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44화 (144/242)

144화.

전 세계를 강타한 랜섬웨어 프로그램. 삼일.

정확히 72시간 동안 컴퓨터의 모든 시스템과 데이터를 마비시켜 버리는 이 바이러스는 이름 그대로 정해진 타이머가 끝나자 어떠한 대가도 없이 스스로 모든 데이터를 복구하고 스스로 삭제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빠르게 퍼져 나가던 ‘삼일’ 랜섬웨어의 확산세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고문대로 72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감염되었던 컴퓨터들의 시스템 기능과 저장 데이터가 복구되기 시작하면서 긴급하게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던 기업과 정부 기관들의 기능이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

[ ‘삼일’ 바이러스는 겉으로는 단순한 것 같지만, 상상 이상으로 난해하고 복잡한 코드와 생소한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 보안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된 바이러스는 일반 개인이 만들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특정 국가나 단체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 전문가들도 경악한 이 희대의 바이러스. 과연 누가 만들고 어떤 이유로 세상에 퍼트린 것일까요? 이게 정말 단순한 장난인 걸까요? 어쩌면 이번 사태에는 우리가 모르는 모종의 음모가 따로 숨어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감염된 바이러스에 먹통이 되어 버렸던 시스템들이 하나둘씩 복구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안도감을 내쉬기 시작했다.

- 와. 진짜 다행이다. 내가 10년간 모아 뒀던 소중한 폴더가 무사하네.

- ??? 그 폴더 안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냐?

- 하……. 존버가 답이었나……? 난 괜히 포맷하려고 건드리다 컴퓨터 하드 박살 났는데.

- ㅋㅋㅋㅋㅋ. 3일 정도만 갓생 살다 오면 되는데 그걸 못 참음?

사람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웃고 떠들며 큰 문제 없이 사태가 일단락되어 가는 걸 보며 안심하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뉴스 기사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충격 보도. 평생 모은 예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저금해 둔 모든 돈이 사라졌다는 제보가 사방에서 속출.

주요 은행들. 긴급 상황 파악 중. 사태의 대규모 확산 조짐에 소비자들 불안.

출처를 알 수 없는 대량의 자금 이체 기록 확인. 충격에 빠진 금융업계.

전 세계의 금융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정체불명의 대규모 해킹 공격 발생.

처음에는 단순히 바이러스로 인한 오류나 사고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한 은행이 아니라 여러 국가의 유명한 대형 은행들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상태였기에 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차릴 수 있었다.

[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번 랜섬웨어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논의를 위해 비밀리에 각국의 금융 기관이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고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각 은행 간 금융 기록과 전산망에 대한 면밀한 확인과 교차 검토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

[ 긴급 속보입니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하고 있던 외화보유금 10억 달러가 전부 사라졌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에 연준은 지난 목요일 저녁에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으로부터 들어온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정상적인 자금 거래였다는 밝혔지만, 방글라데시는 이를 부정해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

[ 영국 왕실의 자금을 관리하던 은행의 계좌가 털렸다는 소문이 영국 금융계에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 왕실은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지만,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회에 보고된 기밀 자료에 따르면 사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파악된 왕실 자산의 피해 규모가 자그마치 9,800만 파운드로 한화로 약 1,500억 원입니다. ]

단순히 수억에서 수십억 수준이 아니라, 수천억에서 조 단위를 넘어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액들이 사방에서 보고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모든 피해 사례들을 종합하고 난 후에 집계된 전체 규모를 본 사람들은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240억 달러……? 어케 했누…….

- 아니 ㅋㅋㅋㅋ. 도대체 25조나 되는 돈을 어떻게 빼돌렸냐?

- 스케일 정신 나갔네.

- 저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었나? 은행들이 보안을 어떻게 관리하고 다녔던 거임?

- 이 와중에 영국 여왕 계좌 털렸다는 게 웃음벨이네 ㅋㅋㅋㅋㅋ.

-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대영제국을 건드리냐? 식민지 마려워지면 어쩌려고…….

