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뜨거운 위로. (3/80)


3화. 뜨거운 위로.
2022.11.08.


여기 찬정이 왜?

설희는 의외의 사람과 함께 있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보고 멍해졌다.

다른 사람이 아닐까. 왜 찬정이 여기에 이 팀장이랑 있는 거지.

익숙한 얼굴들이 빚어내는 낯선 풍경에 설희는 눈을 의심했다.

혹시, 회식인가? 회사 사람들 다 같이 왔을지도 몰라.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고개를 돌려 다른 직원들의 존재를 찾았지만 오직 둘뿐이었다.

그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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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누나? 저 둘이 누나 동생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던가. 그러나 충격적인 말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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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늦게까지 있을 수 있는 거지?”

달콤하게 도영의 귓가에 속삭이는 찬정. 그 목소리가 도영은 간지러운지 어깨를 움츠리며 얼굴을 붉혔다.

찬정의 한 손은 도영의 허리에 감겨 있다. 밀착된 두 사람의 거리는 0cm.

도저히 단순한 팀장과 직원이 저녁을 먹으러 나온 거라고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서둘러 골목을 빠져나가려다가 우뚝 멈춰 선 설희의 팔을 부드럽게 은우가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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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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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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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마치 연인인 듯 구는 두 사람의 행동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술을 벙긋거리는데, 레스토랑 쪽을 향하던 도영과 찬정, 두 사람의 발걸음이 문득 멈췄다. 도영이 설희를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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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매끄럽고 얄미운 도영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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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누구야, 설희 씨 아냐?”

그녀가 눈썹을 추어올리며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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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만나니까 반갑네에.”

길게 늘어지는 목소리가 밉살스럽다.

반갑네? 반갑다고?

회사에서는 설희가 숨만 쉬어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도영이었다.

설희가 그만두면서, 물건을 챙겨서 나올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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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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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사이에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네. 조심해서 가요.”

 
그녀가 예의상 건넨 인사에 도영은 싸늘하게 답했다.

그렇게 철천지원수였던 사이인데, 반갑다니.

설희를 보고 화색을 띠는 도영과는 달리,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찬정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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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설희야? 네가 어떻게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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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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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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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은 건 나야.”

설희의 목에서 비틀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아침에 [좋은 아침]이라고 습관적으로 보낸 설희의 메시지는 아직도 1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회사 때문에 바쁘겠지, 싶었다. 대학교 때부터 이어진 오랜 연인 사이였다. 뜨겁고 불타오르는 연애는 아니었지만, 찬정과의 사이에는 믿음이 있었다.

아니, 있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설희의 눈이 팀장의 허리에 감겨 있는 찬정의 손에 닿았다. 그러자 그가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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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는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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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어. 네가 핸드폰으로 연락만 받았어도 내가 여기 있는 줄 알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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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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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업무 때문에 바쁜 줄만 알았는데.”

설희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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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로 바쁜 줄은 몰랐네.”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거니, 생각은 했다.

찬정과 설희는 뭐랄까, 연인이라기보다는 이제는 친구에 가까웠다. 대학에서 회사를 같이 가면서 딱히 헤어질 이유도 없이, 더 불타오를 열정도 없이 이어진 관계였으니까.

그러니, 설희가 회사를 나왔을 때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질 수 있을 거라고 각오는 했다.

하지만 그 상대가 팀장이 될 줄이야.

설희가 도영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가장 옆에서 그 장면을 본 것은 다름 아닌 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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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이 나에게 왜 이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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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그 나쁜 여자.”

 
설희가 팀장에 관한 하소연을 하면, 찬정은 답지 않게 욕설까지 섞어가며 추임새를 넣었다. 그래서 괴로운 회사 생활 중에서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는데.

그런 것을 다 보았던 찬정이 팀장을 누나라고 부르고, 밤늦게까지 함께 하자 그러고, 그리고 허리에 손을 감고 있었다.

바람, 그 외에 무엇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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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니야, 설희야. 그냥, 팀장님이랑 난……. 친해서.”

두 사람의 사이에 도영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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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씨,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본데.”

설희와 찬정은 사내에서도 유명한 커플이었기에, 도영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녀가 생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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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냥 사이좋은 누나 동생이랄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영은 자신에게서 멀어지려 하는 찬정에게 몸을 기댔다.

마치 둘 사이의 관계를 전시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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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말도 나오지 않아 한참을 입만 벙긋거리다가, 설희는 결국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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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나중에 이야기해.”

뭐라고 따져야 할지 머리가 돌지 않았다. 평소 같지 않은 싸늘한 설희의 말투에 찬정이 곤란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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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야, 그런 거 아니래도.”

그러나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머리를 차갑게 식혀야 했다. 이대로라면 정말 무너질 것 같았으니까. 설희는 고개를 들어 은우를 바라보았다.

은우가 자신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히고 “괜찮냐.”라는 표정을 하고 있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사고가 멈춰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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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먼저 가볼게요. 가볼게요…….”

흐트러진 말을 남기고 설희는 그를 지나쳐, 골목길을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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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뛰었을까.

힘이 빠진 설희의 다리가 멈췄을 때 즈음, 뒤에서 찬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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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야!”

피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찬정이 빨랐다. 그의 손이 우악스럽게 설희의 어깨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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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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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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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오해했지? 오해한 채로 가면 어떻게 하냐고.”

