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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65화 (65/242)

65화. - 내용 전면 수정

65화.

일개 대학원생에 불과하지만, 학자로서의 소신과 신념을 지킨 영희.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가혹했다.

“야. 소문 들었어?”

“어. 진짜 미친 거 아냐?”

“이명찬 교수가 완전 뚜껑 열렸다고 하던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대?”

물리학과를 넘어서 대학교 전체에 빠르게 퍼져나간 소문. 직접 그 상황을 목격하지 않은 이들에게 들려지는 그 강의실에서 벌어진 일화는 그야말로 말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 석사 2학기 차의 학생 하나가 지도 교수가 쓴 논문을 대놓고 신랄하게 깠다. ]

한순간에 대학원생 사이에서 슈퍼스타가 되어버린 영희.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막상 주인공인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다.

“꺄악! 나 진짜 미쳤나 봐. 이제 어떻게 학교 가서 교수님 얼굴 보지?”

잔뜩 새빨개진 얼굴로 침대에 얼굴을 묻고 괴상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영희. 분위기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그때의 일을 회상하면 도무지 참을 수 없는지 온몸을 비틀고 있었지만, 그것을 보며 나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 어차피 누나가 한 이야기가 맞는데. 자기가 틀려놓고 인정하지 못하는 게 더 부끄러운 거 아냐?”

“야! 그래도 그 사람이 내 지도 교수라고! 안 그래도 엄청 뒤끝 있는 거로 소문난 사람인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쪽을 줬는데 가만히 있겠어?”

“가만히 안 있으면? 어떻게 하는데?”

“방법이야 많지······! 그냥 석사 논문 통과 안 시켜주고 뭉개면 그걸로 끝이란 말이야. 마음만 먹으면 내 커리어 자체를 끝장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대학원생인 영희에게는 절대적으로 갑인 이명찬 교수. 하지만 그깟 학위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나에게는 그저 한낱 할아버지에 불과했다.

“그러면 그냥 일찌감치 포기하고 대학원 때려치우던가. 어차피 한국대학교 졸업한 것만 해도 누나 정도면 알아주는 인재 아니야? 정 뭐하면 삼진 그룹에 자리라도 하나 알아봐 줘?”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기업은 어디든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준수한 학벌과 괴물 같은 학점과 스펙을 자랑하는 영희. 내 누나이긴 하지만 나름 어디 가서도 꿇리지 않을 법한 인재였기에 나는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물었지만, 영희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난 연구하는 게 좋아. 회사 다니면서 직장 상사 눈치 보고 책상에 앉아서 매일 같이 야근하면서 똑같은 일들만 반복하는 인생은 싫다고.”

천성 과학자이자 학자로의 성향을 타고난 영희.

언젠가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그런 연구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꿈을 어릴 때부터 질리게 들어왔었기에 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좋아. 그럼 그게 꼭 물리학이어야 하는 거야?”

“뭐······?”

“그렇잖아. 누나가 지금 왜 전공을 굳이 물리학으로 잡은 건데? 다른 걸 연구해도 되지 않아? 나는 솔직히 말해서 누나가 다른 전공으로 지금이라도 옮겼으면 좋겠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되묻는 영희.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히죽 웃으며 말했다.

“마법.”

“또 그 소리야?”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 봐. 누나가 가진 마력 적성이면 솔직히 마법사로 대성하기에는 어려워. 하지만 그 머리만큼은 정말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출중한 건 사실이거든. 이건 동생이라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용용이도 인정한 리얼 팩트야.”

드래곤 로드이자 사회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그 어느 때도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팩트를 때려 박는 용용이. 그런 그가 인정했다는 사실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사실 마법이라고 그렇게 이상하게 볼 필요 없어. 그냥 결만 다를 뿐이지 누나가 공부하고 있는 과학이랑 하등 다를 것이 없는 하나의 학문에 가깝거든. 오히려 그 범주와 체계 자체도 훨씬 다양해. 그 끝을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지.”

불로불사를 꿈꾸며 영혼의 지배와 육신의 통제를 연구하는 사령 마법.

