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78화 (178/242)

178화.

우로보로스의 제3기 신입생 모집 시험.

전 세계에서 자그마치 수천만 명이 넘는 인원들이 지원했지만, 그중에서 엄선하고 엄선해서 고른 5,000명이 비행기를 타고 대한민국을 향해 모여들었다.

[ 네. 지금 이곳은 우로보로스에서 주최하는 입학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 모인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우로보로스 측에서 처음으로 일반인들의 입장을 허용했는데요. 그 덕분에 지금껏 철저하게 비공개로 운영되던 우로보로스의 내부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보입니다. ]

[ 과연 세계 최고의 마법 학교라는 평가가 자자한 우로보로스에서는 어떤 형태의 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할까요? 작년에 적용되었던 국가별 쿼터제가 이번 선발에는 폐지되었다는 사실에 전 세계의 국가들도 선발 결과에 정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 올해부터는 6개의 전공……. 아니, 학파로 나누어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신입생으로 각성자들만을 받았던 이전과는 다르게 매직 크래프트 학파의 경우에는 일반인들도 입학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날고 긴다는 과학 인재들이 대다수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

우로보로스 교육 개혁 2.0.

지금까지의 교육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고 보다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형태로 마법을 수련할 수 있게 한다는 발표와 함께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교문을 개방한 상황.

그렇기에 전 세계에서 파견된 기자들을 비롯해 1차 서류 시험에서 통과한 응시자들과 그들의 가족과 친지들, 그리고 한국에 주둔하고 있던 대사급 외교관들과 고위 공무원들까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중앙 홀에 한가득 모여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치러질 입학시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잘할 수 있을까……?”

“흥, 얼핏 봐도 어중이떠중이들밖에 없어 보이는군.”

“아무래도 불합격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과연 시험은 어떤 게 나올까…….”

걱정 반, 기대 반.

조금 있으면 치러지게 될 시험이 과연 어떤 것일지 긴장한 얼굴로 기다리며 중얼거리는 응시자들. 하지만 그런 그들보다도 더욱 긴장된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따로 있었다.

“이거 참 예상치도 못한 얼굴이구려. 세르게이 대사.”

“아, 오랜만이군요. 필립 대사. 이번에 새롭게 주한 미국 대사로 임명됐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거 축하 인사가 늦었군요.”

마치 오랜만에 절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러시아와 미국 대사. 하지만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유심히 들어 보면 이건 주먹만 안 휘둘렀을 뿐, 혓바닥으로 맞다이를 까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우로보로스 입학시험에 러시아인들도 지원한 것을 보고 솔직히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여러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한다면, 구스타프 대통령님께서 아주 관대하고 포용적인 분인 것 같아 참으로 안심이 됩니다.”

멀린과 최근 직접적으로 전쟁을 벌였던 러시아.

물론 이전 정권과 있었던 일이고 현재 러시아의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구스타프 대통령은 멀린과 아무런 악연이 없다고는 하지만, 우크라이나라는 약소국을 상대로 전쟁에서 패배하고 핵무기를 전량 폐기하게 되는 이런 치욕을 당하게 만든 당사자의 학교에 자국민을 보낸다는 사실을 두고 미국 대사는 마치 놀리는 듯한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허. 구스타프 대통령님은 단순한 하나의 악연에 그리 얽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시기를 좋아하는 분이죠. 게다가 세계 최고의 마법 학교에 우리 재능 가득한 러시아인들이 가지 않으면 누가 들어가겠습니까? 또 멀린과의 친분을 이용해 먹는 미국인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꼴은 절대 두고 볼 수 없죠.”

자신의 비아냥에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웃으면서 받아치는 러시아 대사의 말에 미국 대사는 미소를 잃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저 뻔뻔한 놈…….’

최근 소련의 부활이라는 터무니없는 야망을 드러내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시작했던 러시아. 그렇기에 미국 정부는 강력하게 멀린에게 이번 신입생 선발에서 러시아를 제외하자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그의 단호한 거부 때문에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 마법을 널리 퍼트리기 위한 것이 제가 우로보로스를 만든 목적이라고 했었죠? 다 지난 일 가지고 쪼잔하게 그렇게 배제해서 되겠어요? 러시아 출신이라고 일부러 배제하지 말고 공정하게 받으세요. 나중에 제가 다 확인합니다? ]

[ 그리고……. 이번에도 미국에서 신입생이 많이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뭐가 됐든, 제가 직접 마법을 가르치는 혜택을 받은 것은 전부 미국인이었잖아요? 그것만 해도 얼마나 엄청난 혜택인데요? 이제 다른 나라에도 좀 양보할 때가 됐죠. ]

아무리 미국이 현재 마법에 관한 국가적 역량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 그 기반이 공고한 것은 아니기에 어떻게든 위협적인 경쟁자들을 최대한 억제하고 선두를 달려 나가고 싶은 미국 정부.