무슨 오해가 있을까?

설희가 회사를 나올 때만 해도 찬정은 도영을 쓰레기 같은 여자라고 험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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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혐오스러워. 이 팀장, 정말 미친 거 아냐?”

 
때로 그 말은, 설희가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로 저속한 욕설로 이어졌다. 물론, 도영이 상사였기 때문에 설희와 둘이 있을 때만의 이야기였지만.

하지만 아까 팀장에게 치근덕거리는 그 모습은 자신이 익히 알던 찬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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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오해를 했어? 내가 이해한 그대로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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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냐. 아까 누나, 아니 팀장님이 하신 말씀 못 들었어?”

누나란다.

언제부터 너랑 이 팀장이랑 누나 동생 할 정도로 친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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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내가 모르던 누나라도 생긴 거야?”

황당해하는 설희를 보고 찬정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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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헛나왔어. 아니, 팀장이랑 나랑 진짜 별 사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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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도 아닌데 둘이 이런 레스토랑에 밥을 먹으러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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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휴일 출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팀장님이 태워주신대서 밥이라도 먹고 가자고 그런 거야. 그냥, 밥만 먹으러 온 거고.”

오늘 은우가 자신을 데리고 온 레스토랑은 텔레비전에도 나온 유명 셰프가 하는 레스토랑이었다.

그냥, 밥만 먹으러 들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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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믿으라고 하는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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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지금, 바람이라도 피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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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은 찬정이 더 잘 알고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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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렇게 나를 못 믿어? 나를 그렇게 몰라?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찬정의 말에 설희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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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난 이제 찬정이 너를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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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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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요즘 연락이 안 되길래 혹시 다른 사람이 생겼나, 하는 생각은 했어.”

하지만 이렇게 비참한 결과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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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럴 수 있지. 우리도 오래 사귀었으니까. 근데, 상대가 어떻게…….”

찬정은 연인이기 이전에 오랜 친구였다.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배신이 뼈아프게 사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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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우지. 왜 하필이면 이도영이야? 왜 팀장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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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니라니까? 사회생활이야. 팀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는데 친하게 지내야지.”

상사니까, 잘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한다. 회식에서 말을 나누고, 업무 중에 상냥하게 대하고. 그런 거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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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팀장에게 잘 보이려고 그 여자 허리에 손도 감니?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런 짓 하는 거, 미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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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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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난 더 할 말 없어.”

더 말을 해봤자 속만 답답해질 뿐이었다. 울컥,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고 앞으로 가려고 하는 순간.

찬정이 손을 뻗어 설희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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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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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유설희! 내 말 좀 들어보라니…….”

까.

그렇게 외치려던 찬정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찬정보다 키가 10cm는 더 크고, 슬림하지만 단단한 체구의 남자가 나타나 그에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리고 골목을 울리는 낮고 짙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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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지, 그 손.”

은우였다.

예상하지 못한 그의 출현에 찬정이 순간, 몸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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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찬정은 센 척, 목소리를 높였지만 꽤나 당황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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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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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 상관인데?”

그런 찬정의 말에도 은우는 미간을 좁혀 바라볼 뿐, 물러서지 않았다. 찬정은 눈을 부라리며 반듯한 은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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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너야말로 바람피우고 있었던 것 아냐? 레스토랑에서 남자랑 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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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순간, 설희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다가 찬정을 만나는 덕에 잊었지만, 그러고 보니 은우에게 연애하자, 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연애 이야기를 했다. 하기는 했지만.

설희는 오늘 레스토랑에 오는 것도, 그리고 은우가 연애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거기에 옥 선생은 어떤가.

설희에게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자신과 찬정이 사귀는 것을 알면서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으스대듯 보여준 도영이나, 팀장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달콤한 말을 내뱉던 찬정과는 전혀 상황이 달랐다.

그러나 찬정은 설희의 얼굴에 순간 떠오른 당황의 빛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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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너 뭔가 수상하네.”

설희의 손목을 움켜쥔 찬정의 손끝이 연한 살결에 파고들었다.

손톱이 피부를 짓이겨 붉게 물드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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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 놓으라 했잖아.”

은우는 차분하게 오히려 찬정의 팔을 들어 올려 그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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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저절로 찬정의 손이 설희를 놓아줬다. 팔이 꺾여 아픈지 찬정은 소리를 질렀지만, 은우는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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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 뭐야 이 새끼야?”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은우는 설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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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설희는 아직 손을 들어 올린 채 멍하니 은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서 그런지 입이 반쯤 벌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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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씨, 괜찮습니까?”

다시 한번 묻자, 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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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선생님.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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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팔 안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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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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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설희 남자친구야. 설희랑 아무 상관 없는 사이면 넌 꺼져.”

찬정이 은우에게 팔을 잡힌 채 버둥대고 있었다. 그는 은우보다 한참 체격이 작아 도저히 은우의 힘을 이기기는 힘들었다.

픽, 은우가 어이없는 듯 웃으며 그의 팔을 놓았다. 그 반동으로 찬정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엎어진 채, 은우를 올려다봤다. 은우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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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면, 여자친구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건가?”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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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유설희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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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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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다니.”

당장이라도 부서트릴 것 같은 은우의 위압감에 찬정은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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