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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23화 (123/242)

123화.

광산 내부에 몰래 폭탄을 설치해 의도적으로 매몰 사태를 일으킨 천인공노할 사건.

원래라면 대규모 현장 조사와 정밀 감식을 통해 관련 증거물을 수집하고 용의자들을 파악해야 했겠지만, 그런 번잡하고 복잡한 절차 없이도 나는 간단하게 그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키야. 역시 이럴 때는 마법이 좋긴 좋네. 대지의 기억을 뒤져 볼 수 있다니. 이거 완전 사이코메트리 아닌가?”

[ 사이코메트리……? 그건 또 뭔데? ]

“그런 게 있어. 수사물이나 탐정물에는 꼭 빠지지 않고 붙는 클리셰 덩어리 같은 거.”

일정 기간으로 한정되기는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는 마법. 그것을 통해서 범인을 색출해 낸 나는 그의 신상 명세가 적혀 있는 인사 기록을 살펴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에벰베 도밍고……? 아니, 어떻게 사람 이름이 에벰베가 될 수 있는 거냐.”

이름이 매우 특이한 중년의 흑인. 그리고 그에 대한 세부 이력들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나는 다른 광부들과 다른 점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과장님.”

“네! 부르셨나요?”

“여기 이 사람이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이 지역 출신으로 나와 있는데 에벰베 이 한 사람만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네요?”

“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내 물음에 박진철 과장은 자기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그 이유를 물 흐르듯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탄자니아 정부 측에서 강력하게 추천해서 어쩔 수 없이 채용한 안전 감독 인력이라고요?”

“네. 그놈은 시킨 일도 똑바로 안 하고 아주 제멋대로 행동하는 인간이에요. 말도 안 통하는 척하고 매번 게으름만 피우면서 온갖 거스름만 피우고 다녀서 다른 광부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저희도 여기서 사업하려면 정부 눈치도 봐야 하는 입장이라서……. 아무튼 완전 골칫거리예요.”

쌓인 게 많았는지 기다렸다는 듯이 불만을 잔뜩 토로하는 박진철 과장.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물끄러미 그 서류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탄자니아 정부가 왜 안전 감독 인력을 추천한 건가요?”

“뭐 자기네 법이 그렇다고는 하는데…….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그 에벰베라는 작자가 아무래도 탄자니아 고위층 관료의 친인척인 것 같아요.”

“친인척이요……?”

“네. 전에 다른 광부가 말해 줬는데 자기의 사촌인가 누군가가 권력이 장난 아니라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흠……. 그렇군요.”

“아무래도 저희 회사가 주는 연봉이 탐이 났겠죠. 3만 달러는 이 나라에서는 정말 엄청난 거금이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있지도 않은 법과 규정을 운운하며 저희한테 사람 하나 꽂아 넣으려고 그렇게 강짜를 부린 것 같은데……. 하여간 이놈의 아프리카는 썩어도 너무 썩어 가지고 일을 하기가 정말 힘든 게 문제예요.”

완전히 헛다리를 짚으며 투덜거리는 박진철 과장. 하지만 그런 그와 다르게 이미 에벰베가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전혀 다르게 이 내용이 다가왔다.

탄자니아 정부에서 꽂아 놓은 낙하산 인사.

그런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폭탄을 설치해서 광산에 사고를 일으키고 있었다는 것은 즉…….

“탄자니아 정부가 사보타주를 일으킨 그 배후라는 말이겠지.”

“네……? 방금 뭐라고…….”

비릿한 미소를 중얼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나에게 의아한 얼굴로 물어 오는 박진철 과장. 하지만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 * *

탄자니아 연합 공화국.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나라는 여느 아프리카의 국가와 같이 크고 작은 여러 부족이 혼재되어 있는 나라다. 그리고 그중에서 홈바나 부족 출신인 에벰베. 북쪽 지역인 이 메르데시 산맥에 터를 잡은 부족들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기에 그는 이 마을에서 거의 외톨이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물론 그의 거만하고 강압적인 태도가 더 큰 이유이긴 했지만 말이다.

“크흐흐흐. 오늘은 참 운이 좋군.”

일을 하지 않고 꼬박꼬박 들어오는 거금의 월급을 흥청망청 써 대며 최근 술과 도박에 완전히 빠져 사는 에벰베. 그는 매번 잃기만 하던 도박장에서 오랜만에 한탕 크게 딴 것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 술기운에 뻘게진 얼굴로 흥얼거리며 모두가 잠든 늦은 새벽에 자신이 머무는 매지컬 컴퍼니의 기숙사로 걸음을 옮겼다.

