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한국인 중에서는 대다수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알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아프리카 변방의 국가. 탄자니아.
막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주변국과 다르게 비교적 아프리카 나라치고는 어느 정도 치안이 유지되고 정부가 제 기능을 하는 곳이지만 그렇게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빈곤한 나라. 세계적인 영향력이 전혀 없는, 그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약소국에 불과했지만,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이 나라는 전 세계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었다.
[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데슬라에서 유출된 신제품 관련 자료에서 멀린의 회사라고 알려진 매지컬 컴퍼니가 언급되어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
[ 마나 스톤……. 일명 마나석이라고 불리는 에너지 공급 장치를 매지컬 컴퍼니로부터 향후 5년 동안 독점으로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마나석이라는 것은 일종의 배터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신제품 ‘데슬라 M’을 올해 하반기에 최종적으로 공개할 준비를 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 삼진 그룹으로부터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받아 설립된 회사로 알려진 매지컬 컴퍼니. 이 회사의 규모를 비롯한 사업의 세부 내용들을 외부에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은 없지만, 과거 금융가와 자원 개발 시장에서 토대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탄자니아와 아프리카의 광산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삼진 바이오와 협력하여 온갖 혁신적인 의약품과 무한 동력의 스마트폰인 타임리스를 개발해 낸 것으로 알려져 그야말로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회사. 매지컬 컴퍼니.
일명 산업 파괴자라고 불리는 이 회사가 탄자니아에 꽤 많은 자금을 투자하며 발을 담그고 있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알려지자 미국의 월가를 비롯한 전 세계의 금융 자본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 때문에 이 나라 전체에 어마어마한 자금이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 말씀인 건가요?”
[ 그런 셈이죠.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중동, 유럽, 일본, 중국……. 심지어 러시아 쪽 자금까지도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
화상 통화를 통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공유하는 미국 CIA의 정보 요원 에밀리. 그녀는 미국 정부가 입수한 첩보 자료들을 분석하며 발견한 몇 가지를 정보들을 나에게 알려 주며 조금은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말했다.
[ 일단, 저에게 조사를 부탁하셨던 매지컬 컴퍼니 소유의 광산에서 벌어진 일대의 붕괴 사건들은 분명 수상쩍은 정황들이 많이 보여요.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번의 붕괴 사고가 벌어지는 것도 말이 안 돼요. 특히나 안전 조치를 철저하게 한 안정적인 지질 기반의 광산인 경우에는 더더욱 불가능하죠. ]
불과 세 달도 지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발생한 3번의 붕괴 사고.
물론 기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광산의 경우에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단단한 암석들로 굳건하게 지탱하고 있는 이 메레데시 산맥의 광산에서 연이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것도 이전 사고로 인해서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가동을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벌어졌다는 것은, 분명 미심쩍은 정황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 게다가 사고 발생 직후 탄자니아 정부와 관련 조사 기관들이 보이는 태도 역시 기이할 정도로 이상해요. ]
“뭐가 이상한데요?”
[ 마치 사고가 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후속 조치와 처리가 너무나도 신속했어요. 사실 첫 번째 사고가 벌어진 이후, 탄자니아 정부는 매지컬 컴퍼니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광산의 채굴권과 소유권을 강제로 박탈하려고 했어요. 그러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우리 국무부가 사전에 관련 정보를 입수해서 조치를 취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이미 매지컬 컴퍼니는 탄자니아에서 모든 자산을 완전히 압류당하고 쫓겨났을 거예요. ]
미국 정부가 사전에 힘을 써서 탄자니아 정부가 하려던 헛짓거리를 막아 내고 있었다는 에밀리.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흐음…….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거참 감사할 일을 하셨군요.”
[ 하지만 이제 미국 정부도 이 이상의 도움을 주기는 힘들 거예요.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세 번이나 같은 광산이 붕괴되고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 상황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는 탄자니아 정부가 매지컬 컴퍼니의 채굴권을 박탈한다 하더라도 그걸 막을 만한 명분이 부족하거든요. ]
이미 세 번의 스택이 쌓인 상황.
