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마법과 마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변화하려는 미국.
그 첫 시작을 위해서 200명의 엄선된 각성자들을 마법사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 파견 교육을 보낸 레너드 대통령은 책임 담당관으로 보낸 하인즈 대령의 보고서를 받아 보고는 진중한 표정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현재 6개월간의 반기 교육이 마무리된 결과, 83명의 퇴학자를 제외하고 117명의 인원이 전원 심장에 서클이라는 것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대략 58%에 달하는 수준이군.”
“하인즈 대령의 보고에 따르면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대략 마나를 각성하고 안정적으로 서클을 형성하는 데까지 평균적으로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6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이 정도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건, 천재의 범주에 속한다고 합니다.”
평생을 마나가 농밀하게 퍼져 있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살아가는 판달리아에서조차도 아무리 짧아도 1년, 그 이상의 시간을 잡고 수련해야 진입할 수 있는 1 서클의 경지. 마나는 고사하고 아무런 이능도 존재하지 않던 이 지구의 존재가 최단 시간 안에 서클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그것이 일반적인 수련 상황 속에서 벌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거 교육 방식에는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은 맞는가? 퇴학……. 그러니까 중도 포기를 한 병사들에게서 심각한 스트레스성 반응과 트라우마가 관측되었다는 보고가 있네. 이런 가혹한 방식을 이어 가다가는 나중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는군.”
우로보로스에서 퇴학……. 아니, 탈출에 성공한 병사들에게서 나타나는 강력한 PTSD 증상. 밤잠도 설치며 그곳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싫어하며 온갖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보고서 역시 집어 들고는 레너드 대통령은 눈을 가늘게 뜨며 우려를 표했다.
“저 역시 현재 우로보로스에서 진행되는 교육이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이며, 개인의 인권을 철저히 무시한 가혹한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처음부터 멀린이 저희에게 그 무엇보다 강력한 정신력과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이들로 엄선해 달라고 요청했던 거였습니다.”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가혹한 수준으로 학생들을 굴리고 있는 멀린. 그런 그의 훈련 방식과 강도를 그저 글로 적힌 텍스트로만 보고받고 있었지만, 충분히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참상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자신이 언제고 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 1년 안에 전부 3 서클의 어엿한 마법사로 만들어서 자신을 대신해 다음 기수의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교육을 맡는 각성자들을 제외하고 다음 기수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든 자신은 상관 안 할 생각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마법사를 양성하기 위해서 첫 발걸음을 내디딘 우로보로스.
현재 이 지구상에서 마법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멀린이 유일했기에 최대한 빠르게 마법을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마법사들을 대량으로 양산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현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하인즈 대령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금 멀린이 진행하고 있는 교육 방식에 대해서 거의 극찬에 가까울 정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분명히 그 효과는 확실하다는 의미겠죠.”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멀린의 교육 방식. 그리고 그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와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놓은 하인즈의 보고서에는 분명하게 그 효율성과 이점에 대해서 장문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 우로보로스는 다른 지구의 어느 환경보다도 짙은 마나의 농도를 자랑한다. 마력 집약진이라는 특수한 마법진을 설치해, 이곳에서는 10배에 가까운 마나가 대기에 녹아들어 있어 그 어떤 곳보다도 더욱 빠르게 마나를 축적할 수 있어 그 효율과 속도는 압도적이다. ]
[ 또한, 우로보로스에 적용된 ‘크로노스 시스템’은 인간이라면 누구든 가지고 있을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고통에 대한 본능적인 회피 성향을 없애 준다. 그렇기에 교육생들은 죽음을 주저하지 않고 정말 실전이나 다름없는 환경 속에서 마법을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 ]
[ 불필요한 인명 피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 수칙과 규정도. 겉모습만 비슷한 실습 교보재를 이용할 필요도 없이 말 그대로 실전이나 다름없는 멀린의 교육은 여느 훈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성과를 가져온다.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죽음이라는 페널티(Penalty)에서 해방된 채로 수백, 수천 번의 실패와 실수에서 스스로 경험하고 학습한 이들은 매 순간 경이적인 속도로 성장하고 단련된다. ]
[ 그렇기에 이 우로보로스의 졸업생들은 향후, 뛰어난 마법사가 되어 이 세상에 수많은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 정부는 향후 이 교육 시설에 최대한 많은 수의 각성자들을 입교시키는 것에 가능한 많은 정치적,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며, 재능 있는 이들을 사전에 선발하고 이곳에 입학시키기 위해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제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
죽음조차도 되돌릴 수 있는……. 그야말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터무니없는 마법.
