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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36화 (36/242)

36화.

36화.

[ 오늘 새벽 5시 20분경, 삼진 바이오 측에서 조성 중인 대규모 생태 연구 단지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발표한 삼진 바이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설치 중이었던 전기 설비에서 누전이 발생하여 보관 중이었던 인화성 물질에 옮겨붙어 불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하였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 저는 현재 삼진 바이오의 생태 부지에 나와 있습니다. 현재 이곳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담당 소방서와 경찰서에서 나온 인력들이 화재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또한······. ]

[ 삼진 바이오에서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담당 소방서와 철저히 협력하여 신속하게 화재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안전 관리의 소홀함을 인정하며 물의를 일으켜 국민께 송구하다며 앞으로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TV에서 연신 흘러나오는 삼진 바이오의 화재 사고.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 이러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주인공이 바로 최근 세계적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던 삼진 바이오였기에 그 파장은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했다.

- 삼진 바이오에 화재? 그것도 새로 조성 중인 생태 연구 단지에······?

- 뭐야 이거. 설마 그러면 얘네 신약 개발하는 것도 문제 생기는 거 아냐?

- 씨발. 주가 뭐냐? 한순간에 그냥 번지 점프해 버렸네.

- 엌ㅋㅋㅋㅋㅋ. 아까 아침에 팔았는데. 개꿀이네

- 꺼어어어억. 형이 말했제? 아까 가격은 다시 안 올 가격이라고?

- 설마 지금도 안 턴 블랙말랑카우 없제?

- ㅋㅋㅋㅋ 순진한 놈들 많네. 바이오를 아직도 믿었음?

압도적인 효능을 가진 기적의 신약을 개발했다며 대대적인 언론 보도와 함께 어마어마한 주가 상승을 해 왔던 삼진 바이오. 탐욕과 광기에 물든 투자자들의 자금이 한순간에 쏠리며 기존 주가가 15만 원에서 자그마치 90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6배의 상승을 해 왔기에 이번 사고의 여파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25%

[ 어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인해서 삼진 바이오에서 추진 중인 신약 개발의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최근 연이어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던 삼진 바이오의 주가는 15 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

15 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주가.

하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상승한 탓인지 탐욕에 눈이 멀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듯이 던져진 이 사건은 순식간에 공포로 물든 이들에게 하여금 투매를 던지게 만들어 그 무거운 주식의 가격이 한순간에 폭삭 주저앉게 만드는 기염을 토해냈다.

고작 반나절 만에 시총의 4분의 1일 날아가는 어디 코스닥의 개잡주만도 못한 정신 나간 무빙을 보여준 삼진 바이오. 그 현란하고 아찔한 하락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이 상황을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크크크······. 크하하하하하.”

삼진 전자의 사장이자 이번 삼진 바이오의 방화를 주도한 이진수 사장.

그는 꼴 좋게 떨어진 삼진 바이오의 주가를 바라보며 연신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꼴 좋다. 이 멍청한 자식. 그렇게 카메라 앞에서 오만 건방은 다 떨더니 한순간에 추락하는구나.”

마치 앓던 이가 쏙 빠지는 것처럼 시원한 표정을 지으며 뉴스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던 이진수 사장은 이 상황을 전적으로 주도한 김 실장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실장. 아주 좋아.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하긴 했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엿 먹일 줄은 몰랐네. 크크큭······. 그 살살이 풀인지 뭔지 하는 재배지에 불을 싸지른다니.”

아주 제대로 삼진 바이오에 한 방을 먹인 것이 그저 좋기만 한 이진수 사장. 하지만, 그런 그의 옆에서 뉴스를 지켜보고 있는 김 실장의 표정은 무언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김 실장은 표정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뭐야?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뭔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 이진수 사장의 추궁에 김 실장은 잠깐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사장님께서 걱정하실 문제는 아닙니다만······. 이번 일을 처리한 자들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뭐?”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입단속 하나는 철저한 이들이기도 하고 또 저희와 연결점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만약 경찰에 검거되더라도 아마 돈 욕심에 개인이 저지른 절도 행각 정도로 처리가 될······”

콰앙.

