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61화 (161/242)

161화.

작전명. 마녀사냥.

러시아의 특작 부대를 한국에 침투시켜 멀린의 하나뿐인 혈육인 친누나를 인질로 확보한다는 이 작전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무모하고 위험한 작전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보리스 대통령의 광기를 잠재우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는 선택지로 차악을 골랐던 러시아군의 지도부.

하지만 이들은 모든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흘러가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들이 골랐던 그 선택지는 어쩌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았을 정도로 아둔하고 멍청한 최악의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 긴급 속보입니다. 오늘 대한민국 안에 침투한 러시아의 특작 부대원 수십 명이 경찰과 국정원 측에 인계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관련 사실을 우리 방송사 측에 알린 우로보로스에 따르면, 이들이 한국에 침투한 목적은……. ]

[ 엄연한 주권국인 대한민국 영토 내에 비밀리에 병력을 투입하고 군사 작전을 벌인 러시아의 만행은 정말 경악스러운 수준입니다. 게다가 멀린의 친누나를 인질로 삼기 위한 목적이라니요? 무슨 범죄 집단도 아니고 엄연한 국가의 지도부가 이런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짓을 저질렀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군요. ]

마치 자신들은 거리낄 게 없다는 듯이 관련 사실을 적나라하게 언론에 뿌려 버리며 완전히 제압된 채로 줄줄이 한국의 수사 기관에 연행되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제공한 우로보로스. 너무나도 자극적인 내용에 이걸 참을 수 있는 방송사는 어디에도 없었기에 관련 소식은 불과 방송을 탄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전 세계 방송사에 긴급 속보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 와……. 진짜 저게 나라냐?

- 러시아 마피아가 그렇게 악랄하다던데 역시 그 피는 어디 안 가네…….

- 유사 국가 수준 ㅋㅋㅋㅋ. 하여간 사상이 빨간 놈들은 그놈이 그놈이라니까?

-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 한국도 참전해야 하는 거 아닌가?

- 한국이 문제냐? 멀린 머리에 뚜껑 그냥 열리겠는데?

- 그러게……. 자기 누나를 건드렸으니 가만있을 리가 없겠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뉴스 보도를 보며 저게 정말일 리가 있겠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 하지만 한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공식적인 외교 성명을 줄줄이 발표하기 시작하자 결국 이들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의 영토와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번 러시아의 선전 포고도 없이 이루어진 불법적이고 명백한 침략 행위에 대통령으로서 격한 분노를 느낍니다. 관련 사안에 대해서 엄중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모든 진실을 투명하게 국민 여러분 모두에게 밝혀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러시아는 이번 기습적인 침공에 대해서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

[ 70년간 이어진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미합중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을 받을 때, 이를 저지하고 방어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러시아의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공격을 우리 미합중국 정부는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공식적인 군사적 개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동맹국인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그 어떤 위협에도 결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

[ 우리 일본 정부는 그 어떤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전쟁 행위에 반대하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 행위를 공식적으로 규탄합니다. 그 어떤 긴급 사태에도 일본 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입니다. ]

최근 언론에서 퍼져 나가고 있는 보도가 모두 사실이라는 듯이 강도 높게 러시아를 비판하며 공식적인 대응을 천명한 상황. 거기에 미국의 주요 전략 무기들과 최신예 장비들이 한반도를 향해 전개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비로소 이 모든 것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뭐야……? 설마 진짜 전쟁 나는 거야?

- 라면 사십쇼. 방독면 사십쇼.

- ㄷㄷㄷ. 진짜 이러다 핵전쟁이라도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7함대만이 아니라 전략 폭격기를 비롯해 미군의 추가 증원 병력이 한반도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 생각 이상의 규모로 이어지는 미국의 지원은 평소라면 게거품을 물고 발작하며 달려들 중국이나 북한 때문에 꿈에도 못 꿀 상황이었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 중국이나 북한도 미국이 한반도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말은 없을 겁니다. 이번 러시아의 공격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한반도 침략 행위입니다. 병력 증원의 확실한 명분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려고 한다면, 그건 중국이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지지한다는 의지를 국제 사회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입니다. ]

[ 북한의 경우에는 최근에 벌어졌던 국제적인 해킹 공격으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는 거의 범죄 조직 집단 수준으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 그래도 입 다물고 눈치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괜히 미국의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국가 전체가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미쳤다고 입을 놀리겠습니까? 북한이 생각보다 무척이나 약삭빠릅니다. 일전에 9.11 테러를 생각해 보십시오. 자기가 그런 거 아니라고 가장 먼저 나서지 해명하지 않았습니까? ]

[ 아무리 봐도 이건 러시아가 제 무덤을 판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러시아, 중국, 북한과 같은 공산 진영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일대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강화와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의 완성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럴 만한 명분과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을 본인들이 직접 만들어 주었으니 말입니다. ]

우크라이나와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유럽 일대가 아닌 저 반대편에 자리한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보리스 대통령의 광기는 더더욱 증폭되기 시작했다.

[ 우리 러시아군이 벌인 군사 작전은 대한민국이 아닌, 현재 모스크바를 공격한 악랄한 테러리스트인 멀린의 사유지인 우로보로스를 상대로 한 것이다. 이를 침략 행위로 간주하고 부풀리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미국의 도발 행위를 우리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경고하는데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그 누구라도 단 한 발짝이라도 우리 러시아의 영토에 침입한다면, 핵전력을 비롯해 모든 화력을 총동원해 철저하게 보복할 것이다. ]

핵 공격까지 대놓고 언급하며 그 긴장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는 러시아의 대변인. 적반하장으로 나오며 뻔뻔하게 대응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핵탄두를 실은 전략 폭격기를 한반도 주변 영공에 위협적으로 전개하는 것을 보며 용용이는 조금 걱정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 이거……. 진짜 이러다 주인이 말했던 미래가 그대로 벌어질 수도 있겠는데? ]

나에게서 이 인류가 멸망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주워들었던 용용이.

