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미국에서 선발된 200여 명의 각성자를 대상으로 마법 교육을 시작한 이후.
우로보로스와 관련한 이야기들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 인류 최초의 마법사 양성 기관. 우로보로스. 멀린이 직접 설립했다고 알려진 이 마법 학교에 대해서 알려진 내용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곳에서 마나를 다루는 것이 미숙한 각성자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마법 교육을 통해서 당당한 마법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멀린이 직접 발언해 전 세계의 깊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
[ 미국에서 선발된 200명의 각성자를 대상으로 멀린이 직접 마법 교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신입생 명단에서 한국인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호준 대통령은 이번 교육에 한국의 각성자들이 빠진 것은 국회가 마법과 관련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기에 법적인 근거가 부족한 탓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 마법 학교. 우로보로스. 과연 그곳은 어떠한 신비로운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어쩌면 정말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마법 지팡이를 들고 서로가 마법 결투를 벌이며, 신비로운 마법 동물들과 마법 물약들을 제조하는……. 마치 상상이나 영화 속에서나 바라보는 그런 환상의 학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학교가 자리한 위치도, 그 규모도, 세부적인 학제나 교육 과정도……. 그 어떤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상……. 아니, 망상 속에서 우로보로스를 마치 신비롭고 흥미로운 모험이 가득한 그런 환상 속의 학교로 치부해 버렸다.
- 와……! 마법 학교! 와! 마법 지팡이!
- 진짜 나도 각성자만 됐으면 다니고 싶다. 뭔가 재밌을 것 같은데?
- 거기 나오면 이제 나도 마음에 안 드는 놈들 개구리로 만들 수 있는 거냐?
- ㄷㄷ……. 이제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는 세상이 도래하는 건가?
- 우로보로스……. 나도 꼭 입학하고 만다.
각성자로서 체계적인 마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교육 기관.
그렇기에 이러한 관심은 비단 일반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 마법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으로 우로보로스가 유일한 상황에서 어느 특정 국가만을 한정해서 입학생을 받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각성자들만을 데리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결국 마법을 통해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용해 먹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아닙니까?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마법 학교에 입학할 신입생들을 전 세계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선발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일본의 나루히토 총리가 오늘 한국에 방한했습니다. 이로써 6년 만에 이호준 대통령과의 공식적인 한일 정상회담이 시작되었는데 전문가들은 이전 정부에서 완전히 망가진 한일 관계의 복원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호준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서 일본 정부는 최근에 설립된 우로보로스에서 일본인 각성자들을 일부 입학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 유럽 연합에서 마법사 양성 기관의 설립과 운영은 UN을 통해 전 세계가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새로운 국제 협약의 수립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멀린이 설립한 우로보로스를 의식한 제안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이러한 EU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
이 지구상에서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멀린의 뮤튜브 방송을 통해 마법을 스스로 학습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멀린이 직접 가르침을 전수하는 우로보로스에 입학하는 것.
그 둘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르라면 누구라도 후자를 선택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우로보로스는 개교한 지 불과 3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학교가 되어 있었다.
전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끄으으으으으으…….”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침음성을 토해 내는 우로보로스의 첫 번째 교육생들.
최대한 온 정신을 집중해 마나를 통제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너무나도 농밀하고 방대한 양으로 물밀 듯이 휘몰아치는 마력의 해일에 휩쓸려 결국 그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파지지지지지직.
그리고 그 순간.
몸 안의 마나 회로를 타고 맹렬하게 순환하던 마나는 순식간에 그 길을 잃어버리고 전신의 혈관과 근육과 뼈. 그리고 모든 세포 하나하나에 침투해 가며 강렬한 에너지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찢어발겼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감히 인간의 나약한 육신과 정신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세포 단위로 파괴되어 가며 밀려드는 격통에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온몸에서 피를 쏟아 내며 어느 한 교육생은 바닥에 쓰러졌다.
“커헉…….”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며 단말마와 함께 흐려지는 의식.
자신의 수준을 넘어서는 방대한 양의 마나를 적절하게 운용하는 것을 실패해 결국 마나 폭주를 일으켜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심장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그.
하지만 그 순간, 죽어 버린 그의 시간은 거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마나 폭주를 일으켜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수복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된 육체.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히 멀쩡한 상태로 복구된 상태로 되살아난 그가 멍청하게 서 있을 때, 옆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이 멍청한 놈이……. 도대체 무슨 서클 하나 형성하는 데 5번을 뒤지고 있냐? 야, 다른 놈들은 뒤지더라도 양심상 3번 이상은 안 뒤진다. 너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코인을 2개나 더 쓰고 있냐? 그렇게 코인 쓰는 게 좋으면 한 100번은 더 쓰게 만들어 주랴?”