김 실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칠게 열리는 문과 함께 등장한 이호준 회장과 이용수 사장. 그 둘이 함께 자신의 집무실에 들이닥친 것을 본 이진수 사장의 얼굴에는 숨기지 못할 당혹감이 자연스럽게 피어올랐다.

“회······회장님······? 여긴 어쩐 일로······?”

삼진 그룹의 총수인 그가 이렇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타나는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기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내 최대한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맞이하는 이진수 사장.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호준 회장의 목소리에는 북극의 한기보다 더한 냉기가 맴돌았다.

“네놈 짓이냐?”

나지막한 한 마디의 질문.

하지만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든 이진수 사장은 일순간 얼어붙었다.

“그게 무슨······?”

“삼진 바이오에서 오늘 일어난 화재. 네놈이 벌인 짓이냐고 물었다.”

“······.”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이호준 회장의 시선. 하지만 이진수 사장은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최대한도로 머리를 굴리며 이 상황에서 가장 최적의 대응이 무언인지를 고민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버지! 제가 왜 그런 짓을 벌이겠습니까?”

사태가 벌어진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기에 아직 화재의 원인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

그렇기에 이진수 사장은 이호준 회장의 이 물음을 그저 자신을 떠보는 것 정도로 치부했다.

“아니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삼진 바이오가 아무리 용수 저 녀석의 회사라 하더라도 일단 삼진의 일원입니다. 삼진 그룹에 해가 될 일을 제가 미쳤다고 하겠습니까?”

혼신의 연기를 펼치며 극구 아니라며 억울해하는 이진수 사장.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이호준 회장의 표정은 점점 더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끝까지 거짓말을······.”

“예······? 아니 회장님!”

자신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는 이진수 사장. 하지만 그 상황에서 담담한 얼굴로 이용수 사장이 옆에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방화를 저지른 범인을 이미 그룹 내부에서 확보한 상태입니다. 형님. 삼진 전자 측에서 사주했던 일이라는 자백 역시 받아낸 상태고요.”

“뭐······?”

그 말에 완전히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얼어붙은 이진수 사장. 그런 그에게 이용수 사장은 이제 다 끝났다는 듯이 말했다.

“이 못난 녀석······. 집안 망신을 시켜도 이런 개망신을 시켜? 이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기나 하고 저지른 것이냐?”

“······.”

싸늘한 침묵만이 가득한 집무실 안. 그리고 그 침묵을 깨트린 것은 바로 옆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김 실장이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이게 다 제 잘못입니다! 사장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일입니다.”

“김 실장······?”

“······?”

갑자기 무릎을 꿇고 바닥에 고개를 박으며 용서를 구하는 김 실장. 그는 모두가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이진수 사장을 옹호했다.

‘이렇게 이진수 사장이 끝장나면 나 역시 무사하지 못한다······.’

비록 지금 당장은 감방 생활도 감수해야 할 테지만 어떻게든 이진수 사장이 삼진 그룹 내의 영향력만 잃지 않는다면 재기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김 실장은 자신에게 모든 똥물을 뒤집어쓰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사주해서 벌인 일입니다. 사장님께서는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었고, 또 방금까지 삼진 바이오에서 벌어진 화재 사건 뉴스를 보면서 혀를 차고 계셨습니다. 사장님께서 이런 일을 벌인 게 절대 아닙니다. 회장님. 이게 다 제 잘못입니다.”

그 말을 멍하니 듣고 있던 이진수 사장. 그리고 그는 그 짧은 순간에 김 실장의 의도를 눈치채고는 이내 잔뜩 분개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이 버러지 같은 새끼가 먹여주고 키워놨더니 어디 감히 주인을······!”

“······.”

퍼억.

둔탁한 타격음이 연신 울려 퍼지는 집무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씩씩거리는 이진수 사장은 정말 몰랐다고 생각될 정도로 진정성이 느껴졌지만, 그 둘이 하는 쇼를 보고 있는 이호준 회장과 이용수 사장의 얼굴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꼴사나운 추태는 그만 부려라.”

“아버지. 이런 놈은 당장 경찰에 넘겨서······.”

“네놈이 이번 일을 몰랐든 알았든, 그건 전혀 상관없다. 네 녀석이 부리던 수하가 저지른 짓이고 그로 인해서 네 동생······. 아니, 삼진 바이오와 삼진 그룹에 아주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회장님······?”