- 영국 여왕 피꺼솟ㅋㅋㅋㅋ

일반인의 계좌가 아니라 국영 기업이나 연기금의 보유 자산과 중앙은행의 외화 자산이 주말 사이에 완벽하고 깔끔하게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상황. 그리고 이번 사태의 피해자 중 하나인 미국이 모든 피해국을 대신해 공식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여러 국가의 은행 전산망에 동시다발적인 사이버 공격이 이루어졌습니다. 확실하게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국제 결제망……. SWIFT 시스템의 취약점을 악용한 공격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 국가 기관과 기업들의 자산이 이러한 공격에 노출되었고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 상태입니다. ]

피해를 본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지막 거래 기록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본 결과 공통적으로 나오는 4개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계좌들을 통해 대량의 자금이 필리핀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파악한 수사 당국은 부랴부랴 관련 계좌의 거래 정지를 요청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 미합중국 정부 이하 피해 당사국들은 사태를 파악한 그 즉시 필리핀 당국과 연락을 취해 국제적인 공조 수사를 진행했고, 이에 신속한 자산 동결을 통해 4개의 계좌에 남아 있는 65억 2천만 달러를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나머지 자금은 전부 인출되어 그 행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

[ 이번 해킹 사태로 사라진 자금 규모는 총 240억 달러입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국가로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

레너드 대통령의 입에서 끝도 없이 흘러나오는 이번 해킹 사건 피해 국가의 이름들. 그리고 그것을 듣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 지구적인 스케일로 저지른 이 희대의 해킹 사건을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 와……. 라인업 지렸다. 뭐냐 이거?

- 사우디를 건드렸네 엌ㅋㅋㅋㅋㅋ. 아람코를 털어먹은 거 실화냐?

- ??? : 꺼억~ 오일 머니 개꿀

- 와……. 저거 근데 어케 감당하냐? 도대체 무슨 깡으로 강대국들만 건드렸누;;

- 아무리 봐도 이건 한 사람이 저지를 만한 규모가 아닌데……?

누가 봐도 이건 한 사람이나 일개 해커 단체 하나가 저지를 수 있는 수준의 규모가 아닌 상황. 그리고 그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 현재까지 저희가 확인한 정보들을 면밀하게 종합하고 검토해 본바, 최근 확산했었던 삼일(Three days) 랜섬웨어가 이번 해킹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고 계획된 고도의 사이버 공격이자 테러 행위로 일개 개인이나 범죄 단체가 벌일 수 있는 수준의 범행이 아닙니다. ]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그저 3일 동안 모든 시스템을 먹통으로 만들고 홀연히 자취를 감춘 바이러스. 장난 취급하며 크게 경각심을 갖지 않고 있었던 그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했던 사이에 벌어진 일을 보며 전 세계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 3일이라는 시간 사이에…….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엿 먹인 간 큰 해커 집단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녔는지 말이다.

- 와……. 그러니까 3일 동안 랜섬웨어로 눈속임시켜 놓고 그사이에 돈 다 세탁하고 있었다 이 말인겨?

- 머리 존나 좋네 ㅋㅋㅋㅋㅋ 필리핀 은행은 근데 저걸 왜 못 잡았냐?

- 거기도 주말 아니냐? 다 퇴근해서 사람이 없었나 보지.

- 3일 동안 170억 달러 해 먹은 것도 레게노 아님? 저게 가능한 일인가?

전 세계인이 이 희대의 해킹 사건에 대한 결과를 흥미진진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이 상황에서, 레너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주범을 꼭 집어서 지목했다.

[ 필리핀 당국의 협조 속에 얻어 낸 영상 증거들과 자금 이체 기록. 돈세탁에 이용된 가상 화폐의 지갑들과 이번 사이버 공격에 사용되었던 삼일 랜섬웨어 프로그램의 디지털 지문을 통해 우리 미합중국 정부는 특정 국가가 개입해 주도적으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이런 극악무도한 해킹 공작을 저질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 국가의 이름은 바로……. ]

[ 북한입니다. ]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중 하나이자 핵에 미친 독재자가 군림하고 있는 공산주의 체제의 빈곤 국가인 북한.