시공간을 왜곡하고 다루며 공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차원 마법.

자연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를 다루고 통제하는 원소 마법.

초월적인 신성을 가진 존재와 소통하며 그 힘을 일시적으로 빌려오는 신성 마법.

···

···.

그 이외에도 세부적으로는 수천, 수만 개도 넘는 다양한 종류의 마법들의 체계들이 존재했고, 나는 이 끝없이 펼쳐진 무한의 지식을 영희를 통해 이 세상에 퍼트릴 생각이었다.

“뮤튜브 방송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이 시청할 수 있게 해 놨지만, 내가 볼 때 이거로는 제대로 된 이해가 안 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학문적으로 마법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해석해 줄 사람이 필요하거든.”

전지의 권능을 가진 탓에 모든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쉽고 당연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그러한 나와 다르게 조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사람들.

그런 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기 위해서 나는 그 누구보다 마법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믿을만한 조력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보고 너 대신 마법과 관련한 논문이라도 쓰라는 말이야?”

“그런 셈이지. 원한다면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같이 미친 듯이 연구만 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어. 마법은 이 세계에서 단 한 번도 다루어본 적 없는 학문이니까.”

이 세상의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마법을 과학을 기반으로 탄생한 현대 인류가 이해할 수 있게 해석하는 작업.

언제 끝날 수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이 방대하고도 중요한 과업을 맡기며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희를 보며 장난스럽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상상만 해도 흥분되지 않아? 누나가 이 세계 최초······. 그리고 최고의 마도 학자가 되는 거야.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나중에는 누나 이름이 세계사에 실리게 될걸?”

“······. 이게 또 까분다. 무슨 세계사에 실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내 이야기를 들으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흘려들은 영희.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뒤틀려버린 이 시간선(Timeline)에 새로운 거대한 역사적 분기점이 만들어졌다.

전 인류와 모든 마법사의 찬사를 받는 최초의, 그리고 다시 없을 역대 최고의 마도학자······. 아이리스(Iris)의 탄생이 말이다.

*

평화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싸우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영희.

나한테는 한없이 폭군이지만 밖에서는 그 성격 때문에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녀의 대학원 생활은 특히 더더욱 그러했다.

[ 어, 영희야. 이거 교수님이 오늘까지 하라고 급하게 부탁하신 건데 내가 좀 바빠서······. 혹시 대신 좀 해 줄 수 있을까? ]

[ 영희야. 이거 논문 읽고 번역해서 간략하게 요약 좀 해 줄래? 내가 쓸 페이퍼에 필요하거든. 응? 부탁할게. 너 영어 잘하잖아. ]

[ 영희야. 네가 학부생일 때 디자인 관련해서 뭐 장관상도 받았었다며? 다음 달 학술 세미나에서 쓸 거 좀 부탁해도 될까? ]

내 누나지만 너무나도 이용하기 쉬운······. 거기에다 출중한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는 전형적인 호구나 다름없었기에 그녀는 석사 2학기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선배 대학원생들과 교수의 일들을 도와가며 주말도 쉬지 못하고 매일 같이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정도로 고된 일을 해내고 있었다.

“내 누나라서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 솔직히 석사니 박사니 다른 사람 좋은 일만 해 주면서 시간 허비하기는 너무나도 아깝단 말이지······.”

영희가 새벽에 적어놓은 디멘션 학파의 공식들을 찬찬히 살펴보던 나는 아까 그녀와 이야기했던 대화를 다시금 곱씹어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 연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교수들이나 여러 학계 사람들과는 적당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 완전 초토화가 된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도망치듯이 나가버리면 내가 뭐가 돼? 최소한 그만두더라도 이 사태는 최대한 수습하고 나올 거야. ]

아등바등 필요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신경 쓰며 전전긍긍하는 영희. 물론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 그 잘난 자존심에 거대한 상처를 입고 완전히 삔또가 상해버린 지도 교수 밑에서 괜히 눈치 보고 마음고생 하며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러니······. 그런 누나에게 내가 도움을 줄 필요가 있겠지······?”

