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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02화 (102/242)

102화.

102화.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던 생방송 도중에 대한민국 정부가 9살의 어린이를 노예처럼 붙잡고 있다는 초대형 폭로를 해 버린 이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언론 기자들을 비롯해 유명한 외신들까지, 그 모두가 경쟁하듯이 앞다투어 관련 내용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 충격. 대한민국 정부의 불법적인 여아 감금 사태 폭로.

- 마법사 멀린. 그가 제기한 의혹은 과연 사실인가?

- 관련 의혹에 관해 침묵하는 윤기열 정부. 향후 방향은?

9살의 어린아이를······. 그것도 협박과 강압 속에서 강제로 구속하고 있다는 나의 자극적인 발언에 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상황이었지만, 그 와중에 직접 해당 아이가 살던 지역에까지 찾아가서 주변인들까지 취재하고 다니는 바람에 내 주장의 신빙성은 계속해서 더해져만 갔다.

- 단독 보도. 멀린이 제기한 학생은 현재 2주째 실종 상태!

- A 양 담임 선생님의 충격적인 증언. ‘그 아이의 꿈은 마법사였어요.’

- 특종! 실종된 A 양의 마지막 목격 순간 재구성. 강원도에서 벌어진 의문의 교통사고.

순식간에 정치권 전체를 뒤흔드는 커다란 스캔들로 커져 나가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것을 보며 화상으로 연결된 레너드 대통령은 나를 향해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 적당히 지금의 사태를 수습해달라고 했더니 더 커다란 폭탄을 던져놓고 왔더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인 건가? ]

이 세상의 유일한 마법사인 내가 직접 마법과 관련해서 여러 기본적인 개념을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를 바랐던 레너드 대통령. 그렇기에 미국 정부와의 진중한 협의 속에서 출연을 결정했던 인터뷰 방송이었지만, 원래의 목적과는 완전히 다르게 또다시 시끄러워진 한국의 상황을 바라보며 그는 나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에요. 이제부터 계속해서 마나를 활용할 수 있는 각성자들이 하나둘씩 생겨날 텐데 그때마다 정부가 데려다가 그 아이처럼 이상한 헛짓거리 하고 다니면 어떻게 해요?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다니까요? 괜히 힘으로 찍어누르면서 강압적으로 착취하지 못하게 지금부터 나쁜 버릇은 단단히 고쳐줘야죠.”

앞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각성자들.

지금 당장은 애매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마법이 체계화되기 시작하면 이들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했기에 처음부터 마법사들의 처우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태도와 생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 한국 정부는 이미 자네와 관련한 문제로 이미 감정이 상한 상황이네. 적당히 풀어줄 줄도 알아야지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한국 정부를 자극해봤자 좋을 것 하나 없네. ]

“헹, 어차피 임기도 다 끝나가는 레임덕의 윤기열 정부가요? 지금은 뭘 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뜯어말릴걸요?”

안 그래도 이미 대한민국의 정치를 양분하던 대한국민당과 민주시민당의 지지율은 부동산 투기 사태로 인해서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폭락해버린 상황. 그 때문에 두 여야의 후보들보다 군소 정당들의 누군지도 모르는 후보들의 지지율이 더 잘 나오는 이 긴급 사태 속에서 윤기열 대통령이 허튼짓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랬다가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혼란스러운 대선 레이스에서 민주 시민당의 후보가 회생 불가능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 그 이후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자네가 지금까지 쌓아놓은 모든 기반은 한국에 있는 상태네. 현실적으로 자네를 건들 수는 없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자네를 괴롭히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지. 가능하면 이 이상 한국 정부와 대치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네. ]

“뭐······. 노력은 해 볼게요. 사실 그쪽에서 먼저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딱히 한국 정부랑은 엮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물론······.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긴 하지만요.”

장난스럽게 히죽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는 나를 잠깐 황당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레너드 대통령. 하지만 그는 체념한 듯 고개를 작게 흔들며 은근한 목소리로 넌지시 중얼거렸다.

[ 그럴 거면 그냥 차라리 미국으로 넘어오는 것이 낫지 않겠나? 전폭적으로 자네가 하려는 것들을 밀어줄 수 있을 텐데 말이네. ]

“뭐 얼마나 밀어주시려고요?”

또다시 미국으로 넘어오라는 제안을 건네는 레너드 대통령. 그런 그의 말에 내가 피식 웃으며 되묻자 그는 눈을 빛내며 누구라도 혹할 제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늘어놓았다.

[ 자네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모든 기업과 법인들에 대해 향후 100년 동안 면세 혜택을 부여해줄 수 있네. 특정 극악 범죄들을 제외하고 모든 범법 행위에 대한 면책 특권도 고려해볼 수 있지. 그 이외에도······. 자네가 추진하려는 그 모든 계획을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전폭적으로 밀어줄 수 있네. ]

“······. 그게 가능해요?”

[ 자네와 관련한 특별법을 만든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면책 특권은 공식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자네의 범법 행위가 미국의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법무부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자네를 두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네. 기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내 권한으로 사면을 시켜주는 것도 가능하고. ]

“그런 터무니없는 특별법을 만드는 걸 의회가 용인할까요?”

[ 이미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와의 협의가 끝난 사항이네. 자네가 동의만 한다면 당장에라도 법안을 의결하고 처리할 수 있지. ]

나를 영입하기 위해서 이미 내부적으로 모든 준비를 끝마친 것 같은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마치 맛있는 먹잇감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빛내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어떤가? 이 정도면 자네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보는데. ]

“흠······. 확실히 나쁘지는 않네요.”

