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24화 (124/242)

124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해방을 맞이한 여러 아프리카의 독립국 중 하나였던 탄자니아.

여러 부족과 문화가 뒤섞여 있는 아프리카에서 서구 열강에 의해서 반강제적으로 갈라진 국경선들. 그로 인해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많은 갈등과 혼란 속에서 끊임없는 내전을 일으키며 막장으로 치달아 가고 있었지만, 탄자니아의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주변국과 같이 극렬한 인종적, 종교적 갈등 없이 성공적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어 낸 탄자니아 정부.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내지 못한 채 세계적인 최빈국 중 하나로 골골대고 있었다.

[ 아프리카의 경제와 일반 국민의 생활 여건 높아지지 않는 이유로는 기본적인 사회 간접 시설인 도로와 수도, 전기와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가 너무 열악한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권력자들의 심각한 부정부패와 비리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까. ]

[ 공무원이나 권력을 가진 지배층들이 금액 대부분을 자기들 뒷주머니 채우느라 정신이 없는데 막대한 자금을 국외 원조로 뿌리거나 투자하면 뭐 합니까? 전쟁과 내전도 분명 문제겠지만, 아프리카가 지금의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타락한 공직자들의 비도덕적인 부패를 가장 먼저 척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만연한 부정을 뿌리 뽑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아프리카는 영원히 세계적인 최빈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

부정부패와 독재가 만연하고 정치적으로도 내전과 전쟁이 끊이지 않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대륙인 아프리카. 그렇기에 발전 가능성 하나만을 믿고 투자하기에는 그 위험도가 무척이나 높은 나라이기에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이곳에 그리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지만, 아시아의 대국이라 자칭하는 중국만큼은 달랐다.

[ 강과 바다가 작은 물줄기를 만나 커다란 바다를 이루듯, 우리는 모두가 서로 협력해서 살아가야만 합니다.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이어져 왔던 실크로드 정신을 계승해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빈곤하고 어려운 개발도상국들에 상호 호혜와 공동 번영을 위한 새로운 다자주의 협력을 위한 경제 개발 계획인 ‘일대일로’를 모색했습니다. ]

[ 우리 중국은 어렵고 빈궁한 동생 국가를 저버리지 않는 큰형 같은 국가입니다. 일대일로에 참여하여 투자금을 지원받으십시오. 학교와 도로, 병원들을 건설하여 인프라를 확충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국민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겠습니다. ]

중국의 패권주의적 대외 국책사업. 일대일로(一带一路) 프로젝트.

당장 돈 나올 곳 없는 여러 빈곤국에 막대한 차관을 빌려준다며 달콤한 말로 꼬드겼지만, 결국에는 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돈을 빌린 국가들은 하나같이 비참하고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다.

[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참가국에 어마어마한 부채 폭탄을 남겨 주기만 할 뿐, 실질적인 이익은 전부 중국이 챙겨 간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국책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중국 기업이 개발 사업에 참여해 중국의 기술로 중국 노동자들이 사업을 진행합니다. 결과적으로 참가국은 엄청난 고금리의 빚만 떠안게 되고 그 빚을 갚지 못하면 애써 건설한 인프라의 운영권을 중국 정부에 빼앗기게 됩니다. 이게 과연 진정한 상생의 길인지 의문이군요. ]

[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을 보십시오. 어마어마한 부채에 허덕이며 오히려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기보다도 경제 사정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것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 동인도회사가 식민지들을 수탈하던 방식과 다른 점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 수법이 교묘해졌을 뿐, 여전히 약탈적이고 매우 폭압적인 경제 침탈일 뿐입니다. ]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 맹렬한 비판을 받는 사업인 일대일로. 하지만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엄청난 자금을 퍼부으며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그리고 아프리카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손을 뻗었고 탄자니아 역시 이미 이들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친애하는 대통령님. 약속했던 차관의 일부 상환 만기일이 이제 곧 도래합니다만. 아직까지 어떻게 할 대금을 지급하시려는 생각이신지 잘 모르겠군요. 상부에서는 이제 확실한 대답을 원하고 있습니다.”