하지만, 이번 시험에서만큼은 멀린과의 친분을 이용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능한 이번에도 미국에서 많은 인원이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수십 년 후에는 국가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게 될 인재들.

이곳에서 얼마나 압도적인 성취를 이루고 성장하게 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필립 대사는 세르게이 대사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머릿속으로 자신만의 생각에 잠겼다.

“게다가 UN에서 ‘국제 마법 법령(The International Statue of Magic)’이 통과된 이상,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국제 협약을 준수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우리 러시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성자들에 대한 처우는 국적에 따라 차등을 두거나 차별해서는 안 되겠죠.”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 러시아가 우로보로스의 입학시험에 참여하는 이유와 그 정당성에 대해서 한참 동안 설명을 늘어놓는 세르게이.

그리고 그는 문득 저 멀리에서 누군가를 보고는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우리 러시아보다는 중국이나 조금 더 신경 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중국에서 요즘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고 있던데……. 혹시 모르시는 겁니까?”

“소문?”

뜬금없이 중국을 언급하는 러시아 대사. 하지만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미국 대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마이크 소리와 함께 시작된 행사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안녕하냐. 제군들. 나는 이 학교의 창립자이자 무늬만 학장인 멀린이다. ]

마법사 복장을 한 채로 단상에 올라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예의라고는 전혀 없는 첫인사로 시작한 멀린은 너무나도 간단명료하고 짤막하게 이번 입학시험에 관해 설명했다.

[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보유 재산도,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 내가 이번 시험에서 제군들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재능’과 ‘끈기’. 딱 두 가지다. ]

[ 모든 시험은 여러분의 심상 세계에서 진행된다. 안내 직원들이 나눠 주는 팔찌를 수령하고 장착하면 아마 곧장 시험이 시작될 것이다. 원칙적으로 시험을 통과하거나 제한 시간인 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잠에서 깨어나게 되지만 중간에 포기를 선언할 수도 있으니 꼭 참고하도록. ]

“심상 세계……?”

“뭐야. 이 팔찌만 끼면 된다고……?”

“생각한 것보다는 엄청 간단하네.”

멀린이 손짓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돌아다니며 팔찌를 나눠 주기 시작한 수십의 직원들. 그 푸른빛을 빛내는 팔찌를 받아 든 응시생들은 너무나도 간단하지만 생소한 방식의 시험에 조금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더니 이내 긴장이 조금 풀린 것인지 얼굴에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5,000명의 응시생 모두가 팔찌를 받아 들고 시험을 시작하려고 하는 그 순간, 멀린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 아, 맞다. 하마터면 중요한 공지 사항 하나를 까먹을 뻔했네. ]

“……?”

팔찌를 끼려다가 멈칫한 응시생들은 모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멀린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 응시생 제군들이 시험에 최대한 열정적이고 필사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개인적으로 고심한 결과, 이번 입학시험에서 합격한 이들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보상을 주기로 했다. ]

“특별한 보상……?”

“그게 뭐지?”

모두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는 그 순간. 멀린은 손가락 하나를 피면서 말했다.

[ 1,000만 달러. ]

“……?”

[ 이번 시험에서 통과하고 우로보로스에 입학한 사람에게는 미화로 천만 달러를 특별 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멀린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

천만 달러.

한화로 100억 원.

일반인으로서는 일평생 일만 해도 만져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는 액수의 돈을 시험에 통과만 해도 주겠다고 말하자 일순간 시험장 안에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 그럼……. 제군들의 건투를 빈다. ]

너무나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시험의 시작을 선언하는 멀린.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구한테 질세라 응시생들은 허겁지겁 자기 손목에 팔찌를 끼워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5,000명의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영혼들이 시험을 빙자한 지옥의 구렁텅이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갔다.

되풀이되는 악몽 속으로 말이다.

* * *

미국이 낳은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는 인재인 브라이언은 어릴 때부터 엄청난 유명 인사로 세간의 관심을 받아 왔다.

완전 기억 능력의 소유자. IQ 200의 천재 중의 천재. 악마도 울고 갈 지략가.

온갖 별칭으로 불리며 그 뛰어난 지능을 인정받아 온 그는 이번 우로보로스 시험에 일반인으로서 유일하게 지원할 수 있었던 매직 크래프트 전형에 출사표를 던졌다.