자그마치 100년 동안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제안이 매우 구미가 당기는 상황. 하지만 나는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기존의 결정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지만 그래도 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 그런가······. ]

“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미국은 제가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 동네거든요. 땅덩이가 너무 넓어서 관리하기도 빡세고 아는 사람도 없고······. 아무튼 한국이 제가 활동하기에는 훨씬 더 수월한 구역이거든요.”

평생을 한국에서만 살아왔기에 그 누구보다 한국과 한국인들의 특성에 대해서 빠삭하게 꿰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아무리 정부와 사이가 나쁘더라도 나로서는 한국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욱 유리한 점이 많았다.

게다가······.

나에게 있어 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나 다를 바 없었다.

미국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나를······. 그리고 마법사들을 이용해 먹으려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기에 결국 언젠가 내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미국의 국익과 상충하게 된다면 분명 이들과 충돌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일정 거리를 두고 미국의 영향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것도 필요했기에 나는 에둘러 레너드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

[ 자네의 뜻이 정 그렇다면 알겠네. 하지만 나중에라도 마음이 변한다면 언제든 상관없으니 말해주게. 내가 했던 제안은 계속해서 유효한 상태일 테니까. ]

“잘 알아두도록 하죠.”

아마 그 제안을 수락할 일은 없어 보이지만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내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제가 요번에 부탁했던 건 어떻게 됐나요?”

[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 이들······. 소위 각성자라 불리는 이들에 대한 법안(Awakener‘s Act) 말인가?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이 논의 중이네. 몇 가지 조율해야 할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법안 처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네. ]

Awakener‘s Act······. 일명 AA라고 불리는 법안.

그것은 바로 마법사들에 대한 신분과 처우를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시스템을 구축해 놓는 게 좋을 거예요. 이번에 한국 정부가 하는 짓 보셨죠? 아마 북한 같은 악질적인 나라에서는 마법사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로 인권을 박탈하고 착취하고 다닐 텐데, 만약 미국에서 먼저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두면 다른 나라에서도 이상한 헛짓거리를 하지 못할 거예요.”

[ 그 점은 나도 동의하는 바이네. 뭐가 되었든, 각성자라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지 않겠나? 어떤 상황에서도 이들의 기본적인 인권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네. ]

“바로 그 정신이에요. 채찍질을 할 게 아니라 당근으로 살살 꾀는 거죠.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법안 발표하면 미국으로 이민을 오려고 전 세계에서 각성자들이 밀려들걸요? 대부분은 3 서클도 못 만들고 빌빌대는 쭉정이들일 테지만, 그중에서 분명 엄청난 재능을 가진 원석들도 숨어 있을 거예요. 한 명만 제대로 건져도 아마 미국의 국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테니까 가능하면 팍팍 지원해 주라고요.”

마나를 각성할 수 있는 수준의 친화력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0.01%.

절대 불가능할 정도로 극악의 확률은 아니지만, 선천적인 조건인 마나 친화력을 제외하고도 후천적인 조건인 마나 통제력과 지능까지 겸비하는 경우를 고려한다면 분명 그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서 마법사가 될 수 있는 인재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라고 조언했다.

[ 잘 알겠네. 최대한 빠르게 논의하고 법안을 처리하도록 일정을 조율하도록 하지. ]

내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레너드 대통령을 바라보며 나는 흡족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아, 그리고 혹시라도 진짜 재능 있어 보이는 녀석들 보이면 따로 좀 추려놔 주세요.”

[ ······? 그건 왜 그러나? ]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는 레너드 대통령.

그런 그에게 나는 이전의 뼈아픈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가 말이죠. 예전에 조금 재능 있어 보이는 군필 아저씨를 하나를 마법사로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무슨 어릴 때부터 산속에서 자연인처럼 자란 건지, 성장기도 다 지난 30대 중반의 아저씨였는데도 불구하고 마나 친화력이 엄청나더라고요? 거기에 마나 통제력도 꽤 나쁘지 않아서 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뇌가 전부 근육으로 되어 있어서 결국 힘 법사밖에 될 수 없었죠.”

“제 누나도 그래요. 머리는 엄청 좋아서 한번 말해주면 수식이든 뭐든 척척 이해하고 외워서는 스스로 원하는 대로 활용하고 변형까지 할 수 있는 경지인데, 문제는 이미 성장기가 전부 지나가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마나를 받아들일 수가 없죠. 결국 다시 태어나는 거 아니면 답이 없어요.”

두식이나 영희나.

둘 다 마법사로서의 재능과 자질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시기를 놓쳐 그 재능을 개화하지 못한 비운의 존재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최소화하고 또 나를 대신할 재능 넘치는 유능한 마법사들을 만들어내고 양성하기 위한 기관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 그래서······. 정확히 뭘 말하고 싶은 건가? ]

아직 내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레너드 대통령.

그런 그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학교를 하나 세울 거예요.”

[ 학교라면 무슨 학교 말인가? ]

“떡잎부터 노란 녀석들 말고 제대로 된 초록빛 새싹들을 팍팍 키워줄 학교요.”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각성자 중에서 고위 마법사가 될만한 천부적인 재능과 자질을 가진 이들을 선별하고 또 선별해서 입학하게 될 학교.

전지의 권능을 가진 나에게 직접 가르침을 하사받게 될······.

앞으로 나를 대신해서 이 지구에 마법의 개념을 전파하고 또 발전시켜 나갈 미래의 인재들을 내 손으로 직접 키워낼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얼른 법안부터 정비해서 자국 내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부터 찾아내세요. 전 세계 최초······. 그리고 최고의 마법 학술 교육 기관. 우로보로스(Uroboros)의 첫 신입생들은 미국에서 선발하고 싶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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