“죄……죄송합니다!”
나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며 잔뜩 각이 잡힌 자세로 우렁차게 외치는 교육생. 나보다도 거의 3배는 더 커 보이는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를 가졌지만, 이미 첫날부터 나에게 저항한답시고 덤벼대다 셀 수도 없이 죽어 본 경험들이 있었기에 그는 이미 영혼 깊숙이 각인된 공포로 인해서 생긴 것과는 전혀 안 어울리게 잔뜩 겁이 난 얼굴로 작게 몸을 떨고 있었다.
“하……. 야, 마나 농도가 다른 곳보다 10배라고 이게 많아 보이겠지만, 판달리아에서는 이게 기본이거든? 거기 사는 놈들은 이 정도 농도의 마나가 녹아 있는 공기를 매일같이 들이마시면서도 멀쩡한데 너는 뭔데 이것도 통제 못 하고 빌빌대고 있냐? 이러고도 네가 재능이 있는 놈이긴 한 거냐?”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름이……. 제이크라고? 난 열심히 노력하는 건 필요 없어. 잘하는 놈이 필요한 거지.”
“…….”
나의 싸늘하고 냉정한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 채 굳게 입을 닫고 서 있는 제이크.
그런 그를 잠깐 노려보다 나는 이내 손에 든 서류를 뒤적이고는 중얼거렸다.
“입학식 첫날 뒤진 횟수 3번. 나한테 개기다 뒤진 횟수가……. 12번. 암기하라는 룬어 다 못 외워서 뒤진 게 8번……. 거기에 이론 시험도 점수가 개판이네? 신체 능력은 준수하긴 한데 마나 폭주까지 5번 일으켜서 뒤졌으면 이 정도면 아무리 봐도 수준 미달 아닌가?”
개개인의 역량 차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나의 교육 방식.
철저한 관찰과 수행 능력에 따른 평가보다는 교육 중에 뒤진 횟수를 통해서 점수를 매겨 가는 나의 평가 기준으로 따지자면 제이크는 분명히 내 수제자가 되기에는 그 수준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지금 너를 이 자리에서 퇴학시키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200명의 교육생으로 시작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40명이 퇴학당한 우로보로스.
비인간적인 교육 방침과 가혹하기 짝이 없는 공부량과 수련 기준에 발맞추지 못해 퇴학당하는 이들을 보며 제이크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은 그들을 부러워했다.
퇴학만 당하면……. 이제 이 고통만이 가득한 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제이크는 절대로 퇴학만큼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히……. 여기는 자살하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견뎌 낼 가치가 있어.’
하루하루가 목숨을 건 치열한 생존의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무간지옥과도 같은 곳.
하지만, 분명히 수없이 많은 죽음 속에서 제이크를 비롯해 이곳의 모든 이들은 다른 사람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해 가고 있었다.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실패의 기억과 경험들. 무수한 회귀 속에서 자신의 단점과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나가며 어엿한 마법사로의 길을 걸어가는 상황 속에서, 인류 최초……. 그리고 최고의 대마법사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는 이 엄청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제이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애절함과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제발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기회? 내가 호구도 아니고 그딴 걸 그냥 너한테 줄 것 같…….”
“뭐든 시키는 것은 전부 하겠습니다.”
씨알도 안 먹히는 듯한 반응에 다급하게 말을 덧붙인 제이크. 그리고 그런 그의 진심 어린 다짐에 나는 순간 말을 멈칫했다.
“정말? 시키는 건 뭐든지 전부 다 하겠다고?”
“……. 그렇습니다.”
“흐음…….”
그런 그의 말에 잠깐 생각에 잠긴 나.
그리고 이내 제이크의 신상 명세가 들어간 서류를 유심히 살펴보며 뒤적거린 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의 몸을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만져 댔다.
“골격도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고……. 백인이라 그런가? 인종적인 특성 때문인지 근육도 튼실하게 잘 잡혀 있네. 혹시 헬창이야? 운동 많이 했었나 본데?”
“……. 운동은 좋아해서 자주 했었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했었지?”
“……. 중학생 때부터 레슬링부 활동을 했었긴 합니다.”
내 물음에 묘하게 어벙한 표정으로 답하는 제이크.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히죽 웃으며 다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시겠지. 어릴 때부터 공부와는 담쌓고, 무식하게 운동이나 하면서 육체나 키워 대고 다녔으니까 이렇게 신체적인 성장은 뛰어날지 몰라도 통제력과 지능만큼은 다른 녀석들보다 뒤떨어질 수밖에 없지. 하여간……. 운동만 한 녀석들은 이게 문제라니까. 중간이 없어. 중간이.”
