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77화 (77/242)

77화.

77화.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강대국인 미국.

경제, 기술, 군사, 문화, 영토······. 그 어느 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다른 국가와 압도적인 격차를 자랑하는 국가이자 자유를 표방하는 서구 세력의 리더이자 세계의 경찰까지도 자처하는 이들의 영향력은 말 그대로 전지구적인 수준이었다.

[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된 레너드 대통령은 1월 20일에 정식으로 취임식을 치르고 이후에 본격적인 대통령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피터슨이 4년 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기존에 이루어지던 미국 우선주의의 외교 정책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

[ 미국의 중앙은행이 코덱스 바이러스로 인해 추진하던 무 제한적 양적 완화를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긴축 재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제로 금리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시장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변화하는 외교 정책에 따라서 전 세계의 외교가가 바쁘게 움직이고, 일개 국가의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에 따라서 전 세계의 증권 시장과 경제가 출렁거리는 그야말로 막강한 슈퍼 파워를 자랑하는 패권국인 미국.

그리고 이 미국의 권력의 핵심 중추이자 국제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 D.C의 자리한 백악관에서는 정말 황당한 주제를 가지고 은밀하게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잘못 이해한 게 아니라면 에드워드 자네가 지금 나한테 하고자 하는 말이······. 마법이 사실은 실제로 존재한다. 뭐 이런 말인가?”

정말 미친놈을 바라보는 듯한 전임자가 임명한 CIA 국장을 지그시 바라보는 레너드.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가 싶어 물었지만, 에드워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믿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들어온 모든 정보를 종합했을 때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숨긴 적은 없었지만, 누구도 진지하게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 하지만 에드워드가 내미는 그 증거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레너드는 쉽사리 그의 주장을 헛소리로 일축할 수 없었다.

“삼진 그룹에서 작년에 시장에 내보였던 살살이 풀과 저희에게 제공했던 레드 포션. 거기에 무한동력이라고 불리며 그 원리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타임리스까지. 그 모든 것이 전부 마법을 통해서 벌인 것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튀어나와 모두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진 그룹의 제품들. 그 제품들을 언급하며 레너드에게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치던 에드워드는 이내 절대 반박할 수 없는 그 증거를 꺼내 들었다.

“이건······?”

강렬한 푸른빛을 사방으로 뿜어내고 있는 크리스탈. CIA 국장이 모든 권한을 이용해서 데슬라에 쳐들어가 엘런 더스크의 멱살을 부여잡고 거의 반강제로 가지고 온 이 물건은 딱 보기에도 무언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며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마나석이라고 하는 물건입니다. 엘런 더스크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자택 금고에 꼭꼭 숨기고 있던 것을 확보한 겁니다. 그자가 말하기를······. 이 작은 크리스탈 안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자그마치 4MW의 전기를······. 다시 말해 작은 마을 하나가 필요로 하는 어마어마한 전력량을 감당할 수 있는 비현실적인 성능을 가진 물건. 이 지구상에서 과학 기술로는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에서조차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이런 물건이 그 땅덩이 좁은 한국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것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논리적인 설명은 불가능했다.

외계인을 납치하고 고문해서 기술을 뽑아내고 있거나.

아니면 마법사가 정말로 존재한다거나.

뭐가 되었든 너무 허무맹랑한 이유 말고는 설명이나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기이한 현실. 그렇기에 레너드 대통령은 눈앞에 영롱하게 반짝거리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마나석을 앞에 두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허 참······. 임기 시작한 지 채 일주일도 안 됐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다니.”

대통령이 되어 최고 권력자의 상징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 들어선 지 고작 4일이 지난 상황. 아직 대통령으로서 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서도 완전히 익숙하지 않았고 또 내각을 책임질 수석 관료들도 물갈이하기 전이었기에 그는 이런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저도 처음 보고를 듣고 너무 황당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지금 여기 있는 증거들만을 놓고 진지하게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삼진 그룹에서 내놓고 있는 물건들이나 최근에 CIA에서 진행한 비밀 작전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본다면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그 어떤 방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작전과는 다르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점들이 많은 상황.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하나의 사실만은 받아들인다면 전부 명쾌하게 설명될 수 있었다.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저 수사적인 표현으로 마법 같다는 게 아니라 진짜 이 모든 게 마법이라는 CIA 국장의 주장. 하지만 그의 너무나도 진지하고 확신에 찬 어조와는 다르게 레너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정말 커다란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네 말은······. 정말 이 철부지 같은 꼬맹이가 마법사라는 말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장난기 많아 보이는 어린 십 대 소년처럼 보이는 아이. 하지만 그가 걸치고 있는 휘황찬란한 마법사의 망토와 커다란 별무늬 고깔모자. 거기에 5살 여자애나 좋아할 법한 유치찬란한 요술봉과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기이한 초록빛 인형을 들고 있는 그의 복장은 그야말로 미국 대통령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 그저 보이는 겉모습만 보고 말씀드리자면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저 정신 나간······. 크흐흠. 조금 이상해 보이는 소년이 CIA의 비밀 안가로 몰래 잠입해 들어와 제가 방금 보고드렸던 모든 정보를 제공한 장본인입니다. 현장에 파견되어 있는 에밀리 요원을 통해서 그것들이 사실이라는 점도 확인했고요.”