“에벰베 도밍고 씨.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돌아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한참 기다렸잖아요.”

“음……?”

히죽 웃으며 가로등이 비추는 입구 앞에서 가만히 기대고 서 있는 어린 외모의 동양인 소년. 마치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반갑게 마주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벰베는 경계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누구지?”

“당신이 일하는 이 회사의 주인.”

“뭐……?”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주인이라고 본인 스스로를 소개하는 아이.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에벰베의 눈동자는 점점 커져 갔다.

“멀린이라고 하면 알려나? 여기까지 내 이름이 퍼져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네 녀석이 광산에 폭탄을 설치하면서 내 회사를 엿 먹이려고 한 거는 잘 알고 있지.”

“그게 도대체 무슨……!”

자신이 한 일을 전부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찬 얼굴로 이야기하는 멀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모든 것을 부정하려고 했지만, 에벰베는 그러지 못했다.

우우우웅.

손짓 하나에 완전히 제압당한 신체. 푸른빛이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그 어린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떨리기 시작한 에벰베는 돌연 술이 확 깨는 기분이 들었다.

“아, 내 앞에서 어차피 통하지도 않을 거짓말은 시도할 생각은 하지도 마. 어차피 네놈이 설치한 폭탄은 찾아낸 지 오래인 상황이거든. 그게 아니더라도 어차피 내가 범인이 너로 지목하기만 해도 너는 이 마을에서 살아서 나가기에는 많이 어렵지 않겠어?”

정부의 기능과 치안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이곳은 아프리카.

법보다 칼이 더 가까운……. 용용이가 말하는 소위 판달리아와 가장 근접한 세상이었기에 만약 에벰베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내가 아니더라도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은 100%였다.

“어때? 보통 구라 치면 손모가지가 날아가는 게 국룰이기는 한데, 여기서는 아무래도 네놈 모가지가 날아갈 것 같거든……. 그래도 결백을 주장할 생각이야?”

“으으으…….”

그 말에 침음성을 흘리며 주저하는 에벰베. 그리고 나는 그런 그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튕기며 그의 신체를 속박한 마력을 흩어 버리고는 당근을 내밀었다.

“걱정하지 마. 너는 딱히 내 관심사가 아니니까.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만 제대로 답하면 너는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야.”

“저……정말입니까?”

“그럼. 내가 설마 위대한 대마법사가 되어 가지고 가오 상하게 거짓말이라도 치겠냐? 자. 어차피 드나드는 사람도 없는데 여기 앉아서 형한테 어디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아는 대로 싹 다 불어봐.”

내 말에 잠깐 주저하다 이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이 아는 것을 전부 불기 시작한 에벰베. 하지만 그가 가진 정보들 중 딱히 그렇게 귀중한 것들은 없었다.

“흐음……. 그러니까 너는 탄자니아 정부 뒤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거지?”

“그……그렇습니다.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한 것뿐입니다.”

탄지나아 정부의 지시를 받고 이 회사에 들어온 첩자이자 끄나풀인 것은 확인된 상황. 하지만 그런 그에게 세부적으로 모든 정황을 말해 줬을 리가 없었기에 정확하게 모든 내막을 파악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탄자니아 정부가 대가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이런 짓을 자기 멋대로 저지를 리가 없을 텐데……. 도대체 누구랑 작당해서 내 광산을 빼앗으려고 이러는 거지? 일본? 중국? 아니면 러시아?”

이미 이 나라에다가 매지컬 컴퍼니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상황. 아무런 뒷배가 없이 그저 채굴권을 빼앗으려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버리는 짓이랑 다를 바 없었기에 분명 다른 어딘가 다른 세력과의 물밑 거래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 그냥 주인이 직접 가서 물어보면 되는 거 아냐? 어차피 죄다 마법에 저항조차 못 하는 하등한 인간들인데 기억을 뒤져 보면 금방 알아낼 수 있잖아. ]

깊은 생각에 잠겨 배후를 고민하자 답답하다는 듯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알아내면 뭐 어쩌게? 그 나라까지 찾아가서 ‘죄송하지만 이 광산은 내가 먼저 찜했으니까 건들지 말아 주세요.’라고 친절하게 부탁이라도 할까? 퍽이나 안 건들겠다.”

[ 정신을 지배해서 하수인으로 만들면 불가능한 건 아니지. ]

“하……. 야. 정신 계열 마법은 조건이 개같이 까다로운 건 니가 잘 알면서 그게 할 말이냐? 내가 하루 종일 하수인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마법을 걸어 주지 않으면 금방 풀려 버리는데 내가 미쳤다고 이 아프리카 오지에 매번 출근 도장 찍을 일을 만들겠냐?”