싫다고 저렇게 고집을 피우니 내가 살짝 자극을 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이는 상황. 하지만 그런 나의 혼잣말에 용용이는 조금은 불안한 얼굴로 물어왔다.

[ 또 나왔다. 저 사악한 미소.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러는 거야 주인? ]

매번 웃을 때마다 무슨 일이 터져 나왔기에 걱정된다는 듯이 묻는 용용이.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누나가 적어놓은 공식들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컴퓨터로 옮겨넣기 시작했다.

“별거 아냐. 이렇게 뛰어난 발견을 혼자서 해 놓고 괜히 길길이 날뛰는 교수 놈 하나 때문에 묻어버린다고 하면 너무나도 아깝잖아.”

최소 지지부진하게 발전이 없던 물리학에 거대한 혁신과 일대 파란을 불러올 것이 자명한 그녀의 공식. 물론 얼마 전에 올라간 그녀의 지도 교수의 논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아니, 그냥 처참하게 짓밟아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인터넷을 뒤지며 가장 파급력 있고 유명한 학술 논문 사이트를 찾아다녔다.

“출판 전 논문 투고······? 이건 뭐지······.”

Arxiv.

물리학과 관련한 논문을 사전 검증 없이 초안 그대로 자유롭게 올리는······. 그야말로 내 입맛에 딱 맞는 사이트를 발견한 나는 그곳을 잠깐 돌아보다 이내 마음에 든다는 듯이 히죽 웃으며 영희의 공식을 그대로 올렸다.

“보자······. 논문 제목을 뭐라고 하지?”

영희의 이름을 그대로 적어놓고 기본적인 논문의 형식도, 인용이나 각주도 없이 그저 떡하니 그녀의 공식이 적혀진 3페이지의 짤막한 문서만을 올려놓은 나는 이내 제목을 적어내야 하는 칸에서 잠깐 고민했다.

7서클 마법.

공간 이동 마법진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수식.

시공간의 왜곡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차원적 오차를 사전에 방지해 어떠한 피해 없이 이동하고자 하는 대상물을 피해 없이 온전하게 옮길 수 있도록 해 주는 아주 중요한 부분에 관한 내용이 적혀져 있었기에 나는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올라 그 논문의 제목을 빠르게 적어넣기 시작했다.

“크. 이러면 최소한 SF 매니아라면 한번은 눌러보지 않고는 못 참겠네.”

내가 즉흥적으로 정한 영희의 논문 제목.

그것은 바로 수많은 물리학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주는 로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 워프는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이제 업로드······. 소속은 무소속으로······.”

아주 신속하게 업로드 절차를 끝마치고 이내 검토를 하고 사이트 게재 여부를 결론짓겠다는 짤막한 안내 메시지까지 확인하고 나는 인터넷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내 누나의 진로를 위해 큰 도움을 줬다는 생각에 연신 뿌듯해하며 실실 웃고 있는 나에게 용용이의 걱정스러운 물음이 들려왔다.

[ 주인, 그런데 주인의 누나라는 인간은 분명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그러지 않았어? ]

“응? 그랬지.”

[ 주인이 무슨 의도로 그런 것은 알겠는데······. 그걸 정말로 좋아하긴 할까? ]

하지 말라고 했던 짓을 청개구리처럼 대놓고 반대로 해 버린 상황. 그리고 이건 당사자로서는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만한 짓이었다.

석사 2학기 차에 불과한 그녀가 일개 개인의 입장으로 논문을 만들어 투고를······. 그것도 본인의 지도 교수가 틀렸다는 것을 정면으로 주장하는 논문을 전 세계의 학자들이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사이트에 올려버리는 그야말로 학문적 쿠데타나 다름없는 행위.

그야말로 웃으면서 대놓고 교수를 엿 먹여버리는 짓을 해서 누나의 앞길을 완전히 가루로 으스러뜨린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었지만, 나는 그런 모든 것들을 알면서도 실실 웃으며 용용이에게 말했다.

“뭐 어때. 이게 다 누나 잘 되라고 하는 일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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