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 네. 최근 충격적인 소식 하나가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전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연일 폭등하는 주가로 주목받았던 그 화제의 회사. 매지컬 컴퍼니가 바로 탈세를 저질렀다는 의혹인데요, 이 교수님. 과연 이게 신빙성 있는 주장입니까? ]
[ 글쎄요……. 신빙성이 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처음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살펴보면 명확한 증거가 제시된 것이 아니라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한 정보라고 나와 있습니다. ]
[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허위 사실로 치부하기는 힘든 주장입니다. 매지컬 컴퍼니는 최근 몇 년 새에 전 세계를 통틀어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회사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세법에 대응하는 게 미숙했을 수도 있죠. ]
단순히 한 나라가 아니라 자그마치 수십여 개의 나라에 지사를 차리고 사업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인 매지컬 컴퍼니. 그렇기에 업무상 미숙에 의한 세금 누락이 있을 수도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 그렇다는 말씀은……. 탈세를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실수로 탈세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
[ 당연히 그럴 수 있죠.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여느 기업이든 막상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들여다보면 온갖 부분에서 과소 신고나 세금 누락이 발생합니다. 괜히 세무 조사 한번 나오면 대기업들도 수십, 수백 억대의 세금 폭탄을 맞는 게 아닙니다. ]
그 어떤 깨끗하고 청렴한 기업도 국세청의 엄격한 잣대를 감히 피해 갈 수 없었기에 이 교수는 일단 지켜보자는 듯이 안경을 고쳐 쓰고는 말했다.
[ 일단 관련 내용이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자 국세청을 비롯해 각국의 세무 당국들이 매지컬 컴퍼니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만간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가 나올 테니까 한번 지켜보도록 하죠. ]
단순히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세무 당국들이 긴급 세무 조사를 시작한 매지컬 컴퍼니.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의도적으로 분식 회계를 저지른 것이 아닌 이상 큰 문제 없이 지나갈 조사였지만, 미친 듯한 폭등의 폭등을 이어 가며 만들어진 광기의 탑은 그 자그마한 흔들림에도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
- 피의 월요일.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 32% 하락.
-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 매지컬 컴퍼니의 탈세 의혹으로 하락세 전환.
-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상승에 찬물을 끼얹은 탈세 의혹. 과연 미래 전망은?
단 하루 만에 10,000달러의 벽을 뚫어 버리고 아래로 내리꽂아 버린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11,200달러 선까지 올라갔던 주가가 장이 시작되자 8,000달러에 거래되는 것을 보며 인터넷 게시글에는 수많은 곡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진짜 죽고 싶다……. 관망만 계속하다 최고점에 물린 흑우 나 말고 또 어디 있냐?
- 펜트하우스 입성 인증한다. 평균 단가 11,992달러다.
- 내 방에 누가 CCTV 설치한 거 아니냐? 어떻게 들어가자마자 귀신같이 내리냐?
- 이게 맞아? 아니 진짜 세상이 억까하네.
- ㅋㅋㅋㅋㅋ 아직도 매지컬 컴퍼니 들고 있는 멍청한 놈들이 있음?
- ㄹㅇ……. 어떻게 이제 막 상장한 기업 시총이 1경에 달할 수 있냐?
- ㅋㅋㅋㅋ 숫자 단위 제정신이누
최고 가격 기준 시가 총액 12조 달러……. 즉, 1경 원이라는 저세상 가격까지 찍고 떨어진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가격대까지 너무나도 빨리 올라갔었기에 하루 만에 30% 이상 급락한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를 보며 사람들은 비로소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으으으……. 얼른 팔아야 해…….”
“크흡……. -24%…….”
“아오, 그냥 어제 팔아 버릴걸. 괜히 욕심부리다가 이익 다 날려 먹고 오히려 손해 봤네.”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보유한 물량을 내던지기 시작한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터지기 시작한 거래량과 함께 쏟아지는 매물들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크크크……. 효과가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군.”
오디세이 자산 운용의 주인인 워렌 페이지.
그는 새파랗게 -30%로 반짝거리고 있는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를 보며 탐욕과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역시 거품이 잔뜩 낀 상태로 올라간 주식이라서 그런가? 고작 악재 하나 터진 것치고는 너무 처참할 정도로 쉽게 무너지는군.”