무언가 이미 결단을 내린 듯한 단호한 어조의 이호준 회장. 그리고 그의 입에서 이어지는 말에 이진수 사장은 마치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 녀석은 오늘부로 삼진 그룹의 일원이 아니다. 당장 내일 아침에 자진해서 물러나라. 양 실장에게 이야기해 놔서 미국에 네 녀석이랑 가족들 살 집은 마련해 놨으니 거기로 가서 다시는 한국 땅 밟을 생각도 하지 말고.”

“아버지······?”

“혹시라도 내 결정에 반항하려는 생각은 하지도 마라. 그랬다가는 이른 시일 내로 당장 임시 주총 열어서 네 녀석을 강제로 쫓아내고 온갖 치욕이란 치욕은 다 받게 만들어줄 테니까.”

“아버지!!!!”

너무나도 싸늘하고 냉소적인 이호준 회장의 반응. 설사 자신이 이 모든 짓을 벌였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장남이자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였던 자신을 완전히 내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기에 이진수 사장의 얼굴에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

“못난 놈······.”

마지막까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다 휙 돌아서서 집무실을 떠나가는 이호준 회장. 그리고 그를 따라서 아무 말 없이 뒤따라 나서는 동생을 바라보던 이진수 사장은 한참을 멍하니 서서 휑하게 열려 있는 문만을 바라보았다.

“이런 씨발······.”

그렇게 삼진 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였던 이진수 사장은 단 하루 만에 허무하리만큼 완전하고 철저하게 몰락했다. 고작(?) 숲 하나를 태워 먹었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

- 삼진 전자의 이진수 사장. 돌연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

- 이진수 사장의 사퇴 사유는 개인 건강상의 문제.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미국 출국.

- 갑작스러운 그룹 후계자의 퇴장. 충격에 빠진 삼진 그룹의 후계 구도.

- 이호준 회장. 삼진 전자를 직접 지휘하기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나?

삼진 바이오의 화재가 고작 하루 만에 묻힐 정도로 충격적인 소식. 삼진 그룹의 유력한 차기 후계자가 돌연 사퇴하는 것도 모자라 미국으로 떠나가 버린 것을 보며 경제 소식지를 비롯해 언론 전체가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나는 의외라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호오······. 움직임이 엄청 빠르네. 고작 하루 만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나의 소중한 숲을 태워 먹은 범인을 잡아서 통보해 준 게 바로 어제 아침인데 일주일의 말미가 필요 없다는 듯이 신속하게 일 처리를 시작한 삼진 그룹.

전혀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보가 아니라는 듯이 완전 똥 씹은 표정을 한 채로 카메라에 대고 무어라 이야기하고 있는 이진수 사장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나는 연신 히죽거렸다.

“빠릿빠릿한 게 마음에 드네. 나중에 선물이라도 하나 챙겨줘야겠는데?”

[ 선물? 주인이 선물 같은 것도 줘? ]

“어. 뭐 나는 선물 같은 거 주면 안 되냐?”

[ 아니······. 주인이 저번에 그랬잖아. 이 세계는 뭐 받는 거 없이 그냥 주는 건 호구 잡히기 쉽다면서. 그래서 뭐든 그 뭐냐······? 기브 앤 테이크? 그거 한다며. ]

“오······. 이제 뭘 좀 아네. 맞아. 사실 아무런 의도가 없는 순수한 선물 따위는 존재하지 않지. 좀 가르친 보람이 있는걸?”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은 용용이. 그런 그를 집어들고 나는 잘했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줬다.

“너도 그러니까 이참에 잘 배워 놔. 인간을 상대할 때는 말이지. 일단 기본적으로 이 새끼가 속으로는 나의 뒤통수를 치려고 언제든지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걸 가정해 놔야 해. 역사만 되짚어 보더라도 배신으로 인해서 엿 먹은 경우만 해도 정말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거든? 하여간 X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

[ ······. ]

본인도 인간이면서 그 누구보다도 인간혐오 발언에 거침이 없는 그. 그런 인간을 주인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에 용용이는 오늘도 형용할 수 없는 모순을 느끼며 생각했다.

일만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만나본 숱한 인간 중에서 이런 미친놈은 처음 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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