이들이 이번 해킹 사태의 진정한 배후라고 밝히며 레너드 대통령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을 이 방송에서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 이번 해킹에 직접 가담한 범인들의 신병을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했던 삼일 랜섬웨어 프로그램이 과거 북한 정찰총국에서 운용하는 해커 단체인 ‘라자루스’에서 개발한 ‘북극성’과 동일한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그리고 중국을 통해서 공작 요원들이 위장 신분을 통해 입국한 정황. 그리고 그 이외의 여러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을 통해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이번 일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

[ 범세계적인 경제 제재에 맞선 북한이 마약 밀매, 인신매매, 무기 밀수를 비롯해 인권을 경시한 극악무도한 범죄들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최근에는 가상 화폐 탈취를 비롯해 다양한 해킹 공격을 통해 외화벌이에 나선다는 것도 공공연하게 퍼져 있던 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우리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저열하고 수준 이하의 범죄 집단인지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10억 달러라는 외환보유금 전액을 털린 방글라데시가 울며불며 난리 치고 주변 국가들이 그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북한을 한번 아니꼽게 째려보고 넘어갔을 사건. 하지만 지금 그 규모가 그들의 상상을 아득히도 넘어갈 정도로 커지고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농락해 버리는 수준이 되자 다른 국가도 아니고 자유 진영 국가의 리더이자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직접 몽둥이를 꺼내 들었다.

[ 이에, 북한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국 중 하나로서 북한 정부에게 경고합니다. 현 시간부로 48시간 내에 이번 해킹 범죄를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주범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와 관련해서 당사국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탈취한 금액 일체를 다시 되돌려놓기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또한……. ]

이번 사태의 진짜 범인이 북한이 확실하다고 보증하는 것과 동시에 당장 돈을 안 토해 내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서슬 퍼런 경고와 함께 말이다.

[ 이것은 단순한 경고나 위협이 아닙니다. 우리 미합중국의 은행의 전산 시스템에 침투하고 공격하고 금융 자산을 부당한 방법으로 탈취한 이번 사건은 미국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중대한 위협이자 명백한 선제공격입니다. ]

포탄이 날아오거나 누군가가 죽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을 인터넷상에서 벌어진 분명한 침략 행위로 간주하는 레너드 대통령은 진심이라는 듯이 싸늘한 눈빛을 빛내며 마지막 경고를 남기고는 방송을 끝냈다.

[ 48시간 내로 북한 정부가 의미 있는 행동을 보이며 요구 조건의 이행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미합중국 정부는 북한의 선제 공격에 대한 즉각적이고 확실한 보복 및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을 공언합니다. 군사적 옵션을 비롯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이들 정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지게 할 것입니다. ]

거의 전쟁 전에 하는 최후 통첩(Ultimatum)이나 다름없는 선언문.

상상 이상으로 강도 높은 미국 대통령의 성명 발표에 또다시 다른 이유로 전 세계가 뒤집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지켜보며 모두가 경악하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한 사람만 팝콘을 입에 넣으며 웃고 있었다.

“이야……. 레너드 대통령도 생각보다 엄청 화끈하시네. 진짜 돈 안 내놓으면 전쟁까지도 불사할 기세야.”

[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이미 저 나라 국방부에서는 급하게 북한과의 전쟁 시나리오까지도 작성 중이야. ]

실시간으로 미국 내부의 군사 기밀망까지도 살펴보고 있는 용용이는 조금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 이래도 되는 거야? 주인이 북한이랑은 최대한 전쟁 안 터지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잖아. ]

동북아시아의 화약고나 다름없는 한반도.

제아무리 북한이 막장 국가라고는 해도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면 충돌을 막아 주는 일종의 완충제이자 스펀지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그 필요성은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적이라고 간주할 만한 상대들 중에서 가장 만만하고 쉬운 상대가 북한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용용이의 말에 히죽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 나도 그렇게까지 흘러가게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애초에 북한 망하라고 벌인 짓도 아니고 말이야.”

[ ……. 그러려고 벌이던 짓 아니었어? 도대체 주인은 여기서 뭘 할 생각인데? ]

이 정도면 북한이 아니더라도 멀쩡한 나라 하나 X신 만들고도 충분히 남을 법한 악랄한 만행이었기에 용용이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일을 이렇게까지 벌렸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고는 눈을 찡긋하며 답했다.

“나야 뭐……. 사업해야지.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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