탄자니아에 자그마치 100억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준 주체인 중국수출입은행(中國輸出入銀行)에서 파견된 고위 간부. 뤼 첸. 채무를 독촉하는 채권자로서 찾아온 그는 정중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일국의 대통령을 대면하는 자리에서 조금의 존중도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 탄자니아 정부가 우리 수출입은행에게 진 빚은 모두 100억 달러. 그중 15억 달러를 내일 중국 은행의 영업 마감 시각까지 지불하셔야 합니다. 만약 자금을 납입하지 않는다면 우리 은행은 탄자니아 정부가 보유한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 상호 합의된 계약서에 따라 지급 보증을 했던 중국 정부가 모든 채무를 떠안게 될 것입니다.”

중국 은행이 탄자니아에게 막대한 돈을 빌려주고 그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선 중국 정부. 하지만 탄자니아가 디폴트에 빠져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은 진정으로 중국 정부가 원하던 시나리오였다.

“그 대신, 대통령님께서 담보로 설정하셨던 다르에스살람 인근에 위치한 제1항만과 2항만에 대한 사용권을 앞으로 중국 정부가 저희를 대신해서 99년간 할양받고 운영하게 될 것입니다.”

돈 대신에 아프리카와 인도양. 동남아시아 일대의 영향력을 장악하고 사회 간접 자본과 핵심 인프라를 장악하려는 중국에 국가의 핵심 시설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음팡고 대통령.

하지만 그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뤼 첸에게 물었다.

“그 광산을 넘겨주겠다고 하지 않았소?”

“아, 탄자나이트 광산 말씀하시는군요. 하지만 제가 최근에 확인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 광산의 채굴권은 탄자니아 정부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과연 만기일 이전에 그걸 우리에게 넘겨주는 것이 가능하긴 한 상황입니까?”

“…….”

매지컬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광산에 아주 많은 관심을 보이는 중국.

탄자니아를 제외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 광물인 탄자나이트를 넘겨주는 대가로 지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음팡고는 그의 물음에 입을 열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상부에서는 이 이상의 기다림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다가오는 상환일까지 원금 중 일부인 15억 달러와 그에 따른 이자 2억 2천만 달러를 지급받지 못한다면, 즉각적으로 설정된 담보물에 대한 압류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받았습니다.”

그 활용도가 확실하지 않은 광산보다는 차라리 탄자니아의 핵심 항구의 운영권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중국 정부. 그렇게 일방적인 통보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그를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음팡고를 보좌하는 이인자인 술루후였다.

“만약……. 만약에 우리가 마나석을 넘겨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어떻겠소?”

그 말에 첸은 우뚝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마나석……. 말입니까?”

“그렇소.”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눈에 이채를 띠는 첸의 반응을 보며 마치 다 됐다는 듯이 안도하는 술루후. 그리고 그는 자신이 심어 놓은 첩자에게서 들어온 최신 정보를 공유하며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매지컬 컴퍼니에서 부족한 전력량을 메우기 위해서 자체적인 발전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들었소. 그런데 그 방법이 추가적인 설비를 들여놓는 것이 아니라…….”

“그 마나석이라고 하는 기물을 통해서 에너지 공급을 대체하려는 건가 보군요.”

매지컬 컴퍼니에서 만들어 낸 역작이자 이 세계를 뒤바꿀 엄청나게 혁명적인 물건이라는 소문이 은밀하게 나돌고 있는 마나석.

석탄이나 석유와는 비교도 안 되게 압도적인……. 심지어 원자력과 비교해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하는 에너지원이라고 데슬라의 회장인 엘런 더스크를 통해서 그 존재가 드러나기는 했다. 하지만 아주 단편적인 정보 유출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격노하며 관련자들을 색출하고 정보 보안을 강화하며 이어진 미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

그 때문에 마나석과 관련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기에 뤼 첸은 마나석의 생김새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거라면……. 엄청난 성과가 되겠군.’

