속에서 승무원들에게 생기는 여러 무중력에 의한 부작용들도 예방할 수 있으니 장기간의 우주 생활도 가능하게 된 겁니다. ]

반중력. 방어막. 중력 제어. 공간 확장…….

듣고도 믿을 수가 없는 상상 속의 기술들이 모조리 적용된 우주탐사선 파이오니어.

그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기자들의 눈동자는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저것만 있으면……. 진짜 우주 진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우주 시대가 열리게 되겠군.”

“각국의 정부들도 난리가 나겠어…….”

단순히 과학적인 획기적인 발견이나 발명 정도로 끝난 일이 아니라 전 세계의 국제정치와 역학 관계를 완전히 뒤엎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사건.

인류사에 거대한 한 획을 그으며 영원히 기록되고도 남을 사건인 이 기자회견에 앉아 있는 기자들은 저마다 오묘하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엘런 더스크의 발표를 듣고 있었다.

[ ……. 이 정도면 파이오니어와 관련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한 것 같군요. 조금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수치가 나와 있는 제원의 경우에는 매지컬 컴퍼니와 조금 더 세부적인 논의를 하고 나중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질문을 받아 볼까요? ]

기자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던 순간.

Q&A 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들이 사방에서 일제히 손을 들었고, 그때부터 엘런은 청문회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속에서 쏟아지는 날카로운 기자들의 질문에 숨 쉴 틈도 없이 계속해서 답변을 이어 가야만 했다.

[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어느 정부 기관과의 접촉도 없었습니다. 미국 정부도 자체적으로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멀린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그 어떠한 외부 투자도 받지 않고 추진된 매지컬 컴퍼니와 스페이스 S의 독자적인 개발 사업입니다. ]

[ 현재까지 외부에 기술 제휴나 판매, 혹은 외주 제작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스페이스 S의 독자 기술도 일부 포함되기는 했으나 탐사선의 코어인 마나석과 그 안에 각인된 마법 회로는 매지컬 컴퍼니만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 기술입니다. ]

[ 멀린과 함께 일하면서 느낀 생각이요……? 글쎄요……. 종잡을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더군요. 도대체 무슨 미래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조차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인 점은 확실해요. ]

[ 멀린과 함께 협업하게 된 계기요……? 그건 아마 제가 매지컬 컴퍼니의 초창기에 스토커처럼 따라붙어서 그럴 거예요. 이래 보여도 제가 지금은 한국의 대통령인 이호준 전 삼진 그룹 회장에게 접근 금지 명령까지 받은 사람이거든요. ]

단순히 파이오니어와 관련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멀린과 관련한 온갖 이야기가 오간 질문 시간. 대충 기자들이 만족할 정도의 질문들을 받아 줬다고 생각한 엘런은 피곤한 표정으로 콧김을 크게 내쉬며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지목했다.

[ 자……. 이제 그럼 마지막 질문 하나만 더 받도록 하죠. 거기 가운데 안경 쓴 기자분? ]

대충 앞에서 계속 손을 들고 있던 한 사람을 지목한 엘런.

그리고 그의 선택을 받은 기자는 이곳에 앉아 있는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던 이야기를 던졌다.

[ -30%를 찍으며 급락했던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가 멀린의 발표 직후 8,000달러 선에서 순식간에 기존 가격을 회복하고 현재 16,000달러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

파이오니어 프로젝트가 공개되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공포에 빠졌던 시장이 전혀 다른 의미로 공포에 물들어 버린 상황.

쏟아지는 매물을 버티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지며 흘러내리고 있던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가 이번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히 말라 버린 매물 속에서 끝도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 그런데요……? ]

뜬금없이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이야기를 꺼내는 기자를 바라보며 엘런은 눈을 끔뻑거리며 되물었다.

[ 멀린이 이번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한 말을 인용하자면,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가 8,000달러 정도면 저점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가격에 2배가 오른 지금은 적정한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했던 사람의 생각을 묻고 싶습니다. ]

빙빙 돌려서 말했지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가 지금은 고점이냐?’라고 물어 오는 질문. 스페이스 S의 CEO인 엘런이 대답할 만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그는 이 엉뚱하고 황당한 물음에 잠깐 침묵하다 이내 실소를 터트렸다.

[ 아, 아니요. 저는 적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 그렇군요. 역시 지금 가격이 너무 과열되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

[ 오히려 반대입니다. 지금 가격도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죠. ]

[ 네……? ]

자그마치 16조 달러에 육박하는 시총의 매지컬 컴퍼니.

본래 세계 1위의 시총을 자랑하던 회사인 앰플이 2조 달러 규모라는 것을 생각하면 2위와 8배가 차이가 나는 상황을 보면서도 터무니없이 낮다고 말하는 엘런의 말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주가의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엘런은 그 누구보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 이건 제가 밝힐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부러 숨길 필요도 없다는 말도 들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것까지는 말씀드려도 되겠군요. 제가 사비까지 탈탈 털어 가며 멀린과 손을 잡고 이 파이오니어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제가 왜 이렇게까지 멀린을 인정하고 존중하는지 아십니까? ]

[ ……? ]

[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조롱하고 비웃던 제 꿈을, 그리고 언제나 저 스스로조차도 비현실적이라고 여기던 제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

엘런 더스크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던 꿈.

한 사람이 품기에는 너무나도 원대하고 거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멀린의 계획에 그는 무조건 찬동할 수밖에 없었다.

[ 파이오니어 프로젝트는 스페이스 S와 매지컬 컴퍼니의 협력의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 두 회사가 앞으로 3년 동안 추구하게 될 다음 목표는 바로……. ]

[ 화성의 행성 개조(Terraforming)입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