“게다가 일국의 지도자를 내 입맛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게 알려지면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이 가만히 두고 보겠냐? 그날로 모든 마법사들은 제거 대상으로 찍히고 마녀사냥 시즌 2 찍게 되는 거라고.”

빈대 하나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는 법.

그보다 조금 더 세련되고 우아하고 고상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나는 용용이의 제안을 모조리 일축하고는 앞에서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에벰베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팟.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유일하게 나와 이 주변을 비추던 가로등이 꺼져 버렸다.

[ 뭐지……? 주인. 저거 왜 꺼진 거야? ]

“전력 제한 걸렸나 보지. 여기 일대가 전력 공급이 부족해서 특정 시간대에는 전기를 끊어 버린다고…….”

[ 왜 말을 하다 멈추는 거야? 전기가 뭐 어쨌다고? ]

그 순간,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하나의 생각.

그리고 나는 하던 말을 마저 하라며 재촉하는 용용이를 손에 집어 들고는 연신 머리를 쓰다듬으며 히죽 웃었다.

“역시. 우리 용용이가 아무것도 못하면서 잔소리만 떽떽 해 대는 중국산 짝퉁 인형인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때는 한몫 제대로 해내는 고귀한 드래곤 일족의 로드 같다니까.”

[ ……. 그거 칭찬이야 아니면 욕이야? ]

내 진심 어린 칭찬에 화내야 하나 좋아해야 하나 헷갈리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연신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니 누가 배후인지 알아내려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네. 몰라도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리면 되는 건데 왜 내가 굳이 남의 무덤을 파 주려고 고민하고 있던 거지?”

[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이 세상에는 이런 말이 있어 용용아.”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판다.”

[ ……? 자기 무덤을 어떻게 자기가 파? ]

“한번 잘 지켜보라고. 어떤 식으로 무덤을 파게 되는지 말이야.”

손가락을 튕기자 사방을 환하게 비추는 빛의 구가 생겨나 가로등을 대신해 주변을 밝혔다.

“오오……. 세상에 맙소사…….”

그리고 그것을 보며 깜짝 놀란 에벰베가 아프리카 말로 무어라 시끄럽게 중얼거리고 있는 와중에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고 아영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 멀린 님? 이 시간에는 어쩐 일이세요? 거기는 이미 잘 시간 아니에요? ]

탄자니아의 현지 시각까지 알고 있는 듯한 아영. 그녀는 한참 늦은 새벽 시간에 전화를 걸자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어 왔다.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요. 지금 통화 가능한가요?”

[ 네. 안 그래도 이제 막 출근한 상황이었어요. 뭐 급박한 일이라도 생기신 거예요? 큰일이라도 난 건 아니죠? ]

무슨 문제라도 터지면 비단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 정부까지 엮이는 국제 분쟁이 되어 버릴 수도 있는 상황. 그렇기에 아영의 목소리에는 걱정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여기에 마나석 하나만 좀 보내 주실 수 있으세요?”

[ 마나석을요……? 갑자기 왜요? ]

나는 아영에게 매지컬 컴퍼니에서 파견한 모든 직원들을 대신해 이곳의 열악한 상황과 고충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납득했다는 듯이 말했다.

[ 으음……. 그렇군요. 알겠어요. 거기다가 그러면 마나석으로 가동되는 발전기를 설치하려는 계획이신가요? ]

“그런 셈이죠.”

[ 어디 보자……. 제원으로 본다면……. 상급 마나석이면 충분할까요? ]

광산 하나와 전체 인구가 천 명도 채 안 되는 마을 몇 개 돌리기에는 상급 마나석 하나면 뽕을 뽑고도 남을 상황. 하지만 나는 그런 아영의 물음에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아뇨. 최상급 마나석으로 보내 주세요.”

[ 네……? 최상급 마나석을요……? ]

“네. 마나를 한계 용량까지 꽉꽉 채워서 부탁드릴게요.”

[ 아……. 아니, 잠깐만요. 최상급을 거기서 도대체 어디다 쓰려고……. ]

원자력 발전소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출력과 용량을 자랑하는 최상급 마나석.

분명히 이곳에서는 과분할 정도로 오버 스펙을 지닌 물건을 보내라고 지시하고는 곧장 전화를 끊은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누가 자기 무덤 파고 그 속으로 뛰어드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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