과거 튤립을 집 한 채 가격에 사들이며 장밋빛 환상을 꿈꾸던 때와 같이 희망찬 미래의 꿈속에서 전 세계의 자본을 일시적으로 잔뜩 흡수했었던 화제의 주식인 매지컬 컴퍼니.
하지만 아무리 미래 전망과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기에 꿈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지금 가격이 말도 안 된다며 앞다투어 팔아 치우기 시작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오디세이 자산 운용의 수익은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커져만 갔다.
“회장님. 매지컬 컴퍼니의 풋 옵션 수익률이 어마어마합니다.”
“목표로 했던 공매도 물량 1,200만 주 역시 확보했습니다. 평균 단가는 10,283달러입니다.”
오디세이가 보유하고 있었던 자산 규모인 800억 달러를 아득히도 넘어가는 수천억 달러의 투자. 5배가 넘는 레버리지를 발생시켜 매지컬 컴퍼니에 대한 숏(Short) 포지션을 잡은 워렌은 자신의 앞에 놓인 이 탐스러운 과실을 보며 도무지 입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겨우 가격이 8,300달러인데 이 정도 수익금이라면 나중에 2,000달러 밑까지 내려가면 정말 볼만하겠어.”
어쩌면 워렌이 지금껏 일평생 경험해 온 수많은 성공과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화적인 대성공이 될 수 있을 거래.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지금부터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 우리랑 같은 포지션을 들고 있는 놈들이 사방에 가득하다. 기본적으로 2,000달러 밑으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성급하게 포지션을 청산하지 말자고 모종의 합의를 하긴 했지만…….”
연합에 소속된 세력들끼리 맺은 모종의 합의. 하지만 수많은 과거의 사례들 속에서 숱하게 봐 온 것들이 있었기에 워렌은 그 합의를 조금도 믿고 있지 않았다.
“그 새끼들이 언제라도 입 싹 닦고 우리의 뒤통수를 치고도 남을 새끼들이라는 것을 모르는 멍청이들은 없겠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누가 먼저 이 밥상에 숟가락을 드는지가 제일 중요한 순간.
그렇다고 너무 일찍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쏟아지는 매도 물량을 받아 주다가 하락을 지지해 버리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도 없을뿐더러, 합의를 대놓고 저버렸다며 다른 일원들에게 집단으로 보복을 당할 수 있었기에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치였다.
“그럼 저희는 어느 정도의 가격대에서 포지션을 청산하는 겁니까?”
“대충 4,000달러를 뚫고 내려가면 그때부터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해.”
“4,000달러 말입니까?”
“그래. 안전하게 가자고.”
확실하게 이익을 챙기면서 적당히 욕을 얻어먹을 정도의 수준에서 먼저 선수를 칠 궁리를 하는 워렌. 분명 합의했던 내용과는 다른 지시였지만, 아마 다른 놈들도 같은 꿍꿍이로 비슷한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그는 양심의 가책을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
“아마 그 가격까지 가려면 한 3~4일은 더 이 분위기 속에서 내려가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절대 한눈팔지 말고 철저하게 주시…….”
“크……큰일 났습니다. 회장님.”
“갑자기 뭐야?”
사색이 된 얼굴로 갑자기 딜링룸에 난입하는 마케팅 부서 담당자.
하지만 그는 워렌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허둥지둥 다가오더니 이내 스크린 구석에 24시간 켜져 있는 뉴스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건……?”
그리고 그가 돌린 미국의 어느 한 방송 채널에서 워렌은 너무나도 익숙한 광기 어린 미소를 한 어느 앳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 최근 매지컬 컴퍼니와 관련한 터무니없는 의혹들이 가득한 것 같아서요. 누가, 무슨 의도로 그런 기사를 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 혓바닥을 걸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데 제 회사에서 의도적으로 세금을 줄이거나 탈루하기 위한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
“멀린…….”
이번 사태를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듯이 카메라 앞에 나온 그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탈세 의혹을 전면으로 부정했다.