이 이상의 사고를 무마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난색을 표하는 에밀리의 말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지금 당장은 광산 가동을 무기한 중단시킨 상태니까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전까지는 다시 채굴을 재개할 생각도 없어요.”
그럴 일은 없을 거라며 히죽 웃는 나를 보며 무언가 불안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는 에밀리. 그리고 그녀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피곤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 그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머나먼 곳까지 직접 행차하신 거예요?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제가 줬던 그 위장 여권을 사용한 것 때문에 상부에서 얼마나 난리가 난 줄은 아세요? 국장님까지 백악관에 불려 가서 엄청 깨지고 저도 무지하게 한 소리 들었다고요. ]
마법의 창시자. 마법의 아버지. 최초의 마법사. 멀린.
나의 이름 앞에 온갖 수식언이 붙으며 전 세계의 집중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상황. 이제 막 마법 혁명의 싹이 본격적으로 자라나기 시작한 시기에 나에게 무언가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곧 미국과 한국이 계획하고 그리는 미래의 그림에 심각하고 중대한 차질이 생기는 것이기에 이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멋대로 관할권을 벗어나 외국을 싸돌아다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에밀리의 말에 히죽 웃으며 답했다.
“그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럴 만한 필요성이 있는 중대한 문제라서 어쩔 수 없었어요.”
[ 네……? ]
“사실 저도 어지간한 문제가 아니면 귀찮게 여기까지 오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에밀리도 아시다시피 최상급 마나석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여기 이곳에 있는 탄자나이트가 반드시 필요한 원료라는 것은 알고 계시죠?”
내가 제작하고자 하는 알바트로스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아티팩트와 초거대 마법 설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최상급 마나석.
그렇기에 앞으로의 계획을 현실에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라도 이 아프리카 대륙 변방에 위치한 탄자니아의 광산들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영향력을 확보하고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사실 까놓고 말하자면 미국 정부의 경우에도 제가 여기서 직접 일을 처리하는 게 훨씬 더 간편하고 고마운 입장 아닌가요?”
[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
“아까 말씀하셨죠? 매지컬 컴퍼니가 여기에 미리 침 발라 놨다는 걸 눈치챈 전 세계의 여러 기관과 금융 자본들이 이 탄자니아 정부에다가 뒤늦게 돈 발라 가며 찔러 보고 있다고요.”
월가와 같은 민간 금융 자본만이 아니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여러 국가의 자금들이 쏠리고 있는 탄자니아. 그 이후로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대충 여러 정황들을 끼워 맞춰 이야기를 추론해 볼 수 있었다.
“이미 탄자니아 정부와 광산 일대에 수조……. 아니, 수십 조의 돈을 퍼부어 가며 핵심 광산의 모든 채굴권을 독식해 버린 매지컬 컴퍼니. 그리고 이후에야 그 엄청난 가치를 눈치채고 배 아파 하는 탄자니아 정부와 그들에게 돈을 찔러 주며 어떻게든 뒤늦게 숟가락을 한번 얹어 보고 싶어서 안달 난 금융 자본들. 이 정도면 안 봐도 대충 드라마 하나 나올 수준 아닌가요?”
자신들이 절대 못 먹을 감을 찔러 보는 이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다름 아닌 미국이었기에 나는 히죽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에밀리의 정곡을 찔렀다.
“마나석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직 외부에 공식적으로는 공개한 적이 없는데, 어쩌다가 데슬라를 통해서 관련 정보가 유출된 건지 모르겠네요. 혹시 이번 수작질의 주체가 월가 쪽 금융 자본 세력인 것은 아니겠죠?”
흠칫.
그 말에 뜨끔한 표정을 짓는 에밀리. 그리고 그녀는 잠깐 주저하더니 이내 절대 아니라는 듯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 그건 아니에요……. 관련 유출 사건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내부 직원이 돈을 받고 친분이 있던 헤지 펀드에게 자료를 넘긴 것을 확인되었어요. 외부 세력과의 연결 고리를 철저하게 추궁하고 심문했지만, 그러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고요. ]
“그저 돈에 미친 헤지 펀드가 저지른 정신 나간 만행에 불과했다는 말인가요?”