안 그래도 저 광기 어린 복장 때문에라도 수십, 수백 번의 재검증과 교차 검증까지 해가며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난 후에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나선 에드워드. 어차피 전 정권의 사람인 그로서는 더 이상 아쉬울 게 없는 것도 사실이기에, 그는 미친놈 취급당할 각오를 하고 오로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직언했다.

“CIA의 국장으로서 조언하자면 현재 수집한 모든 정보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마법이라는 이능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아니, 마법이 아니더라도 최소 우리가 지금껏 이해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가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

CIA 국장으로서 마법이 실재함을 인정한 에드워드. 그리고 그런 그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던 레너드 대통령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실장을 향해 물었다.

“데이몬드. 자네 생각은 어떤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CIA 국장이 한 이야기는 전부 미친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또 합리적인 판단. 하지만 그는 무어라 반박하려던 에드워드의 말을 막고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모든 비밀 정보를 책임지던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어지간한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 꺼내기조차 힘든 이야기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건가?”

비서실장의 아리송한 말에 레너드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일단 마법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죠. 대통령님. 만약 삼진 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던 최근의 그 모든 변화가 이 멀린이라는 자를 통해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는 분명 미합중국의 이익에 매우 부합하는 인물입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힘. 마법.

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의 산물을 극히 일부이지만 직접 눈으로 본 데이몬드는 확신에 찬 얼굴로 레너드를 설득했다.

“마법을 활용해서 살살이 풀이나 타임리스······. 그 이상의 혁신적인 기술들을 미국에서 만들고 또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어쩌면 현재의 기술력을 수백······. 아니, 수천 년은 진보한 상상 속의 물건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매일 같이 저희를 따라잡겠다고 애쓰는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패권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겁니다.”

이미 기존의 패권과 세계 질서를 건들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 멀린.

그렇기에 데이몬드는 이 제안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어떻게 보자면 우리 미합중국은 그의 선택을 받은 것입니다. 마법이라는 지식을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적성국에 가지고 갔다면 저희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멀린은 그러지 않았죠. 그는 저희에게 힘을 합치자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그 호의를 섣불리 거절했다가는······.”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가서 붙어먹을 위험성이 있다는 말이겠군. 이제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어.”

데이몬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이내 이번 거래에 있어서 멀린이 제시하던 요구 조건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 시작했다.

“흠······. 그러니까 그 이아영이라는 인물이 멀린을 대신해서 삼진 그룹과 협력하는 일종의 대리인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예. 매지컬 컴퍼니라는 회사도 실상은 멀린이 소유한 회사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자기 수하가 한국의 정보기관에 불법적으로 억류된 상황이니까 그걸 풀어달라는 말인데······. 그걸 왜 우리한테 부탁하는 건가? 그냥 한국 정부에게 말해도 되는 거 아닌가?”

솔직하게 마법사라는 사실을 밝히면 쉽게 해결될 만한 문제. 왜 굳이 전혀 상관없는 미국 정부에게 그녀를 풀어달라며 도움을 요청하는지 레너드 대통령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에드워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저도 잘 모르겠지만······. 최종 우승자가 아니라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뭐······?”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종합해보았을 때 한국 정부에 대해서 그다지 신뢰하거나 호의적인 어투는 아니었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마법사라는 걸 한국 정부에 알리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보고 알아서 조용히 처리해달라······. 이 말인가?”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허 참······.”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생각에 잠긴 레너드 대통령. 머릿속에서 한참이나 이번 일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려보던 그는 이내 결심을 내린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대기하고 있던 둘에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우리만 알고 있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자네는 가서 그 멀린이라는 마법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전부 분석해서 나한테 보고하도록.”

“······. 최대한 빠르게 확인하고 보고드리겠습니다.”

그걸 끝으로 내려진 축객령에 빠르게 집무실을 나선 에드워드. 그리고 이내 레너드 대통령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차기 CIA 국장 후보자 물색하던 작업은 전부 중단하게.”

“알겠습니다. 에드워드를 그대로 쓰실 생각입니까?”

“당분간은 그래야겠지······. 그보다 이번 사태,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나?”

“상황을 조금 더 면밀하게 확인해봐야겠지만······. 한국 정부라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현 정권이 그리 우리랑 친한 사이는 아닌데, 괜히 이상한 소리 나오지 않게 처리하게.”

“제가 직접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동맹국이자 우호국인 한국. 물론, 윤기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친중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며 옛날보다는 그 관계가 많이 서먹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그 어떤 국가들보다도 강력했던 정치적 영향력은 그대로였기에 아예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레너드 대통령은 책상 위에 있는 인터폰을 누르고는 말했다.

“국무장관 호출하게. 긴급하게 논의할 사항이 생겼네.”

한국 정부와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국무부의 수장을 호출한 레너드 대통령.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마법사와의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서 명백한 내정간섭을 해야 하는 이 상황에 그는 피곤한 얼굴로 책상 위에 놓인 기밀 서류들을 정리하다 이내 그 멀린이라는 마법사가 밝힌 야욕을 확인하고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환경보호가 꿈이라니······.”

이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라는 멀린의 야망.

그와 관련한 내용이 적혀 있는 보고서를 보면서 레너드 대통령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거 그냥 완전 미친놈 아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