“흥, 다른 지원자들 수준을 생각하면 내가 떨어지는 건 절대 불가능하지.”

머리로는 이번에 지원한 응시자 중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브라이언.

그렇기에 그는 시험이 시작되자 지체하지 않고 매직 크래프트 학파의 시험을 눌렀지만, 그는 첫 번째 시련을 부여받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매직 크래프트 학파 시험 전형에 도전하였습니다. ]

[ 당신에게 부여된 시련은 모두 3가지입니다. ]

[ 도전 제한 횟수는 무제한입니다. 제한 시간은 10년입니다. ]

[ 지원자의 합격을 기원합니다. ]

“10……10년?”

시험 시간이 1시간이라는 말과 다르게 제한 시간이 10년이라고 적혀 있는 메시지.

하지만 그 뛰어난 이해력과 추리력으로 브라이언은 곧장 상황을 눈치챌 수 있었다.

“심상 세계라는 곳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는 것인가…….”

현실의 1시간이 이곳에서의 10년.

무슨 시험 하나에 10년이라는 시간을 주냐는 생각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 들려오는 메시지에 그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첫 번째 시련은 룬어 100만 개를 순서대로 외우기입니다. ]

“뭐……. 100만 개……?”

쿠우우웅.

그 말과 함께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백색의 공간에 생겨나는 책상과 커다란 책장 하나.

딱 보기에도 엄청나게 두꺼운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것을 본 그는 가장 첫 번째 책을 집어 들춰 보았다.

“Holy F…….”

지렁이같이 생긴 처음 보는 괴상한 기호들이 깨알같이 작은 크기로 적혀져 있는 상황. 다 똑같아 보이지만 점 하나 곡선 하나에 그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룬어들을 자그마치 100만 개를……. 그것도 순서대로 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브라이언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 이번 시험에서 통과하고 우로보로스에 입학한 사람에게는 미화로 천만 달러를 특별 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멀린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

이 시험을 통과하면 자그마치 천만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한 멀린.

그렇기에 브라이언은 자신의 천재적인 지능을 믿고 호기롭게 외치며 의욕을 다졌다.

“에라이! 까짓거 한번 해 보지 뭐. 내가 누구야? 완전 기억 능력의 소유자라고!”

한번 본 것은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머릿속에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브라이언.

그렇기에 그 양이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시간만 충분하다면 불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그는 책상에 앉아 책에 나와 있는 룬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삼일……. 한 달……. 일 년…….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기나긴 시간과 세월을 말이다.

* * *

[ 오답입니다. ]

[ 첫 번째 시련에 탈락하셨습니다. ]

[ 차근차근 복습 후 다시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

차분하고 무미건조하게 실패를 알리는 메시지.

그렇다고 특별한 페널티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브라이언은 그 메시지에 거의 절규하듯이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안 돼! 실수라고! 실수! 씨발! 씨발! 씨발! 씨바아아아아알!”

산발이 된 머리에 핏발이 잔뜩 선 눈을 부릅뜨며 혼자서 한참을 난리를 치기 시작한 브라이언. 하지만 다행히 그 추태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48만 2413번째까지 맞았잖아! 딱 하나. 딱 하나 순서 헷갈린 게 전부인데 그거 가지고 다시 처음부터 하라는 게 말이 되는 거냐고! 이 빌어먹을 새끼야!!!!”

헤아릴 수조차 없는 기나긴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시도를 거쳐 온 브라이언.

하지만 자그마치 100만 개나 되는 방대한 룬어를 순서대로 외우라는 이 터무니없는 시련은 그의 천재적인 지능과 완전 기억 능력조차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그를 좌절하게 했다.

“크크크……. 크흐흐흐흐흐…….”

거의 정신이 나가 버린 듯, 허탈한 표정으로 광소를 내뱉는 브라이언.

그는 백색의 공간 속 덩그러니 놓여 있는 책상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중얼거렸다.

“이제 알겠어.”

“여기는……. 치밀하고 철저하게 설계된 완벽한 지옥이야.”

10년 동안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고통받고 100억 받기. VS 그냥 다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기.

멀린이 마지막에 내건 그 제안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이 불가능한 시련을 깨기 위해서 버티고 버텨 냈던 브라이언.

하지만 한계에 달한 그는 너무나도 지친 기색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아주 오래전부터 외면하고 있었던 하나의 상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마치 부서질 것 같은 너무나도 비참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나는…….”

“의지박약의 똥멍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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