여기저기에서 소문만 무성한……. 중국 정부가 정보 기관을 동원해 어떻게든 확보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마나석을 여기서 자신이 확보하게 된다면 앞으로 자신의 미래는 그야말로 황금이 펼쳐진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좋습니다. 만약 마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걸 가지고 상부와 협의해서…….”

“이미 우리가 확보한 상태요.”

“예……?”

술루후의 대답에 처음으로 냉철함을 잃고 얼빠진 표정을 짓는 뤼 첸. 그리고 그는 술루후의 알 수 없는 아프리카 말과 손짓에 몇 명의 군인들이 두꺼운 천에 덮여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우우우우우우웅.

“이……이건?”

두꺼운 천을 걷어 올리자 그 자태를 처음으로 드러내는 푸른빛의 크리스탈.

그리고 그것을 본 뤼 첸의 눈동자는 마치 튀어나올 것처럼 거대해졌다.

“어떻소? 정말 아름답지 않소?”

너무나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푸른색의 빛. 단단하고 투명한 알 수 없는 재질의 크리스탈 안에서 부유하며 강렬하고 또 몽환적인 기운을 뿜어내며 그 존재감을 방 안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이 마나석을 처음 본 뤼 첸은 한참이나 멍하니 서서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흠……. 흠……. 정말로 신비로운 물건이군요.”

자기도 모르게 정신을 놓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운지, 작게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은 뤼 첸. 그리고 그는 이내 다시 노련한 은행 간부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좋습니다. 이 정도면 상부에서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거래 조건이겠군요. 정확히 이걸 넘겨주는 것을 대가로 뭘 원하시는 겁니까?”

새로운 협상을 해 보자며 다시 자리에 앉아 묻는 뤼 첸.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술루후가 답을 하기도 전에 음팡고 대통령이 불쑥 끼어들어 답했다.

“조건은 기존의 내용 그대로요.”

100억 달러를 전부 변제한 것으로 치고 거기에 추가로 30억 달러를 더 내놓으라는 무리한 요구. 광산의 채굴권도 아니고 고작 마나석 하나 넘겨주는 것치고는 너무 과한 수준이었기에 뤼 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리시는군요.”

“아니, 전혀 그렇지 않소. 오히려 우리로서는 합당한 수준의 요구지.”

“그게 도대체 무슨……?”

이 크리스탈 하나가 어떻게 자그마치 13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지느냐는 뤼 첸의 물음. 하지만 이어지는 이들의 설명에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엄연히 매지컬 컴퍼니의 자산이자 소유물인 마나석.

이것을 지역 갱단을 위장한 병력을 이용해 항구에서 운송 중이던 수송 트럭을 습격해 확보한 상태였기에 아마 이걸 되찾기 위해서 매지컬 컴퍼니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까지 직접 나서서 탄자니아 정부의 멱살을 쥐고 당장 찾아내라며 거품을 물고 난리 칠 것이 분명한 상황.

그렇기에 이것은 단순히 마나석 하나만을 넘겨주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앞으로 우리 중국과 더욱 긴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로 약속하겠다……. 이 의미인 겁니까?”

“그렇소. 비록 우리 탄자니아가 영향력 없는 약소국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여기저기 붙으며 박쥐처럼 행동하는 다른 나라들보다는 낫지 않겠소?”

미국보다는 못하지만, 분명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

이런 중국을 선택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에게 더욱 유리한 선택이 될 거라는 생각에 음팡고 대통령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중국이 약속을 천금같이 대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마찬가지요. 우리 탄자니아도 중국과 피를 나눈 형과 아우 사이가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소.”

잠깐의 고민에 잠긴 뤼 첸.

그리고 그는 이내 아까와는 다르게 극진한 예를 표하며 음팡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 문제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을 넘어선 것 같군요. 죄송하지만 상부에 보고하고 그 이후에 답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매지컬 컴퍼니가 아니라 탄자니아 정부의 손에 들어간 최상급 마나석.

그리고 그것이 비밀리에 중국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실려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가기까지는 불과 2일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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