크로노스 시스템(Chronos System).
멀린이 직접 설치한 걸로 알려진, 이 우로보로스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마법 덕분에 이곳에서 교육받는 각성자들은 어느새 옆에 있는 동료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 버리든, 자기 신체 부위 어디 하나가 날아가든 눈 하나 깜짝 안 하며 수련과 공부에 매진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크로노스 시스템이라는 것은 정말 탐이 나는군.”
“…….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아니라 정말 모든 것을 실전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
이 마법을 이용한다면, 매번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든 군사 훈련과 컴퓨터 프로그램에서만 가상으로 진행되는 워게임이 아니라 정말 폭탄과 총알이 난무하는 실전을 통해서 군사적 역량을 대폭 높일 수 있었다.
특히나 수조 원에 달하는 최신예 전투기를 운용하며 한 명 양성하는 데에만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파일럿들을 보유한 공군으로서는 그야말로 눈이 뒤집히고 침을 질질 흘리고도 남을 법한 기술. 하지만, 그런 레너드 대통령과 합참의장의 기대와 다르게 멀린은 너무나도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 어차피 알려 줘도 제대로 만들고 운용하지도 못할 거면서요? 미국 내에서 8 서클 마법사가 나오면 그때는 한번 생각해 볼게요. 저는 4 서클이면서 어떻게 만들고 써먹고 있냐고요? 그건 제가 개쩌는 위대한 대마법사라서 그런 거고요. ]
현재로서는…….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 우로보로스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교육 방식.
그렇기에 좋으나 싫으나 레너드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는 한국으로 재능 넘치는 각성자들을 계속해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 최고의……. 그리고 유일한 마법 학술 교육 기관. 우로보로스에 말이다.
“그래서……. 다음 신입생은 언제 모집할 예정이라고……?”
“올해 11월에 모집 요강을 공지하고 12월에서 1월 사이에 합격자 선발을 진행하고, 내년 2월에 합격자를 최종 발표한다고 합니다.”
“선발 인원은?”
“지금보다 100명 늘려서 300명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이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전 세계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 분명한 상황. 이미 미국 내에서 찾아낸 각성자들의 수만 하더라도 거진 천 명이 넘어가고 있었기에 레너드 대통령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 생각보다 너무 적군. 혹시 우리 쪽에 얼마나 할당해 주겠다고 하던가?”
“한국에서 100명. 미국에서 50명. 나머지 150명은 지원한 각성자들의 국적에 따라 최대한 고르게 선발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이전과 같은 수를 할당받지 못한 상황. 그래도 한국과 미국에 특혜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분명했기에 레너드는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듯이 콧김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 이번에 교육받는 이들이 전부 미국인이라는 것에 감사해야겠군.”
“분명 대통령님께서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를 적절하게 잡았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가르쳐 줄 자기밖에 없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교육에 참여하고 학생들을 손봐 주며 열심히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멀린.
그의 직계 제자이자 수제자가 되어 버린 이번 1기 입학생들은 분명…….
앞으로 뛰어난 마법사가 되어 이 세상을, 그리고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힘쓸 것이었다.
“부디 남은 6개월의 시간 동안 많은 성취를 이루었으면 좋겠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능하고 소중한 인재들이 되어서 다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레너드 대통령은 손에 들려 있던 하인즈 대령의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 * *
“타오르는 화염이여. 나아가 상대를 태우는 비수가 되어라! 파이어 볼트!”
“보이지 않는 무형의 화살이여. 적을 추적해 섬멸하라! 매직 미사일!”
“차가운 냉기가 적의 심장을 꿰뚫을지니. 아이스 볼트!”
1 서클의 마법사가 되어 어엿한 마법을 구사하기 시작한 우로보로스의 학생들.
이들은 화염과 얼음, 그리고 딱딱한 돌덩어리와 같은 속성이 담긴 화살을 쏘아 대며 한 사람에게 맹렬하게 공격을 쏟아 내고 있었다.