[ 우리가 무슨 이유로 그 광산을 탐내겠어요?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요. ]
현재 유일하게 마나석을 독점적으로 공급받고 있는 미국 정부.
마나석을 활용한 제품이나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기에 아직 시장에 공개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매지컬 컴퍼니가 생산하고 있는 마나석의 거의 대부분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기에 괜히 이들이 생산 차질을 일으킬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혹시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제가 여기서 미국 기업이 연루된 정황이 발견되면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책임 못 져요?”
[ ……. 안 그래도 지금 재무부에서 이번 유출 사태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월가 전체를 뒤엎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 위험한 불장난을 벌일 수 있는 곳도 없는 데다 지금 당장은 그럴 여유조차 없을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여하튼 이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고 무사하게 돌아올 테니까 신경 놓으세요. 나중에 혹시라도 무슨 사태가 벌어지면 제 백업이나 확실하게 해 주시고요.”
[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일 생각이신 건데요? ]
“글쎄요……. 저도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참이라서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상황을 좀 지켜보고 가장 적절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죠. 내일 광산 인근에 직접 가서 한번 쭉 돌아볼 예정이에요. 매지컬 컴퍼니에서 파견된 직원들도 몇 명 만나서 이야기도 좀 해 보고 정해야죠.”
비행기를 자그마치 2번의 경유해가며 겨우 도착한 탄자니아.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쩍쩍 벌리며 하품을 하고 있자 에밀리는 묘하게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곧장 미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저한테 직접 연락하셔도 되고요. ]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겉으로는 아직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청소년으로 보일지 몰라도 이래 봬도 위대한 대마법사라니까요? 서클도 이제 5개나 만들어서 솔직히 군대가 총동원돼서 나 잡아 족치려고 달려드는 거 아니면 저 못 이길걸요?”
혹여나 위험하거나 불리한 상황에 닥친다 하더라도 수틀리면 내 몸 하나 건사하면서 도망치는 것은 그리 큰일도 아니고 말이다.
우우우웅.
내 몸에서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미증유의 마력.
그 마력의 충만함에 나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 아, 그러고 보니 누나분께서 전해 달라는 말이 있었어요. ]
그리고 그런 나의 표정을 보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에밀리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 그녀가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서 말씀드리자면……. ‘당장 돌아와서 이 빌어먹을 요술봉 디자인 바꾸지 않으면 지옥보다도 더한 고통을 맛보게…….’ ]
에밀리가 누나 이야기를 꺼내는 그 순간. 나는 다급하게 그녀의 말을 하나도 못 들은 척 통신을 종료했다.
“이만 끊을게요. 에밀리. 나중에 상황 파악하고 다시 또 이야기 나누자고요.”
뚝.
한순간에 통신이 끊기며 검은 화면으로 변하는 모니터.
그녀가 한 말을 잽싸게 끊어 버렸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휴……. 큰일 날 뻔했네.”
[ 그게 무슨 소리야 주인. 뭐가 큰일 날 뻔해? ]
의아한 목소리로 물어 오는 용용이. 그런 그를 집어 들고 나는 침대에 풀썩 드러누우며 말했다.
“요술봉 말이야. 요술봉. 그거 가지고 이미 누나가 엄청 나한테 협박 메시지들 보내고 있거든. 일부러 메시지들을 못 본 척 무시하고 있었는데, 에밀리가 직접 말로 전했다고 해 버리면 나중에 메시지를 못 봐서 전혀 몰랐다고 핑계를 댈 수가 없잖아.”
이미 내 휴대폰에 잔뜩 쌓여 있는 누나의 애정과 사랑이 듬뿍 넘치는 협박 메시지들.
벌써 300개가 넘게 쌓여 있었지만, 그것들을 일부러 확인 안 하며 버티고 있던 멀린은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버텼다며 히죽거리며 웃으며 좋아했고, 그런 그를 보며 용용이는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 아무리 봐도 주인은 내가 본 인간 중에서 제일 미친 새끼야. ]
이런 정신 나간 놈한테 세계 멸망을 막으라는 임무를 내린 이브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용용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