그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하게 흘러가는 세계 3차 대전의 전개 상황을 보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그런 용용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핵무기가 이 과학 문명이 만들어 낸 최악의 발명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일개 국가 하나가 인류 문명 전체를 수십 번은 더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를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다는 게 말이나 되냐?”

수백……. 아니, 수천 개도 넘는 핵미사일 탄두를 이곳저곳에 보관하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

이 두 나라 중 어느 하나만 지도자 하나 잘못 뽑아서 완전히 폭주해 버리면 전 세계 인류가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기에 나는 이번 기회에 완전하게 그 불완전한 변수를 지워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이참에 확실하게 이 세계를 종말 엔딩으로 끌고 갈 가장 중요한 변수를 뿌리까지 싹 뽑아 버려야지. 이번에 러시아가 미쳐 날뛰고 있지만 한 백 년 뒤에는 미국에서 무슨 지구 정복하겠다고 나서서 미쳐 날뛸지 누가 알겠어? 처음부터 감당할 수 없는 힘은 아무도 못 가지게 만드는 게 맞는 거야.”

단순한 파괴를 넘어 수백, 수천 년 동안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리는 핵무기. 그것들을 완전히 없애 버릴 수 있는 아주 확실한 명분을 끌어내기 위해서 나는 시베리아 한복판에 만들어진 비밀 벙커에 숨어 부하들에게 꽥꽥거리며 광분하고 있는 보리스 대통령이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왔다.

[ 그래서……. 다 죽일 거야? ]

이미 내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 대충은 눈치를 챈 듯한 용용이.

그런 그에게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세상의 인간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화가 나도 넘지 말아야 할 암묵적인 선이 하나 있어 용용아.”

[ 선? 그게 뭔데? ]

“가족을 건드리는 거야, 너도 알겠지만, 온갖 쌍욕을 하면서 싸워도 아무렇지도 않던 인간들도 부모 욕 한 번에 눈 뒤집혀서 고소장 쓰러 경찰서 달려가고 그러는 놈들이 허다하거든.”

엄밀히 말해서 제 발로 알아서 지옥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분명히 내 누나를 노리고 우로보로스에 잠입을 지시했던 러시아. 거기에 수백 명에 달하는 제2기 신입생들을 비록 기습이었지만 모조리 몰살시켰던 것까지 고려한다면 아마 크로노스 시스템이 없었다면 나에게는 꽤 뼈아픈 타격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선을 먼저 넘었으면 이쪽에서도 선을 넘어 줘야지.”

우우우우웅.

나는 시베리아 일대에 퍼져 나가는 차가운 냉기와 살을 에는 칼바람을 한껏 즐기며 전력을 다해 마력을 개방했다.

[ 뭐야. 이 마력은 설마……? ]

내 주변에 밀려드는 마력의 양에 깜짝 놀라는 용용이는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 8 서클이라니! 주인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그러다가 실수라도 하면 진짜 큰일 난다고! ]

이제 겨우 5 서클에 불과한 마력만을 모은 내 심장.

보통 한 단계 높은 경지의 마법을 사용하려고만 해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천만한 짓이었지만, 하나도 아니고 자그마치 3단계나 넘어서는 초월 마법을 사용하려는 나를 보며 용용이는 경악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만류했다. 하지만 나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온 정신을 집중하며 그저 마력을 운용할 뿐이었다.

위이이이이이잉.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도무지 감당하거나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힘을 뿜어내는 5개의 마력 띠.

단 한 번의 사소한 실수에도 심장을 비롯한 주변 장기들을 완전히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위협적인 속도였지만, 내 전지의 권능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통제력은 큰 문제 없이 모든 마력을 움직이며 배열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마나를 통제하고 머릿속으로 수식을 계산하며 마법을 준비하자 강렬한 마나를 뿜어내며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씨크릿 쮸쮸 요술봉.

예전의 플라스틱 쪼가리 장난감이 아닌, 최상급 마나석을 박아 넣고 진짜 마도구로 새롭게 재탄생한 요술봉은 부족한 마력을 보충해 주고 연약한 내 육체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마력의 부하를 일부 감당해 주며 지금의 경지로는 절대 사용이 불가능한 대마법을 이 세상에 구현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궁.

“뭐지……?”

“갑자기 무슨 하늘이…….”

“어휴……. 추워. 진짜 오늘따라 더럽게 춥네.”

“야, 교대 시간 얼마나 남은 거야? 이러다 얼어 죽겠네.”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기묘한 소리와 딱 봐도 불길해 보이는 구름 덩어리를 보고는 옷을 단단히 여미며 투덜거리는 러시아군.

안 그래도 추운 혹한의 날씨로 유명한 시베리아의 냉기가 더욱 거세지는 것을 보며 또 날씨가 미쳐 날뛴다고 투덜거렸지만, 이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 강해지고 있는 이 혹한의 추위는…….

감히 그 어떤 보온 장비나 방한 장비로는 절대 막아 낼 수 없는, 모든 것을 완전히 얼려 버리는 인류가 감히 감당해 본 적 없는 절대적인 냉기라는 것을 말이다.

“어디 한번 히터 앞에서 살아 보려고 버텨 봐라. 이 망할 전쟁광 새끼야.”

마력의 공명이 최고조에 달한 그 순간,

모든 수식을 완성하며 보리스 대통령이 숨어 있는 일대만을 마법의 영역으로 한정한 나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내 의지를 이 세상에 구현했다.

“블리자드.”

지금껏 그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재해(災害)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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