“……. 죄송합니다?”
내 한탄 섞인 볼멘소리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으로 사과하는 제이크. 하지만 나는 그딴 건 필요 없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며 그에게 선택지를 두 가지 내주었다.
“신체 능력도 어중간했으면 넌 그냥 퇴학이었다만……. 그래도 그 육체만큼은 다른 놈들하고 비교해도 우월하고 준수한 편에 속하고 나한테 12번이나 뒤져도 개겼던 그 깡이 마음에 드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선택지를 하나 주도록 하지.”
“선택지 말입니까……?”
“그래. 어차피 너는 이해력도 부족하고 많은 양의 마나를 운용하기에는 통제력이 부족해. 그런 경우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어차피 일반적인 마법사로 대성하기에는 글러 먹었거든? 그렇기에 너와 같은 교육생들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거야.”
“……?”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의 제이크. 하지만 나는 그런 그에게 히죽 웃어 보이며 물었다.
“네가 선택해. 퇴학당할래? 아니면 특별 전형으로 이곳에 남아서 따로 교육받을래?”
“특별 전형 말입니까……?”
“그래.”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 불안함이 가득한 미소를 짓는 멀린.
하지만 제이크에게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뿐이었기에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별 전형으로 교육받겠습니다.”
“현명한 선택이야. 그럼 지금부터는 심장에 서클 만들겠다는 쓸데없는 헛짓거리는 이제 그만하고 나를 따라오도록.”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도살장에 끌려가듯이 멀린을 뒤따라 나간 제이크. 한참을 걷자 나타난 외각에 자리한 커다란 체육관 같은 건물에 들어서자 그는 일순간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크으윽……. 이……이건?”
“아, 여기서부터는 온 힘을 다해서 걸어야 할 거야. 여기서부터는 중력이 5배로 작용하거든.”
“……?”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를 내는 멀린. 전신을 짓누르는 이 강렬한 압박감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를 뒤따라간 제이크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어느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식이 삼촌~! 여기 제자 하나 데려왔어요.”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그를 부르는 멀린. 그러자 고개를 돌려 둘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걸어온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 삼촌이 뭐냐 삼촌이? 그냥 형이라고 불러 달라니까?”
“에이, 30살 넘어가면 삼촌이죠. 저랑 나이 차이만 두 배는 더 나는데 무슨 형이에요?”
“……. 그럴 거면 예전처럼 선생님이라고 부르든가.”
“제가 이 우로보로스의 학장인데 그러면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 하긴 그렇긴 하지. 그래서, 이 녀석이 내가 가르쳐야 할 제자야?”
“그럼요. 이력을 보니까 딱 삼촌이랑 같은 과의 녀석이더라고요. 잘 다듬으면 아마 대련 상대로 제격이지 않을까요?”
“흐음……. 그러게……. 안 그래도 심심하긴 했는데…….”
강화된 중력에 적응하는 것도 버거워 간신히 숨을 헐떡이는 제이크. 하지만 그는 자신을 마치 탐스러운 먹잇감처럼 바라보고 있는 두식의 시선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저……. 멀린 님. 그 특별 전형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아, 그건 여기 이 김두식 선생님이 잘 가르쳐 줄 거야. 그래도 교사 자격증도 있는 진짜 선생님이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어쩌면 나보다 더 잘 가르쳐 줄걸?”
“도대체 뭘 가르쳐 준다는…….”
“힘 법사가 되는 법. 그건 나보다 이 선생님이 완전 전문가거든.”
“힘……. 법사 말입니까……?”
그게 뭐냐는 듯한 눈빛으로 물어 오는 제이크.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물음에 그저 미소 지으며 선물 하나만을 건네주었다.
“그건……. 네가 직접 경험해 보면 알게 될 거야. 이건 내 마음이 담긴 선물.”
“……?”
투박하지만 마력으로 강화되어 다이아몬드보다도 더한 강도를 지닌 야구 방망이.
그것을 제이크의 손에 쥐여 주고는 나는 그를 내버려 둔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우로보로스의 유서 깊고 명망 높은 워 메이지 학파의 첫 번째 신입생이 탄생했다.
앞으로 무수히 많은 학생이 거쳐 가게 될 마나 친화력 강화 수업에서 마나가 담긴 피로 새빨갛게 물든 야구 방망이로 교육생들을 효과적으로 두드려 패며 그 악명이 드높을…….
야구 방망이의 악마(The Evil of Baseball Bat). 크레이지 제이크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