퍼퍼퍽. 퍼퍽.
정확히 멀린을 향해서 날아드는 위협적인 공격 마법들.
하지만 그러한 마법들은 그에게 닿기도 전에 이미 무형의 마력의 장막에 부딪히고는 속절없이 사라져갔다.
“느려. 무슨 1 서클 마법 하나 쓰는 데 그렇게 오글거리는 주문을 다 외우고 있고, 연산 수식을 그렇게 하나하나 무식하게 다 하고 있냐? 주문 영창을 하면 마법 구사에 필요한 의지를 확실하게 세울 수 있기야 하겠지만, 느려 터진 데다가 쪽팔림은 덤이라니까? 무슨 중학생도 아니고 그런 유치한 주문을 대놓고 읊어야겠냐? 내가 너희들을 대신해서 더 부끄러워진다.”
“…….”
씨크릿 쮸쮸 요술봉을 휘두르는 사람한테 들을 말은 아니라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 하지만 나는 어느 까무잡잡한 남미 계열의 인종으로 보이는 어느 한 여학생을 지목하고는 말했다.
“어이, 거기 너. 마법 아무거나 하나 써 봐.”
“저요……?”
“그래. 뭐든 상관없으니까 가장 자신 있는 걸로 한번 해 봐.”
갑작스럽게 마법을 써 보라는 말에 당황한 듯한 교육생. 하지만 이내 마나를 끌어 올리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적을 속박하라! 대지의 자라나는 나무뿌리여! 인탱……. 끕!”
하지만 그녀의 주문은 갑작스럽게 솟아난 나무 넝쿨이 입을 가로막아 버리자 완성되지 못했다.
“이게 전투 상황에서 일어나는 주문 영창의 가장 큰 문제점이야. 너희가 주문 외우고 있으면, 대충 첫 마디부터 무슨 마법을 쓸지 대충 감이 오거든. 게다가 주둥아리만 못 놀리게 만들어 버리면 마법도 못 쓰잖아? 이게 무슨 영화나 판타지도 아니고 전장에서 그런 식으로 마법 쓰는 것들은 이미 오래전에 다 뒤지고 없어.”
히죽 웃으며 요술봉을 휘둘러 그 학생의 온몸을 나무 덩굴로 감아 버린 나.
그리고 이내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그냥 [전투 마법의 실제]라는 제목으로 붙여진 수업인 줄 알아? 이것들이 무영창으로 마법 써 오는 수준으로 연습해 오라니까 죄다 유치찬란한 주문들 읊어 대고 자빠졌네. 1 서클 만들고 요새 내가 좀 잘한다 잘한다하고 풀어 주니까 너희들이 아주 간이 배 밖으로 터져 나와 버렸지?”
우우우우웅.
내 음산한 물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강대한 마나를 느끼며 얼굴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변해 버리는 학생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특별 교육 다시 들어가야겠네. 오늘 수업 주제는 무영창 성공하기. 지금부터 내 공격을 피하거나 방어하면서 동시에 무영창 마법으로 반격까지 성공하지 못한 새끼들은 다 죽는 거다.”
“스……스승님. 저희가 잘못…….”
퍼어어억.
무어라 죄송하다고 잘못을 빌려던 이에게 정확히 날아가 꽂히는 화염의 창.
그것을 시작으로 무영창으로 발현된 마법들이 사방에서 쏟아지기 시작하자 모든 학생이 침착하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저……전부 모여!”
“바람의 장막이여! 나와 모두를 보호……. 꺄악!”
“실……. 끄아아아아악!”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가다듬지 못해 마나 폭주로 뒤지고.
내 공격 마법을 미처 피하거나 막지 못해 정통으로 얻어맞고 뒤지고.
무영창을 무리하게 억지로 시도하다 심장이 터져 뒤지고…….
그야말로 온갖 이유로 적게는 몇 번에서, 많게는 수십 번을 죽은 그날.
겨우 과제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이 파릇파릇한 마법사들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에게서 직접 배우고 경험한 이 소중하고 값진 이 모든 경험들을…….
다음에 자신이 가르치게 될 새로운 파릇파릇한 새싹과도 같은 신입생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전수해 주겠다고 말이다.
나만 당할 수 없지.
이것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만국 공통으로 적용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