[ 횡령 이슈 때문에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 가격이 폭락해서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엄청 난리라고 들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루머에 흔들려서야 되겠어요? 어차피 결과적으로는 다시 올라갈 주식인데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
[ 저가 매수 말입니까……? ]
[ 네. ]
[ 그 말씀은……. 지금 8,000달러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가 저점이라 보고 있다는 말인가요? ]
[ 그렇죠. ]
8,000달러 기준으로 시가 총액 8조 달러.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한화 1경 원이 넘는 터무니없는 단위의 시가 총액이었지만, 멀린은 너무나도 확신에 찬 얼굴로 그 가격이 매지컬 컴퍼니의 지금 가치에 비해 한없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헛소리……!”
매지컬 컴퍼니의 재무제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분석했던 워렌.
그렇기에 그는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매지컬 컴퍼니의 현재 가치는 2조 달러를 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멀린의 말에 즉각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그래서 제가 친히 이 멀리 미국까지 와서 이 생방송 인터뷰를 자처한 거예요. 여러분이 왜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사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주가가 제 회사가 가진 가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 줄 생각이거든요. ]
마치 자신의 반응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는 멀린.
그리고 이내 카메라 속에 새롭게 등장한 한 사람을 보고는 직원들 사이에서 미세한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거……. 엘런 더스크 아냐?”
“엘런……? 갑자기 엘런이 왜 나오지?”
전기 자동차를 생산하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마나를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 양산에 성공한 그.
전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친환경 자동차를 독점적으로 생산해 내며 어마어마한 매출을 해마다 새롭게 갱신해 나가는 미국의 슈퍼스타가 모습을 드러내자 워렌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일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 도대체 제가 뭔 짓을 벌이고 다니길래 전 세계에서 돈이란 돈은 죄다 긁어모으면서 영업 이익은 그렇게 쥐꼬리만 한 건지 다들 궁금하셨죠? ]
[ 사실 엘런 더스크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비공개로 추진해 오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어요. 돈을 수십조 단위로 까먹으면서 매지컬 컴퍼니의 실적을 박살 낸 주범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저의 압도적인 마법 지식과 여기 친애하는 엘런의 원대한 야망과 비현실적인 이상, 그리고 약간의 과학 기술이 가미된 새로운 혁신을 최근 완성할 수 있었죠. ]
엘런 더스크에게 최상급 마나석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제안했던 프로젝트.
매지컬 컴퍼니가 설립되고 마법의 개념이 처음 이 세상에 퍼져 나갈 때부터 준비하고 있던 나의 작고 소중한(?) 계획이 비로소 그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었기에 나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 지금 이 자리에서 매지컬 컴퍼니의 새로운 수익을 가져다줄 새로운 사업을 소개합니다. ]
[ 프로젝트. 파이오니어(Pioneer)를 말입니다. ]
쿠우우우우우우웅.
“저게 무슨…….”
“세상에 맙소사…….”
“Holy Mother F…….”
사방에서 경악에 가득 차 헛숨을 들이켜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직원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카메라에 담겨 있는 처음 보는 낯선 비행체를 보며 하염없이 입을 벌렸다.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크기의 마나석이 박혀 있는 동체. 은은한 푸른빛을 뿜어내며 아무런 소음도 내지 않고 허공을 부유하는 저 의문의 비행체를 처음 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저 미치광이 엘런 더스크와 친환경주의자 또라이 마법사 멀린의 합작품이 바로…….
마나석을 동력으로 작동하는 우주선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혼종이라는 것을 말이다.
[ 어때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나요? ]
마치 이 상황이 너무 재밌기라도 하다는 듯이 키득거리고 있는 멀린은 이내 믿을 수 없는 한마디만을 남기고는 홀연히 인터뷰를 종료했다.
[ 이걸로 깜짝 인터뷰 생방송은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파이오니어 프로젝트와 관련한 질문은 저 말고 매지컬 컴퍼니 쪽으로 문의해 주시고요. 아, 끝으로 이 말은 꼭 해 보고 싶네요. ]
[ 화성 가즈아~! ]
“…….”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깜짝 생방송 발표.
하지만 그 방송이 끝나고도 황망한 표정으로 가만히 TV를 지켜보고 있는 직원들에게 워렌은 완전히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뭐……뭣들 하고 있어!”
“다……당장 공매도랑 풋 옵션부터 모조리 다 던져! 가만히 있다 다 죽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